임서율은 하도원의 그 질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말이 막혔다.그녀가 생각하는 하도원과의 관계는 단순했다. 그저 거래일 뿐, 감정 따위는 끼어들지 않았다.그러니 ‘헤어지고 싶다, 아니다’ 같은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물론, 하도원이 굳이 따지지 않고 먼저 계약 해지를 말해준다면야 그녀도 당연히 좋았다.“해지를 할지 말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저는 늘 수동적인 입장이고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으니까요.”하도원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원래 낮고 묵직한 목소리마저 서늘하게 울렸다.“임서율, 넌 그냥 내 질문에만 답하면 돼.”“저...”“셋 셀 거야. 대답 못 하면 난 네가 헤어지기 싫다는 걸로 알게.”“그게 아니라...”“하나, 둘, 셋. 알겠어.”임서율이 입을 열기도 전에 숫자가 끝나 버렸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웃음이 터졌다. 하도원은 애초에 그녀의 대답 따윈 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이미 할 말은 다 했다. 하도원도 헤어지려는 생각이 없으니, 더 우기면 괜히 꼬투리 잡히고 집요해 보일 뿐이었다.그녀는 허벅지를 한 번 두드리고는 소파에서 일어섰다.“이미 정했으니, 전 올라가서 쉴게요.”그 순간, 아랫배로 묵직한 통증과 함께 따뜻한 기운이 밀려 내려왔다.임서율이 막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하도원이 손목을 붙잡았다.“임서율.”차갑고 억눌린 목소리, 게다가 이름 석 자를 또박또박 부르자 그녀는 순간 긴장했다.임서율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네?”하도원이 몸을 숙였다. 뜨겁게 달아오른 체온과 함께 밀려드는 담배 향이 그녀의 코끝을 스쳤다.“이 일, 차주헌은 알아?”임서율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몰라요.”차주헌의 남성적 자존심을 생각하면 감히 털어놓을 수 없었다.그 말을 듣자, 하도원의 잔뜩 굳었던 미간이 조금 풀리더니 입꼬리가 옅게 올라갔다.“알겠어. 올라가서 쉬어. 지난 일에 너무 매달리지 마. 난 남자 체면 같은 거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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