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의 모든 챕터: 챕터 771 - 챕터 780

790 챕터

제771화

임서율은 하도원의 농담 섞인 말에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그녀는 그를 밀어내며 부끄럽게 외쳤다“제발 점잖게 말할 수는 없어요?”하도원은 그녀를 품에 꼭 안은 채, 귓가에 스칠 만큼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내 여자 친구랑 다정하게 구는 게 뭐가 문제야?”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벼운 입맞춤이 그녀의 입술에 내려앉았다.“서율아, 사랑은 표현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오래가고 더 가까워질 수 있지.”열 때문인지 그의 감정 때문인지 임서율의 얼굴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몸에서 힘이 빠지고 머릿속이 어질어질했다. 그녀는 무심결에 그의 품에 몸을 기대었다.하도원은 그녀의 머리를 감싸며 손끝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냈다.“그건 너무 과한 표현이에요.”그녀의 머릿속에는 알 수 없는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하도원은 평소엔 냉정하고 절제된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늘 침착하고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마음을 연 순간, 특히 침대 위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거칠고 뜨겁고 단 한순간도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땅이라도 파고들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그 감각은 제법 좋았다.“과하다니? 난 딱 좋다고 생각하는데.”그는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는 다시 입술을 포개었다.임서율은 반사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그의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는 순간, 척추를 타고 전율이 번쩍 스쳤다.“콜록, 콜록!”그때 문이 열리며 진승윤이 들어왔다.임서율은 마치 놀란 고양이처럼 하도원을 퍽 밀쳐냈다.하도원은 전혀 대비하지 못해 휘청거리며 간신히 의자를 붙잡았다. 행동이 조금만 느렸다면 바닥에 넘어져 뇌진탕까지 왔을 것이다.임서율은 다시 침대 위로 누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수액하고 있었다. 방금 일어난 건 전부 진승윤의 착각이었다.하도원은 의자를 바로 세우며 문가에서 어색하게 서있는 진승윤을 노려보았다.“진 비서, 대체 언제쯤 눈치라는 걸 배울래? 다음 상사를 만날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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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진승윤은 하도원의 분석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상황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임서율이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말했다.“그래도 괜찮아요. 우리도 여기 너무 오래 머물렀어요. 이제는 돌아가야죠.”돌아가면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지만 그래도 이곳보다는 나았다.진명진과 송두식, 두 사람을 동시에 적으로 돌린 이상 이곳에 하루라도 더 머무는 건 위험했다.하도원 역시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진 비서, 바로 준비하자.”그렇게 하룻밤을 병원에서 보낸 두 사람은 아침 일곱 시쯤이 되어서야 수액을 마쳤다.임서율은 하도원의 눈 밑에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을 보고는 걱정스레 말했다.“시간이 조금 남았으니까 호텔에 가서 잠깐이라도 눈 붙여요.”“괜찮아. 먼저 짐부터 챙겨야지. 서율이 넌 성 대표 좀 깨워줘.”하도원은 피로에 찌든 듯 미간을 문질렀지만 그는 일이 끝나기 전에는 절대 쉬지 않는 성격이었다.임서율은 그제야 성이안을 떠올렸다.두 사람은 헤어져 각자 방으로 향했는데 하도원은 짐을 챙기러, 임서율은 성이안을 깨우러 갔다.그녀가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성이안의 방문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노크를 하려는 찰나, 안쪽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발걸음이 멈췄다.“지안아, 난 네가 서율 씨를 오해하고 있다고 봐. 요 며칠 같이 지내보니까, 정말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내가 사람 잘못 본 적 있어? 이안아, 설마 나보다 그 여자를 믿는 거야?”박지안의 소리를 듣는 순간, 임서율은 귀를 의심했다.성이안, 박지안?도무지 이어질 리 없는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서로를 아는 거지? 더구나 박지안은 왜 하필 이곳까지 온 걸까?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박지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내가 뭐라고 했었어? 내 방식대로 하면 임서율은 송두식 손에서 절대 못 빠져나온다고 했잖아. 정말 아슬아슬했어. 조금만 더 지났으면 그 여자는 이미 죽었을 거야.”“그 여자만 없어지면 도원 오빠는 다시 나한테 돌아올 수 있어. 그 사람은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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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성이안과 박지안은 동시에 얼어붙은 얼굴로 임서율을 바라봤다.임서율 역시 조용히 엿듣고만 있었는데 이렇게 들킬 줄은 몰랐다.짧은 정적이 흘렀고 성이안이 서둘러 수습했다.“그게... 서율 씨, 지안이 알죠? 도원 씨 사촌동생이에요.”임서율은 팔짱을 낀 채 책상 모서리에 기대 박지안은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물론 알죠. 그런데 박지안, 너 이제 도원 씨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지 않나? 아니면 한종서가 준 돈이 벌써 다 떨어졌어?”그 말에는 분명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한종서를 위해 거짓 증언까지 했던 박지안이었다. 그 일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 거라 임서율은 믿고 있었다.박지안은 웃음을 터뜨리며 눈을 흘겼다.“그런 소리 할 필요 없어. 나랑 한종서는 이미 끝났어. 그 멍청한 인간이 어떻게 우리 오빠랑 비교가 되겠어?”“그 정도 그릇이니까 곧 망할 거야.”임서율은 더 들을 가치조차 없다는 듯 무표정하게 폰을 꺼냈다.“네가 어떻든 나랑 상관없어. 네 오빠한테 직접 물어봐야겠다. 네가 성 대표랑 짜고 벌인 일, 그리고 송두식...”그녀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그 시선 하나만으로도 숨 막히는 압박감이 느껴졌다.박지안은 임서율이 전화를 걸려 하자 황급히 다가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안 돼! 제발, 제발 오빠한테는 말하지 마. 그리고 이번 일도 나랑 관련 있다고 하지 말아 줘. 봐, 너 지금 이렇게 멀쩡하잖아. 굳이 나까지 망칠 필요는 없잖아?”박지안의 태연한 목소리에 임서율은 속이 활활 타올랐다.“박지안, 내가 바보라고 생각해? 너랑 성 대표가 짜고 벌인 연극 때문에 오늘 내가 죽을 뻔했어.”“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 안 하는 게 내가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자비인 줄 알아. 그런데 네 죄를 숨겨달라고? 제정신이야?”박지안은 아까 순간적으로 너무 다급해져서 그만 임서율에게 자기 일을 숨겨달라고 부탁해버렸다.임서율은 오히려 이 일이 빨리 하도원에게 알려지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 또 한 명의 경쟁자를 줄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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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하지만, 이번 일은 반드시 제대로 따져야겠네요.”임서율은 박지안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말했다. 박지안이 다시 다가오려 하자 그녀는 손끝으로 단호히 가리켰다.“한 발짝이라도 더 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지금 바로 경찰 부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알아.”그 말에 박지안은 겁먹은 듯 그대로 멈춰 섰다.임서율은 차분하게 휴대폰을 꺼내 하도원에게 전화를 걸며 싸늘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홅었다.“도원 씨, 이쪽으로 잠깐 와봐요. 보여줄 사람이 하나 있어요.”“알겠어.”하도원은 더 묻지 않았다. 하지만 임서율의 차가운 어조만으로도 상황의 심각함을 알아챘다.그는 방에 도착한 후 박지안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불쾌한 어조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박지안, 네가 여기 왜 있어?”박지안은 하도원을 보자마자 잔뜩 겁먹었다.“오빠...”“박지안, 누굴 오빠라고 부르는 거야? 우리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거 잊었어?”박지안의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는 입술을 세게 깨물며 고개를 흔들었다.“오빠, 제발 믿어줘. 이번 일은 나랑 아무 상관없어. 다 성이안이 한 거야. 걔가 오빠를 좋아해서 나한테 임서율을 없애는 걸 도와달라고 했어. 그래야 오빠를 완전히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고...”성이안은 박지안이 순식간에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자 놀라움을 넘어 깊은 실망을 느꼈다.“박지안, 너, 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일이 터지니까 책임을 전부 나한테 미루겠다는 거야? 송두식은 누가 데려온 건데? 바로 너잖아! 오늘 밤 일어난 일들, 전부 네가 만든 일이잖아!”“왜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려? 일이 들통나니까 이렇게 나오는 거야? 나는 너를 위해 이런 위험까지 감수했는데! 박지안, 우리 제일 친한 친구라며!”임서율은 그 말을 듣고 감동은커녕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둘 다 참 한심하네요. 우정이 무슨 모래로 만든 것도 아니고...”“성 대표, 당신은 일도 잘하고 센스도 좋죠. 제대로만 나아가면 앞으로 훨씬 잘 될 텐데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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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하지만 내가 정말 예상 못 한 건, 서율 씨가 나를 구하려고 몸을 던졌다는 거야. 그걸 본 순간, 난 확신했어. 서율 씨는 박지안이 말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너, 임서율 안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래? 그 여자의 가식에 속지 마!”박지안은 다급하게 외쳤고 얼굴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지금의 성이안은 누구보다 정신이 또렷했다.“그래, 처음엔 나도 흔들렸어. 네가 모든 책임을 내 탓으로 돌릴 때까지만 해도 서율 씨를 의심했어. 하지만 이젠 확실해.”“서율 씨는 좋은 사람이야. 반대로 넌 처음부터 나를 친구로 생각한 적이 없었지. 그저 이용했을 뿐이야.”사실이었다.박지안에게 성이안은 처음부터 임서율을 무너뜨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도구마저도 이제 제 기능을 잃고 말았다.지금은 이 상황에서 서둘러 벗어나야 했다.박지안은 재빨리 하도원을 보며 애원했다.“오빠, 제발 믿어줘. 난 정말 몰랐어. 성이안이 임서율을 질투해서 그랬던 거야. 난 그저 너무 불쌍해서 도와준 것뿐이고. 그 사람을 소개해준 것까진 내가 했지만 그다음 일들은 전부...”“입 다물어. 이미 경찰에 신고했으니까 이제부터는 경찰이 처리하겠지. 네가 둘러댄다고 달라질 건 없어.”“진명진도 지금 미친 듯이 진짜 배후를 찾고 있어. 그래야 동생이 나올 테니까.”그의 단호한 선언에 임서율도 순간 놀랐다. 그녀는 복잡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사실 그녀가 직접 신고해도 됐었다.하지만 굳이 하도원을 불렀던 건 그와 박지안 사이의 지난 인연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박지안의 어머니가 하도원을 여러 번 도왔던 것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가 마음의 빚 때문에 망설일까 봐 선택권을 그에게 넘긴 것이다.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임서율은 그걸 존중하려 했다.그건 그가 자신을 위해 재호 그룹까지 포기했던 그 선택에 대한 답례이기도 했다.물론 그녀도 완전히 이타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도원이 지금껏 힘들게 세워온 커리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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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성이안은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감옥이나 경찰서를 생각만 해도 질색인 그녀에게 하도원이 직접 신고했다는 말은 청천벽력처럼 들렸다.그녀는 그의 셔츠 끝자락을 부들부들 움켜쥐며 애원했다.“도원 씨, 제발 이번 한 번만 봐줘. 나 정말 그런 뜻 아니었어. 난 그저 박지안 말에 속았을 뿐이야. 서율 씨를 해칠 생각은 없었어. 진짜야.”하도원은 성가시다는 듯 그녀의 손을 떼어냈다.“그만해, 성 대표.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본인이 더 잘 알 거야.”어떤 말은 대놓고 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었다.성이안 역시 사심이 있었다. 하도원이 임서율을 사랑한다는 것도, 그녀가 그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사람 마음이란 참 묘해서 자기가 얻지 못한 건 남에게도 절대 주기 싫은 법이다.잠시 후, 경찰이 도착했다. 놀랍게도 어제 송두식 사건을 담당했던 바로 그 두 명이었다.그들은 하도원과 임서율, 그리고 성이안을 보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다.그들은 이미 진명진에게서 하도원의 정체를 전해 들었다. 이 사람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던 찰나, 또다시 그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뒤돌아 나가려 했지만 하도원이 그들을 불렀다.“두 분, 신고 접수 못 받으셨나요?”그 말에 두 경찰은 얼어붙었다. 그들은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돌아섰다.“아... 예, 신고하신 분이셨군요. 그럼 이 두 분 맞습니까?”그들은 눈치가 빨랐다. 어제 이미 하도원과 임서율의 관계를 눈여겨봤기에 하도원이 자기 여자 친구를 경찰에 신고할 리 없다고 확신했다.결국 시선은 성이안에게로 향했다.성이안은 질겁하며 급히 뒷걸음질 쳤는데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얗게 질렸다.“이건 오해예요!”그러나 경찰은 담담히 말했다.“조사는 우리가 합니다. 오해라면 밝혀지겠죠.”순식간에 수갑이 채워졌고 박지안도 예외가 아니었다.끌려가던 박지안은 마지막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오빠, 너무해!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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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어쨌든 피를 나눈 친척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관계를 완전히 끊는 건 쉽지 않다.그런데 하도원은 단호하게 선을 긋고 그 어떤 감정에도 휘둘리지 않았다. 그게 바로 임서율이 그를 가장 존경하는 이유였다.하도원 역시 그녀의 생각을 이해했고 묵묵히 존중해 주었다.그는 따뜻한 손바닥으로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응, 알아. 이제 걱정 마.”그제야 임서율은 긴장되어 있던 표정을 서서히 풀었다.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무언가가 녹아내렸다.그녀는 하도원의 품에 기대어 두 팔로 그의 허리를 꼭 감쌌다. 그의 체온과 향기는 이상할 만큼 편안했다.잠시 후, 진승윤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이번엔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듯, 그는 조용히 뒤돌아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임서율이 그를 불러세웠다.“진 비서님.”그는 걸음을 멈추더니 얼른 몸을 돌려 임서율을 바라봤다. 이전의 일을 떠올렸는지 이번에 그는 다급히 해명부터 내뱉었다.“저 두 분을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임서율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알아요, 그냥 묻고 싶어서요. 비행기표는 다 예매했어요?”“예, 두 분 표는 모두 예약했습니다. 다만 성 대표님 표는 신분증이 없어서 못 했습니다.”하도원은 몸을 돌리며 말했다.“성 대표 표는 살 필요 없어. 당분간은 해외에서 못 나갈 테니까.”“예, 알겠습니다.”진승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대표님, 사실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송두식 건 조사할 때, 성 대표님이 조금 수상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너무 급해서 보고를 못 드렸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성 대표님 방에는 밤마다 누군가 찾아왔고 CCTV로 확인해도 신원이 불분명했습니다. 여성으로 보였지만 이 일과 연관짓지 못했거든요.”하도원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내가 전에 뭐라고 했지? 무슨 일이든 새로운 단서가 생기면 즉시 보고하라고 했잖아.”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었다.진승윤은 식은땀을 흘리며 꼿꼿이 서 있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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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이제 됐어요. 나쁜 일도 다 지나갔잖아요.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얼른 짐 싸요.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난 단 1초도 더 있고 싶지 않으니까요.”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도시에 발을 들인 뒤로 좋은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왠지 이곳이 그녀와 궁합이 안 맞는다고까지 느껴질 정도였다.하도원도 더는 망설이지 않고 임서율과 짐을 정리한 후 직접 공항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하도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화면을 확인하더니 잠시 망설인 끝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임서율은 무심코 화면을 스쳐봤고 발신인이 하정화라는 것을 발견했다. 굳이 듣지 않아도 이번 통화가 평범하게 끝나지 않으리란 걸 그녀는 예감했다.지난 일들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했는데 이번엔 하도원이 박지안을 직접 경찰에 넘긴 상태였다. 만약 박지안이 주범으로 몰리면 구속은 물론 실형까지 나올 수도 있었다.그건 하정화에게 치명적인 충격이었다.“하도원!”휴대폰 너머로 날카로운 고함이 터졌다.“너 도대체 무슨 짓이야? 우릴 전부 망쳐야 속이 시원하겠니? 난 이제 그 애 하나밖에 없어! 너 그 애마저 빼앗을 거야?”거친 비난이 쏟아졌지만 하도원은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고모, 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계시잖아요. 경찰에서도 이미 다 설명했을 겁니다. 자세한 건 박지안한테 직접 물어보세요.”하지만 하정화는 분노와 억울함에 사로잡혀 하도원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 모든 책임을 임서율 쪽으로 떠넘겼다.“내가 모를 줄 알아? 다 그 여자 탓이잖아! 너희 둘이 내 딸을 눈엣가시로 여겼으니 결국 없애려는 거 아니야?”“지안이는 아직 어린데, 그런 짓을 벌인 것도 분명 성이안이라는 애가 꼬드긴 걸 거야!”그 말을 들은 임서율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새어나왔다.그래서 박지안이 저 모양이었다. 딸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다면 그 애가 바르게 자라기란 애초에 어려운 일이었다.하도원도 더는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고모, 그런 말 하려고 전화하신 거면 그만하세요. 이 일은 경찰에서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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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하정화는 그 말을 남기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하도원의 미간은 단단히 찌푸려졌고 표정은 시꺼멓게 변했다.방금 통화 내용을 그대로 들은 임서율은 잠시 하도원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우리 그냥 고소 취하할까요? 어차피 그 일도 결국 자작극이잖아요. 나도 크게 다친 건 아니고요.”그 말에 하도원은 그녀에게 엄숙히 말했다.“임서율, 크게 안 다쳤다니? 그날 죽음 직전의 공포, 벌써 잊었어?”“내가 병원에 데려갔을 때 의사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늘 침착하고 절제된 하도원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감정이 폭발했다. 이마의 핏줄이 불거지고 낮게 깔린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거칠었다.그가 정말 화가 났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린 임서율은 조심스레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당신이 나 생각해서 그러는 거 알아요. 내가 말실수했어요. 도련님, 그만 화내요.”“하지만 당신도 들었잖아요. 박지안을 풀어주지 않으면...”“나도 알아. 하지만 이번 일은 타협할 수 없어. 내가 고소를 취하한다고 해서 박지안이 진심으로 반성할 거란 보장은 없어. 그리고 만약 앞으로도 네 등 뒤에서 또 뭔가 꾸민다면?”“지금 걔를 풀어주라는 건 결국 네 목숨을 걸라는 말이야. 그건 절대 못 해.”하도원의 태도는 명확했다. 그는 하정화의 협박 한마디로 원칙을 꺾을 생각은 없었다.이번 일은 그에게 하나의 경고였다. 만약 다시 방심하면 임서율의 목숨이 언제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임서율 역시 박지안의 잔혹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하도원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목숨쯤은 아무렇지 않게 내던질 여자였다.한 번 누군가의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는 사람은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선을 지키지 않는다.그런 사람은 곁에 둘수록 더 큰 위험이 될 것이다.“도원 씨 말이 다 맞아요. 하지만 지금은 일단 눈앞의 문제부터 생각해야 해요. 겨우 성 대표 쪽과 계약을 맺어서 회사 위기도 한숨 돌렸는데, 이 상태에서 사람이 다치기라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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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하도원은 자연스럽게 몸을 기울여 그녀의 다리에 머리를 기댔다.순간, 임서율은 다리 위로 묵직한 무게가 눌려오는 걸 느끼며 가늘게 숨을 들이켰다.“읏”...조금, 아니 꽤나 무거웠다.하지만 키가 190 가까운 남자에게 이 정도면 오히려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임서율은 다리에 피가 쏠리는 걸 꾹 참으며 공항에서 아파트까지 버텼다. 그래도 하도원이 오랜만에 숙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 고생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그의 불면증은 꽤 심했다. 보통 사람보다 수면 시간이 절반은 짧았고 업무가 몰릴 땐 며칠을 거의 못 자는 날도 많았다.하도원이 눈을 떴을 땐 임서율이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앉으며 깊게 숨을 내쉬고는 무심히 그녀의 다리를 손끝으로 살짝 눌렀다.임서율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며 피했다. 다리 깊숙한 곳에서 전해진 묘한 전율에주먹이 절로 움켜쥐어졌다.‘저릿해...’겉으로는 최대한 태연한 척했지만 하도원의 예리한 눈은 이미 그 작은 반응까지 놓치지 않았다.그의 시선이 그녀의 다리에 머물렀다.“저려?”임서율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조금요.”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그럼 깨웠어야지.”임서율은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며 조용히 말했다.“당신이 너무 깊이 자고 있어서 깨우기 미안했어요.”하도원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머리 위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너 자신부터 챙겨, 알겠지?”그 말에 임서율은 잠시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내가 안아줄게.”“괜찮아요, 혼자 걸을 수 있어요.”그녀는 민망한 듯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지만 하도원은 이미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차에서 내렸다.그 모습을 본 진승윤이 재빨리 따라 내려오며 말했다.“대표님, 짐은 제가 옮기겠습니다.”“그래.”임서율은 그의 품 안에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전통적인 성격 탓에 이런 공개적인 애정 표현은 여전히 어색했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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