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우리 사이에 끼어들지 마: Chapter 31 - Chapter 37

차승혁의 시선에 권희연의 귓불은 마치 예성의 한 여름날 노을처럼 선홍빛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권희연은 차승혁의 서류 가방을 받으며 어색하게 말했다.“당신을 부른 게 아니에요.”아마 밖에 눈이 와서 추운 탓인지, 서류 가방에는 서리가 앉은 듯 차가웠다.차승혁은 검은색 캐시미어 코트의 단추를 하나씩 풀며 안쪽을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권희연에게 시선을 돌리며 농담을 건넸다.“나를 부른 게 아니면 혹시 방에 다른 남편이라도 숨겨져 있다는 거예요?”차갑게 느껴지는 말투 때문인 건지 아니면 그녀가

그날 밤 꿈속에서 권희연은 끊임없이 외쳤다.“여보, 스카이브릿지에서 며칠 동안 촬영할 수 있을까요?”꿈속에서 차승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금테 안경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저를 뭐라고 부른 거예요?”깜짝 놀란 권희연이 잠에서 깨자, 날은 이미 밝아져 있었고 차승혁은 언제 일어난 건지 옆에 없었다.온밤 꿈꾸느라 피곤했지만, 오늘은 촬영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권희연은 급히 일어나 미리 준비해 둔 짐을 챙겨 차를 몰고 현장으로 향했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이미 와 있던 허가인은 권희연을 보며 수상한 미소를 지었다.“어머, 늦었네?

전화를 끊은 뒤, 차승혁은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연말이라 각 부서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바쁜 시기였기에, 김훈은 차승혁이 누군가의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러는 줄 알고 긴장감을 풀지 못한 채 지시를 기다렸다.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차승혁이 입을 열었다.“훈아.”“네, 대표님.”“표정 이모티콘을 어떻게 보내는 거야?”김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표정 이모티콘이요? 카오모지를 말씀하시는 거예요?”이모티콘이라는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승혁의 차분한 목소리에 김훈은 어안이 벙

다음 날, 차승혁의 촬영 현장 방문은 예상대로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기자가 찍은 사진 속,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서로를 꼭 안고 있었고, 이는 최근에 올라온 곽태민과의 사진에 대한 대답이었다.언제나 그랬듯, 이 소동도 며칠이 지나자 서서히 잊혀 갔다.11월 말, 당일 촬영을 마친 권희연은 차승혁과 함께 차씨 가문을 방문했다.최근 권희연의 과거가 화제로 올랐던 터라 차씨 가문 사람들의 태도가 어떻게 변했을지 예상할 수 없었던 그녀는 이번 식사 자리가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차에서 내린 권희연은 평소처럼 차승혁의 팔짱을 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