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훈은 검은색 고급 세단에 몸을 기댄 채 서 있었다.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차와 느긋하게 다리를 꼬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정교한 유화 같았다.옅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에서는 남다른 매력이 뿜어져 나왔는데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절로 멈췄다.이연우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정중히 인사했다.“서 대표님,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그 호칭을 듣는 순간, 서지훈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그러나 이내 감정을 추스르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연우 씨, 심성 그룹에서 퇴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시죠? 혹시 제 비서가 되어 주실 수 있을까요?”“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다만 집까지 직접 오실 필요까지야...”이연우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서웅 그룹의 대표가 직접 그녀 집 앞까지 찾아오다니, 과한 정성이 아닌가 싶었다.“직접 찾아와야 제 진심을 전할 수 있겠죠.”말을 마치고는 서지훈은 우아하게 차 안에서 한 장의 계약서를 꺼내 이연우에게 내밀었다.“입사 계약서는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원하실 때 언제든 출근하시면 됩니다.”어제 방현준이 이연우를 대하는 태도에서 서지훈은 미묘한 감정을 눈치챘다.서지훈은 늘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여자 문제에서도 절대 방현준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서 대표,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이 비서님은 왜 찾아온 거야?”방현준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서지훈은 그 소리를 듣고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이연우의 집에서 내려오는 방현준을 보는 순간, 미간이 단단히 좁혀졌다.‘혹시 두 사람 동거 중인가?’그 생각이 스치자 마음이 쓸쓸해졌다.방현준은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입가에 얄미운 웃음을 머금은 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이연우에게 일부러 친근한 투로 말했다.“어제 말했잖아요, 오늘 아침에 고기국수 먹고 싶다고요. 왜 아직 안 끓였어요?”그러면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기대 어린 눈빛까지 보냈다.마치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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