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빈은 서환희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과 마음에는 오직 이연우만이 가득했다.그는 옆에 두었던 봉투를 들더니 정성스레 포장된 도시락을 꺼내 이연우에게 내밀었다.“연우야, 네가 좋아하는 우설이야. 네가 자주 가던 그 집에서 포장해 온 거야.”그는 마치 칭찬받길 기다리는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이연우는 도시락을 바라보다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왜 또 우설이야. 이러다가 우설이 남아나질 않겠네.’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남지혜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섰다.“심 대표님, 이제 그만하세요. 연우가 우설을 먹고 싶다고 하면 알아서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니까요.”남지혜는 태연하게 말을 흘리면서도 손가락으로 슬쩍 주방 쪽을 가리켰다.그곳에는 이미 누군가가 보내온 우설이 놓여 있었다.하지만 정작 그게 누구의 선물인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말끝을 흐렸다.애매하게 던진 그 한마디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듯 심형빈의 마음을 흔들었다.순간 위기감이 몰려왔다.심형빈은 주변을 훑어보았다.이 자리에 있는 남자들은 모두 만만찮은 상대들이었다.사회적 지위도 집안 배경도 그와 대등했다.게다가 심형빈은 이연우의 전남편이라는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그 사실이 무엇보다 뼈아팠다.하지만 단 한 가지, 이연우를 잘 알고 있다는 점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믿었다.그러나 이연우는 심형빈이 내민 도시락을 받지 않았다.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단호하게 말했다.“형빈 씨, 여기는 내 개인적인 공간이에요.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불쑥 찾아오지 마세요.”“연우야, 우리 둘 다 지금 솔로잖아. 왜 내가 너에게 다가가면 안 되는데?”심형빈은 체면을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오히려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 뻔뻔하게 이 자리에 눌러앉을 기세였다.이 모습을 본 남지혜는 속으로 혀를 찼다.세 명의 짝사랑 남과 전남편의 난전이라니. 이건 웬만한 드라마보다 훨씬 자극적인 전개였다.소설이라 해도 이렇게 과감한 전개는 쉽게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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