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피와 먼지로 얼룩진 옷차림을 내려다보며 짧게 숨을 고른 뒤, 방으로 들어가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러고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이연우의 집으로 향했다.문 두드리는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문을 연 이연우는 눈앞에 선 방현준을 보고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창백한 얼굴에 피곤이 묻어나는 모습이 낯설게 다가왔기 때문이다.“방 대표님, 또 무슨 일 있으세요?”오늘 집안은 유난히 시끌벅적했다.손님들이 끊임없이 들락날락,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한 풍경이었다.“저희 집 유리가 깨졌거든요. 오늘 이 비서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을까요?”방현준은 입가를 살짝 올리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이연우는 코웃음을 살짝 흘리며 말했다.“방 대표님, 그 말 믿으라고 하시는 거예요?”그녀의 입장에서는 유리 깨진 걸 이유로 남의 집에 묵겠다는 건 너무 억지스러웠다.오고 싶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될걸, 왜 그렇게 허술한 핑계를 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방현준은 이연우가 쉽게 믿지 않을 거란 걸 미리 알아챈 듯 휴대폰을 꺼내 찍은 집 안 사진을 보여주었다.거실은 엉망이었고 통유리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이연우는 사진을 보고 눈을 살짝 크게 떴지만 쉽게 굴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고는 다시 말했다.“강 비서님 집도 바로 아래층이잖아요. 혹시...”“이 비서님, 제 팔이 아직 다 낫지 않았다고요.”방현준은 이연우의 말을 끊으며 다친 팔을 살짝 들어 보였다.그 한마디에 이연우는 순간 멈칫했다.그렇다. 방현준의 팔은 깁스를 풀었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지금 생각해 보니 방금 자신이 했던 말이 조금 무례하게 느껴질 법도 했다.이연우는 얼굴에 살짝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하지만 곧 문을 열며 정중히 허리를 숙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으로 들어오세요. 대표님께서 저희 집을 찾아와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방현준은 아무 말 없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배가 고파 고기국수를 먹겠다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익숙하게 침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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