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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Author: 디어파이어
순간, 정승주의 뇌리에는 이연우의 얼굴이 스쳤다.

갑자기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방금 그 여자가 정말 호의로 물건을 전해주고 간 걸까?

그런데 마침 룸에서 들려온 조롱 섞인 대화를 듣고 화가 나서 옷을 밖으로 던진 걸까?

“보아하니 네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 제법 앙칼진 성격이잖아?”

손준호는 정승주의 표정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며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테이블 위에 던졌다.

하지만 그 순간, 정승주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투와 선글라스를 집어 들더니 손준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곧장 문을 향해 걸어갔다.

“승주야, 어디 가는 거야?”

손준호는 놀라서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정승주의 급히 사라져가는 뒷모습뿐이었다.

정승주는 성큼성큼 바를 빠져나왔다.

그러나 거리에는 이미 이연우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

이연우는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 하얀 머리 남자의 행태가 떠올랐는데 생각할수록 속이 뒤집혔다.

현관문을 세게 닫아버린 뒤, 가방을 소파에 내던지고는 그대로 축 늘어져 앉았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이연우는 의아한 마음으로 현관에 다가가 구멍 사이로 내다봤다. 택배 기사가 서 있었다.

문을 열자 택배 기사는 곧바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이연우 씨 맞으시죠?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여기 사인해 주시겠어요?”

그는 가방에서 작은 상자와 송장을 꺼내 건넸다.

이연우는 물건을 받아 들고는 또박또박 사인을 한 뒤, 상자를 들고 거실로 돌아왔다.

소파에 앉아 호기심을 안고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얇은 서류 뭉치가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이혼확인서’라는 글자가 불빛 아래 또렷하게 빛났다.

이연우는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마침내 끝이 났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생각보다 이혼확인서가 빨리 도착해 있었다. 그만큼 심권석도 빠르게 움직였다는 것을 뜻했다.

이연우는 조심스레 이혼확인서를 들어 올렸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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