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 후의 꽃길 / Chapter 131 - Chapter 140

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131 - Chapter 140

292 Chapters

제131화

정오가 가까워지자 방현준은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눈에는 아직 몽롱함이 남아 있었고 방형준은 이마를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방형준은 몸을 조금만 움직였는데도 머리 위로 서늘한 느낌이 들었고 손을 올려 만져보니 축축한 수건이 얹혀 있었다.잠시 멈칫한 방현준의 시선이 곁으로 옮겨졌다.침대 머리맡 테이블에는 불어 터져 국물이 뿌옇게 변해버린 고기국수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엔 아직 김이 살짝 맺혀 있는 물컵과 조용히 놓여 있는 약상자가 자리하고 있었다.그 광경을 바라보는 순간 방현준의 가슴에 알 수 없는 온기가 차올랐다.하지만 방 안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연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침대에 몸을 기대자 어젯밤의 장면이 떠올랐고 분주히 움직이던 이연우의 모습이 선명하게 스쳤다.그런 생각을 하자 방형준은 저도 모르게 입가가 느슨하게 올라가며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곧 그는 이불을 젖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방문을 열자 고소한 향이 코끝을 찔렀고 부엌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왔다.이연우는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니 수염이 듬성듬성 자란 방현준이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이연우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표정을 다잡고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현준 씨, 이제 깨어나셨군요.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못 드셔서 몸보신하시라고 국을 좀 끓였어요.”이연우는 말하면서 냄비 속을 살피고 국자로 뼈를 저으며 우러나오는 향을 더 진하게 만들었다.“어젯밤에 우리... 키스했어요?”방현준은 이연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러자 이연우의 손이 덜컥 굳어서 멈췄고 눈이 크게 떠졌다.잠시 후 이연우는 표정을 억눌러 담담하게 고개를 돌리며 대꾸했다.“대표님, 아직도 열 때문에 정신이 혼미하신 거 아니에요?”“정말 하지 않았어요?”방현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었다.‘분명히 따스한 감촉과 부드러운 입술이 기억에 선명한데 그게 꿈일 리가...’이연우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냄비로 시선을 돌렸다.“어제 대표님은 집
Read more

제132화

방현준은 옆에 있던 국자를 들어 국을 한 그릇 떠서 휘휘 저으며 태연하게 말을 꺼냈다.“저는 연우 씨가 제 비서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그럴 수 없어요!”이연우는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어제는 서지훈의 제안을 똑같이 거절했는데 오늘 방현준 쪽으로 간다고 하면 결국 서지훈의 얼굴에 대놓고 먹칠하는 셈이었다.두 사람 모두 한 번 발을 구르면 업계 전체가 흔들리는 인물들이었기에 누구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앞으로 이 바닥에서 발붙이기 어려울 게 분명했다.“연우 씨, 다시 생각해 보세요.”방현준은 여유롭게 그릇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심형빈은 지금 온 신경이 연우 씨한테 가 있잖아요. 차라리 제 옆에 있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러면 심형빈도 매일 찾아와 귀찮게 굴 일 없을 겁니다.”“피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또 오면 그냥 문 잠그고 안 나가면 되잖아요. 아니면 이사 가든가요!”이연우는 말하면서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방현준은 그릇을 내려놓고 눈을 똑바로 맞췄다.“심형빈 때문에 이렇게 좋은 집을 포기할 필요 없잖아요.”그 말에 이연우의 동작이 순간 멎었다.이연우는 집을 살 때 얼마나 좋은 조건에 잡았는지 떠올리자 괜히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연우 씨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요.”방현준은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이며 목소리를 한결 낮췄다.“서지훈이라고 해서 제가 연우 씨를 비서로 두었다고 보복할 사람 아니에요.”이연우는 늘 남의 눈치를 보며 고민하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편이었고 방현준은 그 성격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게다가 저의 팔도 연우 씨 때문에 다친 거잖아요.”방현준은 다친 팔을 살짝 흔들어 보이며 덧붙였다.“이 정도 은혜면 갚는 게 당연하죠. 서지훈이 질투 난다면 걔도 팔 하나쯤 부러뜨리고 와서 말하라고 하세요.”“진짜 말하는 꼴 하고는...”이연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속으로 투덜댔다.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방현준이 자신을 지키다 다친 건 사실이었으니 그 은혜를 그냥
Read more

제133화

“그럼 이제 짐 좀 챙겨요. 오늘 밤은 저랑 같이 집에 갑시다.”방현준은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집에 유리창 깨졌다면서요?”이연우는 눈썹을 찌푸렸다.‘설마 나보고 유리까지 갈아 끼우라는 건 아니겠지?’“제가 말한 건 방씨 가문의 본가예요.”방현준은 태연하게 대답했고 그제야 그는 손에 감겨 있는 리본 매듭의 붕대를 보았다.어딘가 촌스러우면서도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전해져서 마음 한편이 알 수 없이 간질거렸다.“방씨 가문의 본가요?”이연우는 방현준의 말을 듣자 눈이 휘둥그레졌고 놀람과 호기심이 한꺼번에 밀려왔다.‘세상에... 외부 사람은 단 한 번도 발을 들인 적이 없다는 그 방씨 가문의 본가 말이야?’옛날에 왕족이 살던 저택이라 역사가 깊고 기품이 깃들어 있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고 몇 번이나 방송국에서 촬영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퇴짜 맞은 곳이었다.‘그런 곳을 내가 직접 들어가게 된다니!’순간 이연우는 스프링처럼 벌떡 일어났고 후다닥 방현준 옆으로 다가가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앉더니 그를 향해 다소곳하게 다리를 주물렀다.“대표님, 안에 들어가서 사진 몇 장만 찍어도 될까요?”“그래요.”방현준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다만, 집안 사람들이 이연우를 보고 지나치게 호들갑만 떨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그날 저녁, 이연우는 들뜬 마음으로 방현준의 운전기사가 되어 본가로 향했다.방씨 가문 본가.차에서 내린 순간, 이연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눈앞에는 고풍스러운 대문이 높게 솟아 있었고 묵직한 문짝에는 금빛 못이 줄지어 박혀 있어 웅장함이 압도적으로 느껴졌다.정말 왕궁의 정문이라 해도 믿을 법한 대단한 위세였다.이연우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벅찬 감정을 느꼈고 급히 휴대폰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대문을 몇 장 찍어 두었다.눈앞의 장관에 넋이 나간 채 몰두하느라 이연우는 곁에 늘어선 고급 승용차들이나 안쪽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시선은 알아차리지 못했다.그곳 사람들이 모두 방현준의 여자
Read more

제134화

‘진짜 길을 잃을 줄이야...’두 눈이 휘둥그레진 이연우는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순간 마음속 깊이 후회가 밀려왔다.아까 방현준이 내민 손을 뿌리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진 않았을 텐데.‘정말... 방현준은 어쩜 그렇게 속이 좁을까!’이연우는 심호흡을 길게 하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복도를 따라 앞으로 걸었다.하지만 끝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갈림길이 나타나자 그대로 멍해졌다.처음 와 본 곳이라 구조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이연우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결국 허둥대며 중얼거렸다.“가위바위보도 아니고 그냥 찍어서 정해야겠어...”이연우는 눈을 감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돌리다 무작정 한쪽을 가리켰다.눈을 뜨니 자기 손은 두 번째 길을 가리키고 있었고 이연우는 이를 악물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운명은 장난을 치듯 또다시 이연우를 엉뚱한 곳으로 이끌었다.복도 끝에서 이연우가 마주한 건 끝없이 펼쳐진 커다란 정원이었다.짙고도 그윽한 꽃향기가 사방에 퍼져 코끝을 감싸고 갖가지 꽃이 한껏 피어나 마치 꽃바다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이제 진짜 길 잃었네...”이연우는 허겁지겁 휴대폰을 꺼내 방현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들려온 건 장난기 어린 목소리였다.“아이고, 우리 이 비서님, 길을 잃은 모양이죠?”“현준 씨, 제가 잘못했어요. 괜히 까다롭게 굴었어요. 제발 저 좀 구하러 와주세요!”이연우는 울먹이며 매달렸고 조급한 마음과 후회가 가득 묻어났다.“거기 가만히 있어요.”방현준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뚝 끊었다.“아직 위치도 안 알려드렸는데요!”통화음이 끊긴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이연우는 발을 동동 굴렀다.“정말이지... 방현준, 저주할 거야! 앞으로 먹는 라면마다 수프가 없기를! 화장실 볼일 보고 나서는 휴지도 없을 거야!”“아가씨, 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곤란하지 않겠어요?”문득 등 뒤에서 차분하면서도 낮은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화들짝 놀라 온몸이
Read more

제135화

“아가씨의 눈에는 방현준이라는 남자가 어떻게 보이나요?”노인은 들고 있던 삽을 천천히 내려놓더니 여유로운 동작으로 이연우를 바라보았다.“방현준이요?”뜻밖의 질문에 이연우는 순간 의아함을 느꼈다.‘왜 굳이 자기에게 이런 걸 묻는 걸까?’이연우는 금세 표정을 정리하고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재계의 선두 주자이자 하늘이 특별히 아낀 듯한 인물인 동시에 정말 인재 중의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방 대표님의 지위야 굳이 제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알지 않겠습니까?”“제가 묻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에요. 기자들이 써 내려간 기사 말고 아가씨 마음속의 진짜 생각을 말해보세요.”노인은 미간을 좁히며 손을 내저었고 그의 눈빛에는 아쉬움이 어려 있었다.그 말이 떨어지자, 장미 담장 뒤에서 막 걸어오던 방현준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차분하던 움직임이 뚝 끊기고 방현준은 마치 땅에 붙은 듯 꼼짝하지 않은 채 귀를 곤두세웠다.이연우가 내놓을 대답 중에 한 글자도 놓치기 싫은 듯했다.이연우는 조금 전에 방현준의 태도가 떠올라 가슴 속 불만이 치밀었다. 결국 예의를 내려놓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방 대표님은 속이 검고 말은 가시 돋친 데다 수완은 냉정하고 인간미가 없어요. 게다가 또...”“하하하!”이연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인은 작은 의자에 앉아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허허, 방현준이란 사람이 그런 남자라니... 그런데도 왜 그 곁에 붙어 있는 거죠? 혹시 돈을 넉넉히 주니까 그런 건가요?”노인은 웃음을 가까스로 거두고 다시 물었다.그 질문에 이연우는 방현준이 자신을 위해 보여줬던 순간들이 떠올라 가슴이 차분해졌다.불만은 서서히 가라앉고 대신 깊은 고마움이 차올랐다.이연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렇지만... 현준 씨는 세심하고 따뜻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아이 같기도 해요. 무엇보다 어떤 일을 하든 수많은 결과를 먼저 생각하고 늘 옳은 선택을 해요.”이연우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손을 내밀어준 것도 위태로운 순
Read more

제136화

방현준의 말투에는 존경이 가득 묻어 있었다.“방금 이 아가씨를 만났는데 꽤 흥미롭더구나. 준이는 역시 눈썰미가 아주 좋네!”노인은 온화한 미소를 띠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옆에 놓인 장갑을 챙겨 들고는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느긋한 걸음으로 먼저 자리를 떠났다.이연우는 고개를 숙인 채 괜스레 긴장과 불안이 몰려왔고 조심스레 방현준을 힐끗 바라보다가도 얼른 시선을 내리깔며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연우 씨!”방현준이 갑자기 또렷한 목소리로 불렀다.“네!”이연우는 반사적으로 손을 번쩍 들며 대답했고 움직임은 군인처럼 빠르고 또렷했다.방현준은 손을 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따라와요.”이번만큼은 다시 길을 잃고 싶지 않았던 이연우는 망설임 없이 방현준의 손을 잡았다.이연우의 작고 여린 손은 단단하고 큰 방현준의 손과 비기면 선명한 차이가 있었다.방현준의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는 순간, 이연우의 얼굴은 익은 사과처럼 붉게 달아올랐다.정원을 지나 긴 복도의 끝에 닿자 눈앞에는 고풍스러운 저택이 모습을 드러냈다.담벼락에는 초록 덩굴이 가득 뻗어 있었고 지붕은 푸른 기와로 덮여 있어 고아하면서도 남다른 품격이 느껴졌다.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목을 길게 빼고 들여다본 이연우는 안쪽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걸 확인했다.그중 정면의 상석에는 중산복 차림의 사내가 앉아 있었는데 고상한 풍모와 기품이 고스란히 풍겨 나와 마치 옛 왕족을 연상케 했다.“대표님...”이연우는 순간적으로 방현준의 옷소매를 살짝 당기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응?”“저 안에 들어가면... 절이라도 해야 하나요?”이연우는 난생처음 보는 장면에 얼이 빠져 있었다.그제야 깨달았다. 방현준의 집안 배경은 심형빈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심형빈이 감히 두 거대 가문을 집어삼켜 해성시의 주인이 되겠다고 꿈꿨던 건 결국 허황한 망상이었다.그 순간 방현준이 걸음을 뚝 멈췄다.미처 대비하지 못한 이연우는 방현준의 등에 그대로 부딪혀 코끝이 시큰해지고 눈가가 젖
Read more

제137화

이연우는 환하게 웃으며 정성스레 인사했다.“대표님의 누나 맞으시죠? 정말 너무 아름다우세요.”나정윤은 순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곧장 웃음을 터뜨렸고 입을 손으로 살짝 가리며 어깨를 들썩이고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나, 아가씨는 참으로 말도 곱게 하는구나. 내가 정말 그렇게 젊어 보여?”“엄마.”옆에 있던 방현준이 못마땅한 기색으로 단호히 불렀다.그제야 나정윤은 웃음을 거두려 애쓰며 여전히 환한 얼굴로 자신을 소개했다.“나는 준이 엄마야. 이름은 나정윤이라고 해. 앞으로 그냥 언니라고 불러줘. 각자 따로따로 부르면 돼.”나정윤은 눈앞의 이연우가 마음에 쏙 들었다. 예쁘장한 얼굴에 말까지 예쁘게 하니 이대로 집안에 들어오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같은 건 절대 없을 거라 확신했다.“엄... 엄마라고요?”이연우는 눈이 휘둥그레져 입이 절로 벌어졌고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여자의 나이라는 건 끝내 알 수 없는 미스터리구나.’문득 이연우는 임금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늘 관리를 철저히 해서 또래 중에선 단연 돋보였지만 눈앞의 나정윤에 비하면 확연히 차이가 났다.나정윤의 피부는 탄탄했고 몸가짐에서는 우아함이 은근히 배어 나와 이연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때 나정윤이 요술이라도 부리듯 고급스러운 가방 속에서 옥으로 만든 목걸이를 꺼냈다.맑은 빛이 은은하게 퍼지는 값비싼 물건임이 한눈에 드러났다.나정윤은 그것을 이연우 앞으로 내밀며 웃었다.“말고 곱게 했으니 이건 시어머... 아니, 언니가 주는 첫 선물이야.”“이건... 받기가 좀 힘든 것 같네요.”이연우는 잇따라 손사래를 치며 당황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고 뜻밖의 열정적인 환대에 차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물거렸다.게다가 조금 전, 분명 방형준은 분명히 엄마라고 했었다.순간 가슴 깊이 묘한 감정이 스쳐 갔다.‘이거... 혹시 남자 친구 집에 인사 오는 분위기 아니야?’“괜찮아. 난 아가씨가 무척 마음에 들어.”나정윤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Read more

제138화

‘강한 적은 두렵지 않지만 허술한 아군이 더 큰 재앙이라고... 내 연애 길도 꼬일 대로 꼬이겠네.’방현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 이번 일은 따지지 않겠지만 다음부터는 제 동의 없이 마음대로 결정하지 마세요.”이연우는 크게 심호흡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손에 들린 값비싼 선물들을 마치 뜨거운 불씨처럼 조심스레 안고 있던 이연우는 결국 방현준에게 내밀며 되돌려주려 했다.솔직히 말해 방현준이 요즘 보여준 사소한 배려와 불시에 드러내는 따뜻함은 마음 한편에 낯선 파문을 남겼다.하지만 냉정히 따져 보면 자신의 집안과 배경은 방현준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다.게다가 지난 실패한 사랑이 남긴 깊은 상처는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했기에 이연우는 다시는 같은 고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알겠어요.”방현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에는 잠시 어두운 빛이 스쳤다.그 표정을 본 이연우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혹시 내가 말을 너무 세게 한 건가?’그 생각에 이연우는 또 괜스레 불안해져 눈길을 떨구고는 더듬거리며 변명했다.“대표님을 탓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냥 다음에는... 저한테 먼저 말씀해 주세요.”방현준은 잠시 이연우를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결혼하자는 건 미리 상의할까요? 지금 바로 동의해 줄래요?”“헉!”이연우는 말도 안 되는 제안에 놀라다 못해 물이라도 잘못 들이킨 듯 헛기침을 하며 숨이 막혔다.‘내가 왜 아까 순간적으로 마음이 약해져서 불쌍하다고 느꼈지? 내가 무슨 재주로 이 교활한 늑대를 동정하다니... 미쳤어. 정말!’“우리 부모님은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부모님 앞에서만 연기 좀 해주세요.”방현준은 웃음을 거두고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방현준의 눈빛에는 분명한 간절함과 말 못 할 사정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이건 비서가 할 일이 아니에요. 싫습니다.”이연우는 지체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2,000만 원.”순간, 이연우의 눈이 번쩍 뜨였다.단 1초 망설이다가
Read more

제139화

“대표님, 우리 빨리 나가죠.”이연우는 능숙하게 방현준 손에 있던 선물을 다시 챙겨 들었다.이연우는 몸을 살짝 돌려 방현준의 팔을 붙잡으며 손끝을 무심히 움켜쥐었고 그대로 이끌 듯 발걸음을 재촉했다.두 사람이 거실에 들어서자 나정윤이 손님들과 이야기하다가 이연우가 방현준 팔짱을 낀 채 나타나는 걸 보고 얼굴이 환해졌다.“연우야, 어서 와. 아직 밥은 못 먹었지? 일부러 여러 가지 요리를 준비했으니 마음껏 먹어봐.”나정윤은 반갑게 이연우를 불러 세우며 직접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고 이연우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다.이연우가 자리에 앉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이 멎을 뻔했다.긴 식탁 위에는 온갖 요리가 빈틈없이 놓여 있었고 심지어 접시 사이에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그야말로 눈이 어지러울 만큼 풍성했고 음식 냄새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규모만 놓고 보자면 별의별 요리가 다 있는 천상의 밥상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이 많은 음식을 한 입씩만 맛봐도 배가 불러 도저히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부자들의 세계는 도통 이해가 안 가네...’식사 자리는 화기애애했다.이연우의 그릇은 쉴 새 없이 음식으로 채워졌고 여기저기서 젓가락이 날아와 금세 작은 산처럼 쌓였고 너무 많은 나머지 음식이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았다.그제야 이연우는 방현준이 왜 자신을 데리고 온 건지 알 것 같았다.능력 있고 자랑스러운 집안의 후계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집안 어른들에게는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그런 상황에서 이연우가 방현준의 옆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니 모두가 안도하며 기뻐하는 건 당연했다.식사가 끝나자 나정윤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연우 손을 꼭 잡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결국 방현준이 단호하게 이연우를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하자 나정윤은 그제야 마지못해 손을 놓았다.차에 오르자마자 이연우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서둘러 송금 화면을 열어 방현준 쪽으로 내밀었다.“대표님, 언제쯤 돈 보내주실 건가
Read more

제140화

이연우는 휴대폰 화면에서 입금 완료라는 알림이 뜨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며 얼굴 가득 환한 빛을 띠었다.“대표님, 앞으로도 이런 일 있으면 꼭 저한테 맡겨주세요. 제가 특별히 할인해 드릴게요!”이연우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손까지 휘두르며 로또가 당첨이라도 된 듯 기쁨을 드러냈다.‘이 돈은 진짜 벌 만하네!’방현준은 아이처럼 들뜬 이연우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 돈은 진짜 쓸 만하네.’집 앞에 도착하자 이연우가 멈춰 섰는데도 방현준은 여전히 뒤를 따라붙으며 들어올 기세였다.이연우는 눈살을 찌푸리고 재빨리 몸을 돌려 현관 앞을 가로막으며 경계하듯 물었다.“대표님, 집에 창문 유리는 아직도 수리가 안 끝난 거예요?”방현준은 태연하게 대꾸했다.“어제도 저는 고열에 시달렸고 오늘은 본가에 다녀오느라 어디 수리할 틈이 있었겠습니까.”“그럼... 혹시 또 제 집에서 지내실 생각인가요?”이연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200만 원.”방현준은 손가락 하나를 들고 이연우의 앞에서 흔들어 보였다.방현준이 바로 금액을 제시하자마자 이연우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곧장 활짝 웃으며 현관문을 열고 정중하게 손짓했다.“대표님, 어서 들어오세요. 침대 시트랑 이불도 새 걸로 갈아드릴까요?”이연우가 표정을 바꾸는 속도는 책장을 넘기는 것보다도 빨랐다.방현준은 비웃듯 콧소리를 내며 안으로 들어섰다.“배고프네요.”거실 소파에 털썩 앉은 방현준은 두 다리를 꼬고 마치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대표님, 본가에서 음식을 잔뜩 드셨잖아요?”이연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난 배가 터질까 봐 고생할 정도였는데... 방 대표님은 배가 고프다니...’“그 많은 자리에서 누가 저한테 음식 한 번 집어줬습니까?”방현준은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젖히며 불만을 드러냈다.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이연우에게 쏠려 있었고 자신은 투명인 취급이었다는 뜻이었다.“대표님은 손이 있으시잖아요. 직접 집어서 드시면 되죠.”이연우가 허리에
Read more
PREV
1
...
1213141516
...
3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