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길을 잃을 줄이야...’두 눈이 휘둥그레진 이연우는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순간 마음속 깊이 후회가 밀려왔다.아까 방현준이 내민 손을 뿌리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진 않았을 텐데.‘정말... 방현준은 어쩜 그렇게 속이 좁을까!’이연우는 심호흡을 길게 하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복도를 따라 앞으로 걸었다.하지만 끝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갈림길이 나타나자 그대로 멍해졌다.처음 와 본 곳이라 구조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이연우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결국 허둥대며 중얼거렸다.“가위바위보도 아니고 그냥 찍어서 정해야겠어...”이연우는 눈을 감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돌리다 무작정 한쪽을 가리켰다.눈을 뜨니 자기 손은 두 번째 길을 가리키고 있었고 이연우는 이를 악물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운명은 장난을 치듯 또다시 이연우를 엉뚱한 곳으로 이끌었다.복도 끝에서 이연우가 마주한 건 끝없이 펼쳐진 커다란 정원이었다.짙고도 그윽한 꽃향기가 사방에 퍼져 코끝을 감싸고 갖가지 꽃이 한껏 피어나 마치 꽃바다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이제 진짜 길 잃었네...”이연우는 허겁지겁 휴대폰을 꺼내 방현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들려온 건 장난기 어린 목소리였다.“아이고, 우리 이 비서님, 길을 잃은 모양이죠?”“현준 씨, 제가 잘못했어요. 괜히 까다롭게 굴었어요. 제발 저 좀 구하러 와주세요!”이연우는 울먹이며 매달렸고 조급한 마음과 후회가 가득 묻어났다.“거기 가만히 있어요.”방현준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뚝 끊었다.“아직 위치도 안 알려드렸는데요!”통화음이 끊긴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이연우는 발을 동동 굴렀다.“정말이지... 방현준, 저주할 거야! 앞으로 먹는 라면마다 수프가 없기를! 화장실 볼일 보고 나서는 휴지도 없을 거야!”“아가씨, 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곤란하지 않겠어요?”문득 등 뒤에서 차분하면서도 낮은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화들짝 놀라 온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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