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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허리가 아파 움츠러들던 방현준은 그 말에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듯 자세를 바로 세웠다.그는 고개를 홱 돌려 매서운 눈빛으로 이연우를 쏘아보며 폭풍전야처럼 굳은 얼굴로 말했다.“이 비서님, 말씀이 너무 많으시네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싸늘했으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를 악문 틈에서 겨우 흘러나오는 듯해 분명한 불쾌감이 묻어났다.“방 대표님, 아니면 우리 집에서 잠깐 쉬었다 가시겠어요?”이연우는 당황한 나머지 무심결에 이 말을 내뱉었지만 곧바로 후회하며 속으로 난감해했다. 이건 그냥 어색한 분위기를 넘기려고 던진 빈말일 뿐이었다. 집에 뭐가 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인데 방현준이 간다고 편히 쉴 수 있을 리 있겠는가.“그래요!”방현준은 거절할 수 없는 단호한 말투로 짧게 답했다.그는 발걸음을 옮겨 이연우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바로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갑작스럽게 울렸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날카로운 벨 소리는 유독 크게 울렸다.방현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짜증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하자 익숙한 이름이 떠 있었다.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우리 쭈니, 집에 좀 와줄래? 할 말이 있어!”전화기 너머에서 여자의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방현준의 휴대폰 음량이 너무 컸던 탓인지 혹은 이연우와 거리가 가까웠던 탓인지 달콤하게 콧소리 섞인 ‘우리 쭈니’라는 이름은 또렷하게 이연우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우리 쭈니?’걷잡을 수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방현준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웃음이 새어 나올까 봐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힘에 볼이 살짝 부풀어 오르고 온몸은 웃음을 참느라 가늘게 떨렸다. 두 손은 저도 모르게 옷자락을 꼭 움켜쥔 채였다.이연우의 이상한 기운을 눈치챈 방현준은 눈빛이 매섭게 바뀌며 그녀를 날카롭게 쏘아봤다.얼굴빛은 금세 어두워졌고 꼭 감추고 싶은 상처를 들킨 듯한 반응이었다.“이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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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집사는 공손하게 차 문을 열고 그가 건네는 차 키를 받아 능숙하게 차를 전용 지하 주차장으로 몰고 갔다.집 안에 있던 사람은 방현준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감지했는지, 멀리서부터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우리 쭈니 왔어?”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여인이 우아하게 걸어 나왔다.그녀는 고급스러운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걸을 때마다 드레스 자락이 우아하게 흔들렸다.얼굴은 섬세하게 화장되어 있었고 방현준과 쏙 빼닮은 눈매에서는 타고난 귀티가 흘렀다.방현준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짜증을 가라앉히려 애썼다.“엄마, 제 어릴 적 이름 좀 부르지 마세요!”나정윤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하더니 손으로 가슴을 살포시 움켜쥐며 짐짓 슬픈 표정을 지었다.“어휴, 이제 다 컸다고 엄마도 싫어하는구나!”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한 표정을 지었다.방현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일로 오라고 하신 거예요?”어머니의 뜨거운 시선을 피하려는 듯 그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네 혼사 때문에 그러지. 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결혼을 안 하면 아빠 엄마 체면이 뭐가 돼? 결혼할 마음이 없으면 며느리라도 데려와.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어!”나정윤은 말하면서 방현준이 달아날세라 팔짱을 낀 채 놓아주지 않았다.모자는 나란히 집 안으로 걸어갔고 발걸음이 돌길에 닿을 때마다 가벼운 소리가 났다.“엄마, 잔소리 좀 그만 해요!”방현준은 이번에 집에 온 게 좋은 일이 아닐 거라고 직감하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우린 네 생각 존중해. 요즘 젊은 세대들 사고방식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거 잘 알아. 걱정 마. 네가 남자를 데려와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어!”나정윤은 스스로를 쿨하다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방현준의 얼굴에서 조금이라도 변화를 알아채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그의 표정을 살폈다.방현준은 기가 막혀 입만 벙긋거릴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넓고 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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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밤하늘이 검은 장막처럼 도시를 덮었다.이연우와 남지혜는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집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마자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오자 남지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흥분해서 깡총거렸다.“대박. 연우야, 이 집 진짜 쩐다! 나 여기서 살게 해 줘, 제발!”그녀는 소리치며 양팔을 활짝 벌려 이연우에게 달려들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연우는 그런 절친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손에서 짐을 받아 들었다.“오른쪽 방이 네 방이야.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미리 준비해 둘게.”남지혜는 이연우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였고 힘들 때마다 언제나 망설임 없이 곁을 지켜주는 존재였다.핏줄로 맺어진 사이는 아니지만 가족보다 더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역시 내 베프는 너밖에 없어! 필요한 건 알아서 살 테니까 걱정하지 마. 휴가 나오면 바로 너 보러 올게. 남자? 사랑? 다 필요 없어. 우리 우정이 최고지!”남지혜는 털털하게 가방을 소파에 던지며 큰소리쳤다.두 사람이 신나게 집을 정리하고 있을 때 이연우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남지혜는 재빨리 휴대폰을 잡아 들고 화면에 뜬 모르는 번호를 보고 의아한 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받을 거야?”“일일 수도 있으니까 휴대폰 줘.”이연우는 컵 씻던 손을 닦고 앞치마에 쓱쓱 문지르고는 휴대폰을 받아들고 통화 버튼을 누르며 정중하게 말했다.“여보세요.”“연우야, 나야!”전화기 너머에서 심형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목소리였다.심형빈의 전화번호는 이전에 이연우가 차단해 놓았기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새 번호를 샀다.이연우는 심형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웃음기 가득했던 얼굴은 마치 서리 맞은 꽃처럼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이연우는 즉시 얼굴에 짜증을 가득 담아 말했다.“왜 전화했어요? 어제 이미 선택 끝났잖아요?”사실 이연우는 어제 심형빈이 고수영을 선택할 거라고 예상하고 그와 내기를 했던 것이다.게다가 그 일은 심형빈이 제때 돌아오지 못해서 벌어진 일인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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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마음대로 하세요. 그때 가선 내가 소송하죠.”이연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말을 마친 그녀는 망설임 없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마치 과거와의 질긴 인연을 단번에 끊어내려는 듯 단호한 행동이었다.이혼은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이었고 여러 번 말했기 때문에 심형빈이 반대한다고 해서 달라질 일은 없었다.그녀의 마음속에서 이미 닳고 닳은 결혼 생활은 끝났고 법적 절차는 그저 마지막 수단일 뿐이었다.다음 날, 옅은 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웠다.이연우와 남지혜는 짐이 가득 든 장바구니를 들고 웃으며 아파트로 향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발을 들여놓으려는 찰나, 이연우는 누군가 급하게 뛰어오는 것을 곁눈질로 발견했다.강문수는 시계를 보면서 발걸음을 재촉했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으며 몇 가닥의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볼에 달라붙어 있었다.이연우를 보자마자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이 비서님, 정말 우연이네요!”“강 비서님,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왜 그렇게 서두르세요?”이연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커피를 사 오는 길입니다. 대표님께서 곧 오시거든요. ”강문수는 손에 든 고급스러운 커피잔을 흔들어 보였다.컵 표면에 맺힌 물방울이 컵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마치 그의 바빴던 여정을 말해 주는 듯했다.“강 비서님, 주말에도 고생이 많으시네요.”이연우는 이해가 간다는 듯 안쓰러운 눈빛으로 말했다.24시간 대기해야 하는 비서 일은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한편 남지혜는 강문수가 나타나자 시선이 묶인 듯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떠오른 듯했고 가슴속으로는 놀라움과 감탄이 일렁였다.‘이 남자, 은근히 멋있는데?'그러고는 이내 다급한 시선으로 이연우를 바라보며 눈을 조심스럽게 깜빡였다.그녀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이연우에게 제발 연락처 좀 알아봐 달라고 애원하는 듯했다.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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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강문수는 헐레벌떡 방현준의 집 앞에 도착해 더듬거리며 열쇠를 꺼내 현관문을 열었다.바로 그때 옆 엘리베이터에서 띵 하는 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는 깜짝 놀라 커피잔을 떨어뜨릴 뻔했다.당황한 강문수는 코트 단추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방현준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전에 재빨리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방현준이 침착한 걸음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 보니 강문수가 허둥지둥 서재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강문수의 머리는 땀에 젖어 헝클어져 있었고 몇 가닥의 머리카락은 삐죽삐죽 솟아 있었다.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셔츠는 땀에 젖어 등에 달라붙어 있었다.다만 커피는 이미 서재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방현준은 아무 말 없이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책상 앞에 앉아 커피 뚜껑을 열고 살짝 불어 한 모금 마셨다.바로 그때 강문수의 휴대폰에서 카톡 알림음이 울리며 정적을 깼다.휴대폰을 꺼내 보니 화면에는 친구 추가 요청이 떠 있었다.[강 비서님, 저예요!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남지혜요!]긴장으로 굳어 있던 강문수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그는 망설임 없이 남지혜의 친구 추가 요청을 수락했다.그러자마자 남지혜에게서 열정적인 메시지가 도착했다.[점심에 연우랑 맛있는 거 해 먹을 건데, 혹시 같이 드실래요? 제가 쏠게요!]메시지에는 그녀의 숨김없는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메시지를 본 강문수는 신이 난 듯 손가락을 놀려 답장을 보냈다.[일 끝나고 찾아뵐게요!]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 미소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처럼 빛났다.그는 오랫동안 일에만 매달려 대표님 곁에서 쉴 새 없이 바쁘게 지내느라 연애할 시간조차 없었다.그런데 이 비서가 이사 온 후 자신에게도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연우야, 강문수 씨 오겠대! 실력 발휘 좀 해 봐!”남지혜는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며 주방으로 달려가 채소를 씻고 있는 이연우에게 소리쳤다.“저기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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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고 그들의 사랑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이제 그녀에게 사랑은 가장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그건 네가 너무 트라우마에 갇혀서 그래. 심형빈이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해서 모든 남자를 쓰레기 취급하면 안 되지.”남지혜는 말하면서 손을 뻗어 이연우가 막 씻어 물방울이 맺혀 있는 딸기 그릇을 슬쩍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심형빈 때문에 진짜로 널 놓치고 있는 거라면, 그건 결국 네가 너 자신을 벌주는 거야. 세 발 달린 두꺼비는 찾기 어렵지만, 두 다리 달린 남자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어.”딸기를 오물거리며 말을 이은 그녀의 발음은 조금 흐릿했지만 말속에는 친구를 향한 걱정과 따뜻한 조언이 담겨 있었다.이연우는 하던 일을 멈추고 물끄러미 싱크대를 바라봤다.그녀는 남지혜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마음은 복잡했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심형빈과의 상처 가득한 관계를 겪고 난 지금, 그녀 마음속에는 사랑에 대한 단단한 거부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벽은 쉽게 허물어질 수 없을 만큼 견고했다.남지혜는 이연우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지금 무슨 말을 해도 당장 친구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저 시간이 흘러 그녀의 마음속 상처가 아물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그래서 그녀는 딸기를 담은 쟁반을 들고 일어나 거실 소파로 향했다.소파에 궁둥이를 붙이자마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휴대폰을 들고 강문수와 쉴 새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한편, 위층 방현준의 서재에서 강문수는 책상 앞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의 눈은 휴대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고 손가락은 쉼 없이 움직이며 마치 아름다운 꿈을 그려나가는 듯했다.화면에는 남지혜의 톡톡 튀는 메시지가 연이어 떴고 메시지 하나하나는 마치 강문수의 굳게 닫혀있던 연애 세포를 깨우는 듯했다.방현준은 원래 손에 들고 있던 서류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강문수에게 지시할 일이 생각나서 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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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그래, 가 봐.”방현준은 억지로 불쾌감을 누르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체념한 듯한 느낌도 묻어 있었다.강문수는 그 말에 움찔하며 제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그는 방현준의 험악한 얼굴을 살짝 훔쳐보며 속으로 절규했다.‘대표님,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계신 데 제가 어떻게 내려가 밥을 먹겠어요.’방현준은 책상에 앉아 아무렇게나 서류를 던져두고 딴생각에 잠겼다.그는 손으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화면과 창밖의 푸른 하늘에 번갈아 던졌다.휴대폰 화면을 응시하는 눈빛은 뭔가 중요한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절박했다.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화면은 잠잠하기만 했을 뿐 이연우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방현준의 짜증이 극에 달하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쯤, 강문수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조용했던 서재에 날카로운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강문수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에는 남지혜에게서 걸려온 영상 통화가 떠 있었다.그는 옆에 앉은 방현준의 심기가 불편한 듯한 표정을 살짝 살폈다. 그리고 통화 버튼 위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전화를 받을지 말지 망설였다.그런데 뜻밖에도 방현준이 벨 소리에 자극받은 듯 강문수보다 먼저 휴대폰을 낚아챘다.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르고 카메라를 강문수에게 향하게 고정했다.강문수는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랐지만 감히 항의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어머, 강 비서님! 연우가 맛있는 거 많이 해놨으니까 어서 내려오세요!”남지혜의 밝은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울려 퍼졌다.그 뒤로는 따끈따끈한 음식이 잔뜩 차려진 식탁이 화면에 잡혔고 먹음직스러운 향기가 화면을 뚫고 퍼지는 듯했다.“난... 그게...”강문수는 더듬거리며 방현준과 휴대폰 화면을 번갈아 쳐다봤다.머리를 빠르게 굴려봤지만 적절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제발, 머리야! 풀가동해!'“강 비서님, 혹시 대표님이 못 가게 하시는 거예요? 직원들 너무 부려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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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망했다. 이제 큰일 났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이연우를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이연우는 그런 그녀를 보고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내며 어깨를 토닥여 그녀를 안심시켰다.이연우의 기억 속에서 방현준은 평소에는 일할 때 진지하고 엄격하지만, 사적으로는 꽤 친근한 사람이었기에 이런 작은 일로 크게 화를 내지는 않을 것 같았다.2분 후, 문밖에서 똑똑하는 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연우는 심호흡을 하며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재빨리 문으로 걸어가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방현준은 심플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홈웨어를 입고 문 앞에 서 있었다.일부러 손질하지 않은 듯한 머리카락은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더했고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감돌았는데 평소 일할 때의 냉철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이 비서님, 실례 좀 할게요.”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았으며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남지혜는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방현준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조금 전까지 실수한 것에 대한 걱정은 이미 한 줄기 바람에 날아가듯 잊혀졌다.그녀의 시선은 방현준의 조각 같은 얼굴에 꽂힌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방현준의 이목구비는 마치 정교하게 조각된 예술품 같았다. 깊고 그윽한 눈은 광활한 별들을 담고 있는 듯했고 오뚝한 콧날 아래에는 아름다운 선을 가진 입술이 자리 잡고 있었다.남지혜는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고 머릿속에는 걷잡을 수 없이 분홍빛 거품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남지혜는 이성을 잃지 않고 짧은 시간 동안 멍하니 있다가 속으로 자신을 다독였다.‘방현준처럼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은 내가 감히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어리석은 꿈은 꾸지 말자!’“방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연우의 친구입니다.”맑고 청아한 목소리였지만 미세하게 긴장한 기색이 감돌았다.“네. 사람 데려왔으니 이제 남지혜 씨도 내가 직원을 쥐어짜는 악덕 사장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죠.”방현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희미한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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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방현준의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팽팽하게 긴장되었던 신경이 드디어 풀리는 순간이었다. 식사를 마친 방현준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평소 그는 자신의 식단을 철저하게 관리하며 배부르게 먹는 일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음식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못하고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했다.잠시 후, 식탁 위의 음식들은 마치 회오리바람이 휩쓸고 간 듯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남지혜는 그 모습을 보고 귀엽게 입술을 내밀며 텅 빈 접시를 아쉬운 듯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저 갈비찜은 딱 한 조각 먹었는데 나머지는 전부 저 사람 뱃속으로 들어갔어.”하지만 방현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쳤고 눈썹과 눈 사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심지어 보기 드물게 강문수에게 일찍 퇴근해서 쉬라고 배려하기까지 했다.남지혜는 방현준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의 시선이 이연우를 향할 때마다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감지했다.그 눈빛 속에는 왠지 모를 특별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곧이어 강문수가 재빠르게 뒷정리를 마치자, 남지혜는 신이 난 듯 깡충 거리며 강문수를 따라 이연우의 집을 나섰다.현관문을 나서기 직전, 그녀는 뒤돌아 이연우에게 윙크하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연우야, 잘 있어! 나 데이트하러 간다! 집에서 푹 쉬어!”“남지혜,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방현준이 아직 간다는 말을 안 했으니, 집주인으로서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남지혜는 걸어가면서 뒤돌아보며 눈썹을 씰룩거리고 웃으며 대답했다.“연우야, 달도 가까운 데 있는 누각부터 비춘다잖아!”말을 마친 그녀는 살며시 이연우를 위해 문을 닫아주었다.그 시각, 방현준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자세를 똑바로 하고 다리를 우아하게 꼬고 앉아 마치 뜨거운 레이저처럼 이연우를 바라보고 있었다.이연우는 그의 시선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이 순식간에 뜨거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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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하지만 이연우는 잠들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은 후 서재로 향했다.그녀는 이혼 합의서를 작성해야 했다. 그녀에게 정당한 몫은 단 한 푼도 놓치지 않고 그녀의 것이 아닌 것은 탐내지 않겠다는 각오로 꼼꼼하게 작성할 생각이었다.그녀는 심형빈이 군말 없이 합의서에 도장을 찍어주길, 그래서 이 끔찍한 결혼 생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다.두 시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고 소파에서 잠들어 있던 방현준이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깨어났다.부스스한 눈으로 몸에 덮인 담요를 발견하고 미소를 지었다.그는 휴대폰을 들어 잠들기 전 어머니 나정윤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주저 없이 방금 이연우가 만들어준 음식 사진을 전송했다.그러고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빠르게 두드리며 메시지를 보냈다.[요리 엄청 잘하는 며느리 찾아다 줄까요?]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나정윤에게서 깜짝 놀란 이모티콘과 함께 답장이 왔다.[아들, 너 혹시 양성애자니?]기쁜 마음으로 좋은 소식을 전하려던 방현준은 엄마의 메시지를 보고 얼굴에서 미소가 굳어졌다.그는 아무 말 없이 엄마를 차단했다.1분 후, 방현준 아버지의 카톡 프로필이 깜빡이더니 메시지가 도착했다.[아들, 어서 그 아이 사진 좀 보여주렴!]메시지 끝에는 귀여운 이모티콘이 여러 개 붙어 있었다.뻔했다. 나정윤이 아버지의 휴대폰을 가져다 메시지를 보낸 것이 분명했다.방현준은 고개를 가볍게 가로저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보냈다.[아직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쪽 가족들이 반대가 심해서요.][뭐라고? 감히 우리 방씨 가문을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이 있다니? 아들, 누가 반대하는 거야? 엄마가 해결해 줄까?]나정윤의 메시지가 다시 왔다. 메시지에서는 다급함이 느껴졌다.방현준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손가락으로 천천히 두 글자를 써서 보냈다.[남편!]메시지를 보낸 후, 상대방은 오랫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그가 휴대폰을 끄려고 할 때, 대화창이 다시 떴다.[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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