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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2 チャプター

제1261화

“다들 조금 뒤로 물러나 주세요.”윤태호가 말했다.순간 모두가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윤태호는 주머니에서 화염 부적 두 장을 꺼내 두 나무 인형에 붙였다.찰나에 불꽃이 두 나무 인형을 휩싸고 불태웠다.눈 깜짝할 사이에 두 나무 인형은 재가 되어 흩어졌다.‘헐, 세상에.’모두가 숨을 들이켰다.두 나무 인형은 화로 속에서 그토록 오래 불타도 손상되지 않았는데 윤태호가 살짝 수법을 부리자 이렇게 쉽게 해결되었다.“형, 방금 무슨 수를 쓰신 거죠?”전재석이 참지 못하고 궁금해하며 물었다.다른 사람들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윤태호를 바라보았다.윤태호가 대답했다.“방금 쓴 것은 호용산의 화염 부적이야.”전재석은 감탄하며 말했다.“저는 부적은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만 봤는데 현실에도 진짜 있다니, 정말 신기하네요.”윤태호는 전재석에게 말했다.“다음에 장미진인님을 만나면 호신용으로 부적 몇 장 달라고 해봐라. 안 주면 네가 때려. 그래도 안 주면 내가 대신 때려줄게.”“고마워요. 형. 역시 형이 저를 가장 잘 챙겨주시네요.”전재석은 무척 기뻐했다. 그러나 바로 윤태호의 이 말 때문에 후일에 그가 정말로 장미진인을 때리게 될 줄은 몰랐다. 다만 그때는 장미진인에게 맞아 거의 죽을 뻔했지만 말이다.물론 그건 나중에 발생한 일이다.장지한이 침대에 누워있는 전회성을 바라보았는데 윤태호가 나무 인형을 불태운 후에도 어르신은 여전히 두 눈을 꼭 감은 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태호야, 어째서 어르신은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거야?”장지한이 물었다.윤태호가 대답했다.“외할아버지의 몸에 걸린 저주가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그 말은 아버지께서 여전히 깨어나실 수 없다는 말이야?”전수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둘째 외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외할아버지께 침을 더 놓으면 괜찮아질 거예요.”윤태호가 말을 마치고 금침을 꺼냈다.이번에는 세 명의 호국 의학 명인 외에도 한 시장 일행이 현장에 있었기에 그들 모두 윤태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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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전씨 가문 안채의식이 돌아온 전회성이 눈을 뜨자마자 눈앞에 선 젊은이를 보며 의아해했다.“너는 누구야?”“저는...”윤태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혜란이 침대 앞으로 다가와 다정하게 물었다.“아버지, 괜찮으세요?”“혜란아.”전회성의 눈빛이 밝아지더니 이내 중얼거렸다.“내가 꿈을 꾸는 건가?”전혜란이 전회성의 손을 꼭 잡으며 얼굴을 붉혔다.“아버지, 꿈이 아니에요. 저는 정말 혜란이에요.”“혜란아, 정말 너구나. 돌아온 거야?”“네, 돌아왔어요. 이제 다시는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을게요.”전회성은 매우 흥분하며 몸을 일으켰다. 전회성은 전혜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혜란아, 미안하다. 그때는 다 내가 잘못했어. 너를 집에서 내쫓아서는 안 됐는데... 내가 잘못했단다.”“아니에요. 그때는 제가 잘못했어요.”전혜란은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아버지를 너무 잘 알았다. 예전 같으면 이 고집쟁이 노인은 절대로 사과하는 말을 하지 않았을 텐데 인제 와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아버지, 지난 일은 지나간 일로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제가 돌아왔잖아요? 아, 그리고 얘는 외손자 윤태호예요.”전혜란이 윤태호에게 눈짓하자 윤태호가 공손히 인사했다.“외할아버지.”전회성이 윤태호를 유심히 살펴보며 말했다.“혜란아, 이 아이는 기품이 당당하고 눈매에 뛰어난 기상이 넘치니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거야.”윤태호가 웃으며 말했다.“외할아버지, 눈썰미가 좋으시네요.”“이 자식이, 외할아버지께 예의를 지켜야지.”전혜란이 윤태호를 힐끗 노려보았다.윤태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그냥 사실대로 말한 건데.’전회성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돌리다가 방에 다른 사람들도 여럿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족들과 한 시장 등은 알았지만 세 분의 호국 의학 명인은 알아보지 못했다.하지만 전회성은 이 나이까지 살아오며 안목이 남다르게 깊어 장지한 세 사람이 보통 인물이 아님을 단번에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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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하지만 이원세가 이어서 한 말은 전회성을 입이 떡 벌어지게 했다.“방금 지한이가 태호의 의술이 우리 셋보다 못지않다고 말했는데 제가 보기엔 태호의 실력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 보여요.”이원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성수혁도 말했다.“원세 말이 맞습니다.”“어르신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셋은 어르신의 병세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는데 다행히 태호가 나서서 치료해 드렸어요.”“네. 태호의 의술은 정말로 우리보다 높아요.”장지한도 따라 말했다.“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모두 저를 ‘침구왕’이라 부르는데 진정 비교해 보면 윤태호의 침구술은 저보다 백 배는 더 낫거든요.”전회성의 시선이 세 호국 의학 명인의 얼굴을 스쳤다. 세 사람 모두 진지한 표정이었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어쩌면 이 외손자가 정말 명의인가?’전회성이 물었다.“혜란아, 그 사람들 말이 사실이니?”전혜란이 답하기도 전에 윤태호가 말했다.“외할아버지, 세 선생님이 겸손하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런 말은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돼요.”이원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어르신, 저희가 겸손해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에요. 어르신의 외손자는 정말 백 년에 한 번 나올만한 의학 천재예요.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300년 만에 처음으로 의성이 되실지도 몰라요.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르죠.”‘의성이라고? 역사에 기록될만한 명의라니?’이 말을 듣자 전회성은 얼굴에 충격이 가득했다.의성은 한의의 최고 경지를 의미하며 호국에는 이미 삼백 년 동안 의성이 나오지 않았다. 만약 자신의 외손자가 의성이 된다면 그건 더없는 영광이 될 것이다.성수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태호는 네 명의 호국 의학 명인만 이기면 의성이 될 수 있어요. 저희 셋은 태호보다 못하니 이제 서윤만 남았네요.”장지한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서윤 그 늙은이는 성질이 괴팍해서 몇 년 동안 산에 은거하면서 나오지도 않으니 기회가 된다면 태호가 서윤이를 이기는 것을 보고 싶네.”윤태호의 눈빛이 반짝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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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이원세는 문자를 읽은 후 얼굴이 심각해지며 말했다.“이정희 그 늙은이가 무슨 바람이 불어 우리에게 도전장을 내민 거지?”“뻔한 소리지. 분명 자기 아들을 위해 복수하려는 거네.”장지한이 말했다.“지난번 호국과 패천국의 한의 대결 때 그놈의 아들 이현서가 패천국 한의 대표팀 리더였네. 원래는 호국의 한의를 다 쓸어버리려고 덤볐다가 태호 혼자 패천국 한의를 전멸하는 바람에 체면을 구겼지.”“그 일은 나도 들었어. 안타깝게도 그때 마침 중요한 일이 있어서 제대로 못 봤지. 그렇지 않았으면 태호를 응원해 줄 수 있었을 텐데.”성수혁이 아쉬워하며 말했다.그는 처음에 호국과 패천국의 한의학 대결이 그저 젊은 후배들의 다툼일 거로 생각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이 일이 지나고 나서야 성수혁은 장지한조차 이현서에게 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문에 의하면 다행히 윤태호가 나서서 위기를 막았다고 한다.윤태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이정희 이분은 기세가 대단하네요.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다고 하니 우리와 결사전을 벌이자는 모양이네요.”“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이원세가 장지한에게 물었다.장지한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상대방이 이미 도전장을 내민 이상 응하지 않으면 우리 다섯 명뿐 아니라 호국 한의학의 체면, 나아가 나라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 될 텐데.”“그럼 받아들이자는 말인가?”“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네.”성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지한의 의견에 동의하네.”“저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지만...”이원세의 얼굴에 망설임이 스쳤다.“망설이는 이유가 무엇인가?”장지한이 물었다.이원세가 말했다.“양국 최고의 의사가 의술을 겨루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이정희가 말한 것처럼 생사를 건 승부는 좀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야.”“의술은 죽은 이를 살리고 병든 이를 도와주는 데 쓰이는 거지 생사를 결정하는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이정희 말대로 생사를 건 승부를 겨룬다면 어느 한쪽은 반드시 목숨을 잃을 거네. 그건 의학계에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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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무슨 문제라도 있어?”윤태호가 물었다.임다은이 대답했다.“패천국의 의성이 너와 네 분의 호국 의학 명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어.”“다은 누나, 어떻게 그걸 알았어?”윤태호는 놀랐다. 의학계 사람이 아닌 임다은이 어떻게 이렇게 정보가 빠른지 궁금했다.임다은이 웃으며 말했다.“이 일은 이미 공개되었어. 인별그램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 있더라고.”“다은 누나, 이따 다시 얘기해. 먼저 끊을게.”윤태호는 급하게 전화를 끊고 인별그램을 열어 확인한 뒤 세 명의 호국 의학 명인을 돌아보며 말했다.“이정희가 우리에게 도전하는 일이 공개되었어요. 인별그램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왔더라고요.”“누가 공개했어?”장지한이 씩씩거리며 물었다.윤태호가 인별그램 계정을 확인하며 말했다.“패천국 대사관 공식 인별그램 계정에서 올린 거예요. 지금 전 네트워크가 이 일로 뜨겁습니다.”성수혁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분명 이정희의 지시일 거야. 우리와 결전을 펼치려고 작정한 모양이네.”“이 도전장을 받아들일 건가?”장지한이 말했다.“비록 난 이정희와 직접 겨룬 적은 없지만 아들인 이현서에게 진 적이 있네. 이 점만 봐도 이정희의 의술은 확실히 절정에 달했을 거야.”“받아들여야 합니다.”이 말을 한 것은 장지한이 아니라 침대에 앉아 있던 전회성이였다.윤태호와 세 명의 호국 의학 명인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전회성을 바라보았다.전회성이 말했다.“우리 호국은 오랜 역사와 몇천만 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인데 어떻게 패천국 따위를 두려워할 수 있겠어요? 게다가 이 일은 이미 크게 번져서 단순한 의술 경쟁이 아니라 양국의 체면이 달린 문제 되어버렸죠.”“그러니 도전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이 도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해요. 이번 대결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호국 한의학의 신비함을 보여주고 나라의 위엄을 펼쳐야 해요.”전회성의 말은 천둥처럼 울려 퍼져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어르신 말씀이 맞습니다. 이번 대결은 반드시 이겨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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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모두가 윤태호를 바라보며 그의 당당한 말과 기세에 압도당했다.한 사람이 전국을 상대로 도전한다니, 이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뒤에야 장지한이 입을 열었다.“태호야, 이건 너무 무모한 행동이야.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패배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그는 간신히 이 말을 삼켰다.윤태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장 교수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확신이 없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이원세가 윤태호에게 말했다.“이런 일을 어찌 자네 혼자 나서게 할 수 있는가? 우리도 함께하겠네.”성수혁도 말했다.“우리도 너와 함께 할 거야.”“고맙습니다. 선생님들의 배려는 감사하지만 이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윤태호의 태도는 단호했다.사실 그는 주목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몇 분의 호국 의학 명인들이 이번 도전에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뿐이다.네 분의 호국 의학 명인은 네 개의 산봉우리처럼 호국 한의 협회의 최고 정점을 상징한다. 만약 그들이 이정희에게 진다면 한의 협회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그래서 윤태호는 이정희와 맞서기로 했고 혼자서 패천국의 모든 명의에게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장지한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말했다.“태호야, 네가 이렇게 결정했다면 우리는 전적으로 너를 지원할 거야.”“지한이...”이원세가 장지한을 말리려 했지만 장지한이 눈짓을 보내자 이원세는 입을 다물었다.장지한이 말했다.“지금부터 추석까지 한 달 정도 남았어. 태호야, 너는 이 도전에 전념해야 한다.”“우리 셋이 도전 관련 일을 준비할게. 도전의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되면 내가 전화로 알려주마. 어때?”윤태호는 당연히 이의가 없었다.“그럼 선생님들께 폐를 끼치게 되겠네요.”“굳이 사양하지 마. 네가 이정희와 맞서 패천국 의학에 도전하는 것은 의학계의 큰 사건이야. 너는 마음을 편히 가지고 준비에 전명해.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기면 돼”장지한은 말을 마친 뒤 전회성에게 말했다.“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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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한의학을 배우려는 후배들도 한의학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잃게 되겠지. 생각해봐. 네 명의 호국 의학 명인도 패천국의 한의학을 이기지 못하는데 앞으로 누가 한의학을 배우겠어?”“태호 역시 이 이치를 잘 알고 있기에 혼자 맞서겠다고 나선 거야. 자신이 호국 의학 명인이 아니기에 패배하더라도 한의학의 근간을 흔들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장지한은 한숨을 쉬었다.“태호의 이번 행동은 우리 늙은이들을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고 한의학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네.”“하지만 생각해 봤는가? 태호는 의학 천재인데 만약 패배한다면 그것 또한 한의학엔 엄청난 손실이야.”이원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나는 태호를 굳게 믿고 있네.”장지한은 말을 멈추었다가 이었다.“이보게, 우리 셋은 다 한의사이고 또 오래된 벗이기도 하니 내가 비밀 하나를 말해주지. 단 평생 남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하네.”“무슨 비밀?”이원세가 물었다.성수혁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장지한을 바라보았다.장지한이 말했다.“전에 내가 태호가 백 장군님을 치료했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치료했는지는 말해주지 않았어.”“백 장군님은 그때 절반은 저승에 몸을 들인 것과 다름없었어. 어르신보다 백 배는 더 심각했지.”“추측해 보게, 태호가 무슨 방법으로 백 장군님을 치료했을까?”이원세와 성수혁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서둘러 물었다.“무슨 방법이야?”장지한이 말했다.“태호는 천등형, 즉 수명 연장술로 백 장군님에게 일 년의 수명을 연장해주었네.”‘이럴 수가.’이원세와 성수혁은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한참 후 이원세가 입을 열었다.“자네 농담하는 것 아니지? 태호가 정말 하늘을 거스르는 수명 연장술을 쓸 줄 아는 건가?”“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나도 믿지 못했을 거야. 이 일은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하네. 태호에게 불필요한 문제를 가져다줄 수 있으니까.”장지한이 말했다.“내가 여러 번 태호가 병을 치료하는 것을 보았는데 태호는 수많은 실전된 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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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전씨 한옥의 안채.호국을 대표하는 의학 명인 세 사람이 떠난 뒤, 봄영 지역의 관원들도 차례로 자리를 떴다.금세 방 안에는 이제 가족들만 남았다.전혜란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태호야, 아까 행동은 정말 너무 무모했어. 혼자서 패천국 의성의 도전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패천국의 모든 명의를 상대로 맞서겠다고 큰소리 치다니. 혹시라도 졌다면 그 결과는 상상도 하기 싫어.”윤태호가 입을 열려는 순간, 전회성이 먼저 말을 받았다.“혜란아, 걱정할 것 없다. 태호와는 오늘이 첫 만남이지만 난 단번에 알 수 있었어. 이 아이는 무모하게 날뛰는 성격이 아니야.”“자신이 없었다면 애초에 도전을 받아들이지도 않았겠지. 게다가 젊은 나이에 패기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한 법이야. 저 나이엔 원래 한 번쯤 세상을 향해 날을 세우는 거다.”전혜란은 전회성을 힐끗 노려보며 말했다.“태호 성격이 아버지랑 좀 닮았어요. 아버지도 젊었을 때 이런 일 한두 번이 아니었잖아요.”“하하하! 그야 내 외손자니까.”전회성이 호탕하게 웃었다.윤태호는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외할아버지에게도 뭔가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다.“엄마, 외할아버지 젊었을 때 무슨 일을 하셨는데요?”전혜란이 천천히 설명했다.“네 외할아버지가 마흔이었을 때였어.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교육, 인권, 시민의 자유 같은 문제로 여러 나라가 연합해 우리나라를 압박했지. 그때 네 외할아버지는 자문 자격으로 유니언 리그에 다녀오셨어.”“회의장에서 혼자서 몇십 개 국가 대표들과 맞서 싸웠는데 말도 하지 마. 그날 말솜씨에 완전히 눌려 아무 말도 못 한 대표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심지어 두 나라 대표는 너무 강렬한 언변에 기절까지 했다는 얘기도 있었지.”“그 사건은 호국의 위상을 크게 높였고, 지금도 호국 외교사 10대 사건 중 하나로 꼽혀.”“당시 외할아버지의 발언은 외교학원 교재에도 실렸고 지금까지도 외교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배우는 내용이야.”‘대단하다.’윤태호는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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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윤태호는 책을 펼치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이건 원본이야.’맥경은 서진 시대 박겸이 편찬한 책으로 호국 의학사에서 현존하는 최초의 맥학 전문서적이다.그 영향력은 실로 막대했다.장도 시기에는 어의원의 필수 교재로 지정되었고 이후 부다 의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더 나아가 대진, 부에스, 칼리란 지역으로 전파되어 서양 맥학의 발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이 의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희귀한 고서였고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귀한 물건이었다.윤태호는 조심스럽게 책을 덮고 상자를 닫은 뒤, 두 번째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도 한 시리즈의 의서가 들어 있었다.[관절 구급 처방.]동정 시대 길홍의 저작이었다.원본은 아니었지만 영나라 시기에 인쇄된 판본으로 역시 상당한 가치가 있었다.내용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질병의 간단한 치료법들이었다.내복 처방은 물론, 추나, 마사지, 침술, 접골술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었다.윤태호는 대충 훑어본 뒤 다시 상자에 넣었다.세 번째 상자를 열자 성나라 판본의 천금약방이 모습을 드러냈다.손중훈의 명저였다.윤태호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심지어 이 책을 꺼내 보지도 않았다.그 뒤로도 그는 연달아 몇 개의 상자를 더 열었지만, 안에 든 의서들을 거의 들춰보지 않았다.“흥미가 없어?”전회성이 물었다.윤태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저한테는 크게 쓸모가 없어요.”전회성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쳤다.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는데 정작 윤태호에게는 의미가 없었다.“미안하구나. 태호야,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어버렸구나.”“외할아버지.”윤태호가 급히 말했다.“이렇게 마음 써주신 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힘이 됩니다.”“참 기특한 아이구나.”전회성은 그렇게 말한 뒤 밖으로 향했다.윤태호는 그 뒤를 따라 몇 걸음 걷다가 문득 책장 한구석에 놓인 책 한 권을 발견했다.그 책이 눈에 띈 이유는 단 하나였다.다른 책들과 달리 나무 상자에 보관되지도 않은 채, 책장 구석에 아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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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윤태호는 충격에 빠졌다.그가 놀란 것은 글자가 없던 책에 갑자기 글자가 나타난 것 때문이 아니라 책장의 날카로움이었다.현재 그의 육체는 강철과 같아서 총알도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인데 이 얇디얇은 책장이 그의 손을 베었다니.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그 순간 무자서에 또다시 변화가 일어났다.표지에 새겨진 ‘역천구침’이라는 네 글자 외에도, 혈맥처럼 보이는 기이한 문양들이 떠올랐다.수많은 문양이 서로 얽히며 빽빽하게 퍼져 나갔다.동시에 책장은 더 얇아져 매미의 날개처럼 변했다.윤태호는 이 문양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손으로 만져보더니 이 책이 소가죽이 아니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짐승 가죽으로 만들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대체 어떤 짐승 가죽이 이렇게 날카로울 수 있을까?’윤태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책장을 넘겼다.그러자 텅 비어 있던 페이지 위로 서서히 신비한 부호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부호들은 흐르듯 움직이다가 이내 하나하나의 전서체 문자로 변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이 전서체는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윤태호는 한동안 집중해서 들여다본 끝에 전서체 내용을 알아봤다. 그 순간 그는 충격으로 온몸이 굳어졌다.이건... 도사들 속에서 비법으로 전해진 침구술이었다.이름하여 역천구침이라고 한다.이름에서 알 수 있듯 총 아홉 개의 침술로 이루어져 있었다.첫 번째 침은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고 두 번째는 재앙을 없애며 세 번째는 영혼을 부르고 네 번째는 마음을 안정시킨다. 다섯 번째는 정신을 고정하고 여섯 번째는 골수를 씻어내며 일곱 번째는 운명을 바꾸고 여덟 번째는 양기를 되돌리며 아홉 번째는 하늘을 거스를 수 있다.게다가 침법마다 상세한 수련법까지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윤태호가 ‘역천구침’의 수련 방법을 훑어보자 갑자기 책장의 글자들이 기묘하게 사라지더니 다시 글자가 없는 책으로 변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윤태호는 서둘러 눈을 감고 방금 읽은 내용을 떠올려 보았다.다행히 역천구침의 수련법은 모두 머릿속에 또렷이 새겨져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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