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Bab 571 - Bab 580

629 Bab

제571화

‘이 쓰레기 같은 놈!’윤태호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유계진은 병원 원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공공연히 뇌물을 요구하고 있었다. 게다가 단번에 5000만 원이라니, 이 배짱은 상상을 초월했다.만약 상대가 재벌이라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문제는 이 여자가 싱글맘이라는 사실이었다.홀로 아이를 키우는 삶이 얼마나 버거운지, 남들은 몰라도 윤태호는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전혜란과 의지하며 살았던 기억이 있었기에 그 고통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이해했다.‘어떻게 이런 인간이 병원 원장이 될 수 있지?’터무니없는 일이었다.그때 여자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원장님, 제 사정 아시잖아요. 남편이랑 시부모님 다 돌아가셨어요. 어디서 그 많은 돈을 구하겠습니까?”“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600만 원은 제가 갖고 있던 장신구를 팔아서 마련한 돈이에요. 제발 제 아이 수술을 좀 빨리 해주세요.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유계진은 비아냥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돈을 못 구하면 대출이라도 받으세요. 집 있잖아요? 담보로 맡기면 빌릴 수 있을 겁니다.”“집은 팔 수 없어요... 그건 저희 안식처예요.”그러자 유계진은 짜증스레 손을 저었다.“됐습니다. 며칠 늦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니 이만 돌아가세요.”‘이게 병원 원장이 할 소리라고...?’윤태호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거의 뛰어들 뻔했다.여자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다시 말했다.“원장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이는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해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요.”유계진의 눈빛이 여자의 몸을 한 번 훑더니, 갑자기 말투가 부드러워졌다.“사실 당장 수술해주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예요. 단, 내 말대로 한다면 말이죠.”여자는 희망을 발견한 듯 재빨리 말했다.“원장님, 말씀대로 다 따르겠습니다. 뭐든 다 들을게요.”“이제야 말이 통하는군요. 얼른 이랬으면 지금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죠.”유계진은 천천히 일어나 여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살짝 주물렀다.여자는 몸을 떨며 속삭였다.“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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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쾅!”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리며 날아오듯 열렸다. 유계진은 깜짝 놀라 문서아를 붙잡고 있던 손을 급히 풀었다.돌아서자 문밖에서 들어온 사람을 보고 순간 놀람이 사라지고 분노가 그의 얼굴을 가득 채웠다.“당신 뭐야!”유계진은 목소리를 높였다. 윤태호를 처음 보는 터라 얼굴도 몰랐다.“윤태호입니다.”윤태호는 차분하게 말했다.“윤태호?”유계진이 잠시 멈칫하며 되물었다.“한의과 과장 윤태호?”“네.”유계진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고 목소리는 거칠어졌다.“윤태호 씨, 규칙이 뭔 줄 아십니까? 문을 열고 들어올 때는 노크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원장님께 묻겠습니다. 병원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뇌물을 요구하고 환자 보호자에게 부당한 짓을 하는 게 사람이 할 행동입니까?”윤태호의 시선이 문서아에게 향했다. 그녀의 옷은 찢겨 있었고 속옷과 하얀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내가 하는 일에 네가 참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나? 당장 나가!”유계진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그는 문서아를 오래전부터 탐냈고 오늘 드디어 잡은 기회를 쉽게 놓을 생각이 없었다.“유 원장님, 너무 거만하시네요. 설령 병원장이라도 규칙은 지켜야 합니다. 아니면 저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윤태호는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말했다.“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지, 권력을 남용해 뇌물을 요구하고 짓궂은 행동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경고하는데! 윤태호 씨, 지금 당장 나가면 아무 일도 없던 걸로 치겠습니다. 안 그러면 병원에서 더 이상 못 버티게 만들 거예요.”“지금 협박하는 겁니까?”윤태호의 눈빛이 날카롭게 좁혀졌다.“윤태호 씨, 당신이 나이도 어린데 한의과 과장직을 맡을 수 있었던 건 과거 백아윤이 당신을 보호해줬기 때문이라는 걸 모르나요? 이제 백아윤이 떠났으니, 여기서는 내가 주인입니다. 한마디면 당신 자리도, 병원에서도 쫓겨나게 만들 수 있어요. 알겠습니까?”윤태호는 냉소를 지으며 비웃음을 숨기지 않았다.“뭘 웃습니까?”유계진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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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윤태호가 주먹을 움켜쥐고 흉폭한 눈빛으로 유계진을 향해 다가가자 유계진은 순간 겁에 질렸다. 윤태호가 키도 한 뼘은 더 크고 정말로 때리려 한다면 자신은 맞을 수밖에 없었다.“이봐요, 지금 뭐 하려는 겁니까!”유계진이 당황하며 외쳤다.“뭐 하겠어요?”윤태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냉소했다.“당연히 잡놈을 혼내주는 거죠.”쾅!윤태호의 주먹이 유계진의 얼굴을 정통으로 강타했다. 순간 유계진은 머리가 어질거리며 몸이 뒤로 밀려나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윤태호는 곧장 손을 뻗어 소파에 앉아 있던 문서아를 일으켜 세웠다.문서아는 감사의 빛을 머금은 미소를 지으며 낮게 속삭였다. “감사합니다...”“걱정 마세요. 제가 있는 한, 아무도 당신을 괴롭히지 못할 겁니다.”윤태호가 다정하게 말했다.문서아는 윤태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젊은 남자에게서 강한 안정감을 느꼈다.땅바닥에 앉아 있는 유계진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다른 손으로 윤태호를 가리키며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너... 네가 감히 날 때려? 넌 해고야!”“과장을 해고하려면 병원 임원들이 모여 회의를 해야 합니다. 당신 혼자 결정할 수 없어요.”윤태호가 침착하게 다가가며 말했다.“뭘 또 하려는 거예요?”유계진은 윤태호의 주먹을 보고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외쳤다.“여기는 병원이에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요!”“여기가 병원이라는 건 알고 있네요? 그런데 당신 마음대로 굴 때는 왜 생각 못했죠?”윤태호가 날카롭게 반박하며 한 대를 더 날렸다.“아악...!”유계진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원장이라고 해도 권력을 남용해 괴롭히면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윤태호가 힘주어 말했다.그의 손날이 연이어 유계진의 얼굴을 때렸다. 일부러 힘을 조절하지 않았다면 한 대만으로도 유계진을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였다.유계진의 얼굴은 벌겋게 부어오르고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문서아는 급히 윤태호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그만하세요... 더 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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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유계진은 부푼 얼굴을 감싸 쥐며 소리쳤다.“윤태호 씨, 협박은 안 통해요! 내가 그 정도로 겁먹을 거라고 생각해요?”“이게 협박으로 보여요? 정말 어리석군요.”윤태호는 번개처럼 손을 뻗어 유계진의 목을 움켜쥐더니 그대로 들어 올렸다.그 장면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유계진은 최소 백오십 근은 나가 보이는 체구였지만 윤태호는 한 손으로 들어 올리고도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다.살짝 힘만 준 것뿐인데 유계진의 얼굴은 금세 붉어지고 목은 부풀어 올랐다.“놓아줘, 제발...!”숨이 막혀가는 유계진이 고통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사람 살려요! 이건 명백한 살인이에요!”그 모습을 본 병원 임원들은 이대로 두면 유계진이 진짜 위험할 수도 있음을 깨닫고 급히 나섰다.“과장님, 폭력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진정하시죠.”“과장님, 일단 원장님부터 놓아주세요.”“아무리 그래도 원장님은 한 병원의 수장입니다. 임기 초부터 사고가 나면 병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맞아요. 윤 과장님, 화 좀 가라앉히세요.”“...”윤태호는 유계진을 바닥에 던지며 차갑게 말했다.“오늘은 임원들이 있는 자리니까 당신 목숨은 살려주죠. 하지만 경고합니다. 병원은 생명을 구하는 곳입니다. 다시 함부로 하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가요.”윤태호는 문서아의 손을 잡고 병원장실을 나섰다.그들이 떠나자 한 임원이 유계진 앞으로 다가왔다.“원장님, 제가 부축해드릴...”“꺼져!”유계진이 간부들을 향해 소리쳤다.“다 나가!”“원장님...”“안 비켜? 다 해고해버릴까?”그 말에 임원들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사무실에 혼자 남은 유계진은 울부짖으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버릇없는 자식!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거다.”그는 곧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넌 어디 간 거야? 빨리 튀어와!!”2분 후, 안경을 쓴 젊은 비서 강이 들어왔다.“원장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강 비서는 유계진의 멍든 얼굴과 피 흘리는 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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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죄송합니다, 원장님. 제 부족함입니다.”강 비서가 고개를 숙이며 다시 사과했다.유계진은 날카롭게 물었다.“윤태호가 정식 의사 된 지 두 달도 안 돼서 과장 자리까지 꿰찼다고? 그게 말이 돼?”강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확인해봤는데 절차상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백아윤 씨가 직접 밀어붙여서 파격 승진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유계진은 이를 악물며 욕설을 내뱉었다.“백아윤 그년, 이미 미주를 떠났으면 깨끗이 떠나야지. 왜 병원에 저 자식을 남겨둔 거야? 날 일부러 엿먹이려는 거 아냐?”강 비서가 머뭇거리다 물었다.“원장님, 얼굴 상처는... 어떻게 된 겁니까?”순간, 유계진의 분노가 폭발했다.“전부 윤태호 짓이다! 그 자식이 내 사무실까지 쳐들어와서 날 때렸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다. 해고는 기본이고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주마.”강 비서가 깜짝 놀라며 급히 말했다.“원장님,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쓸데없이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유계진이 소리쳤다.강 비서가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윤 과장을 조사하다가 들은 얘기인데요. 보건국 이경진 국장님 아버님, 예전에 식물인간이셨던 거 아시죠?”“알고 있지. 그분 병세 때문에 내가 직접 찾아뵌 적도 있어.”“그런데 얼마 전, 이재영 어르신께서 기적처럼 깨어나셨습니다.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그럼. 미주 의료계가 떠들썩했지. 근데 그 얘기를 왜 지금 꺼내는 거야?”강 비서가 조심스럽게 답했다.“어르신을 치료한 사람이 바로 윤태호랍니다.”“뭐?”유계진의 얼굴이 굳었다.강 비서는 이어 설명했다.“그 일을 계기로 윤 과장이 미주 병원에서 승승장구했고 결국 최연소 한의과 과장이 됐습니다. 게다가 윤 과장 전 여자친구가 곽정수 상무부원장 아들과 결혼했었는데 곽진우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하게 죽었죠. 이후 곽정수도 신고 당한 뒤 정신이 나가 버렸고요.”강 비서가 낮게 덧붙였다.“이게 단순한 우연일까요?”유계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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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윤태호는 문서아의 손을 잡고 한의과 앞까지 데리고 와서야 비로소 손을 놓았다.손에서 힘이 풀리자 문서아는 왠지 모를 깊은 허전함과 상실감에 휩싸였다. 마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었다.“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스스로도 이상하다 생각하며 문서아는 슬그머니 윤태호를 힐끗 바라보았다.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괜찮으세요?”윤태호는 묻는 동시에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그리고 금세 깨달았다. 이 여자는 꼭 잘 익은 토마토 같았다. 금방이라도 즙이 흘러내릴 듯한 붉은 기운, 그 위에 성숙한 매력이 겹쳐져 남자라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치명적인 분위기였다.외모와 몸매까지 흠잡을 데 없으니, 유계진이 그녀를 노린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고마워요. 전 괜찮아요. 오늘 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정말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문서아는 아까 전 장면이 떠올라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다행히도 결정적인 순간, 윤태호가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었다.“유계진하고 아는 사이예요?”윤태호가 물었다. 방금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두 사람은 분명 서로 아는 듯했다.문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제 남편이 생전에 중앙 병원에서 구급차를 몰았어요. 유계진과는 친구 사이였죠.”윤태호 속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친구의 아내까지 탐내다니... 이건 짐승도 안 할 짓이야.’“유계진 성격은 제가 잘 알아요. 앙심을 품으면 끝까지 보복하는 사람이에요. 오늘 윤 선생님이 그 사람을 때리셨으니, 아마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문서아는 죄책감 어린 얼굴로 말했다.“윤 선생님... 죄송해요. 저 때문에 괜히 말려들게 했네요.”“그런 짐승은 맞아야 돼요. 아까 병원장들이 말려서 그만둔 거지, 아니었으면 몇 대 더 후려쳤을 겁니다.”윤태호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었다.환자의 보호자에게 돈을 뜯어내고 그것도 다짜고짜 5000만 원을 요구하다니,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짓이었다.게다가 친구의 아내까지 강제로 차지하려 했다니, 이런 인간은 혼내주지 않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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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하은이 입원 수속을 막 마쳤는데 하필 그때 유계진이 여기 원장으로 발령이 났어요.”문서아의 목소리는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게다가 그 인간은 벌써 하은이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내고 의사들에게 직접 지시했어요. 절대 수술 일정 잡아주지 말라고요.”“병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상황까지 왔어요. 그래서 결국 직접 그 사람한테 부탁하러 간 거예요.”“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까 보신 그대로예요.”말을 끝내자 문서아의 눈물은 더는 멈추지 않았다.엄마라는 이름으로 꿋꿋하게 버티고 있지만 눈앞에서 아이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는 걸 보고도 매번 방해만 당하니, 이제는 무너질 지경이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윤태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문서아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답했다.“여기서 수술을 안 해주면 아이를 전원할 수밖에 없어요.”“어디로 옮기실 건데요?”“해정이나 남일, 전양... 어디든 괜찮아요. 미주만 아니면 돼요.”문서아의 눈빛은 단호했다.“유계진이 미주에서 워낙 인맥이 넓으니까, 계속 여기 있으면 다른 병원도 수술을 거부할까 봐 겁나요.”“하은이는 요 며칠 내내 고열이 떨어지지 않고 있어요. 더 늦추면 정말 위험해요. 남편도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 전 아이까지 잃을 순 없어요.”윤태호는 그 모녀의 처지를 생각하며 깊은 연민을 느꼈다.“혹시 이런 상황도 생각해보셨나요? 만약 유계진이 권력을 이용해 전원 자체를 막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겠어요?”문서아는 순간 멍해졌다. 그런 가능성은 한 번도 떠올려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윤태호의 말은 현실적이었다.미주 병원의 원장 자리를 쥐고 있는 유계진이라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아이의 전원을 가로막을 수 있었다.짧은 침묵 끝, 문서아의 얼굴에 비장한 빛이 스쳤다.“만약 유계진이 끝까지 막는다면... 전 그 사람과 맞서 싸울 거예요. 설령 같이 끝장나더라도요.”윤태호는 고개를 저었다.“그 인간은 쓰레기일 뿐이에요. 그런 인간과 같이 무너지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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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병상 위에는 작은 소녀가 누워 있었다.의식은 전혀 없었다.아이의 얼굴은 문서아를 꼭 닮았다.윤기 나는 검은 머리칼 위로는 분홍색 나비 머리핀이 얹혀 있었고 빨갛게 달아오른 볼은 막 피어나려는 꽃봉오리처럼 앙증맞았다.겨우 여섯 살, 하지만 커서 얼마나 예쁜 아이가 될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의사 선생님, 우리 하은이는 상태가 어떻습니까?”문서아가 두 명의 의사에게 물었다.“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빨리 수술을 받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위험할 수 있어요.”한 의사가 차갑게 말했다.문서아의 눈가가 젖어들었다.“잠깐만요. 제가 한번 볼게요.”윤태호가 병상 앞으로 다가가 아이의 차트를 집어 들었다. 차트를 꼼꼼히 살펴보는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5일 전, 하은이는 고열로 해정 중앙 병원에 실려 갔다.중증 폐렴과 흉막염 판정을 받았지만 항생제와 혈장 치료에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발열은 계속됐고 어제 미주 병원으로 옮겨 입원했지만 진단은 여전히 같았다.오늘 오전부터는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목소리가 약해져 결국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오전 10시경에는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호흡과 심장이 동시에 멎었고 혈압도 측정할 수 없었다.심폐소생술 끝에 겨우 맥박과 호흡을 되찾았지만 아이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전문의 소견은 단 하나, ‘즉시 수술’이었다.그래서 문서아는 어쩔 수 없이 유계진에게까지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윤태호는 차트를 내려놓았다.“윤 선생님, 우리 아이는...”문서아가 다급히 물었다.“잠시만요. 맥을 볼게요.”윤태호는 소녀의 작은 손목을 잡고 진맥을 시작했다.3분 후, 윤태호는 손을 거두며 말했다.“하은이 상태가 조금 심각하긴 합니다만...”말을 잇기도 전에 문서아의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구할 수 있는 거죠?”“죽는 것도 아닌데 왜 못 고치겠습니까?”윤태호는 의아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병세가 꽤 깊긴 하지만 아주 평범한 질병이에요. 수술은 전혀 필요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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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병실 안.윤태호가 문서아를 달래며 낮게 말했다.“크게 문제 없어요. 침 몇 대 놓으면 금방 나을 겁니다.”곧바로 호주머니에서 침통을 꺼냈다.덮개를 펼치자 눈부신 금빛 침들이 가지런히 빛을 반사했다.“윤 과장님, 환자를 함부로 치료하시면 안 됩니다.”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윤태호는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왜 안 됩니까?”“이 환자는 한의과 환자가 아니잖습니까. 과장님께서 임의로 치료하다가 문제가 생기면...”의사가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윤태호가 단호하게 끊었다.“책임이 두렵다면 간단합니다. 환자를 우리 한의과로 전과시키면 그만이죠.”“윤 과장님, 이 환자는 전과가 불가능합니다.”또 다른 의사가 긴장한 채 서둘러 말했다.윤태호의 얼굴이 굳었다.“무슨 뜻이죠?”순간, 윤태호에게서 차가운 기운이 퍼져 나왔다.두 의사는 마치 얼음 동굴 속에 갇힌 듯 숨이 막혔다.“윤 과장님, 이건 윗선의 지시입니다. 이 환자는 전과도, 전원도, 다른 의사 치료도 절대 불가합니다.”“제발 좀 이해해 주세요.”“이해 못 하겠습니다.”윤태호는 낮게 속삭이듯 말했다.“당신들이 의사라면 의사의 본분이 뭔지 아셔야죠. 병을 고치고 사람을 살리는 겁니다. 특정인의 개가 되는 게 아니에요.”윤태호는 침묵 속에 병상 위, 아직 의식 없는 하은이를 가리켰다.“이 아이는 내가 반드시 살릴 겁니다.”두 의사는 얼굴을 굳히며 반박했다.“윤 과장님, 여긴 우리 과입니다. 우리 환자 문제를 과장님이 좌지우지할 수 없습니다.”“맞아요. 이 환자는 원장님이 특별히 신경 쓰고 계십니다. 감히 원장님 심기를 거스르시려는 겁니까?”사실상, 그들의 말은 유계진의 이름으로 윤태호를 위협하는 것이었다.하지만 불과 몇 분 전, 유계진은 이미 윤태호에게 처참하게 얻어맞은 상태였다.윤태호가 차갑게 내뱉었다.“내 앞에서 그놈 이름 꺼내지 마세요. 들을 때마다 역겨우니까. 난 단지 의사일 뿐이고 의사의 임무는 환자를 살리는 거예요.”의사들이 안절부절못하며 변명했다.“저희야 말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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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윤태호는 하은을 품에 안고 한의과로 돌아왔다.문을 열자 오영준은 의자에 앉아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고 소이은은 책상에 엎드린 채 훌쩍이고 있었다.“무슨 일이죠?”윤태호가 묻자 오영준은 잠시 멈칫하며 윤태호 품에 안긴 아이와 그 뒤를 따르는 문서아를 바라보았다.“과장님, 정말 유 원장을 때리셨습니까?”윤태호는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인간, 맞아도 싸요.”“이거 큰일이군요...”오영준은 깊게 탄식하며 말했다.“유 원장이 막 취임했는데 벌써 원한을 사셨네요. 앞으로 일이 험난해질 겁니다.”소이은은 눈물을 닦고 달려왔다.“과장님, 다 제 잘못이에요. 저 때문에 유 원장이랑 부딪히게 됐잖아요...”윤태호는 단호히 말했다.“그건 네 탓이 아니야. 그 인간이 쓰레기일 뿐이지.”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문서아가 소이은을 흘긋 보았다. 소녀는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였고 앳된 얼굴에 귀엽기까지 했다.하지만 무엇보다 발육이 놀라웠다. 아이를 낳은 자신보다 눈에 띄게 풍만한 가슴, 전형적인 ‘동안 글래머’였다.소이은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정말 죄송해요. 다 저 때문이에요. 제가 그냥 그만두면 어떨까요?”윤태호는 고개를 저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네 잘못 아니야.”그리고 곧장 지시했다.“가서 알코올이랑 면봉 좀 가져와.”“네.”소이은은 고분고분 대답하며 돌아섰다. 하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섬뜩한 기운이 잠깐 스쳤다.윤태호는 하은이를 진료실 침대 위에 눕혔다. 모든 진료실에 비치된 간단한 치료용 침대였다.“과장님, 저 아이는 누구죠?”오영준이 물었다.“제 딸이에요.”문서아가 짧게 답했다.오영준은 문서아와 윤태호를 번갈아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이분은 문서아 씨, 제 친구입니다.”윤태호는 간단히 설명한 뒤 금침을 꺼내며 말했다.“오 선생, 금침 마흔아홉 자루 소독해 주세요.”마침 소이은이 알코올과 면봉을 가져왔다.윤태호가 다시 말했다.“그리고 마트 가서 우유 한 병 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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