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 아직도 애 아빠가 아니라고? 누가 믿겠어.”오영준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얼굴에는 금세 부러움이 스쳤다.‘과장님, 젊은 나이에 한의과 과장에다가 행복한 가정까지... 정말 부럽네.’‘그런데 과장님 아내분은 나이가 꽤 있어 보이네. 아마 서른다섯, 많으면 서른여섯 정도?’그럼에도 외모는 빼어나고 몸매도 훌륭하며 온몸에서 성숙한 매력이 풍겼다.순간, 오영준의 머릿속에 예전에 봤던 외국 액션 영화 장면이 떠올랐다.‘착한 이모!’‘젠장,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 거지? 과장님 아내잖아. 바보 같으니!’오영준은 속으로 자신을 꾸짖으며 시선을 재빨리 돌렸다.윤태호는 하은이에게 우유 반 병을 먹인 뒤, 조심스레 말했다.“하은아, 조금 누워 있어. 내가 몸에 꽂은 금침을 다시 거둬줄게.”“네.”하은이는 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윤태호가 오른손을 내밀어 하은의 몸 위를 스치듯 쓸자 서른 개가 넘는 금침이 순식간에 손바닥 안으로 돌아왔다.“아빠, 대단해요.”하은이는 눈을 반짝이며 천진난만하게 윤태호를 바라봤다.윤태호가 부드럽게 웃었다.“아가야, 너 잘못 알았어. 난 네 아빠가 아니야.”“아니에요, 맞아요.”하은이가 단호하게 말했다.“엄마가 그러셨잖아요. 눈 뜰 때 아빠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분명 제 아빠예요.”윤태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해했다.문서아가 하은이의 병세가 너무 심각해 오래 버티기 어려울까 봐, 조금이라도 힘을 내도록 작은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그러니까 하은이가 윤태호를 ‘아빠’라고 믿게 된 것이었다.윤태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작은 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아빠, 이렇게 오래 보러 안 오고 말도 안 걸고... 혹시 저 싫어하는 거예요?”“아니야. 사랑해도 모자랄 판에 싫어할 리가 있겠어? 그냥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보고 싶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어.”윤태호는 마음이 쓰였다.보아하니, 이 작은 아이는 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신 줄도 모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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