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이미 도시 밑바닥까지 완전히 내려앉아 있었다.병원 비상 통로는 그보다 더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오직 비상구 표지판만이 형광빛 초록색으로 깜빡이며 공간을 겨우 드러내고 있었다.희미한 녹색 빛 아래에서 두 여자가 있었다. 한 명은 서 있고, 한 명은 벽에 기대앉아 있었다.아무도 말하지 않았다.언제 떨어졌는지 모를 칼은 바닥에 놓여 있었고, 어둠 속에는 거칠고 무거운 숨소리만이 울렸다.잠시 후, 서 있던 설아가 비틀거리듯 몸을 낮춰 천천히 쪼그려 앉았다.설아의 웃음기 어린 얼굴이 형광빛에 비치자, 현실감 없는 섬뜩함이 떠올랐다.설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유하의 어깨에 한 손을 얹었다.그리고 낮게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이게 전부야. 전부 진실인데... 어때, 깜짝 놀랐어?”“두 아이를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넣자고 한 건 네 남편, 오승현의 생각이었어.”설아는 마치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듯 천천히 말을 이었다.“그때 오승현이 뭐라고 했더라? ‘부수지 않으면 새로 세울 수 없다’라고 했지. 재윤이 병을 그렇게 조심조심 보호만 해 봐야 더 약해질 뿐이라고.”“차라리 한 번에 끝내자고 했어. 더 강하게 감정을 자극해서, 재윤이가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들자고.”“더 강한 감정이 뭔지 알아?”설아는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피로 물든 진실보다도, 감정적인 배신이 훨씬 깊게 남을 때가 있어. 더 선명하고, 더 잊히지 않지.”“솔직히 말해서, 오승현은 이쪽으로는 정말 능숙했어. 망설임도 없고, 이미 이런 상황이 익숙한 사람처럼.”잠시 숨을 고른 뒤, 설아는 다시 말을 이었다.“아, 맞다. 준서도 꽤 똑똑한 아이더라. 준서가 자기 입으로 그러더라? 재윤이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재윤의 그 약한 껍데기를 깨 주고 싶다고. 자기가 도와주겠다고...설아는 몸을 더 숙여, 유하의 귀 바로 옆에서 웃으며 속삭였다.“그 배신자가 되겠다고 말이야.”그 순간, 유하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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