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사랑한 적 있어? 유하야...’청산의 잠긴 목소리를 듣고, 붉게 충혈된 청산의 눈을 마주한 유하는 심장이 세게 조여 오는 걸 느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입을 열었다가 끝내 말없이 닫았고, 마지막에는 시선을 비켜 냈다.“선배, 나는 내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고, 선배도 선배 일을 포기하길 바라지 않아. 근데 우리가 이대로 가면, 언젠가는 이런 일이 또 생겨. 그때는...”유하는 거기서 멈췄다. 더 말하지 않아도 청산이 뜻을 알아들을 거라는 걸 유하도 알고 있었다.앞으로 정말 그런 날이 오면, 유하와 청산이 어느 날 갑자기 각자에게 일이 닥쳤는데 서로 다른 곳에 떨어져 있어서 제때 달려가 서로를 지켜 주지 못하면...한 번은 버틸 수 있어도 그게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정말 끝까지 아무 원망 없이 갈 수 있을까?정말 마음에 아무 걸림 없이 살 수 있을까?그럴 수 없었다.유하는 도박하고 싶지 않았다.예전에 유하는 너무 쉽게 생각했다.둘이 계속 갈 수 있고, 다만 함께 있는 시간이 조금 적을 뿐이라고. 그 정도는 괜찮고, 유하는 배려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고, 청산도 그럴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소성란이 세상을 떠난 뒤, 유하는 그게 아니라는 걸 제대로 알게 됐다.남녀관계라는 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유하가 바라는 삶도 아니었다.그리고 지금의 유하는 거기에 마음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소성란이 남긴 것들을 지키고, 유하가 할 수 있는 만큼 정리하고 돌보는 데 집중하고 싶었다. 다른 건 이제 접어 두고 싶었다. 유하에게는 그럴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지금 유하의 몸 상태로는 결혼해도 청산 곁에 오래 있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그러니 더 왜 그래야 하는지 유하는 답을 찾지 못했다.짧게 아픈 편이 오래 아픈 것보다 낫다.그래야 짧아도 좋게 기억할 수 있다.청산이 한참 동안 말을 잇지 않자 유하는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나중에 우리가 서로를 원망하게 되느니, 여기서 멈추는 게 맞아. 선배는... 선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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