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님!”오국수는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고는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곁눈질로 승현을 한 번 훑더니, 아까 서재에서 있었던 일을 이리저리 골라 가며 조금씩만 풀어놓았다. 끝에 가서는 고개까지 저으며 짧게 탄식했다.“이 자식아, 그래도 운이 좀 따르네.”“그게 무슨 운입니까?”승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딘가 기운이 빠진 얼굴이었다. 오국수가 마지막에 던진, ‘둘이 다시 잘 될 가능성 있냐’라는 그 질문에도 유하는 끝내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유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승현은 여전히 알 수가 없어서 가슴이 답답해졌다.“복에 겨워서 투정은.” 오국수는 못마땅하다는 듯 말을 툭 던지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런 표정은 누구 보여 주려고 짓는 건데? 너 그 얼굴 아니었으면, 또 너 정도로 뭐라도 할 줄 아는 놈 아니었으면, 그리고 우리 집안 이 정도 배경 아니었으면, 소 회장이 너한테 그 전화했겠냐.”“네?”“유하 말 들어 보니까 너 가짜로 죽었다는 거 공개되고 나서 소 회장이 네 얘길 딱 한 번 물었다며. 그 뒤로는 입을 닫았고.” 오국수는 승현을 똑바로 보았다. “너는 소 회장이 진짜로 마음 놓았다고 생각하냐?”승현은 미간을 더 깊게 접었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생각 좀 해 봐라. 자기 몸에 묻은 흙탕물 같은 거 닦아내고, 혼자서 판을 끌어올려서 Splendid를 지금 자리까지 키운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하겠냐?” 오국수는 코웃음을 쳤다. “소 회장, 머리 빠른 사람이야.”“말씀은...”“너... 전에도 얼마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냐.” 오국수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렸다. “너 가짜 사망 공개되던 날부터 소 회장은 이미 계산 끝냈을 거다. 너 같은 놈이 다루기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자기한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알고.”“괜히 너랑 싸우며 시간 버리느니, 네가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 재보고, 자기 손주한테 길 하나라도 더 열어 주는 게 낫다고 본 거지.”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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