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규연은 이를 악물었다.강아연은 정말 그를 버리고 떠났다.진 비서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대표님, 이혼 합의서에 적힌 날짜는 한 달 전입니다.”성규연은 서명 아래의 날짜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정말 한 달 전이었다.강아연은 한 달 전부터 이미 떠날 계획을 세운 것이다.성규연은 고개를 숙인 채 죽은 듯 꼼짝하지 않았고, 그 자리에 못 박힌 조각상처럼 굳어 버렸다.날카로운 발톱이 심장을 갈기갈기 찢는 것 같았다.그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귓가에 엎드려 속삭이는 듯했다.“늘 높은 곳에 있던 성 대표님, 이런 기분을 느껴 본 적 있어요? 언제나 둘이었는데 갑자기 혼자가 되는 기분, 앞으로 영원히 혼자 남아야 하는 기분을요.”거대한 상실감이 밀려와 순식간에 그를 집어삼켰다.성규연은 손끝이 하얗게 질릴 만큼 이혼 합의서를 꽉 움켜쥐었다.하지만 강아연이 남긴 것은 떠났다는 소식과 이혼 합의서만이 아니었다.더욱 큰 충격이 기다리고 있었다.휴대전화가 계속 울렸다.그러나 성규연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보다 못한 진 비서가 휴대전화를 집어 그의 손 가까이에 내밀며 조심스럽게 알렸다.“성 대표님, 전화 왔어요. 모르는 번호인데요...”‘모르는 번호?’썩은 물처럼 가라앉았던 성규연의 눈에 마침내 파문이 일었다. 강아연에게서 온 전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하지만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눈빛은 다시 고요하게 죽어 버렸다.강아연이 아니었다.성규연은 당장 전화를 끊으려 했다.“안녕하세요. 강아연 씨를 찾고 있는데요...”그의 손이 멈췄다. 목소리에는 서리가 내려앉은 듯했다.“왜 찾아요?”“병, 병원인데요...”성규연의 사납고 싸늘한 목소리에 놀랐는지 간호사는 말까지 떨었다.“강아연 씨의 임신 주기를 보면 오늘 재진을 받으러 오셔야 합니다. 지난번 검사에서도 임신 초기 상태가 좋지 않고 절박유산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 그래서 병원에서 정기적인 산전 검사를 받으시라고 연락드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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