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얼른 손을 빼고 당황한 듯 시간을 확인했다.“아, 저... 회진을 돌아야 해서 먼저 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치자 강아연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두 손을 흰 가운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도망치듯 사라졌다.강아연은 황급히 떠나는 의사의 뒷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봤지만, 오래 생각하지는 않았다. 의사는 역시 위대하면서도 고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저 의사 덕분에 엄마는 앞으로 더는 병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강아연은 병실 문 가운데 달린 유리창 너머로 주정애의 얼굴을 바라봤다. 창백한 입술 끝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옆에서 누군가 비웃듯 말했다.“어머, 남의 얼굴 망쳐 놓은 불륜녀 아니야? 여길 또 무슨 낯짝으로 왔대?”그 한마디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몰렸다. 모두 전에 강아연을 몰아세웠던 사람들이었다. 그녀를 다시 보자 또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러게. 저 얼굴 들고 또 나타났네?”“퉤! 정말 낯짝도 두껍지!”그 말을 들은 성규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 그는 경호원들에게 사람들을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하지만 강아연은 별다른 반응 없이 그저 성규연을 담담하게 한번 바라봤다.‘심소연을 모두가 정식 성씨 가문 사모님이라고 믿도록 떠받들어 준 사람이 바로 성규연 아닌가? 그런데 인제 와서 이런 상황에 불쾌해한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야.’강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다. 엄마 상태가 조금만 안정되면 엄마를 모시고 떠날 생각이었다. 그때부터는 성규연과 아무 관계도 없게 될 것이다.“강아연! 감히 또 내 앞에 나타나?”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심소연이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얼굴은 붕대로 한 바퀴 감겨 있었는데, 방금 소리를 지르느라 상처가 땅겼는지 아파서 숨을 들이켰다.“아...”“소연아, 괜찮니?”뒤늦게 급히 따라온 서영란이 걱정스레 물었다.심소연은 바로 울먹였다.“어머님, 얼굴이 너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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