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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를 버린 그들에게: Chapter 131 - Chapter 140

168 Chapters

제131화

결혼한 지 5년. 첫해까지만 해도 강아연은 늘 정해진 시간이 되면 성규연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와서 밥을 먹을 건지 물었다.하지만 성규연은 전화를 받아도 차갑게 ‘간다’ 혹은 ‘안 간다’고만 대답하거나, 아예 받지 않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강아연은 그에게 거의 전화를 하지 않게 되었다.성규연이 강아연에게서 마지막으로 전화를 받은 게 언제였던가. 미래 그룹까지 찾아와 미화수 스튜디오를 그냥 두라고 애원했을 때였다. 그 뒤로 그녀는 한 번도 전화를 걸지 않았고, 집에 와서 밥을 먹을 거냐고 다정한 목소리로 묻는 일도 없었다.성규연은 강아연의 부재중 전화를 바라보다 찌푸린 미간을 문지르고는 결국 다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거의 1분 가까이 신호가 갔는데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성규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이례적으로 한 번 더 전화를 걸었지만, 결과는 같았다.결국 그는 진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진 비서가 곧장 전화를 받았다.“성 대표님, 드디어 연락되셨네요!”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무슨 일이야?”성규연이 물었다.“오늘 오전에 사모님과 심소연 씨가 병원 진료실에서 크게 다퉜는데 상황이 좀 심각해요...”“다쳤어?”성규연은 몸을 바로 세우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 말을 들은 봉연우가 성규연을 바라보며 눈빛에 생각이 스쳤다.“다친 분은 사모님이 아닙니다.”진 비서의 목소리가 한층 무거워졌다.“심소연 씨예요. 얼굴을 사모님께 긁혔고, 어르신께서 이미 병원에 도착해 경찰에 신고까지 하셨어요. 사모님은 경찰서에 연행돼 구금 중이에요...”성규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급한 일이라도 생겼어?”봉연우가 물었다.“응.”성규연은 외투를 집어 들고 기사에게 당장 아래에서 대기하라고 연락한 뒤 성큼성큼 룸을 나섰다.마침 박경준을 배웅하고 돌아오던 서지원과 정면으로 부딪칠 뻔했다.“규연아?”서지원은 성규연의 잔뜩 굳은 얼굴을 보며 의아해했다.“어디 가?”“경성.”성규연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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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경찰들 역시 김연화의 압력 행사를 달갑게 여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성에서 성씨 가문의 위상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고, 심소연이 강아연 때문에 다친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러니 심소연이 끝까지 고소를 밀어붙인다면, 그들도 결국 성 여사님이 미리 지시한 방향대로 원칙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경찰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사실 밖으로 나갔다. 밀폐된 방 안에는 강아연만 홀로 남았다.강아연은 눈을 내리깔고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이미 그들의 목적을 알아챘다. 경찰들은 계속 유도신문을 하며 모든 일을 강아연이 일방적으로 심소연에게 가한 폭력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었다.그래서 대답할 수 없었다. 섣불리 대답했다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물론 이렇게 버틴다고 결과가 좋아질 리도 없었다. 다친 사람은 심소연이었고, 모두가 심소연의 편이었다. 강아연에게는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다.강아연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사실 지금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가장 걱정하는 건 여전히 엄마의 상태였다.이곳에서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지금이 몇 시인지도, 주정애의 수술이 끝났는지도, 성공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거대한 공포가 그녀를 짓눌렀다. 거기에 경찰의 날 선 추궁까지 견뎌야 했다. 이미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버린 상태였다. 여기서 심리 전문가까지 상대하게 된다면 마지막 남은 정신적 방어선마저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았다.강아연은 입술을 꽉 깨문 채 가느다란 어깨가 제멋대로 떨렸다.바로 그때, 조사실 문이 열리더니 경찰이 말했다.“강아연 씨, 잠깐 나오시죠.”강아연은 흠칫 몸을 움츠렸다.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처럼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하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경찰을 따라 조사실을 나섰다.어두운 조사실보다 훨씬 밝은 형광등 빛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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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성규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는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몸을 받아냈다.강아연은 모든 버팀목을 잃은 사람처럼 축 늘어져 계속 아래로 미끄러졌다. 두 다리로 도저히 설 수 없었다.성규연은 미간을 힘껏 찌푸린 채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성 대표가 이 여자에게 보복하러 온 게 아니었나? 그런데 어떻게...’호기심 어린 시선이 쏟아지자 성규연은 그들을 가볍게 흘겨보며 차갑게 물었다.“휴게실이 어디죠?”그제야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성규연에게 길을 안내했다.강아연을 품에 안은 성규연은 마치 무게 없는 버들가지를 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전보다 훨씬 가벼웠다. 특히 허리는 그의 손바닥보다도 가늘어 보였고, 옷 한 겹 너머로 뼈마디가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성규연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강아연은 저항할 힘조차 없어 얌전히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아침에 주정애가 수술실에 들어간 뒤 지금까지 십수 시간이 지났는데, 그동안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못했다. 창백한 입술은 이미 갈라져 있었다.성규연은 그녀를 소파에 내려놓고 바로 물과 구급상자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그녀의 앞에 반쯤 쪼그려 앉아 다짜고짜 손을 잡아 손등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소독약이 상처에 닿는 순간 강아연이 아파서 짧게 숨을 들이켰다.“윽...”손을 빼려 했지만 성규연이 손목을 단단히 붙잡아 꼼짝할 수 없었다.“참아.”강아연은 입술을 깨문 채 소리 내지 않고 견뎠다.손등의 상처를 다 치료하고 나서야 성규연은 손바닥 쪽 상처가 훨씬 심하다는 걸 알았다. 병원에서 이미 처치를 받았는데도 상처에서 배어 나온 피가 새하얀 거즈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강아연,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상처를 보는 순간 성규연은 이유도 없이 속이 답답해지고 짜증이 치밀었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까지 뒤섞여 목소리가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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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키 크고 훤칠한 남자가 체구가 작은 여자를 품에 안고 가는 모습에 수많은 시선이 쏠렸다.강아연은 그중 조사실에서 자신을 심문하던 경찰 두 명을 발견했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성규연은 그녀의 불안을 알아차리고 품에 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줬다.강아연을 데려왔던 경찰들도 성규연의 곁을 따라가며 공손히 배웅했다.“성 대표님, 이쪽입니다.”성규연은 강아연을 차 뒷좌석에 앉히고 문을 닫은 뒤 반대편으로 돌아갔다.경찰 두 명은 살짝 허리를 숙였다.“조심히 가십시오. 성 대표님.”“잠깐.”성규연이 걸음을 멈췄다.“병원 진료실 CCTV를 확보하셨다면 제게도 한 부 보내 주십시오.”“그게...”경찰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사실 신고를 받고 CCTV를 확인하러 갔을 때는 이미 그 진료실 영상이 사라진 뒤였습니다.”즉, 누군가가 미리 진료실의 CCTV 영상을 빼돌렸다는 뜻이었다.성규연은 뭔가 생각이 스쳤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기사에게 메시지 하나를 보낸 뒤 두 경찰에게 다시 말했다.“오늘 일은 여기서 어떤 정보도 새어 나가지 않았으면 합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성 대표님.”경찰들은 입을 굳게 다물겠다는 시늉을 했다.성규연이 덧붙였다.“나중에라도 다른 영상이 발견되면 제게 한 부 보내 주세요.”“알겠습니다. 최대한 찾아보겠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말을 마친 성규연은 뒷좌석 문 쪽으로 걸어갔다.“저... 성 대표님!”두 경찰은 잠시 망설이다 결국 그를 불러 세우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성 대표님께서 나서서 강아연 씨를 경찰서에서 데려가시는 건 가능합니다만...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성 대표님과 강아연 씨는 어떤 관계시죠?”세간에는 심소연과 성규연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성규연과 강아연 사이에 훨씬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성규연은 입술을 살짝 감빨고 차 안에 앉은 강아연을 바라봤다.그녀는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살짝 감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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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이제야 말할 생각이 들어?”성규연이 가볍게 비웃었다.“경찰서 한번 다녀오더니 벙어리라도 된 줄 알았잖아.”강아연은 그의 말에 밴 조롱을 애써 무시하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병원에 데려다주실 수 있어요? 엄마 보고 싶어요.”목소리에는 간절한 부탁이 묻어 있었다.성규연이 엄마는 괜찮다고 말해 주긴 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성규연은 절박해 보이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 기사에게 병원으로 가라고 지시했다.“고마워요.”강아연은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에 말을 이어 갈 힘조차 없어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빈속에서 위산이 올라오는 느낌까지 들어 속이 울렁거려, 강아연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때, 마디가 선명한 손이 샌드위치 하나를 들고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강아연은 흠칫하며 성규연을 바라봤다.“받아.”성규연이 담담하게 재촉했다.“여기서는 이거밖에 못 샀어.”강아연은 샌드위치를 받아 포장을 뜯고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너무 배가 고팠다. 평범한 햄과 토마토, 치즈가 이렇게 맛있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그녀는 다시 크게 한입 베어 물고 볼이 빵빵해진 채 힘겹게 씹었다.성규연은 허겁지겁 먹는 그녀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기억 속 강아연은 어떤 자리에서든 늘 천천히, 단정하게 식사했다. 집안 교육이 배어 있어 이렇게 굶주린 사람처럼 크게 입으로 욱여넣는 법은 없었다.‘설마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십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건가? 그러니 저렇게 초췌해 보였던 거겠지.’성규연의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답답해졌다.“저 사람들이 먹을 것도 안 줬어?”강아연은 입안의 음식을 간신히 삼킨 뒤 고개를 저었다.“바빴어요.”“저들이 바쁘면 네가 가서 달라고 하면 되잖아.”성규연의 미간이 더 깊게 패였다. 목소리에 불쾌함이 묻어났다.강아연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은 그녀의 입에서 원하는 답을 받아내느라 바빴다. 그런 사람들이 그녀에게 먹을 것을 챙겨 줄 리가 없었다.차 안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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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의사는 얼른 손을 빼고 당황한 듯 시간을 확인했다.“아, 저... 회진을 돌아야 해서 먼저 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치자 강아연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두 손을 흰 가운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도망치듯 사라졌다.강아연은 황급히 떠나는 의사의 뒷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봤지만, 오래 생각하지는 않았다. 의사는 역시 위대하면서도 고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저 의사 덕분에 엄마는 앞으로 더는 병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강아연은 병실 문 가운데 달린 유리창 너머로 주정애의 얼굴을 바라봤다. 창백한 입술 끝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옆에서 누군가 비웃듯 말했다.“어머, 남의 얼굴 망쳐 놓은 불륜녀 아니야? 여길 또 무슨 낯짝으로 왔대?”그 한마디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몰렸다. 모두 전에 강아연을 몰아세웠던 사람들이었다. 그녀를 다시 보자 또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러게. 저 얼굴 들고 또 나타났네?”“퉤! 정말 낯짝도 두껍지!”그 말을 들은 성규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 그는 경호원들에게 사람들을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하지만 강아연은 별다른 반응 없이 그저 성규연을 담담하게 한번 바라봤다.‘심소연을 모두가 정식 성씨 가문 사모님이라고 믿도록 떠받들어 준 사람이 바로 성규연 아닌가? 그런데 인제 와서 이런 상황에 불쾌해한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야.’강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다. 엄마 상태가 조금만 안정되면 엄마를 모시고 떠날 생각이었다. 그때부터는 성규연과 아무 관계도 없게 될 것이다.“강아연! 감히 또 내 앞에 나타나?”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심소연이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얼굴은 붕대로 한 바퀴 감겨 있었는데, 방금 소리를 지르느라 상처가 땅겼는지 아파서 숨을 들이켰다.“아...”“소연아, 괜찮니?”뒤늦게 급히 따라온 서영란이 걱정스레 물었다.심소연은 바로 울먹였다.“어머님, 얼굴이 너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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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을 목격한 한 간호사가 강아연이 억울하게 당하는 게 안쓰러워 보내 준 영상이었다.심소연의 무릎 위에 놓여 있던 손을 순식간에 꽉 움켜쥐었다.강아연은 한발 먼저 영상을 재생해 서영란의 앞에서 그대로 틀었다.당시 구경꾼이 너무 많아 영상을 찍던 간호사는 사람들 틈에 밀려 멀리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강아연과 심소연이 나눈 대화는 또렷하게 녹음되지 않았다.하지만 심소연이 강아연을 바닥에 밀쳐 넘어뜨리고, 그 손등을 발로 밟는 장면만큼은 아주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그 순간 심소연의 안색이 굳었다. 서영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날카로운 모습을 드러냈다.이제 아무것도 거리낄 것 없는 강아연은 서영란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단호하고 강경한 태도였다.“여사님께서 저를 고소하시겠다면 저도 이 영상을 공개하겠습니다. 무슨 방법을 쓰시든 끝까지 상대할게요.”“그만해!”성규연의 차갑고 날 선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강아연은 흠칫하며 옆을 바라봤다. 성규연의 분노 어린 눈과 정확히 마주쳤다. 그 눈에 타오르는 불길이 자신을 태워 버릴 듯했다.“강아연, 적당히 해.”성규연이 차갑게 경고했다.“이 일은 내가 처리할 거야.”그 한마디에 강아연의 마음속에서 거세게 일던 감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차갑게 응결된 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몸 옆에 늘어뜨린 손으로 서서히 주먹을 쥔 채 마음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역시 성규연은 언제나 심소연의 편이었다. 증거가 눈앞에 있는데도 그는 결국 심소연만 감쌌다.‘내가 처리한다’는 말은 결국 그녀에게 주제도 모르고 더 나서지 말라는 뜻일 뿐이었다.순간 강아연은 마음속에 물을 잔뜩 먹은 스펀지 하나가 꽉 틀어막힌 것처럼 숨이 턱 막혔다.반면 심소연은 성규연의 말을 듣고 잠깐 놀랐다가 곧 의기양양해졌다. 동시에 강아연을 보는 눈에는 노골적인 도발이 가득했다.‘강아연에게 증거가 있으면 뭐 어때? 당시 내가 했던 말이 녹음되지 않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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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하지만 정도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쓰러질 듯한 강아연을 재빨리 부축하며 걱정스레 물었다.“아연아, 괜찮아?”강아연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정도희를 보는 순간 붉어진 눈가에 물기가 차올라 마른 입술을 겨우 열었다.“우리... 가자.”“그래. 지금 바로 데리고 갈게.”정도희가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부축했다.“잠깐!”심소연이 화가 나 소리쳤다.“우릴 밀쳐 놓고 이렇게 그냥 가겠다고?”강아연을 괴롭히려 혈안이 된 심소연은 당연히 강아연의 친구까지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그래?”정도희가 걸음을 멈추고 심소연을 훑어본 뒤 코웃음을 쳤다.“어떻게 날 못 가게 할 건지 한번 보자.”그녀는 어깨와 목을 풀더니 주먹을 쥐어 뚝뚝 소리를 냈다.배우가 되기 전 일부러 유도까지 배웠고 대회 준우승도 해 본 사람이었다. 이런 내숭쟁이 여자를 상대하는 건 발길질 한 번이면 충분했다.심소연은 험악한 정도희의 기세에 겁을 먹고 얼른 성규연에게 도움을 청했다.“규연아, 이 여자가 너무해...”성규연은 무표정했다. 심지어 서영란을 일으켜 세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한 번만 더 짖어 봐. 진짜 ‘너무한 게’ 뭔지 보여 줄 테니까!”정도희가 호통쳤다. 키 174cm에 하이힐까지 신어 거의 180cm처럼 보였고, 우렁찬 목소리까지 더해져 압박감이 대단했다. 심소연은 순식간에 기가 눌려 멍하니 입을 다물었다. 다음 순간 정도희가 정말 사람과 휠체어를 통째로 뒤집어 버릴 것 같아 겁이 났다.조금 전까지 날뛰다가 순식간에 조용해진 심소연을 보며 정도희는 코웃음을 치고 강아연을 부축해 떠났다.하지만 성규연과 스쳐 지나갈 때는 그를 매섭게 노려보며 낮게 욕했다.“개 같은 놈, 감히 우리 아연이한테 비벼? 그 여우 같은 년이랑 평생 붙어서 살아. 밖으로 기어 나와 사회에 민폐 끼치지 말고.”성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곁눈질로 정도희에게 의지한 채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강아연을 바라보며, 그의 두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두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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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소연의 눈에 있던 적대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조금 전 정도희를 감쌌던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질문만큼은 정확히 그녀가 듣고 싶던 말이었다.성규연은 다른 사람들이 심소연을 ‘성 대표의 미래 아내’로 짐작해도 굳이 부정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그녀를 미래 그룹 대표 성규연의 미래 아내, 곧 성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라고 여겼다.그 생각에 심소연은 허리를 곧게 펴고 진심인지 가식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미소를 지었다.“저는...”“아닙니다.”성규연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심소연은 굳어 버렸다.성규연이 이 관계를 이렇게 명확하게 부정한 건 처음이었다.게다가 주변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중에는 전에 심소연이 정실이라고 믿었던 사람도 있었다.성규연이 공개적으로 부정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묘하게 달라졌다. 그들은 목소리를 낮춰 수군거렸다.“뭐야? 저 여자가 정실이 아니었어?”“설마 저쪽이 불륜녀인 거야? 그럼 아까 그 여자가 진짜 부인이었던 거고?”“세상에, 완전히 뒤집혔네. 요즘은 불륜녀가 본처보다 더 당당하게 굴어?”“진짜 뻔뻔하다. 저 남자도 똑같아. 불륜녀가 자기 아내를 괴롭히는데 내버려 둔 거잖아...”...작게 말했지만 심소연의 귀에는 다 들렸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고 성규연을 보는 눈에는 억울함이 차올랐다.하지만 성규연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주변 사람들의 험담을 듣고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 전에 강아연이 욕을 먹었을 때보다 훨씬 평온한 얼굴이었다.박경준은 심소연을 한번 흘끗 보며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금세 화제를 돌렸다.“이렇게 우연히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녁은 제가 대접하죠.”박경준이 성규연을 데려가려는 걸 눈치챈 심소연은 얼른 붙잡으려 했다.“규연아...”“그러죠.”성규연은 바로 대답하고 심소연을 그 자리에 그대로 남겨 둔 채 성큼성큼 떠났다.박경준도 성규연과 함께 자리를 떴다.“규연아!”심소연이 억울하게 불렀지만 성규연은 들리지 않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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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그녀는 급히 정도희의 손을 뿌리치고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대를 붙잡고 토했다.정도희는 그런 모습을 보고 무언가를 떠올린 듯했다. 강아연이 구토를 끝내고 입을 헹군 뒤 나오자 휴지 한 장을 내밀었다.“고마워.”강아연이 작게 말했다.하지만 정도희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강아연의 손목을 잡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아연아, 솔직히 말해. 너 혹시... 임신했어?”입술을 꾹 깨문 강아연은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나...”“나 속일 생각 하지 마. 이런 증상은 나도 웬만큼 알아.”정도희는 다른 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고 목소리를 낮췄다.“애 아빠, 성규연 그 개자식 맞아?”몰래 얘기하는 정도희의 모습이 어이없어 강아연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인정한 셈이었다.그녀는 눈을 내리깔았다. 조금 전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뒤 다급하게 주정애를 찾아가려 했을 때 의사가 자신을 붙잡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강아연 씨, 어머님 상태가 걱정되시는 건 알아요. 하지만 꼭 알려 드려야 할 일이 있어요. 혈액검사 결과를 보면 현재 임신 3주 차예요.”당시 강아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저 생리도 정상적으로 했는데...”‘어떻게 임신일 수 있단 말인가?’“임신 초기에는 출혈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요. 착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상적인 생리 반응이죠. 하지만 최근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하셨고 신체 반응도 상당히 커서 현재 유산 위험이 있어요. 강아연 씨, 마음을 안정시키셔야 해요. 계속 이 상태가 이어지면 아이를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그 뒤 의사가 무슨 말을 더 했는지는 강아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정말 임신이었다.시기를 계산해 보면 바얀트 호텔에서 있었던 그날일 가능성이 컸다. 성규연이 너무 거칠게 해 콘돔이 찢어졌지만 그녀는 당시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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