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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를 버린 그들에게: Chapter 111 - Chapter 120

168 Chapters

제111화

“사모님?”마정현이 강아연 앞에 서서 웃으며 말했다.“진짜 사모님이셨네요. 제가 잘못 본 줄 알았어요.”“정현 씨...”강아연은 그제야 마음을 쓸어내리며 물었다.“여기는 어떻게 온 거예요?”“아... 어머니 한약을 두 첩 사러 왔어요.”마정현이 봉투에 든 약봉지를 강아연에게 보여줬다.“사모님은 집에 가시는 길인가요?”고개를 끄덕인 강아연은 자신의 차를 바라보며 다소 어색하게 말했다.“갑자기 고장이 나서 시동이 안 걸려요.”이 말에 마정현이 직접 나서서 차를 살펴봤다.“엔진 문제인 것 같아요. 수리가 필요해요. 마침 제가 정비소를 하는 친구를 아는데 전화하면 바로 와서 차를 견인해 가서 수리해 줄 거예요.”그러더니 곧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주소와 기타 상황을 설명했다.“아, 그리고 사모님의 연락처를 하나 주세요. 친구가 수리를 마치면 바로 사모님께 연락할 거예요.”강아연이 자기 전화번호를 알려줬다.“그래, 알았어. 수고해.”마정현이 친구와의 통화를 끊으며 강아연에게 OK 사인을 보냈다.“해결됐어요.”강아연은 마정현의 일 처리 속도에 감탄했다. 동시에 너무 고맙기도 했다.“고마워요.”오늘 여기서 마정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언제 해결했을지 몰랐을 것이다.“아니에요.”마정현이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연락처도 강아연에게 알려줬다.“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고요.”강아연은 정중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그녀는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차가 견인되어 정비소에 맡겨진 후, 강아연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마침 퇴근 시간이라 2분 동안 어플로 호출해도 응답이 없었다.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옆에 있던 마정현이 이 상황을 보고 먼저 입을 열었다.“사모님,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까요?”하지만 강아연은 조금 망설였다.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진짜로 좋아하지 않기에 바로 거절하려 했다.그런데 마정현이 그녀의 걱정을 읽은 듯 먼저 입을 열었다.“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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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마정현이 이렇게 말하자 강아연도 더는 거절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그래요. 뭐 먹고 싶어요?”“음, 생각해 볼게요...”진지하게 고민하던 마정현은 시선이 앞쪽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검은색 마이바흐를 스쳤다.“프렌치 레스토랑 어때요? 괜찮아요?”강아연이 물었다.“프렌치 레스토랑이요?”“네, 혹시 돈 아까워 싫은 거 아니죠?”마정현이 웃으며 물었다.“아니면 다른 걸로 바꿀까요?”“아니에요.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가요.”워낙 남에게 신세 지는 걸 싫어하는 강아연인지라 비싼 걸 사주는 게 오히려 그녀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었다.운전 중이던 마정현이 강아연을 한 번 흘끗 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액셀을 힘껏 밟아 검은색 마이바흐 뒤를 따라 경성의 유명한 프렌치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다.들어서자마자 마정현이 먼저 강아연이 앉기 편하게 의자를 빼주었다. 앉은 후에는 물도 따라주었다.“아연 누나 덕분에 이렇게 좋은 데서 식사도 하네요.”“제가 오히려 정현 씨한테 더 감사해야죠.”마정현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강아연은 아직도 병원 주차장에 남아 혼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을 것이다. 메뉴판을 받자마자 먼저 마정현에게 건넸다.“먹고 싶은 거 마음껏 시켜요. 제가 사는 거니까!”“그럼 제대로 골라봐야겠네요!”마정현이 활짝 웃었다.운전하기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어 술은 따로 시키지 않았다. 애피타이저로는 파르망티에식 다진 고기 요리를 주문했고 메인 요리로는 부르고뉴식 소고기와 카술레를 골랐다. 치즈는 카망베르를 선택한 뒤 물었다. “아연 누나, 생선 수프 마실래요?”전에 생선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았던 기억이 떠오른 강아연은 고개를 저었다.“그럼 랍스터 비스크를 하나 더 추가할게요.”마지막 디저트로는 브레스트를 골랐다. 이건 고리 모양의 프렌치 크림 푸딩으로 진한 아몬드 크림 필링이 들어간 클래식한 프렌치 디저트였다. 강아연도 이 디저트를 꽤 좋아했다.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마정현이 고른 요리들이 기본적으로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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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식사 내내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심소연이 먼저 이야깃거리를 꺼내며 대화를 이어갔다.“규연아, 이 스테이크 괜찮네, 한번 먹어봐.”“규연아, 이 디저트도 괜찮아, 너무 달지 않아서 좋아.”“규연아...”“응.”적극적인 심소연과 달리 성규연은 그냥 무심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심지어 마지막 디저트가 나왔을 때도 그의 접시에 있는 스테이크는 아직 다 먹지 못한 상태였다. 다만 스테이크에 화풀이라도 한 듯 칼로 갈가리 찢겨 놓았다.성규연의 시선은 심소연과 마주 보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심소연 뒤의 강아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특히 강아연의 맑고 아름다운 옆모습이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볼 때마다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은 당장이라도 강아연을 꿰뚫을 듯했다.강아연이 성규연 앞에서는 한 번도 그렇게 웃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성규연이 제일 싫어하는 셰프 앞에서 즐겁게 웃고 있었다.게다가 자연스럽게 그 셰프의 스테이크를 잘라주는가 하면 수프를 떠주기도 했다.“하...”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성규연의 손에 있던 식칼이 접시에 떨어졌다.갑작스러운 성규연의 행동에 심소연이 깜짝 놀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규연아, 왜 그래?”그제야 겨우 시선을 거둔 성규연은 이미 두 동강이 난 접시를 무표정하게 힐끗 쳐다본 후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리고 웨이터를 불러 접시를 치우라고 했다.성규연의 표정을 살핀 심소연은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어디가 이상한지, 말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뭔가 이상했다.한편 강아연과 마정현은 이미 식사를 마쳤다.강아연은 계산을 마친 후 마정현과 함께 자리를 떴다.그러자 성규연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규연아, 왜 그래?”심소연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디저트 아직 안 먹었잖아.”“안 먹을 거야.”성규연이 자기 외투를 집어 들며 말했다.“네가 알아서 먹어. 좀 이따 기사가 데리러 올 거야.”“그럼 너는?”심소연이 물었다.‘네가 나를 데려다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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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아니에요.”강아연을 바라보던 마정현은 갑자기 강아연의 얼굴을 가리키며 웃었다.“아연 누나, 얼굴에 브레스트 아몬드 크림이 묻었어요.”“네?”강아연이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지작거렸다.‘언제 묻은 거지? 왜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오른쪽이요.”마정현이 오른쪽 검지로 강아연의 오른쪽 뺨을 가리켰다.강아연은 바로 오른쪽 뺨을 만져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조금 위에요. 아니요. 좀 더 위로...”마정현은 강아연이 제대로 찾지 못하자 딸깍 소리와 함께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 강아연의 앞으로 다가가 왼손을 내밀어 강아연의 얼굴에 갖다 댔다.멈칫한 강아연은 우연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다 창문에 비친 실루엣을 흘끗 보았다.마지막 한 줄기 노을이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고 어두운 밤이 내렸다.바로 그 순간, 마정현이 몸을 숙여 강아연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그녀의 얼굴에 손을 살짝 갖다 댔다. 두 사람 사이에 분명 거리가 있었지만 주위에서 보면 마치 두 사람이 키스하는 것처럼 보였다.강아연도 바로 깨닫고 깜짝 놀라 손을 들어 마정현을 밀쳐내려고 했다.그 순간, 강력한 헤드라이트 조명이 얼굴에 비쳤다.이어 귀를 찢을 듯한 엔진 굉음이 들려오며 검은색 마이바흐가 강아연의 시야에 나타났다. 차량은 매우 빠른 속도로 그들을 향해 돌진해 왔다.강아연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마이바흐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그대로 그들을 향해 들이받았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이바흐가 카이엔의 뒤 범퍼를 들이받았다.뒤 범퍼가 움푹 들어간 카이엔은 차체도 90도로 옆으로 돌아갔다. 바퀴가 지면에 짙은 흔적을 남김과 동시에 에어백이 터져 마정현의 어깨를 강타했다.아파서 숨을 들이마쉰 마정현은 운전자를 향해 욕을 퍼부었다.“미친놈!”‘이렇게 넓은 길인데 들이받다니!’하지만 이내 강아연의 상태가 걱정됐다.“아연 누나, 괜찮아요? 다친 데 없어요?”멍한 얼굴로 고개를 저은 강아연은 눈에 아직도 놀란 기색이 가시지 않았다.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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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성규연은 강아연이 아파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을 흘끗 보았지만 안타까움이나 걱정하는 기색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자기 성깔대로 거칠게 그녀를 끌고 롤스로이스로 걸어갔다.강아연은 이 남자가 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성규연의 손에 잡힌 손목이 너무 아파 몸부림치며 소리쳤다.“성규연 씨, 이거 놔요!”“놓으라고?”성규연이 코웃음을 쳤다.“놓으면? 가서 저 셰프와 키스하려고? 이 세상 사람들에게 성 대표 와이프가 셰프와 바람났다고 떠들고 다니려고?”“그게 무슨 말이에요!”강아연이 입술을 깨물며 반박했다. 목소리는 이 남자의 터무니없는 말에 너무 억울해 떨리기까지 했다.“그런 추잡한 생각으로 나를 모함하지 마세요!”“내가 두 눈으로 직접 봤어! 그런데 아직도 발뺌할 생각이야?”성규연이 강아연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이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강아연의 등이 롤스로이스의 차 문에 부딪혔다.강아연은 등뼈가 부러질 듯 아팠지만 몸의 고통보다 마음의 고통이 몇 배는 더 컸다.성규연은 절대로 그녀를 믿지 않았다.아무리 설명해도 오직 자신이 본 것만 믿었다.게다가 이런 저속한 말로 그녀를 모욕하기까지 했다.“강아연, 너 정말 대단하구나! 학부모 모임에 못 간 이유가 다른 남자와 데이트하기 위해서였어? 침대 위에서는 혼자 순수한 척, 깨끗한 척 다하더니 뒤에서는 이런 짓을 서슴없이 해?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성규연의 엄지손가락이 강아연의 입술에 닿았다. 부드러운 입술은 마치 활짝 피기 직전의 장미처럼 매혹적인 빛을 띠고 있었다.그런데 이 장미를 조금 전에 다른 남자가 따려고 했었다니...여기까지 생각한 성규연은 눈빛이 갑자기 깊어졌다.어젯밤 강아연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그와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남자에게 미소 짓는 모습을 보자 조금 전 카이엔의 뒤 범퍼가 아니라 운전석을 들이받지 않은 게 후회되었다.성규연의 위험한 눈빛을 느낀 강아연은 등골이 오싹해져 도망가려 했지만 성규연이 그녀의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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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성규연!”마정현은 힘겹게 몸부림치며 차에서 나오려 했다. 하지만 진 비서가 한발 먼저 차 문을 잠그고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마정현 씨, 우선 차량 손해배상 문제부터 얘기하시죠.”“뭘 얘기해! 당장 나가게 해!”마정현이 소리쳤다.“성규연이 저 여자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안 보여?”진 비서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대표님과 사모님은 법적으로 정식 부부입니다. 외부인인 마정현 씨께서 지나치게 참견하시는 것 같군요.”말하면서도 그는 몸을 옆으로 틀어 마정현의 시야를 가렸다. 아예 보지 못하게 하려는 듯했다.“젠장!”마정현은 창문을 두드리며 계속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성규연! 이 짐승 같은 놈아! 그만둬!”하지만 그의 목소리도, 사람도 차 안에 갇혀 있었다. 아무리 애를 태워도 소용없었다.그 시각, 롤스로이스 뒷좌석에서는 성규연이 강아연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었다.강아연은 뜨거운 숨결이 닿자 움츠러들었다. 성규연이 입을 맞추려 하자 힘껏 고개를 돌려 그의 접촉을 거부했다.성규연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위험한 기운을 풍기며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억지로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왜? 5년 전에는 그 더러운 수법까지 써 가며 나한테 너랑 결혼하라고 했잖아. 지난 5년 동안 나랑 잘 때는 떨어지기 싫다고 그렇게 달라붙더니 인제 와서 싫어? 그 요리사 때문이야? 그놈 좋아해?”강아연은 입술만 깨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성규연은 그 침묵을 인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녀의 턱을 쥔 손에 조금 더 힘을 주며 차갑게 비웃었다.“나보다 그놈이랑 자고 싶어? 그놈이 나보다 잘해? 널 만족시킬 수 있대? 응?”“성규연 씨, 머릿속이 그렇게까지 더러워요?”강아연은 더는 참지 못하고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성규연은 티 하나 없이 반듯하고 고고해서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녀 앞에서만큼은 이렇게 지독하게 못된 인간이었다.마치 그의 모든 어두운 면은 오직 그녀에게만 드러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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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그러니까 이 가방도 서지원이 준 것이었다.성규연은 혀끝으로 입천장을 밀었다. 기가 막힌 듯 웃음이 나왔지만, 두 눈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그 안에는 억눌린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산 너머로 폭우가 몰려왔다. 거센 바람이 나뭇가지를 꺾고, 번개와 천둥이 밤하늘을 뒤흔들었다.강아연은 그의 무서운 표정에 순간 압도되어 가슴이 떨렸다.다음 순간, 성규연이 그녀의 턱을 세게 움켜쥐며 이를 악물었다.“강아연, 내가 널 정말 우습게 봤네. 남자 하나로는 부족해서 또 하나를 꼬셔? 그러고도 나한테 더럽다고 할 낯짝이 있어? 넌 안 더러운 줄 알아?”“무슨 뜻이에요?”강아연의 입술도 얼굴도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무슨 뜻이냐고? 하...”성규연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가득했다.“아직도 모르는 척할 생각이야?”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처럼 요동치는 그의 눈빛이 당장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듯했다.“남자 둘을 동시에 만나고 다녀? 클럽에서 노는 여자보다 더 헤프고 방탕하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짝!성규연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그의 눈에 찰나의 놀라움이 스쳤다.강아연이 치켜든 손바닥은 화끈거리며 아팠고, 손끝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성규연의 뺨을 때린 건 그가 내뱉은 말이 너무나 잔인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때리고 나자 강아연은 오히려 더 무서워졌다.성규연의 분노를 그녀는 감당할 수 없었다.강아연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두려워 그의 눈을 똑바로 보지도 못했다. 심장은 목구멍까지 치솟아 다음 순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그가 당장 폭발해서 자신의 목을 졸라 죽이거나, 그보다 더 끔찍한 짓을 할까 봐 두려웠다.그런 생각이 들수록 강아연의 어깨는 더욱 심하게 떨렸다.성규연은 맞은 뺨을 쓸었다. 혀로 어금니를 밀며 음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손등에는 푸른 혈관이 불거졌다.그러다 극심한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탓에 체에 걸러지듯 온몸을 떠는 강아연을 봤다. 토끼처럼 새빨개진 눈에는 물기가 가득 차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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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시끄럽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고, 공기마저 차갑게 얼어붙었다.밤공기는 물처럼 서늘했다. 가로등이 성규연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따뜻한 노란빛이 얼굴을 비추며 본래부터 깊고 또렷한 이목구비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눈썹 하나, 눈매 하나까지 신이 공들여 빚은 것처럼 완벽했다.하지만 표정은 지독할 만큼 냉랭했다. 눈썹과 눈 사이에는 서리라도 내려앉은 듯해서 누구도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것 같았다.진 비서는 꼿꼿하고 훤칠하게 선 성규연을 바라봤다. 고고한 모습에 어쩐지 쓸쓸함이 더해져 있었다.그는 다시 롤스로이스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소리 죽여 우는 강아연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이 원수 같은 부부 사이에 또 무슨 불쾌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하지만 성규연의 최측근인 만큼 뒷정리를 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었다. 진 비서는 조심스럽게 성규연 곁으로 다가갔다.“대표님, 사모님께서...”성규연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성씨 가문의 운전기사가 지하주차장에서 부가티 베이론 한 대를 몰고 나왔다. 차에서 내린 기사는 공손하게 열쇠를 성규연에게 건넸다.진 비서는 조금 의외였다. 성규연이 비싼 차를 많이 갖고 있기는 했지만 스포츠카를 모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개 기분이 아주 좋지 않을 때만 그랬다.진 비서가 반응하기도 전에 성규연은 열쇠를 받았다. 시선 끝으로 롤스로이스 안에서 웅크린 사람을 힐끗 보며 미간을 찌푸린 뒤, 정장 재킷을 벗어진 비서 품에 던지고 성큼성큼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부가티 베이론이 밤을 찢는 듯한 굉음을 토해내더니 순식간에 멀어졌다.진 비서는 재킷을 안은 채 차가 도로 끝으로 사라지는 걸 지켜보다가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롤스로이스로 걸어갔다.차 안의 강아연은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묻은 채 울고 있었다. 눈물이 치맛자락까지 적셨다.다음 순간 차 문이 열리며 밝은 빛이 스며들었다.“사모님.”강아연은 몸을 더 심하게 웅크렸다. 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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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저 할머니 집에서 한동안 살아도 돼요?”성준서가 눈을 깜빡였다.“할머니가 저 보고 싶대요. 그래서 가서 같이 있어 달라고 했어요.”할머니가 손자를 보고 싶어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강아연에게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예전에 성준서를 낳자마자 서영란이 몸이 너무 약해 아이를 돌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곧바로 성준서를 데려갔을 때도 그녀에게는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그래서 강아연은 성준서를 막 낳았을 때 단 한 번 본 뒤로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성규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아연이 분만실에 들어간 뒤로 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강아연이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곁에 있던 사람은 산후도우미 장미진과 정도희뿐이었다. 가끔 성씨 가문 어르신이 찾아오는 것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녀는 마치 구석에 버려진 사람처럼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강아연이 다시 성준서를 본 건 서영란이 아이의 잔치를 열어 줬을 때였다.서영란은 손님들의 칭찬 속에서 성준서를 안고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누군가 아이 엄마에 관해 묻기만 하면 입을 다물었다.그 잔치에서 강아연이 성준서의 친엄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결국 보다 못한 김연화가 나서고 나서야 강아연은 성준서를 집으로 데려와 키울 수 있었다.하지만 성준서가 그녀의 곁으로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서영란이 배정한 사람들이 아이를 돌보고 가르쳤다. 강아연은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인지 성준서는 지금까지도 그녀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강아연은 아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 봤다. 하지만 아이는 아버지를 똑 닮아, 그녀를 가까이하는 듯하다가도 금세 거리를 뒀다. 그래도 강아연은 포기하지 않고 더욱 정성껏 돌보며 언젠가는 성준서도 자신과 가까워질 거라 믿었다.몇 년이나 노력한 끝에 두 사람의 모자 관계가 겨우 조금 나아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심소연이 나타난 뒤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강아연은 이미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래서 성준서가 할머니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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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장미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사모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 가세요?”게다가 캐리어까지 끌고 있었다.“엄마가 내일 수술이에요. 미리 가서 같이 있으려고요.”강아연이 부드럽게 대답했다.“아, 그러셨군요.”장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그럼 어머님 수술 잘 끝나고 빨리 회복하시길 바랄게요!”“고마워요.”강아연의 입가에 진심 어린 미소가 번졌다.“아주머니, 그동안 돌봐 줘서 정말 고마웠어요.”장미진은 강아연이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몰라 조금 쑥스러워했다.“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사모님, 그렇게까지 말씀 안 하셔도 돼요.”“잘 있어요.”강아연은 그 말을 끝으로 캐리어를 끌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문을 나섰다.‘다시는 보지 말자. 나를 5년이나 가둬 두었던 이곳을.’그녀는 단호한 걸음으로 어둠 속을 향해 걸어갔다.장미진은 멀어지는 강아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눈을 깜빡였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방금 사모님이 ‘잘 있어요’라고 말하던 표정이 마치 영원한 작별을 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럴 리 없어...’장미진은 곧 그 생각을 지웠다. 이곳에는 사모님이 그토록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이 있는데, 사모님이 돌아오지 않을 리 없었다.강아연은 호출한 차에 올라탔다. 룸미러 너머로 성씨 가문의 별장이 점점 작아지다가 끝내 끝없는 밤 속으로 사라졌다.마음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고 오직 해방감만 남았다.그런데 다음 순간, 아랫배가 아래로 잡아당겨 지는 듯 욱신거리며 아파 왔다.“아...”강아연은 배를 감싸 쥐었다.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너무 아팠다.‘대체 왜 이러지?’강아연은 거의 기절할 것 같았다. 앞 좌석 헤드레스트에 이마를 기대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손님, 괜찮으세요?”기사는 강아연의 갑작스러운 상태에 깜짝 놀라 서둘러 속도를 줄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강아연은 입술을 깨문 채 한동안 버텼다. 조금 지나자 복통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요즘 몸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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