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내 잘못도 있지.”봉연우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내가 지원이를 너무 놀렸어. 가방 하나 산 걸 보고 무조건 마음 있는 여자한테 주려는 줄 알았으니까. 사실 친구나 형수한테 줄 수도 있는 거잖아. 별 의미 없는 선물일 수도 있고. 그렇지?”그는 말하면서 서지원을 바라봤다.서지원도 봉연우의 뜻을 모를 리 없었다. 성규연 앞에서 자신과 강아연 사이에 아무 관계도 없다고 선을 그어 쓸데없는 오해를 막으라는 뜻이었다.두 사람 모두 강아연이 이미 서지원의 수표를 받았고 이혼까지 마음먹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강아연과 성규연의 결혼은 사실상 끝까지 와 있었다.그렇지만 그 사실을 성규연에게 굳이 말하지 않았다. 성규연 성격상 강아연에게 그렇게 마음을 쓸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혼하면 이혼하는 거고, 그 사소한 일 때문에 친구 사이까지 틀어질 필요는 없었다.“맞아.”서지원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난 그냥 변상하려던 것뿐이야. 다른 마음은 없어. 알잖아, 난 남한테 약점 잡히는 거 싫어해. 특히 강씨 집안 사람한테는 더 그렇고.”그 말은 성규연에게 하는 설명인 동시에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말이기도 했다.‘강아연에게 느낀 감정은 순간적인 동정일 뿐, 절대로 이성적인 호감일 리 없어. 강아연은 강명우의 딸이야. 오히려 아버지 빚을 딸에게라도 받아 내고 싶을 정도인데 그런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어. 그래, 분명 그런 거야.’몇 번이고 스스로 암시하고 나자 서지원의 눈빛은 한층 확고해졌다.성규연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얇은 입술만 일자로 굳게 다물었다.“자, 이렇게 말이 정리됐으면 별일도 아니네.”봉연우가 적당히 마무리했다.“다들 일찍 들어가 쉬어. 내일이 무슨 날인지 잊은 건 아니지?”그 말을 듣자 성규연이 잠시 멈췄고, 서지원도 눈을 내리깔았다.내일...“내일이 아주머니 수술하는 날이잖아요. 아주머니, 긴장돼요?”영상통화 화면 속 정도희가 웃으며 물었다.“난 하나도 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