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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를 버린 그들에게: Chapter 11 - Chapter 20

100 Chapters

제11화

강아연은 원래 점심을 성규연의 비서에게 전해주고 바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라 비서실 사람은 거의 다 나간 상태였고 진 비서도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한 명의 직원이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강아연은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 점심을 성 대표님께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 직원은 책상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강아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성 대표님 댁의 셰프세요?” 이 그룹에서 진 비서를 제외하고 아무도 강아연이 성규연의 아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건 성규연이 결혼 당시 그녀에게 했던 말 때문이었다. “나는 너랑 결혼은 할 수 있지만 그 어떤 명분도 줄 수 없어.” 그의 말은 차갑고 무정했다. 하지만 그때의 강아연은 그를 너무나도 사랑했고 그런 조건임에도 기꺼이 결혼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녀는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지만 실제론 그냥 허울일 뿐이었다. 강아연은 대수롭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 대표님은 저 앞 사무실에 계세요. 직접 들어가셔도 됩니다.” 직원은 가장 큰 사무실을 가리키며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실은 진 비서님 외엔 아무도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이 없어서요.” 그런 직원의 처지도 이해할 수 있었기에 강아연은 더 이상 부탁하지 않고 직접 도시락을 들고 사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가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사무실 문이 안에서 열렸다. 심소연은 안에서 걸어 나오며 윗옷 단추를 채우고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강아연을 발견하자 살짝 놀라며 말했다. “강아연 씨?” 강아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녀의 모습만 봐도 심소연과 성규연이 안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짐작이 갔다. “규연이에게 점심을 갖다주러 오신 거예요?” 심소연은 웃으며 말했다. “규연이는 지금 바쁘니까 제가 대신 전해드릴게요.” 그녀가 손을 뻗어 도시락을 받으려 하자 강아연은 살짝 피하며 말했다. “괜찮아요. 제가 직접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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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성규연이 차에서 내렸고 그 뒤에는 심소연도 함께였다. 강아연은 시선을 거두고 몸을 옆으로 돌려 아무렇지 않은 듯 커피를 들이마셨다. 매장 직원들은 손에 쥔 일을 멈추고 매장 입구로 나와 두 줄로 서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성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성규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점장의 안내를 받아 심소연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 그들이 사라지자 1층에 있던 직원들은 곧바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와,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성 대표님 진짜 잘생겼다. 완전히 내 이상형이야!” “꿈 깨, 옆에 있는 저 여자 안 보여? 기품이며 미모며 완벽한 커플이잖아. 우리가 끼어들 틈은 없지.” “그런데 성 대표님, 예전에 윈스턴 블루 다이아 반지를 무려 300억에 낙찰받은 적 있다던데, 아마 저 여자한테 준 거겠지?” “헐, 돈도 많고 로맨틱하기까지 하다니! 그건 진짜 사랑이네.” 강아연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직원들이 성규연과 심소연의 사랑을 부러워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300억, 그 돈이면 엄마 치료비는 충분했을 텐데.’ 하지만 자신의 반지는 겨우 16억밖에 안 됐다. 그런데 성규연이 자신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생각하면 그 금액조차도 호의였을지도 모른다. 강아연은 자신의 처지를 비웃었다. 그때, 감정사가 수표를 들고 다가왔다. “고객님, 총액은 56억입니다. 잘 보관하시고요. 다음에 또 매각하실 보석 있으시면 꼭 연락하세요.” “감사합니다.” 강아연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다음은 없겠지. 이젠 팔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 그녀가 수표를 받으며 일어설 준비를 하려던 찰나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아연 씨?” 강아연이 고개를 들자 마침 계단 위에 있던 성규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늘 그랬듯 차가웠고 마치 낯선 사람을 대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어차피 성규연은 원래도 그녀를 사람들 앞에서 가까운 관계처럼 대해준 적이 없었고 지금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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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아니야, 외할머니를 모시고 있어.” 강아연은 카메라 화면을 돌려 병상에 누워 있는 주정애를 비추었다. 이미 정신을 차린 그녀는 베개에 기대어 손을 흔들며 성준서에게 인사했다. “준서야.” “외할머니!” 성준서는 달콤한 목소리로 외쳤다. 주정애는 가끔 자기가 좋아하는 사탕을 몰래 챙겨주곤 했기에 그는 그녀에게 애정이 많았다. 하지만 주정애가 늘 아프다 보니 김연화는 병이 옮을까 봐 그가 주정애를 찾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보는 주정애의 모습에 성준서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러곤 성규연을 보며 외쳤다. “아빠, 외할머니예요!” “응.” 성규연은 주정애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아무 말 없이 계단을 올라갔다. 그는 통화 내내 강아연과는 한마디 말도 섞지 않았다. 마치 전화기 너머에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강아연은 이미 그의 무시와 냉담함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녀는 성준서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성준서는 바로 전화를 두 손으로 감싸며 사과했다. “엄마, 미안해요. 어제 제가 좀 말을 안 들었죠.” 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다. 반면 가정교사는 늘 말하곤 했다. “세상에 옳고 그름은 없어. 오직 이득이 되느냐 아니냐만 있을 뿐.” 하지만 성준서는 이번만큼은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강아연은 며칠째 자신을 잘 챙겨주지 않았고 좋아하는 반찬도 안 해주고 자기 전에 동화책도 읽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만약 사과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면 사과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화면 너머에서 그 말을 들은 강아연은 순간 멍해졌다. 그녀는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졌지만 꾹 참고 부드럽게 말했다. “시간이 늦었네. 준서야, 얼른 자야지. 내일 학교 가야 하잖아.” “엄마, 오늘 밤엔 안 와요?” 성준서는 물었다. 강아연이 자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길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아연은 아까 성규연이 위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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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강아연은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계단 아래로 내려오는 심소연이 눈에 들어왔고 그 뒤엔 성규연이 일정한 간격으로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함께 일어나고 함께 씻고 함께 내려온 사람들 같았다. ‘역시, 어젯밤 성규연은 심소연의 방에서 잤구나.’ 강아연은 시선을 거두었다. 그녀는 더는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 순간, 성준서의 관심은 단번에 강아연에게서 심소연 쪽으로 옮겨갔다. “이모, 좋은 아침이에요!” 그는 강아연이 만들어준 전을 손에 들고는 심소연 쪽으로 달려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거 엄마가 만든 거예요! 이모도 한 입만 드셔보세요! 진짜 맛있어요!” “그래.” 심소연은 강아연을 힐끔 보더니 곧 미소를 지으며 전을 하나 집어 한입 먹었다. “음, 괜찮네.” “그렇죠?” 성준서는 작은 송곳니 두 개를 보이며 해맑게 웃었다. “이모가 좋아하시면 다음에도 엄마한테 또 해달라고 할게요. 많이 드세요!” 강아연은 말없이 자신의 아침 식사에만 집중했다. “생각보다 강아연 씨 요리 솜씨가 꽤 괜찮네요.” 심소연은 강아연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준서가 정말 맛있게 먹던데, 저한테도 한번 만드는 법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의 시선을 마주한 강아연은 숟가락으로 죽을 천천히 저으며 대답했다. “레시피는 이미 정현 씨한테 다 알려줬어요. 배우시려면 정현 씨에게 물어보세요.” “정현 씨요?” 심소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성규연의 눈길도 스치듯 강아연을 향했다. “새로 온 요리사요.” 강아연이 덧붙였다. “성은 마씨예요.” “아, 그렇군요.” 심소연은 부엌에서 조용히 정리 중인 마정현을 곁눈질하며 바라보았다. 그는 꽤 젊고 인상도 괜찮긴 했지만 성규연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급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강아연이 요리사와 다정하게 지낸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그녀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성규연, 그 한 사람뿐이었다. 심소연은 성규연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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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강아연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학교에 데려다주는 게 싫은 이유는 그녀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심소연만큼 멋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래서 친구들 앞에서 보여주기엔 부끄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강아연은 그 사실을 들춰내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집사에게 성준서를 학교에 데려다주라고 했고 그녀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들이 떠난 후, 넓디넓은 저택에는 다시 강아연 혼자만 남았다. “사모님, 주문하신 꽃이 도착했어요.” 장미진은 꽃수레를 밀고 뒷마당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강아연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모르면서도 시키는 대로 여러 종류의 신선한 꽃을 사 왔다. 다만 강아연이 성규연과 심소연의 일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성준서의 반응에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걸 보며 장미진은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모님, 이런 꽃들은 저희가 관리할 테니 차라리 대표님이나 작은 도련님에게 좀 더 신경을 써보시는 게 어떨까요? 안 그러면...” 그 뒤의 말은 끝내 내뱉지 않았지만 강아연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뻔히 알 수 있었다. 이대로 계속 무관심한 척하고 있으면 머지않아 심소연이 강아연의 자리를 완전히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고마워요.” 강아연은 꽃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미진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위 가져다드릴게요.” 강아연은 이미 활동하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그녀는 장미진이 가져다준 가위와 도구들을 챙긴 후, 꽃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단순한 손질이 아니었다. 다양한 색의 꽃들이 그녀의 손끝을 거치며 새가 날개를 펼친 형상으로 변해갔다. 꼬리 부분의 하늘색 꽃은 바람을 따라 살랑이며 마치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생동감이 넘쳤다. “와, 너무 예뻐요!” 장미진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사모님이 꽃을 잘 다룬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전시관에 있어도 손색없겠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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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 말을 들은 강아연은 마음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성준서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조금씩 달라질 줄 알았다. 며칠 전 스스로 사과까지 했을 땐 속으로 은근히 기뻐하기도 했다. 그래도 자기 뱃속에서 낳은 아이인데 설마 그렇게까지 차갑게 자신을 밀어내진 않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건 순전히 그녀의 착각이었다. 성준서의 눈엔 자신은 부끄러워 보여서 친구들 앞에 세우기가 민망한 못난 엄마일 뿐이고 똑똑하고 완벽한 심소연이 훨씬 더 자랑스러운 존재였다. 강아연은 아들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성규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서류를 넘기며 중간중간 비서에게 수정을 지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무심하고 차갑고 모든 일에 거리감을 두는 사람이었다. 그 순간 강아연은 모든 걸 알아차렸다. 성규연은 단 한 번도 바깥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사모님이라 소개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오늘처럼 모두가 모이는 자리에도 자신을 동행시키지 않으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성준서가 심소연과 함께 가겠다고 떼를 썼을 때 성규연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 누구와 동행하든 단지 그녀만 아니면 된다는 태도였다. ‘그래, 어차피 곧 이혼할 사이고 더 이상 스스로를 귀찮게 만들 필요도 없으니까’ 강아연은 마음을 다잡고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 “그냥 먼저 데려다주세요. 전 조금 있다가 제 차로 갈게요.” 기사의 차를 타면 정문에서 내려야 했고 그럼 연회장 입구에서 반드시 서영란에게 인사를 해야 했다. 서영란은 원래부터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괜히 분위기 망칠 필요 없이 그냥 지하 주차장 쪽으로 들어가면 조용히 뒷길로 돌아 김연화에게만 인사하면 그만이었다. 이런 시선과 불편한 느낌은 더는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운전기사가 말을 잇기도 전에 성준서는 활짝 웃으며 심소연의 손을 잡았다. “와! 이제 이모랑 같이 탈 수 있어요!” 기사는 난감한 눈빛으로 성규연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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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 말을 들은 성규연은 고개를 돌려 기대 가득한 표정의 서영란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 일은 그냥 하나의 실수일 뿐이잖아. 어차피 강명우는 감옥에 들어갔으니 별일 없어. 주정애는 병약해서 아무런 영향력도 없고 강아연의 삼촌이 아직 버티고 있다고 해도 그 강씨 가문은 이미 몰락 직전이야. 예전처럼 번성할 가능성은 없어.” 서영란은 분석하듯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강아연이랑 이혼하는 게 맞아. 그래야 너도 그 여자한테 발목 잡히지 않지.” 그러고는 단도직입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시간 잡아서 강아연한테 이혼 절차 밟자고 통보해. 이혼하는 게 너한텐 백 번 나아. 그래야 소연이도 우리 집에 정식으로 들어올 수 있잖아.” 서영란은 이미 심소연이 성씨 가문에 시집오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너랑 소연이가 나중에 아들 하나 더 낳아주면 금상첨화지.” 성규연은 아무 말 없이 쟁반 위에 놓인 술잔을 집어 한 모금 마셨다. 서영란은 그 침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입꼬리를 더 활짝 올리며 기뻐했다. ‘내가 언젠가 반드시 강아연을 성씨 가문에서 내쫓을 거야.’ 그 시각, 김연화의 정원에 앉아 있던 강아연은 갑자기 큰 재채기를 했다. “왜 그래? 감기라도 걸렸어?” 김연화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강아연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연화는 벌컥 화를 냈다. “성규연 그 녀석은 대체 뭐 하는 거야! 자기 마누라가 이렇게 얇게 입고 있는데도 챙기지 않고. 안 되겠어, 내가 오늘 단단히 혼 좀 내야겠어!” “할머니, 전 정말 괜찮아요.” 강아연은 황급히 김연화를 막아섰다. “보세요, 제가 만든 쑥떡이에요. 방금 만든 거니까 얼른 드셔보세요.” 김연화는 그제야 화를 조금 누그러뜨리더니 주름진 손으로 강아연의 코끝을 살짝 찔렀다. “넌 참, 그래도 그놈을 감싸네.” 강아연은 고개를 숙였다. 사실 변명도 아니었다. 실망이 너무 쌓이니까 더 이상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김연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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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성규연이 그녀가 그때 셀카로 몰래 사진을 찍은 걸 알았다면 아마 현장에서 바로 삭제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는 그 정도로 결혼식이든 이혼이든 공적인 자리에 그녀와 함께 있는 걸 극도로 꺼렸다. 그러니 사람들이 그녀가 사모님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강아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래도 지금은 다행히 그런 명분 같은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 달 후면 그녀는 이 집을 떠날 사람이다. “자, 이번엔 내가 만든 고등어찜을 한번 맛봐.” 김연화는 도우미를 시켜 고등어찜을 가져오게 했다. 곧이어 향긋한 냄새가 퍼지며 그녀의 식욕을 자극했다. 눈처럼 하얀 생선 살과 부드러운 두부, 거기에 죽순, 말린 표고버섯, 햄까지. 육수는 오래 고운 닭 육수로 냈고 그 위에는 잘게 썬 파채가 고명처럼 올려져 있었다. 이건 강아연의 외할머니가 어릴 적 자주 해주던 요리였다. 도우미가 떠준 고등어찜을 한 입 먹자마자 강아연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건 기억 속 그 맛과 너무도 똑같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도 김연화가 이 고등어찜을 해준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 먹으니 코끝이 시큰해졌고 결국 참으려던 눈물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왜 그래?” 김연화는 당황하며 물었다. “갑자기 왜 우는 거야? 설마 성규연 그 못된 녀석이 너 괴롭혔어? 말만 해, 내가 당장 가서 혼쭐을 내줄 테니까!” “아니에요.” 강아연은 얼른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는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가 너무 잘 만드셔서 감동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김연화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직접 휴지를 꺼내 그녀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맛있으면 많이 먹어. 할머니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줄 테니까.” “네.” 강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의 고등어찜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웠다. 이렇게 맛있게 먹은 건 며칠 전 위염으로 고생한 이후 처음이었다. “뭐야, 이 맛있는 냄새는?” 그때, 맑고 경쾌한 여자의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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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내가 아연이를 부른 거야. 오랜만에 보는 거라 너무 보고 싶더라고.” 김연화가 대답했다. “그랬군요.” 성지민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뭔가 이상한 듯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규연 오빠 옆에 꽤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자분이 서 있던데요? 새언니는 혹시 아세요?” “여자?” 김연화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 강아연은 분위기를 바꾸려 했지만 성지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그리고 그 여자분이랑 규연 오빠가 같은 차 타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야?” 김연화는 표정이 한층 진지해지며 강아연을 바라보았다. “내가 분명 기사한테 너랑 규연이랑 같이 오라고 시켰잖니? 넌 어떻게 온 거야?” 강아연은 잠시 머뭇거리다 솔직하게 말했다. “제 차로 왔어요.” “이게 말이 돼?” 김연화의 이마에 주름이 확 잡혔다. “그 못된 녀석이 감히 널 혼자 오게 해? 자긴 딴 여자랑 같이 오고?” “할머니, 사실은요.” 강아연은 변명하려 했지만 김연화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 녀석 대신 변명하지 마!” 김연화가 이렇게까지 화내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는 입에 담으려던 말을 삼키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성지민도 자신이 방금 뭔가 잘못된 말을 했다는 걸 깨닫고 강아연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냈다. 강아연은 그녀가 원래 직설적인 성격이라는 걸 알기에 별다른 감정 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이해를 표했다. 하지만 이미 김연화의 분노는 한껏 치솟은 상태였다. 그녀는 가슴을 손으로 누르며 호흡이 거칠어졌다. “할머니!” “외할머니!” 강아연과 성지민은 놀라서 얼른 김연화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고 다급하게 주치의를 불렀다.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렇습니다. 조금 쉬시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감정 기복을 피하셔야 합니다.” 의사는 검진 후 단호하게 당부했다. “네, 알겠습니다.” 강아연은 진지하게 대답하며 침대에 누워 쉬고 있는 김연화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 일로도 이렇게 화가 나셨다면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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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하지만...” 강아연은 지금 이 시점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괜한 구설이나 불필요한 위험을 다시 불러올까 봐 걱정이 됐다. 지난번 납치당했던 일이 아직도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은 없어요!” 성지민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 “새언니, 절대 기 죽으면 안 돼요. 보세요, 새언니처럼 예쁘고 몸매도 좋고 기품까지 넘치는 사람이 어디 흔해요? 그 여자가 뭐라고, 감히 새언니한테 견줄 수나 있겠어요?”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잔잔하고 우아한 피아노 선율이 정원 한복판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푸른 장미로 꾸며진 무대 한가운데 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가녀리고 우아한 자태에 새하얗고 긴 손가락이 흑백의 건반 위를 경쾌하게 뛰노는 모습은 마치 음표들이 실체를 갖고 그녀 주위를 맴도는 듯했다. 피아노 선율은 바람을 타고 정원에 가득 퍼졌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스며들 듯 흘러갔다. “와, 저 여자분 목이 진짜 길고 곧다. 꼭 고귀한 백조 같지 않아?” “저 드레스 색감이랑 배경의 파란 장미가 완벽하게 어울려. 진짜 푸른 장미의 요정이라고 해도 손색없네.” “누군데 저렇게 대단하지? 난 처음 보는 얼굴인데.” “모르나 본데, 저분은 예전에 성씨 가문 부인이 양딸로 삼은 분이야. 공부 너무 잘해서 외국에 유학 하러 갔었는데 한 달 전쯤에 돌아왔다더라. 성이 뭐더라?” “심씨.” 강아연은 무대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스키만 잘 타는 줄 알았더니 피아노도 잘 치네.’ 지금 그녀가 입고 있는 건 맑고 차분한 하늘색 드레스였고 물결처럼 부드러운 긴 웨이브 머리가 어깨를 따라 흘러내렸다. 가느다란 목엔 하늘색 비단 리본이 매여 있었고 중앙엔 물방울 모양의 보석이 반짝이며 빛을 내고 있었다. 우아함 속에서도 여운이 남는 화려함이 있었다. 마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첫사랑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모습이었다. ‘이런 여자를 좋아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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