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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를 버린 그들에게: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강아연, 대답해.”목소리를 무섭게 했는데도 여전히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성규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품에 있는 그녀를 소파에 위에 내려놓았다.강아연은 소파 등받이에 기댄 채 눈 한번 깜빡하지 않았다. 꼭 영혼이 출타한 사람 같았다.활짝 벌려져 있는 옷깃 속으로 빼곡히 내려앉은 빨간색 흔적들이 보였다. 이 흔적 하나로 성규연이 얼마나 그녀를 몰아붙였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그는 단지 그녀를 육체적으로 괴롭힌 것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성규연은 그제야 자신의 행동이 조금 과했다는 걸 인식했는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는 특수한 유리야. 그리고 대표 사무실은 원래 방음이 잘 돼.”즉, 두 사람이 이곳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뜻이었다.애초에 성규연이 직원들에게 그 짓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소유욕 짙은 그가 옷이 다 흐트러진 채로 있는 강아연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할 리가 없었다.단지 그는 그녀를 벌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알기를 바랐을 뿐이었다.하지만 막상 굴복한 듯한 강아연의 반응을 보니 복잡미묘한 것이 아주 통쾌하지는 않았다.성규연은 강아연의 옆에 앉은 후 그녀의 옷 단추를 채워주려는 듯 손을 뻗었다. 그런데 손이 닿기도 전에 강아연이 갑자기 몸을 웅크리며 그의 손길을 거부했다.“강아연.”성규연의 목소리가 다시금 차가워졌다.“내가 지금 너 많이 봐주고 있는 거, 너도 잘 알 텐데?”강아연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이제는 아예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기까지 했다.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성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봐줄게. 작업실도 회사도 봐줄게. 일하고 싶으면 해. 그것도 허락할게.”그 말에 강아연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의심과 경계심이 가득 어려 있었다.“한 번만 더 그딴 눈빛으로 날 보면 바로 번복해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성규연의 목소리에 언짢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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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결국 두 사람은 그날, 반지를 교환하지 못했다.사실 두 사람의 운명은 그때부터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진작에 끊어졌어야 할 인연을 그녀가 눈치 없이도 5년이나 끌고 온 것이다.즉, 그녀가 성규연과 함께 해서 받은 고통은 다 스스로가 자처한 거라는 소리였다.물론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서 참으로 다행이었다.강아연은 복잡했던 마음이 다시 안정되는 듯해 무표정한 얼굴로 반지를 빤히 바라보았다.하지만 그 표정이 성규연에게는 언제 다시 반지를 내다 팔까 하는 뜻으로 보였는지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또다시 그딴 푼돈 때문에 반지를 팔아버리면 그때는 쉽게 안 끝날 줄 알아.”강아연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다시 팔아버릴까 하는 생각을 실제로 아주 잠깐 했었으니까. 애초에 돈이 궁한 그녀가 그런 생각을 안 한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하지만 또다시 반지를 팔아버리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한 일을 당하게 될지 모르기에 조용히 생각을 접었다.‘괜찮아. 일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잖아. 그거로 벌면 돼.’강아연은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으며 허리를 폈다. 하유리와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었다.“볼일 다 봤으면 나가.”성규연은 퉁명스러운 얼굴로 이 한마디를 던진 후 다시 책상 쪽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은 채 서류를 훑어보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강아연도 다시 발걸음을 옮겨 문 쪽으로 향했다.그런데 문이 열리는 순간 갑자기 김 비서가 다급한 얼굴로 쳐들어왔다.김 비서는 하마터면 그녀와 부딪칠뻔했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그대로 성규연의 앞으로 다가갔다.“대표님, 심소연 씨가 다리를 다쳤습니다!”“뭐?”성규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강아연의 곁을 빠르게 지나 그대로 사무실을 뛰쳐나갔다.늘 냉랭하던 얼굴이 심소연이 다쳤다는 한마디 때문에 금세 걱정으로 가득 차버렸다.강아연은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자신의 행색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는 아무런 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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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최선이라뇨...?”강아연은 불안함으로 요동치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의사를 바라보았다.“이대로 가다가는 손을 쓸 수조차 없게 됩니다. 수술을 더 이상 미루는 건 위험합니다.”주치의가 말했다.지금 이곳에서 주정애의 수술을 가장 원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강아연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아직 6억 원을 마련하지 못했다.“선생님, 지난번에 얘기하신 약을 지금 바로 써줄 수는 없을까요? 돈은 제가 수술 전까지 어떻게든 마련해볼게요.”강아연은 의사에게 거의 매달리다시피 했다.주정애가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2주 전부터 특수한 약을 맞을 필요가 있었다. 그 약을 맞게 되면 몸이 다시 제 기능을 하면서 고통도 줄어들게 된다.“이거 참...”의사는 곤란한 듯 한숨을 내쉬다가 너무나도 간절한 강아연의 얼굴을 보고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한번 얘기해볼게요.”“감사합니다, 선생님!”강아연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한가지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약은 일단 주사하기 시작하면 수술 전까지 절대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도중에 갑자기 주사를 멈추게 되면 그때부터는 바이털이 급격히 떨어져 수술로도 살리지 못해요.”의사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에게 당부했다.“그리고 그 약 외에도 투여해야 할 다른 약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약은 현재 병원에 단 2대밖에 없어 언제 사라질지 모릅니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병원비를 납부해주세요.”“네,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마련해볼게요.”그녀에게 남겨진 시간은 이제 2주밖에 없다. 그 2주 안에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마련해야 한다.강아연은 중환자실 밖에서 한참이나 주정애를 바라보았다. 늘 부러움의 대상이던 그녀였는데 지금은 거추장스러운 기기들에 둘러싸여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엄마, 미안해...”강아연은 심장을 움켜쥐며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자신이 슬퍼하면 분명히 주정애도 똑같이 슬퍼할 테니까.“내가 꼭 구해줄게. 무슨 수를 써서든지.”그렇게 얼마나 서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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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정도희의 아버지는 그간 줄곧 딸을 방치해 뒀다가 그녀가 배우가 된 후 갑자기 찾아왔다. 그러고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인질 삼아 그녀에게 갖은 협박을 하며 돈을 뜯어냈다.다만 그 일은 5년 전에 이미 해결을 봤었다. 그런데도 또 이런 기사가 났다는 건 탐욕스러운 그녀의 아버지가 또다시 그녀를 못살게 굴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기사까지 뜬 걸 보면 상당히 큰 문제인 듯했다.강아연은 정도희가 아무 말도 없는 것이 걱정되는지 다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도희야, 괜찮아?”그런데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어어, 괜찮아... 걱정하지 마...”정도희의 목소리가 뚝뚝 끊겼다.“너 혹시 지금 운동 중이야?”지나치게 큰 숨소리에 강아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때 아주 미약하게나마 남자의 신음이 들렸고 강아연은 그제야 어떤 상황인지 파악한 듯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타이밍 좋지 않게 전화를 거는 바람에 민망한 음성을 듣게 되고야 말았다.“어, 나 지금 운동 중이니까 저녁에... 저녁에 다시 전화할게...”정도희는 말을 마친 후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리고 강아연은 어색하게 휴대폰을 내리며 볼을 긁적였다.정도희에게서 돈을 빌리는 건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았다.“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지.”그 시각,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호텔 방 안.정도희가 휴대폰을 내려놓는 순간, 등 뒤에 있던 남자가 두 손으로 그녀의 몸을 움켜쥐며 자신의 아래로 가볍게 끌어당겼다.“나랑 뒹굴고 있는 와중인데도 전화 받을 여유가 되나 봐?”“아연이 전환데 그럼 안 받아?”정도희는 그를 힐끔 보더니 재촉하기 시작했다.“아직도 멀었어?”남자는 이에 가볍게 웃더니 그녀의 상체를 부드럽게 매만지며 말했다.“운동 중이라며? 운동은 빨리 끝내면 안 되지.”남자의 능글거리는 목소리에 정도희가 미간을 찌푸렸다.“대체 언제까지 할 셈이야? 나 허리 아파!”“제발 도와달라고 찾아온 사람, 너 아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면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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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와아, 엄청 예쁘다!”성준서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폭죽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니 매우 즐겁게 놀고 있는 듯했다.그때 메시지 알림이 울리고 강아연은 심소연이 보낸 사진 한 장을 받았다.사진 속에는 휠체어에 앉은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심소연이 있었고 그 옆에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규연이 있었다.심소연의 어깨에는 성규연의 외투가 걸쳐져 있었다. 그의 다정함과 자상함은 언제나 심소연의 것이었다.심소연이 두 사람의 사진을 보내온 이유는 간단했다. 성규연은 네 남자가 아닌 자기 남자라는 소유권 주장을 하기 위함이다.이런 사진을 받은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귀국한 뒤로 심소연은 성규연과 함께 있을 때면 늘 이렇게 사진을 찍어 강아연에게 보내곤 했었다.그리고 그럴 때마다 강아연은 늘 읽기만 할 뿐 아무런 답장도 보내지 않았다.강아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을 옆으로 치워버렸다.처음 두 사람의 사진을 봤을 때, 그녀는 호흡이 가빠오고 가슴이 욱신거리며 아파 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고요했다.그때 전화를 끊은 성준서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아빠랑 이모 나빠. 나도 불꽃놀이 보고 싶은데. 엄마, 나도 불꽃놀이 볼래요. 아빠한테 데려다줘요!”강아연은 머리가 울리는 것을 꾹 참고 차분한 목소리로 타일렀다.“준서야, 벌써 10시가 넘었어. 빨리 자야지.”“사모님 말씀이 맞아요. 도련님, 우리 이만 자러 가요. 네?”장미진도 다가와 아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싫어요!”하지만 성준서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강아연의 바로 옆으로 다가와 외쳤다.“엄마, 아빠한테 데려다줘요. 나도 불꽃놀이 보고 싶다고요!”이제껏 강아연은 아이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들어줬었기에 성준서는 이번에도 당연히 금방 들어줄 줄 알았다.하지만 강아연은 아예 그를 무시하며 다시 스케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엄마!”오냐오냐 자란 성준서가 그녀의 무시를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고 아이는 입을 삐죽이더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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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그녀의 마음속에서 이상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사모님이 정말 떠나시려는 걸까? 만약 정말 떠나시면 대표님은 무슨 표정을 지으실까?’...“아연 씨, 이번에 너무 잘했더라.”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을 받은 하유리는 곧바로 강아연을 칭찬해주었다.“아연 씨 기획안이 아주 만족스럽대. 이 정도면 장기 계약도 맺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앞으로도 꽃다발은 우리 회사에 제작 주문할 거래!”“아연 언니, 진짜 축하해요!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진짜 전혀 생각도 못 했는데, 언니 너무 겸손해요! 우리 다 언니가 이 업계는 처음 접해보는 사람인 줄 알았단 말이에요.”동료들의 축하에 강아연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여러분들에 비하면 신인 맞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다들.”“겸손이 아주 몸에 뱄다니까.”다른 직원들이야 그렇다 쳐도 하유리는 강아연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그런 그녀가 윙크를 하며 말하자 강아연은 점점 더 낯부끄러워졌다.“자, 오늘 기분도 좋은데 우리 다 같이 하루 쉴까요? 어때요?”하유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직원들은 서로를 마주 보더니 다 같이 환호를 내질렀다.“감사합니다 대표님!”“별말씀을요. 일도 쉬고 나서 해야 더 잘되는 거예요.”자신을 보며 말하는 하유리에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 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간만의 휴가라 다들 빠르게 짐을 챙겨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강아연도 이제 나가보려 하는데 갑자기 들리는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발걸음을 멈춘 강아연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 뿔테 안경을 낀 여직원 하나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 직원의 이름은 성희주인데 강아연이 입사 초기 회사에 적응을 못 하고 있을 때 많이 도와줬던 직원이었다.받은 도움도 있고 또 빨갛게 상기된 얼굴과 속상해 보이는 그 얼굴을 그냥 지나칠 수도 없어서 강아연은 결국 성희주에게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요?”“아, 아연 언니! 전 이제 끝났어요...”...저녁 7시, 경성 최고급 호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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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예요?!”십 분 전, 바얀트 호텔에 도착한 성희주와 강아연은 오자마자 호텔 매니저의 욕설을 들어야만 했다.“오늘 오후 전까지 객실 안에 있는 꽃들 다 신선한 걸로 바꿔놓으라고 했잖아요! 지금 시간 봐봐요. 오후가 지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저 모양이에요?”매니저의 히스테리에 성희주는 안경을 고쳐 쓰며 나지막하게 대꾸했다.“문자로는 분명히 내일 오후라고...”그전에도 몇 번이나 날짜를 수정했었는데 어렵사리 정한 날짜를 갑자기 오늘로 바꿔버린 탓에 일을 마치고서야 문자를 확인한 성희주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지금 변명하는 거예요?”매니저가 눈을 번뜩이며 소리치자 깜짝 놀란 성희주는 몸을 잔뜩 움츠린 채 강아연 뒤로 숨어들었다.“여기서 아무리 소리쳐봐도 시간 낭비일 뿐이잖아요. 손님들이 발견하시기 전에 시든 꽃들부터 바꿔놓을게요. 손님들이 물으시면 그땐 더 곤란해지잖아요.”강아연이 조리 정연하게 상황을 정리하자 매니저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내가 그걸 몰라서 이러겠어요? 나 가르칠 시간 있으면 얼른 가서 꽃이나 바꿔요.”그렇게 성희주와 함께 룸 안으로 들어오게 된 건데 살이 훤히 드러난 옷을 입고 서 있는 여자들뿐만 아니라 익숙한 얼굴들까지 보게 되니 그녀는 당황한 채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서지원, 봉연우, 그리고 다른 두 명의 도련님들 모두 성규연과 친한 친구들이었는데 그들이 이곳에 있다는 건 성규연도 함께 있다는 소리였다.역시나 소파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의 얼굴이 보였다.“뭐야? 쟤가 여길 어떻게 온 거지?”강아연을 본 서지원은 강아연이 성규연을 스토킹해 여기까지 쫓아온 줄 알고 표정을 굳혔다.하지만 그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표정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강아연은 원래 강씨 집안 딸이었지만 집이 갑자기 기울어진 뒤로 종적을 감춰버렸었는데 그런 그녀가 이곳에 나타나니 그저 놀란듯했다.서지원이 저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이 자리에서 서지원과 성규연만이 그녀가 성규연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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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싸고돌아?”그들의 말에 서지원은 강아연을 힐끔 보며 답했다.“그건 아닐걸. 입에 담지도 못할 수를 써서 결혼한 거라 공개 안 하는 거야. 그렇게 한 결혼이면 집에 얌전히나 있을 것이지 밖엔 왜 돌아다니는지 모르겠어. 알아달라고 일부러 그러는 건가?”그의 말에 묻어난 조롱을 느낀 강아연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다시 꽃을 자르는 데 열중했다.서지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친구들이 성규연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카드를 내밀뿐이었다.그러자 서지원이 그를 보며 한마디 보탰다.“너도 빨리 그런 여자랑 이혼해. 뭐 좋다고 계속 같이 살아? 원영 씨야말로 너한테 어울리는...”“내가 이겼어.”그런데 성규연은 그의 말을 채 듣지도 않은 채 완벽하게 승패가 갈린 패를 보여주며 말했다.“아 진짜!”“너 일부러 나 노린 거지?”패를 본 서지원이 욕까지 뱉으며 화를 냈지만 성규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돈 내놔.”“내가 말했지? 규연이랑 게임 하면 서지원이 이길리가 없다니까.”“아니거든! 그냥 잠깐 방심해서 그런 거야. 이기는 게 어떤 건지 내가 오늘 제대로 보여준다.”승부욕이 불타오른 서지원은 매 게임 진심으로 임했지만 번번이 성규연에게 지고 말았다.서지원만 노리는 건지 성규연이 매번 그의 패만 싹 쓸어가니 서지원의 표정도 점점 굳어가서 그의 옆에 붙어있던 모델들은 숨소리도 함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점점 파리해져 가는 안색에 성규연이 패를 한 장 던져주자 서지원은 기세가 자신에게로 기운 줄 알고 마침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번엔 내가 이기겠다.”“와 성규연을 상대로 이러기 쉽지 않은데.”“나 서지원이야.”봉연우의 말에 서지원은 득의양양하게 답했는데 그것도 얼마 가지는 못했다.이길 조짐이 보이는가 싶더니 성규연이 아껴왔던 패를 드러내는 순간 서지원은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다.“야, 너 나한테 뭐 불만 있냐?”아무리 봐도 고의 같은 그의 플레이 패턴에 서지원이 얼굴을 붉히며 묻자 성규연은 차를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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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어떻게 하냐고?”성희주의 질문에 서지원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성희주와 강아연을 훑어보았다.“이 빌어먹을 꽃 때문에 내가 2억이나 잃었는데, 그거에 대한 보상은 해야지? 네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2억이라는 큰 돈은 본 적도 없었기에 성희주는 손가락만 매만지며 벌벌 떨었다.평생 일만 해도 벌까 말까 한 돈을 마작 몇 판에 다 잃었으니 화가 나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그걸 곧이곧대로 배상해줄 능력은 없었기에 성희주는 초조하기 짝이 없었다.“모, 모르겠어요.”“모른다고?”그녀의 대답에 코웃음을 친 서지원은 옆에 있던 여자들을 보며 물었다.“그럼 너희가 한번 말해봐.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그러자 여자들은 서로 눈치를 한 번씩 보더니 간드러지게 웃으며 답했다.“마작만 놀면 재미없죠. 이제 술 마시는 거 어때요?”“나랑 같은 생각이네!”곧바로 직원에게 술을 가져오라고 시킨 서지원은 각종 와인들을 한데 섞어 세 잔을 꽉 채워냈다.“적당히 해 서지원. 그러다가 무슨 일 생기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는 건 우리야.”서지원이 여자들을 괴롭히려 한다는 걸 보아낸 봉연우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귀띔을 해주었지만 서지원은 그의 충고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옆에 있던 여자에게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성규연, 네가 좀 말려봐.”그런 서지원이 걱정됐던 봉연우가 성규연을 부추기자 서지원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물론 성규연이 나서서 자신을 말린다면 서지원은 강아연과 성희주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그가 아는 성규연은 고작 이런 일 때문에 강아연을 감싸며 그녀와의 관계를 세상에 드러낼 사람이 아니었다.강아연에 대한 성규연의 감정은 증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서지원은 그가 자신을 말릴 리 없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역시나 성규연은 소파에 기대어 마작을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는 눈빛이었지만 그건 서지원의 행동을 묵인한다는 뜻과 다름없었다.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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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서지원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마귀처럼 성희주를 내려다보았다.“저, 저는...”성희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으며 다리도 점점 풀려갔다.“그래서 마시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그러니까. 왜 말을 안 해? 마실 거야 말 거야!”서지원이 사악하게 웃으며 묻는 것도 살이 떨리는 데 옆에 있던 여자들까지 재촉하니 성희주는 공포에 질려 창백해진 얼굴을 한 채 바닥으로 쓰러지려 했다.다행히 강아연이 그녀를 잡아주어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성희주는 아예 다치길 바란 사람처럼 울먹였다.“나 이제 어떡해요... 아연 언니, 나 진짜 망했어요...”가재뿐만 아니라 알코올 알레르기까지 있어 저 술을 마시면 성희주는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그런 성희주의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봉연우가 다시 한번 서지원을 말리려 할 때, 가만히 있던 강아연이 입을 열었다.“한 잔에 2억이라는 거 진심이에요? 세잔 다 마시면 정말 6억 주실 거에요?”갑자기 나서는 강아연에 서지원은 당황하던 것도 잠시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왜요? 돈이 많이 부족한가 봐요.”“네.”자신을 조롱하기 위해 하는 말이라는 걸 알지만 강아연은 정말 그 돈이 필요했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그러자 서지원은 뒤에 있던 성규연을 힐끔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돈 많은 집에 시집갔다고 들었는데 왜 돈이 모자랄까? 남편이 돈을 안 주나?”서지원이 이 기회에 자신을 농락하려 한다는 걸 알았지만 강아연은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그러자 옆에 있던 여자들이 하나둘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돈에 미친 거 아니야?”“그러게 말이야. 저 술까지 마실 정도면 대체 얼마나 가난한 거야?”그 말을 들은 성규연이 강아연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봉연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는 사이야?”“아니. 모르는 사람이야.”하지만 그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강아연은 서지원만 바라보며 대꾸했다.“내가 이 술 다 마시면 성희주 씨는 그냥 보내주는 거죠?”“당연하죠.”서지원은 한 말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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