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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를 버린 그들에게: Chapter 51 - Chapter 60

100 Chapters

제51화

“서지원, 그만해.”감정기복없는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지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다른 사람 일에 끼어들지 않던 성규연이 이런 상황에 입을 열었다는 게 의아했기 때문이다.결국 강아연을 외면하지 못한 성규연에 서지원 역시 생각이 많은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얼마전까지만 해도 강아연이라면 아주 치를 떨던 그가 강아연을 위해 입을 여니 놀랄만도 했다.강아연도 갑자기 들린 성규연의 목소리에 당황했지만 그녀는 손에 들린 잔을 내려놓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마지막 한 잔만 삼켜내면 6억을 얻을 수 있었고 그러면 주정애의 병원비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었기에 강아연은 술잔을 꽉 쥐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그런데 그때, 커다란 인영이 그의 앞을 가로막더니 그녀의 팔목을 잡고 손에 들린 술잔을 앗아갔다.옆에 서 있던 여자들은 숨을 죽인 채 돌발행동을 하는 성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강아연에게서 술잔을 빼앗은 성규연은 표정을 굳힌 채 그녀를 보며 따지듯 물었다.“내 말 못 들었어?”마시지 말라는 뜻으로 한 말인데 여기서 멈추면 서지원이 아까했던 말을 취소할까봐강아연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술잔으로 팔을 뻗었다.그에 성규연은 술잔을 테이블 위로 세게 내려놓고는 정신을 못 차리는 강아연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했다.“이거 놔요! 나 안가요.”그러자 이미 술에 잔뜩 취한 강아연은 바닥에 주저앉아버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일어나.”성규연이 미간을 찌푸린 채 경고했지만 강아연은 도무지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싫다고요.”그녀의 투정에 성규연이 강아연을 어깨에 들쳐메자 강아연은 눈을 크게 뜬 채로 성규연의 어깨를 두드렸다.“이거 놔! 성규연!”강아연의 주먹질에도 성규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의 엉덩이를 때리며 언성을 높였다.“적당히 해.”강아연이 그제야 입을 다물자 성규연은 그녀를 들쳐업은 채 긴다리를 휘적이며 방을 나섰다.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방안에 남은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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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안돼요! 못 간다고요.”세면대를 부여잡은 채 떼를 쓰는 강아연의 목소리는 잔뜩 가라앉아있었고 술기운 때문인지 발음도 자꾸만 늘어졌다.“나 다시 가서 마저 마셔야 해요...”“강아연!”다시 돌아가서 술을 마시겠다는 그녀의 말에 순간 화가 치민 성규연은 냅다 소리를 질러버렸다.“술이 그렇게 좋아?”강아연은 술이 좋은 게 아니라 코앞에서 놓친 6억이 아까운 거였기에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6억...”“6억?”생각지도 못한 이유에 성규연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강아연을 자신을 마주 보도록 세운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문 채 그녀의 턱을 올려잡고 물었다.“그렇게 돈이 부족해? 말해봐.”억지로 한 결혼이었기에 성규연이 강아연에게 큰돈을 주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건 강아연에게 그럴 자격이 없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래도 재벌가 안주인이라는 신분에 맞게 좋은 옷, 좋은 차, 좋은 집에서 살게 해주었다.그래서 성규연은 부족할 거 하나 없이 사는 그녀가 왜 그렇게 돈에 목을 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강아연, 너 그 정도로 속물이었어? 고작 돈 6억이 그렇게 아쉬워서 집에 못 가겠어?”말투뿐만 아니라 그의 눈빛까지도 강아연을 비웃고 있었다.그런 눈빛에 이미 무뎌진 줄 알았는데, 성규연이 자신이 어떻게 보든 그딴 건 중요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강아연의 심장은 오늘도 아려왔다.성규연만 아니었다면 강아연은 아직도 걱정 없는 강씨 집안 아가씨로 살았을 것이다.그랬다면 고작 6억에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일도 없었겠지.하지만 모든 걸 잃은 그녀에게 그 6억은 정말 너무나도 큰돈이었다.“그래요. 나 속물이에요. 그러니까 나한테서 떨어져요. 이런 애랑 엮여서 좋을 거 없잖아요.”코웃음을 친 강아연은 바로 성규연을 밀어냈지만 눈빛이 달라진 성규연이 그녀를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성규연 씨, 이거...”그는 강아연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깜짝 놀란 강아연이 눈을 크게 뜨자 눈 안에 성규연의 서늘한 얼굴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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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그 말에 강아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성규연이 자신에게 6억을 준다니, 생각을 알 수 없는 그의 눈동자에 강아연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성규연이 6억을 그냥 줄 리는 없고 그 돈을 받으려면 자신도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았다.그 대가라는 게 과연 뭘까.성규연의 눈빛은 매처럼 사나웠고 강아연은 그가 이번에 노린 먹잇감이었다.강아연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지만 그녀에게 선택권 같은 건 없었다.“5초 줄 테니까 빨리 대답해.”성규연의 말이 끝나니 채 닫히지 않은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너무도 크게 떨려 강아연은 심장이 떨려왔다.“줘요. 필요해요 6억.”결국 답을 하고야 만 강아연은 밀려오는 두려움에 고개를 떨궜고 성규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6억의 대가는 강아연도 알고 있었기에 성규연이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자신의 가슴께에 올려진 성규연의 손을 치운 강아연은 자신을 한껏 조롱하고 있는 이에게로 자존심을 다 굽힌 채 다가가야만 했다.달달 떨리는 그녀의 손을 보며 입꼬리를 올린 성규연은 넥타이를 풀어낸 뒤 그 두 손목을 묶기 시작했지만 강아연은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주먹을 꽉 쥔 뒤 눈을 감을 뿐이었다.손을 다 묶어버린 성규연은 기사에게 올 필요 없다는 연락을 하고는 강아연을 안은 채 가장 높은 층에 있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으로 향했다.강아연이 성규연에게 이끌려 이곳에 온 지도 벌써 두 번째였다.처음에는 강아연이 성규연을 찾으러 여기까지 오는 바람에 둘의 사이가 들킬뻔해서 화가 난 성규연이 오늘처럼 그녀의 팔을 묶은 채 호텔 방으로 밀어 넣었었다.각종 도구가 가득한 방안에서 성규연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강아연은 몇 번이나 기절했지만 성규연은 그럴 때마다 그녀를 깨웠고 강아연은 결국 목이 다 쉬고 눈물이 말라붙을 때가 돼서야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강아연은 이번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그 무시무시한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저번에는 그래도 성규연을 사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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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무심한 듯 이불을 당겨 드러난 그녀의 어깨까지 잘 덮어준 성규연은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넘어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성규연이 소파에 앉자마자 거센 노크 소리와 함께 서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성규연!”방안으로 들어온 서지원은 가운 아래로 보이는 성규연 몸에 나 있는 상처들에 혀를 찼다.“아주 격렬했나 보네.”“용건만 말해.”서지원의 눈에 가득한 분노와 원망을 보아낸 성규연은 쓸데없는 얘기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오늘 왜 나선 거야?”“너 전엔 안 그랬잖아.”“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오늘 일에 대해 굳이 남에게 해명할 필요도 없었고 성규연 본인도 그 이유를 잘 몰랐기에 그는 서지원의 질문에 그저 담담히 대꾸했다.이번 일로 봉연우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이 자신과 강아연의 관계에 대해서 의심할 수도 있었지만 성규연은 별생각이 없었다.전에는 자신과 강아연의 관계가 밝혀지는 게 치가 떨리게 싫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서지원은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을 한 채 서 있는 성규연을 향해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강명우가 우리한테 무슨 짓 했는지 잊은 건 아니지? 강명우 때문에 사람이 몇이나 죽어 나갔고 연우는 평생을 휠체어에만 앉아있어야 해. 그게 다 그 빌어먹을 놈 때문이라고! 죽어 마땅한 그놈을 네가 살려준 거야. 강아연이 너한테 빌었다는 이유만으로. 네가 그러고도 연우 친구야?”화를 참으며 내뱉는 그 말들에 성규연은 어떠한 대꾸도 하지 못했다.그때 잔뜩 불러온 배를 끌어안고 자신 앞에 무릎을 꿇은 강아연 때문에 성규연은 강명우를 용서해주기로 했었다.그래서 성규연은 강아연을 자신에게로 들이민 강명우도 증오했지만 그런 사람의 딸인 강아연에게 마음을 준 자신도 사무치게 미웠다.강아연은 강명우가 성규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독이 든 성배였다.몇 년 간 누구보다 고통스러웠을 그를 알기에 서지원도 말투를 한층 누그러뜨리며 말했다.“규연아, 우리 친구잖아. 굳이 말로 안 해도 넌 알 거라 믿어. 하지만 너랑 강아연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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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목이 타들어 가는 듯한 갈증에 강아연은 마침내 눈을 떴다.뭍으로 밀려가 탈수한 물고기마냥 온몸이 뜨거워 났고 삭신이 쑤셨지만 강아연은 눈을 뜨자마자 주변부터 둘러봤다.한참 동안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성규연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몸을 일으키니 이불이 허리께로 떨어졌다.그렇게 강아연은 예고도 없이 자신의 몸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정말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런 몸보다도 협탁에 놓인 수표에 먼저 눈길이 갔다.정확히 6억, 어제 약속했던 액수대로였다.자신의 값어치가 6억이라고 매겨진 것이었지만 그래서 성규연이 약속은 지켰기에 강아연은 입술을 말아 물며 그 돈을 집어 들었다.성규연한테 그 6억은 그저 강아연을 화풀이대상으로 쓰고나서 던져준 푼돈에 불과하겠지만 강아연은 그럼에도 그 돈을 손에 꼭 쥘 수밖에 없었다.엄마의 병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강아연은 그딴 자존심은 몇 번이고 더 버릴 수 있었다.그래서 강아연은 저도 모르게 뜨거워지는 눈가도 그저 몸이 불편해서일 뿐이라고 치부했다.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성규연의 개인 룸이었는데 안에 배치된 가구들은 전부 세계적인 명품들이었다.개중에는 골동품들도 아주 많았는데 어젯밤, 강렬한 반동에 떨어져 나간 그 화병도 몇백억을 호가하는 고대 도자기였다.모든 게 최고급인 그곳에서 가장 저렴한 건 강아연 손에 들린 세 장의 수표였다.하지만 성규연은 애초에 강아연에게 너그러운 적이 없었기에 강아연도 그러려니 하고 입술을 말아 물었다.성규연이 없어도 이곳에서 쉴 수는 있었지만 이곳에는 한시도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았던 강아연은 수표를 챙긴 채 힘겹게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런데 발이 땅에 닿자마자 그녀는 중심을 잃고 넘어져 버렸다.“아...”딱딱한 침대가 아닌데도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파와서 강아연의 미간은 저절로 찌푸려졌다.어젯밤, 성규연은 저번보다 더 심하게 강아연을 괴롭혔다.그 잔해물들이 방바닥에 적나라하게 널브러져 있었는데 안대, 채찍, 수갑, 레그 스트랩,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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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오한이 느껴진 강아연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뒤 새 옷으로 갈아입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나머지 6억을 지불한 뒤 수술 날짜까지 정하고 나서야 그녀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수술 잘 부탁드려요 교수님.”“걱정 마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사모님 깨어나셨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약물을 주사한 뒤로 주정애의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다.밥도 전보다 잘 먹었는데 오늘은 간호사가 챙겨온 보신탕을 마시고 있었다.“우리 딸 왔어?’“엄마.”밥을 먹다 말고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주정애에 강아연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녀의 팔목에 꽂힌 두꺼운 바늘을 보자마자 코끝이 찡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손은 안 아파?”“하나도 안 아프니까 걱정하지 마.”크게 아프다 보니 사는 것에 대한 미련은 버린 지 오래지만 강아연만은 늘 그녀의 눈에 밟혔다.“한동안 얼굴도 안 보여주더니 왜 이렇게 말랐어? 안색은 또 왜 그래?”엄마의 말에 강아연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요즘 들어 몸이 불편하긴 했지만 주정애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던 강아연은 대충 둘러대기로 했다.“아닌데? 그냥 일이 너무 많아서 잠을 잘 못 자서 그런가 봐.”“너 일하러 다녀?”주정애는 미간을 찌푸리며 딸을 안쓰럽게 바라봤다.“설마...”“아니야 엄마.”강아연은 주정애가 혹시라도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눈을 맞췄다.“내가 좋아해서 하는 거야. 꽃꽂이하는 데서 일해.”“그래?”강아연은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꽃꽂이를 좋아했었다.그래서 상도 많이 받았었는데 안타깝게도 결혼을 하면서 강아연이 꽃꽂이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바람에 주정애는 한때 많이 안타까워했었다.그래도 찾은 일이 취미와 관련된 거라니 주정애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딸이 다시 좋아하는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뻤던 그녀는 강아연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아연아, 여자도 본인 직장이 있어야 하는 거야. 네가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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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주정애가 왜 뜬금없이 저런 질문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수술을 앞둔 엄마를 걱정시킬 수는 없었기에 강아연은 애써 웃으며 답했다.“아니야. 한결같이 잘해주지.”강아연은 입으로는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도 머리로는 자신에게 모진 말을 내뱉던 그를 떠올리고 있었다.“강아연, 너 고작 돈 6억에 몸까지 팔 정도로 가벼운 애였어?”“팔기로 작정을 했으면 좀 울기라도 해. 입 꾹 다물고 뭐하겠다는 거야?”...그가 내뱉은 말들은 바늘이 되어 강아연의 심장에 촘촘히 박히고 있었다.그 고통에 강아연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지만 주정애 앞에서만큼은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진짜라니까 엄마. 나 너무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아무 말도 없이 잔뜩 야윈 딸의 얼굴을 바라보던 주정애는 마음이 아파왔지만 결국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무 일 없으면 됐어. 난 매일 눈 뜨면 네 걱정밖에 안 해. 그러니까 행복하게 잘 지내줘. 엄마는 그거면 충분해.”“알지 나도. 나 행복하니까 안심해 이제.”강아연은 입꼬리를 올려 환하게 웃어 보였지만 그녀의 눈가만은 웃질 못하고 있었다.주정애의 수술이 끝나면 성규연과의 이혼 숙려기간도 거의 끝나가기에 강아연은 그때 주정애를 좀 더 좋은 시설로 모셔 치료에 전념하게 하려 했다.나머지 일들은 그때 가서 정리해도 늦지 않았기에 강아연은 일단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주정애의 옆에 한 시간 남짓 머물던 강아연은 아쉬운 마음으로 병실을 나왔는데 코너를 돌자마자 아이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모, 다친 건 좀 괜찮아요?”성준서의 목소리에 강아연의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졌다.“많이 좋아졌어. 이모 걱정해줘서 고마워.”“그런데 준서는 공부 안 해? 왜 이 시간에 여기 있어?”“오늘 주말이잖아요. 이모 오래 못 봤더니 보고 싶어서 아빠한테 여기로 데려다 달라고 했어요.”심소연이 목발을 짚고 있는 게 그리고 걱정됐는지 성준서는 또 한 번 괜찮냐는 질문을 했다.“이모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많이 아파 보이는데.”“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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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한숨을 내쉬고 떠나려던 강아연의 눈에 복도 끝에 서서 통화 중인 성규연이 들어왔다.햇살이 비쳐들어 바닥에 기다란 그림자를 만들어낸 그 모습에 강아연은 또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아빠를 따라 병원에 왔다는 거 보면 성규연도 있다는 뜻이었는데 강아연이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때, 성규연이 갑자기 뒤로 돌자 둘은 그만 눈이 마주쳐버렸다.착각일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성규연의 시선이 자신의 몸을 훑는 것만 같아 강아연은 주먹을 꽉 쥔 채 서 있었다.그녀의 예상대로 성규연은 정말 강아연의 몸을 아래 우로 훑어보고 있었다.자신이 골라준 실크 재질의 연보라색 머메이드 원피스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원피스에 스카프까지 매치되어있고 원피스 자체도 무릎을 넘는 보수적인 스타일이라 강아연 몸에 난 상처들도 빠짐없이 가려져 있었다.좀 마르긴 했지만 들어갈 데 나올 데가 완벽한 몸에 저런 옷까지 입혀놓으니 라인이 더욱 도드라졌다.강아연을 바라보던 성규연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지자 강아연은 굳이 그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코너를 돌아 그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어차피 밖에서는 아는 척하는 걸 싫어하는 성규연이라서 그가 먼저 부르지 않는 이상 강아연은 다가갈 이유가 없었다.미간을 찌푸린 채 멀어지는 강아연을 바라보던 성규연은 수화기 너머의 변호사 목소리를 들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대표님, 말씀하신 이혼 합의서 다 준비됐습니다. 확인하실 날짜 알려주시면 제가 가져다드릴게요.”“대표님?”또 한 번 자신을 부르는 변호사에 전화를 끊어버린 성규연은 강아연이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며 입술을 말아 물었다.지금 성규연이 가장 인정하기 싫은 건 이 순간에도 강아연의 몸이 눈에 아른거린다는 것이었다.침대에 누워 움직이는 그녀를 보면 성규연은 자신의 욕구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5년 동안 그러고 나면 질릴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질리기는커녕 그 몸에 더더욱 끌리고 있었다.자신이 가장 미워해야 할 사람한테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게 불쾌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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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그 누구에게도 이딴 식의 조롱은 당해본 적 없던 성규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몰라요?”“정말 모르는 거예요 아니면 모른 척을 하는 거예요? 뭐가 됐든 간에 내가 한마디만 할게요. 대체 언제부터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기 시작한 거예요?”“다른 여자라니, 누굴 말씀하시는 겁니까?”성규연이 정말 모르겠다는 듯 묻자 주정애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언제까지 모른 척만 할 거예요!”“병실에 있는 그 여자 나도 봤어요. 내연녀가 따로 더 있나 보죠?”병실에 있는 여자라는 말에 주정애가 가리키는 게 심소연임을 알아챈 성규연은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대꾸했다.“걔는 저희 어머니 양딸이에요.”“양딸이요?”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성규연에 주정애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성씨 집안에서는 양딸도 거두나 봐요? 오빠 동생 사이로 포장이라도 하려고 그러시나?”“여사님, 말씀 좀 삼가시죠.”“저도 여사님이 준서 외할머니라서 예의 지키고 있는 겁니다.”주정애의 말을 더 듣고 있을 수 없었던 성규연이 표정을 굳히며 경고했다.만약 그녀가 강명우의 아내일 뿐이었다면 성규연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고 주정애 역시 성규연을 이리 함부로 대하지 못했을 것이다.성규연이 성준서를 언급하자 얼마 전 아이와 통화할 때 들었던 소연 이모란 호칭을 떠올리게 된 주정애는 표정을 굳힌 채 생각에 잠겼다.아까 병실에서도 분명 아이가 소연 이모라고 부르는 걸 들었는데 집에서까지 그 호칭을 썼다는 건 성규연이 심소연이라는 여자를 집에까지 들였다는 소리였다.내연녀를 집에까지 끌어들였다면 강아연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그제야 강아연이 자신이 걱정할까 봐 모든 걸 숨기고 혼자 참았다는 걸 알게 된 주정애는 가슴이 찢기듯 아파왔다.“성규연, 너 진짜...”가슴을 부여잡은 주정애가 가쁜 숨을 몰아쉬자 당황하던 성규연은 그녀의 얼굴이 점점 파래지자 다급히 의사를 호출했다.그사이에 조금 진정된 주정애는 자신의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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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의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성규연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주정애의 시선이 느껴져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사모님 상태가 그리 좋은 게 아니라서 진정제의 양을 많이 줄였어요.”그래서인지 주정애는 잠에 들지 못하고 성규연만 바라보고 있었다.만약 지금 그녀에게 살인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운이 생긴다면 성규연은 당장에 반 토막이 났을 것이다.정적이 감도는 병실 안에서 의사는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성규연을 대하는 주정애의 태도로 보아 그녀가 성규연의 장모 같은데 그렇게 되면 어느 쪽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기에 곤란한 건 의료진들뿐이었다.“이만 나가보세요.”성규연은 그런 의사를 내보내려 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의사가 한 번 더 물었다.“대표님, 오늘 다치신 거 집안에 보고드릴까요?”그 말을 들은 주정애는 눈에 들어갔던 힘을 풀어버렸다.어찌 됐든 먼저 손을 댄 건 본인이라서 성씨 집안에서 이 일을 알게 되면 곤란해질 건 강아연이었다.주정애는 거기까지 생각을 못 하고 일부터 저질러버린 자신을 원망하고 있었는데 그때 성규연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그럴 필요 없어요.”성규연이 그리 말하니 의사도 더는 묻지 않고 자리를 비켜주었다.그렇게 병실 안에는 또다시 주정애와 성규연만이 남게 되었다.예상치 못한 성규연의 대답에 당황한 주정애가 입을 열기를 망설이자 성규연이 먼저 말했다.“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왜 그런 거예요?”“작은 상처에 호들갑 떨 필요 없으니까요.”성규연이 표정 변화 없는 얼굴로 대꾸하자 주정애는 또 자신의 딸이 안쓰러워졌다.이리 무뚝뚝한 남편이랑 살았으니 안 봐도 고생했을 것 같은데 온 집안의 사랑으로 키워낸 딸이 남편의 천대를 5년 동이나 참아냈다는 생각에 주정애는 눈물이 핑 돌았다.그래서 강아연은 성규연에게 시집 보내겠다는 강명우의 결정에 동의한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성규연과 결혼하지만 않았어도 지금보다는 행복했을 텐데.그러나 아무리 후회해봤자 이미 지나간 건 바꿀 수 없었기에 주정애는 한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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