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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를 버린 그들에게: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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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성씨 가문 부인의 생일파티에서 오프닝 무대를 함께하다니 보아하니 부인이 저 아가씨를 꽤 아끼는 모양이야.” “그러게 말이야. 저 여자를 바라보는 눈빛에 애정이 가득하더라.” “게다가 성 대표하고 함께 춤까지 췄잖아. 아무래도 둘 사이가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아.” “성 대표한테 아들이 하나 있잖아. 그런데 그 아이의 엄마가 누군지 지금까지 밝혀진 적 없잖아. 어쩌면 저 여자가 그 아이 엄마일지도 몰라. 미래의 사모님인가?” “저렇게 예쁘고 능력도 출중하니 성 대표가 철저히 감추고 지키는 것도 이해가 되네. 정말 부럽다.” 강아연은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온갖 확신에 찬 추측들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조용히 들을 뿐이었다. 하지만 성지민은 금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기세였다. ‘저 여자가 아무리 예쁘고 잘났다고 해도 남의 가정을 망치는 여자라면 그건 절대 용서 못 해! 그런데 심지어 규연 오빠랑 함께 오프닝 무대까지 서겠다고? 이건 대놓고 모든 사람 앞에서 자신이 사모님이라고 선언하는 거랑 다를 게 없잖아!’ “진짜 뻔뻔하네. 꼭 한 소리 해야겠어!” 성지민은 이를 악물고 분이 풀리지 않은 듯 팔을 걷어붙이고 앞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강아연이 그녀의 팔을 붙잡고 막아섰다. “새언니, 왜 말려요?” 성지민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마치 자신은 정의를 위해 나서려는 건데 왜 말리느냐는 눈빛이었다. “진정해. 여긴 어디까지나 성씨 가문의 연회장이야. 우릴 지켜보는 눈이 한두 쌍이 아니야.” 강아연은 조용히 타일렀다. 게다가 만약 성지민이 지금 당장 나서서 심소연에게 시비를 걸기라도 하면 그건 곧 서영란의 생일잔치를 망치는 꼴이 되고 성씨 가문의 체면에 흠집이 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성씨 가문의 실권자인 성희택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성희택은 성씨 가문에서 말 한마디로 많은 걸 좌우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심지어 성지민의 어머니조차 그의 앞에서는 늘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었다. 그를 화나게 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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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사람들이 앞다투어 찬사를 보내는 소리를 들으며 성지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강아연의 얼굴을 바라보니 놀랍게도 그녀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마치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는 듯 그저 담담했다. 그 모습을 본 성지민은 더 답답해졌다. 자신이 예전에 겪었던 그 연애가 떠오르면서 마음속에 또다시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만약 다시 그 여자를 마주친다면...’ 마침 그 순간, 심소연이 성규연의 손을 잡고 한 바퀴 회전한 뒤 상체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하며 얼굴을 이쪽으로 돌렸다. 강아연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방금 심소연이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에는 분명한 도발이 담겨 있었다. 마치 성규연 마음속에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아연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심소연을 바라보며 이 모든 것이 상대방이 혼자 벌이는 유치한 연극 같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성지민은 달랐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분노에 가득 차서 목소리가 떨렸다. “저 여자예요!” ‘저 여자였어!’ “뭐라고?” 강아연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이미 성지민의 감정 변화가 심상치 않다는 걸 감지한 참이었다. “저 여우년!” 성지민은 더는 참지 못하고 꽉 쥔 주먹을 들고 심소연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지민아!” 강아연은 깜짝 놀라서 성지민을 부르며 쫓아가려 했지만 순간 하이힐이 뭔가에 걸려 중심을 잃고 잔디밭에 엎어지고 말았다. 발목에서 찌릿한 고통이 밀려온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발목을 접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플 겨를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 음악이 끝나고 성규연이 심소연의 허리에서 손을 거두고 한 걸음 물러나 신사적인 인사를 건넸기 때문이다. “규연아, 우리 한 곡 더 추자, 응?” 심소연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분노에 찬 목소리가 연회장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남의 연애를 망친 이 파렴치한 년이!” 심소연이 고개를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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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와르르! 거대한 3미터 높이의 샴페인 타워가 그대로 무너졌고 수십 개의 유리잔이 동시에 쏟아지며 산산이 부서졌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쓰러진 심소연과 성지민에게로 쏠렸다. 성지민은 겉옷을 입고 있어서 얼굴에 약간의 상처만 입었을 뿐 큰 부상은 없었다. 하지만 심소연은 달랐다. 노출이 많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팔에는 유리 조각이 박혀 상처 곳곳에서 피가 흘렀고 샴페인과 섞여 핑크빛으로 물든 피는 보기에도 섬뜩했다. “소연아!” 서영란은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강아연은 절뚝거리며 다가왔고 성지민과 눈을 마주쳤다. 성지민은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난 큰 힘도 주지 않았고 오히려 머리채는 내가 더 많이 뽑힐 뻔했는데 왜 심소연이 쓰러진 거지?’ 더 이상한 건 분명 샴페인 타워를 피하려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 심소연이 자신을 그쪽으로 밀었다는 사실이었다. “왜 우리 소연이를 밀어 넘어뜨린 거야?” 서영란은 분노에 차 성지민을 질책했다. “제가 안 그랬어요! 오히려 저 여자가!”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규연의 싸늘한 눈빛이 그녀를 덮쳤고 성지민은 그 시선에 눌려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성규연은 몸을 낮춰 심소연을 들어 올렸다. “주치의 불러.” “네.” 도우미 하나가 서둘러 달려가다 강아연의 어깨를 스쳤고 강아연은 테이블을 짚고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그러다 고개를 들자 성규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잠시 멍해졌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싸늘했고 그저 한 마디만 남겼다. “이 일, 집에 가서 제대로 따질 거야.” 그는 심소연을 안고 돌아섰다. 모두의 시선이 그들을 따라갔다. 강아연은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렸다. 그녀는 비웃으며 마치 체념한 듯했다. ‘그래, 성규연은 모든 일이 내 소행이라 생각하겠지. 내가 성지민을 부추겼다고. 나는 질투로 눈이 먼 여자로밖에 안 보이겠지. 정말 웃겨.’ 서영란은 몸을 일으켜 땅바닥의 유리 조각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생일 연회를 망쳐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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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성지민은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을 금세 후회했다. 분명히 심소연이 불륜녀인데 방금 그런 소란을 피운 탓에 오히려 심소연을 당당한 사모님 자리에 밀어 올린 꼴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강아연까지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확신했다. 심소연이 바로 예전에 자신과 남자 친구 사이를 갈라놓은 그 파렴치한 여자라는 것을. ‘그런 여자가 이제는 규연 오빠 곁에 붙어있다니, 세상은 정말 불공평해.’ 그녀는 성규연을 어린 시절부터 우러러봤던 자신이 한심했다. ‘결국 남자란 다 똑같은 건가?’ “규연 오빠 눈이 멀었나 봐요!” 성지민은 강아연을 대신해 분노를 터뜨렸다. “이렇게 괜찮은 아내를 두고 하필 그런 인성이 글러 먹은 여자랑 엮이다니! 아, 아파요, 새언니 살살 좀...” 강아연은 소독용 알코올을 솜에 묻혀 성지민의 얼굴 상처를 닦아주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의 고통스러운 표정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안 아프면 교훈이 안 되지. 다음에 또 그렇게 충동적으로 굴었다간 이번처럼 얼굴에 작은 상처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어.” 성지민은 자신이 잘못한 걸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죄송해요, 새언니. 괜히 제가 말썽 피워서...” “괜찮아.” 강아연은 부드럽게 대답했고 상처를 손질하는 손길도 한결 조심스러워졌다. 어차피 성규연은 원래부터 자신을 싫어했었다. 이번 일로 더 싫어졌다고 해도 싫어하는 건 마찬가지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었다. 다만 강아연의 머릿속에 자꾸 맴도는 건 성규연이 심소연을 안고 떠나기 전 자신에게 남긴 그 한마디였다. ‘대체 어떻게 처리하려는 걸까?’ 강아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솔직히 말해 그 말이 꽤 신경 쓰였다. 성규연이 어떤 수를 쓸 수 있는 사람인지는 이미 예전에 뼈저리게 겪어봤기 때문이었다. ‘만약 진심으로 나를 처리하려 든다면...’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연회가 끝나고 밤이 깊도록 성규연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를 찾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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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사모님, 방 정리 다 마쳤습니다. 불편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도우미가 공손하게 말했다. 강아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들이 나간 뒤 방문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이 방에 묵은 건 한 달쯤 전, 바로 심소연이 돌아온 날이었다. 그날 성규연은 심소연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강아연을 내버려두고 공항으로 달려갔고 그날 밤은 집에 돌아오지도 않았다. 강아연은 김연화가 성규연의 부재 이유를 물었을 때 회사 일로 갑자기 바빠졌다고 거짓말을 해야 했다. ‘실제로는 회사 일이 아닌 오랜만에 재회한 옛 연인과의 불타는 밤을 보내고 있었겠지. 오늘 밤도 마찬가지겠지. 부상 입은 첫사랑 곁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가 어딜 가든 상관없었다. 단지 그녀만 건드리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늦은 밤, 강아연은 머리에 꽂은 핀을 빼고 씻으러 들어갔다. 씻고 나온 뒤에야 속옷이나 잠옷을 챙겨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욕실 문밖을 잠깐 바라보며 고민하던 그녀는 도우미들이 갑자기 들어올 일도 없을 거라 생각하고는 길게 타월로 몸을 감싼 채 욕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딱 그 타이밍에 방문이 열리고 긴 다리를 가진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강아연은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고개를 들자마자 성규연과 눈이 마주쳤다. ‘왜 돌아온 거지?’ 그녀는 의아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속옷도 없이 타월 하나만 몸에 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시선이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강아연은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어차피 알몸도 아니고 타월 길이도 충분해 민망해할 것까진 없어. 오히려 부끄러운 듯 굴면 더 우습겠지.’ 그녀는 그의 시선을 무시하고 옷장을 열어 잠옷을 꺼내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성규연이 다가왔다. 그는 커다란 그림자처럼 그녀를 덮은 채 손목을 낚아챘다.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그녀는 벽 쪽으로 끌려가 차가운 유리창에 등을 밀착하게 됐다. 강아연은 반사적으로 그의 가슴을 손으로 밀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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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성규연의 말에 강아연은 눈을 부릅떴다.자신이 왜 이런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가뜩이나 오늘 내내 짜증밖에 안 났는데 뭐가 어쩌고 어째?’강아연은 더는 못 참겠던지 쌓였던 분노를 전부 터트려버리려는 듯 그의 손을 꽉 깨물었다.“쓰읍!”성규연의 얼굴이 찌푸려지며 목소리도 한층 높아졌다.“강아연, 네가 개야? 사람 손을 물게? 빨리 안 놔?!”하지만 강아연은 순순히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을 실어 더 세게 깨물었다.‘아무리 내가 싫어도 그렇지 어떻게 나한테 그딴 말을 할 수가 있어? 내가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그녀는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분해 이제는 눈물이 다 차올랐다.“강아연! 빨리 놓으라고 내가...”성규연이 이를 꽉 깨물며 손을 뿌리치려던 그때, 갑자기 커다란 눈물 한 방울이 손등 위에 떨어졌다.강아연의 눈물이었다.성규연은 버둥거리던 손을 우뚝 멈춘 채 조금 멍한 얼굴로 강아연을 바라보았다.강아연은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침대 위에서 일부러 괴롭히며 몰아붙일 때도 눈시울만 붉힌 채 이를 꽉 깨물며 끝까지 눈을 부릅뜨던 그녀였다.그런데 지난번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그녀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새어 나왔다.딱 한 방울이기는 했지만 성규연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에는 충분했다.“아픈 건 난데 네가 왜 울어?”강아연은 그제야 천천히 물었던 손을 놓아주었다. 대꾸는 하지 않았다. 그와 대화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갑자기 왜 눈물이 흘렀는지는 그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성규연과 결혼하기 전까지는 눈물 같은 건 거의 흘려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도 그렇고 어머니도 늘 그녀의 편이 되어 상처보다는 행복만 주었으니까.그런데 성규연과 결혼한 뒤로는 그간 못 흘렸던 것을 한꺼번에 뱉어내기라도 하듯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정말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강아연은 눈물을 닦아내더니 성규연을 밀친 후 앞으로 걸어갔다.“강아연, 내 말 안 들려?”그녀의 무시가 기분이 나빴는지 성규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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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강아연은 성규연의 움직임에 잔뜩 긴장하며 몸을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하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성규연은 타월을 다시 그녀에게 던져주기만 할 뿐 별다른 짓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타월을 건네준 뒤에는 자신의 옷을 챙긴 후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문이 닫히는 소리에 강아연은 그제야 안도하며 타월을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빠르게 잠옷으로 갈아입었다.욕실 안의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강아연은 조금 복잡한 얼굴을 했다.‘여기서 자려는 건가?’하지만 이런 의문도 잠시, 성규연이 어디서 자든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기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예전의 그녀는 성규연이 집으로 돌아온 즉시 마중을 나가 그의 외투를 받아들고 친히 욕조 물까지 받아 주었다. 자신이 바로 그의 아내고 그가 돌아올 집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주고 싶었으니까.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보답받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건네받은 외투에서 여자의 향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날부터 강아연은 더 이상 그를 위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 이상 자신의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으니까.강아연은 침대에 누워 올해의 국제 꽃꽂이 예술 대회 수상자들의 작품집을 훑어보았다.매번 대회가 끝나고 나면 그해 수상자들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둔 작품집이 나오게 된다. 해마다 다 다른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게 되지만 작품집의 첫 번째 작품만은 근 5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해당 작품은 5년 전에 대상을 수상한 한 청년의 작품으로 세상에 알려짐과 동시에 여러 상을 휩쓸어버린 대단한 작품이었다. 또한 그의 작품은 업계 100년의 기록을 깨트린 건 물론이고 어차피 대상은 늘 외국인의 차지라는 징크스도 깨트려버렸다.강아연은 실제 작품을 만지기라도 하듯 사진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작품은 모두 생화로 만든 거라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꽃이 시들게 되기에 사진으로밖에 기록되지 못한다.하지만 첫 번째 페이지의 작품은 주최 측에서 특수한 가스가 든 유리관 안에 보관해둔 덕에 5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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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강아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꿈 한번 꾸지 않고 편히 잠을 잤다....다시 눈을 떴을 때 성규연은 이미 가버리고 없었다.강아연은 기지개를 켠 후 침대에서 일어나 곧장 씻으러 욕실로 향했다.성규연이라면 당연히 일찍 일어나 출근했을 줄 알았는데 씻고 내려와 보니 식탁에 앉아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아연이 깼니? 얼른 와서 앉아.”김연화가 강아연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그러고는 바로 시선을 돌려 성규연을 바라보았다.“규연아, 아연이 내려왔다.”성규연은 그 말에 단지 옆을 힐끔 바라보기만 할 뿐 금세 다시 태블릿을 확인했다.늘 있는 일이었기에 강아연은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김연화는 아니었다.“성규연, 너 태도가 그게 뭐야? 너만 바빠? 네가 세상에서 제일 바빠? 회사는 너 없으면 망하기라도 한다니?”성규연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김연화의 불만을 가만히 듣고 있기만 했다. 그러다 잠깐 말이 멈췄을 때 진 비서에게 연락해 회의 일정을 잡았다.강아연의 인상 속 성규연은 정말 눈만 뜨면 일 생각뿐인 워커홀릭 그 자체였다. 미래 그룹은 산하에 여러 회사를 두고 있기도 하고 사업체가 해외까지 뻗어져 있는 큰 기업이라 늘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다.그때 성규연의 휴대폰에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보낸 사람은 심소연으로 우연히 그 이름을 보게 된 강아연은 입으로 가져가려던 숟가락을 우뚝 멈췄다.아침부터 사랑이 가득 담긴 내용이라도 들어있는 건지 냉랭했던 성규연의 얼굴이 어느새 다정하게 풀어졌다.강아연은 바로 답장을 보내는 그의 옆모습을 조금 쓸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도 한때는 자주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곤 했었다. 맛있는 음식들을 한가득 차려놓고 들뜬 마음으로 언제 들어올 건지 물었었다.하지만 그의 답장은 매번 짧았다. 심지어 가끔은 아예 무시해버리기도 했다.처음부터 늘 한결같이 냉랭하길래 한때는 성규연이라는 사람 자체가 원래 무뚝뚝하고 누구에게나 차가운 사람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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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그때 강아연을 먼저 발견한 심소연이 성규연의 넥타이를 놓아주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강아연 씨?”성규연도 그제야 고개를 돌리며 강아연 쪽을 바라보았다.“왜?”미간이 찌푸려지고 말투가 차가운 것이 둘만의 시간을 방해받아 상당히 언짢은 것 같았다.강아연은 속으로 헛웃음을 치며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할머님이 서류를 가져다주래요.”성규연은 그녀가 직접 자기 손에 서류를 가져다 주길 기다리는 듯 손만 뻗은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강아연은 그가 아닌 옆에 서 있는 진 비서에게 서류를 건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오늘도 수고가 많아요, 진 비서님.”진 비서는 조금 어리둥절하기는 했지만 이내 서류를 건네받았다.“수고는요. 사모님도 외출하시는 거면 저희랑 같이 가시겠습니까?”“아니요. 이따 차로 직접 운전해서 갈 거예요.”강아연은 말을 마친 후 볼 일을 다 봤다는 양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마당에 나와서부터 다시 들어갈 때까지 성규연에게는 따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진 비서는 멀어져가는 강아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의 그녀는 대단히 열정적인 태도는 아니더라도 성규연을 바라볼 때면 늘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눈빛을 하곤 했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잔잔한 호수 같은 것이 어쩐지 조금 냉랭하기까지 했다.“진 비서.”성규연의 목소리에 진 비서는 그제야 상념에서 빠져나왔다.심소연이 차에 오른 후 그는 얼른 성규연에게 서류를 건네주었다.“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죄송합니다.”진 비서는 성규연의 눈치를 살피며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사모님께서 조금 변하신 것 같아서요...”그는 말을 마친 후 다시금 강아연이 사라진 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러자 성규연이 대뜸 서류를 그의 손에 툭 하고 던져버렸다.진 비서는 허둥지둥하며 가까스로 서류를 받아냈다.‘깜짝이야. 하마터면 바닥에 떨어트릴 뻔했네.’“대표님, 왜...”성규연은 진 비서의 질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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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당연히 기억하고 있죠.”당시 강아연은 단지 하유리의 꿈을 응원해 준 것뿐만이 아니라 작업실을 열게 되면 1순위로 꼭 자신을 고용하라며 적극적으로 어필하기도 했었다.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과 함께 그녀는 당시 내뱉었던 말들을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또한 마음속에 품었던 열정도 성규연과 성준서를 돌보는데 다 써버렸고 꿈 같은 것도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보답이라도 받았으면 덜 억울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헛고생만 했을 뿐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그래서 이렇게 다시금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희망의 불씨를 피워보려고 하는 것이다.하지만...“제가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그녀의 경력은 5년 전에 멈춰 있는 상태였다.“선배님도 보셨겠지만 지난 5년간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하유리가 멀리 날아다닐 동안 강아연은 제자리에 멈춰선 채 한 걸음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안 그래도 이유가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그간 뭐 하고 지냈어?”하유리가 물었다.강아연 정도의 실력이라면 5년 전에 진작 좋은 회사에 입사했어야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강아연의 이력서에는 그녀가 알고 있는 경력 외에 다른 건 하나도 없었다.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저는...”강아연은 순간 누군가가 심장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에 통증이 일었다.“저... 5년 전에 결혼했어요.”“결혼을 했어?”하유리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대학교에 다닐 당시 강아연은 집안 배경도 좋고 얼굴도 예뻐 항상 남자들에게 대시를 받았었다. 하지만 괜찮은 남자가 다가와도 칼같이 거절하길래 연애나 결혼 같은 건 아예 생각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뭐... 그래, 결혼을 할 수도 있지.”하유리가 조금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남편이랑은...”사실 하유리는 강아연이 카페 안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그녀의 현재 생활이 썩 좋은 건 아니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예전의 강아연은 지금보다 훨씬 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으니까.“사이가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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