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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를 버린 그들에게: Chapter 71 - Chapter 80

100 Chapters

제71화

강아연은 성준서를 바라보며 앳된 얼굴에서 무엇인가를 알아내려고 했다.하지만 성준서는 눈동자를 깜빡이며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강아연을 바라보더니 물컵을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아이가 다시 한번 불렀다.“엄마?”강아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고마워.”물은 아직 따뜻했다.강아연이 물과 함께 약을 삼키자 성준서는 손수건을 가져와 그녀의 입술 주변의 물기를 닦아 주었다.작은 손으로 손수건을 잡은 아이의 동작은 어색했지만 매우 세심했다.강아연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됐어요.” 성준서의 눈이 작은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졌다.이렇듯 다정한 행동이 현실감 없게 느껴져 말을 꺼냈다.“준서야, 하고 싶은 말 있어?”그 말을 듣고 성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강아연은 아이가 또다시 무심코 상처를 주는 말을 할 것 같아 마음을 졸였다. 병원에 있을 때 그녀가 보는 앞에서 성규연과 이혼하라며 심소연을 엄마로 삼고 싶다는 말까지 했으니까.이런 말들은 강아연도 이미 여러 번 들어왔고 최대한 무심한 척했지만 그렇다고 듣고 나서 전혀 마음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엄마, 종이학 접는 방법 알려줄 수 있어요?”의외로 성준서가 이렇게 묻자 강아연은 잠시 당황했다.“선생님이 내준 숙제인데 잘 모르겠어요.”성준서는 조심스럽게 강아연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알려줄 수 있어요? 엄마?”성준서는 단지 그녀에게 종이학 접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뿐일까.강아연은 자신이 나쁜 마음으로 어린아이를 의심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죄책감을 느꼈다.뭐가 됐든 성준서는 그녀의 자식인데 말이다.강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강아연이 동의하자 성준서는 즉시 기쁨에 차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싸!”학교에선 아마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이런 숙제를 내어준 것 같다. 강아연은 자신이 성준서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종이학을 접는 것을 보여준 후 아이가 그녀를 바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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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하지만 성준서가 학교에 간 후로는 변화가 꽤 컸다. 그녀는 자신과 성준서 사이의 모자 관계가 조금씩 회복할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하지만 이는 모두 그녀의 추측에 불과했고 정도희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그녀에게 경고했다.“아연아, 명심해. 준서 아빠는 성규연이고 걘 성씨 가문 애야. 성씨 가문과 양육권을 놓고 다투면 승산이 얼마나 있을 것 같은데?”강아연이 아무리 법적 절차를 통해 쟁취하려 해도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재정적, 정신적, 시간적 비용이 엄청났다. 게다가 지금은 주정애의 병을 치료하고 일까지 하노라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준서는 네가 힘들게 낳은 아이고 그동안 많은 사랑을 쏟아붓긴 했어도 넌 이미 할 만큼 했어. 그걸 걔가 알았으면 가정을 파괴하려는 내연녀와 그렇게 가깝게 지내지도 않았겠지. 난 네가 스스로를 더 생각했으면 좋겠어.”정도희의 한 마디가 강아연을 깨우쳤다.“네 말이 맞아. 다시 생각해 볼게.”강아연은 눈꺼풀을 내리며 정도희의 근황을 물어본 후 그녀와 잠시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연성.정도희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테이블 위의 술을 들어 한 잔 따른 뒤 호텔 창문 밖의 달을 바라보며 술을 마셨다.헐렁한 남성용 셔츠만 입은 채 드러난 반쪽 어깨엔 점점이 붉은 자국이 쇄골까지 이어져 있었다.욕실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욕실 문이 열리며 박경준이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나왔다. 단단한 가슴 근육과 선명한 복근 위에 맺혔던 물방울이 근육을 따라 수건 속으로 스며들었다.정도희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나른한 표정으로 박경준을 쳐다보더니 그의 몸매를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박경준 씨, 풍기 문란하게 옷을 안 입고 다니네.”“무슨 옛날 사람이야?”박경준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그녀 앞으로 걸어가 가느다란 손목을 낚아채 잔에 든 술을 단번에 마셔버렸다.그녀가 계속 자신을 쳐다보자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말했다.“왜, 한 번 더 하고 싶어?”“아니, 내일 촬영 있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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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이모 내일 수술 받으니까 수술 성공하라고 종이학 99마리 접었어요. 이모가 종이학 좋아할지 모르겠네요. 만약 싫다고 하면 엄마가 다른 걸 가르쳐줄 수 있어요?”이어지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 강아연의 마음은 돌처럼 무거운 것에 눌려서 숨이 막혔다.성준서가 먼저 다가와 그녀를 걱정하고 살갑게 굴었던 게 단지 종이학 접는 법을 배워 심소연에게 주기 위해서라니.모든 것이 심소연을 위해서였다는 생각에 강아연은 웃음이 났다.그것도 모르고 아이의 따뜻한 행동 하나로 곁에 데려갈 충동을 느꼈다는 자신이 우스워졌다.동시에 자신이 결심을 굳게 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쉽게 흔들렸다는 것도 웃겼다.다행히 정도희의 한 마디가 그녀를 정신 차리게 했고, 동시에 성준서도 제때 목적을 드러내서 다행이었다.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에 그녀는 단번에 정신을 차리며 더 이상 한 치의 망설임도 없게 되었다.강아연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눈동자에 담긴 기대는 점차 사라지고 대신 평온함이 가득 차 있었다.“엄마, 이모가 좋아할까요?”성준서가 다시 한번 물었다.“모르지.” 강아연은 가볍게 한마디만 했다.“시간이 늦었는데 일찍 자.”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이의 방을 떠났다.성준서는 강아연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했다.‘엄마는 이모를 질투하는 거야. 이러면 앞으로 말도 많이 걸고 맛있는 것도 자주 해줄 테니까 아주 좋은 방법이네.’성준서는 들뜬 마음으로 유리병을 선물 상자에 넣었다. 내일 이모에게 가져다주고 더 예쁜 걸 엄마한테 주면 엄마가 분명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면서.창밖의 달이 서쪽으로 서서히 기울어졌다.약 때문인지 강아연은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잠들었고 다음 날 오전 10시경에야 천천히 깨어났다.시간을 본 강아연은 깜짝 놀랐다. 이렇게 늦게 일어난 건 처음이다. 전에는 밤새 성규연에게 시달려도 꿋꿋이 다음날 그들 부자에게 아침밥을 차려주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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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어젯밤 성규연은 정말로 크게 화를 냈고 장미진은 여기서 일한 지 몇 년이나 됐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처음 봤다.그 말에 강아연이 시선을 내렸다.“네, 알겠어요.”사실 그녀도 성규연의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 게다가 그녀와 마정현 사이를 오해해서 벌어진 일이라니.강아연은 그저 우습기만 했다. 본인도 심소연과 애매모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남 탓이나 하는 꼴이란.하지만 성규연이 워낙 다혈질인 성격이라 더 이상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강아연이 아침을 먹고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에 답장하려는데 뉴스 알림이 나타났다.[충격! 미래그룹 대표 성규연, 밤새 애인 수술 동행해...]강아연은 무표정하게 입술을 씰룩이며 손가락으로 클릭했다.사진 속 성규연은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병원 최고급 VIP실 소파에 앉아 무심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동시에 그의 시선은 수술 중인 수술실로 향한 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수술실 안에 있는 사람이 그에게 퍽 중요한가 보다.이윽고 강아연은 심소연이 보낸 또 하나의 메시지를 받았다.사진 속 심소연은 다리 수술을 마치고 병상에 누워 있었는데 얼굴이 약간 창백한 것 말고는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그녀의 테이블 위에는 유리병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종이학이 가득 차 있었다.성준서가 준 것이었다.옆에는 성규연, 서지원, 서영란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심소연은 카메라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랑받는 여자의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유난히 눈에 거슬리는 행복한 미소에 강아연은 화면을 끄고 무시해 버린 채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그녀는 성준서를 낳을 때를 떠올렸다. 조산에 출혈이 심했고 태위도 이상해 그녀는 분만대에 누워 의식을 잃을 뻔했다. 눈앞은 핏빛으로 아른거리고 그녀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정말로 죽음의 문턱을 넘을 뻔했다.하지만 그녀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수술 동의서조차 혼자 사인해야 했다.결국 그녀는 절망 속에서 성준서를 낳았다.간호사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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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강아연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그때 밖에서 정말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김연화는 운전사와 집사의 도움을 받아 차에서 내린 뒤 서둘러 들어왔다.“아연아!”강아연을 보자마자 그녀는 주름진 얼굴에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벌렸다.“아이고, 일주일 만에 보네. 정말 보고 싶었어!”“할머님!”강아연도 일어나서 김연화에게 빠르게 걸어가 포옹했다.“주소 알려주시면 저희가 직접 갔을 텐데 왜 여기까지 오셨어요?”“그냥 빨리 만나고 싶어서.”김연화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강아연 외에는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규연이랑 준서는? 아직 안 일어났어?”그 말을 듣고 집사와 장미진은 불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성규연은 어젯밤부터 돌아오지 않았다.하지만 강아연은 태연한 표정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준서 데리고 병원 갔어요.”“병원?” 김연화는 미간을 찌푸렸다.“준서가 아파?”“아니요.”강아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성규연은 성준서를 데리고 심소연을 만나러 갔다.“준서가 최근에 위장이 안 좋아서 검사받으러 갔어요.”강아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자기 남편이 아들을 데리고 첫사랑을 보러 병원에 갔는데 뒷수습은 그녀의 몫이라니.참으로 우습기 그지없었다.하지만 김연화의 건강을 고려해 그녀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이번이 아마도 마지막으로 도와주는 것일 거다. 다음엔 그녀가 이곳에 없을 테니까.김연화는 강아연의 설명을 듣고 그대로 믿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걔네는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둘이 먼저 가자. 알아서 오라고 해.”“네.”강아연은 미소로 대답하며 방으로 들어가 온천에 가져갈 물품을 챙기기 시작했다.장미진이 들어와 물었다. “사모님, 대표님과 도련님 것도 챙기세요?”과거 온천에 갈 때면 혹시나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빼놓은 것이 있을까 봐 성규연과 성준서의 물품까지 모두 강아연이 직접 챙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물품만 챙겨서 가방에 넣은 뒤 입술을 말아 올렸다.“아니요.”성규연과 성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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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성지민은 말하며 외투를 열어젖혔다.강아연은 성지민의 옷과 자기 옷을 번갈아 보다가 조금 전 복도를 지나갈 때 본 손님들을 떠올렸다.‘확실히 답답해 보이긴 하네...’그녀가 마치 이방인처럼 보일 정도였다.“하지만 이거밖에 없어요.” 강아연은 입술을 깨물었다.“괜찮아요. 나한테 있어요.”성지민은 즉시 그녀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더니 상자를 하나 건네주었다.“새언니, 빨리 입어봐요. 분명 놀랍도록 잘 어울릴 거예요!”강아연은 상자를 열어 한 번 보고는 곧바로 닫았다. “확실해요?”이런 디자인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그런데 성지민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당연하죠. 온천에서는 이런 걸 입어야 편해요. 새언니, 빨리 갈아입고 나와요. 밖에서 기다릴게요.”말하고는 강아연의 보수적인 수영복을 단번에 빼앗아 가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강아연이 말을 바꿀 틈도 주지 않았다.강아연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손에 든 상자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세 사람만 온천을 즐기는 거니까 딱히 부끄러워할 게 없었다.다만 정말로 수영복을 입고 난 뒤 거울 속 자기 모습을 보니 지나치게...수영복은 얇은 스트랩 디자인에 겉은 붉은색 레이스가 드리우고 안쪽은 속옷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강아연의 평소 속옷보다도 노출이 더 많은 것 같았다.수영복 바지 밖에도 빨간색 레이스가 둘려 있어 초미니스커트처럼 보였다.다행히 속옷 하나만 입고 나가는 게 아니라서 이건 받아들일 수 있었다.“우와, 새언니가 입으니까 너무 예뻐요. 붉은색을 입으니까 피부가 엄청 하얗게 보이네요. 잘 어울려요!”성지민은 강아연을 보자마자 칭찬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눈을 반짝이며 호들갑을 떨었다.“이게 어딜 봐서 아이를 낳은 여자예요. 그냥 젊은 아가씨지!”강아연은 그녀의 말에 부끄러워 하얀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급히 가운을 입었다. “됐어요. 얼른 온천이나 가요.”“그래요!”성지민은 즉시 강아연의 손을 잡았다.“새언니, 우리 허니 밀크 온천으로 갈까요?”강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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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규연 씨가 왜...”그녀는 성규연이 여기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할머니가 오라고 전화했어.”성규연은 평온한 어조로 말하며 시선을 강아연에게 무심코 돌렸다. 그녀가 입은 수영복을 보자 잠시 멈칫하며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강아연은 그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꼈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성규연은 아마도 그녀가 또다시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전에 성씨 가문의 저택에서 그랬던 것처럼 같은 수법을 쓴다고.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그가 여기 나타날 줄 몰랐다. 만약 미리 알았다면 절대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남자와 어떤 접촉도 원하지 않았고 더구나 의도적으로 이렇듯 노골적이고 섹시한 옷을 입어 그를 유혹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강아연이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자 성규연은 가볍게 한 마디 말했다.“이리 와.”강아연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 가운을 들고 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왜, 또 일부러 날 꼬드기려고 수작 부리는 거야?”성규연은 시선을 들어 그녀를 쏘아보며 경멸적인 어조로 말했다.“강아연, 좀 다른 방법을 쓸 수는 없어?”강아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오해를 받는 이런 느낌이 싫었다.게다가 여긴 성규연의 개인 풀장도 아니고 누구나 들어와서 사용할 권리가 있는 곳이다. 그녀는 그저 우연히 들어온 것뿐인데 만약 성규연의 몇 마디 말 때문에 가버린다면 오히려 더러운 속내가 들통나서 초조한 걸로 보일 수 있었다.그녀는 충분히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았는데 도망갈 이유가 뭐겠나.그래서 강아연은 들고 있던 가운을 다시 내려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의 맞은편으로 걸어가 따뜻한 탕에 자리를 잡았다.평온한 수면이 그녀가 들어오자 요동치며 물결이 퍼져나갔고 흩어진 꽃잎들도 이따금 떠오르며 흔들렸다.이곳은 장미 온천으로 물 위엔 빨간 장미 꽃잎이 떠 있었는데 강아연의 수영복과 잘 어울려 그녀의 흰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성규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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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이처럼 조각 같은 얼굴에 훤칠한 몸까지 지니니 최상의 외모를 자랑하는 게 당연했다.이러니 성규연을 좋아하는 여자가 많을 수밖에.그런데 성규연의 목 언저리에 언제 생겼는지 작게 긁힌 자국이 있었다.강아연은 순간적으로 넋을 잃었다.성규연은 그녀가 멍하니 있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뭘 봐?”순간 정신을 차린 강아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떠나려고 했지만 그가 두 손으로 꽉 잡고 있어 움직이지 못했다.“이거 놔요.”성규연은 움직이지 않고 여유롭게 물었다. “나와 마정현 중에 누구 몸이 더 좋아?”강아연은 그가 왜 갑자기 마정현과 비교하는지 몰라 고개를 돌리며 외면했다.“몰라요.”“몰라?”성규연은 차갑게 웃으며 그녀의 턱을 잡아서 고개를 돌려 자신과 마주 보게 했다.“사이가 그렇게 좋고 온천 들어올 때까지 통화하는데 모른다고?”그는 조금 전 온천에서 그녀와 마정현이 전화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강아연을 안아서 침실로 데려다주었고 강아연은 그에게 연고를 주었다.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이 여자가 남자를 이토록 잘 꼬드긴다는 걸.“아니에요!”큰 소리로 부정하는 강아연의 하얀 얼굴이 분노로 붉게 물들어갔다.“아니라고?”성규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물었다,“뭐가 아닌데?”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어서 강아연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없이 젖은 눈동자로 그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불만을 드러냈다.그 표정이 오히려 유혹적이라는 건 그녀만 모른다.“강아연, 일부러 이러는 거지.”성규연의 목소리가 차가워지며 어두운 눈빛으로 강아연을 노려보던 중 갑자기 피식 미소를 지었다.그 미소가 무슨 뜻인지 깨닫기도 전에 어깨에 얹은 그의 손이 물속으로 파고들어 손가락 끝으로 붉은 레이스를 들어 올리고 겹겹이 쌓인 화려한 장미 꽃잎 사이의 꽃술을 문지르기 시작했다.놀란 강아연이 비명을 지르며 피하려고 뒤로 물러나자 여기저기 물이 튀었다.하지만 성규연은 이미 그녀의 의도를 예측하고 말없이 그녀의 발목을 잡아서 끌어당겼다.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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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강아연은 성규연이 떠난 후에야 다시 물 위로 떠 올랐다.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그녀와 성규연은 결혼한 지 5년 동안 성관계 횟수가 적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주 2, 3회 정도의 빈도를 유지했는데 그것도 성규연이 일이 바빠서 일주일에 2, 3일 정도밖에 집에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가 집에만 오면 강아연은 대부분 시간을 침대에서 보냈다.일주일에 두세 번, 한 번에 서너 시간씩 그녀가 완전히 지칠 때까지 그는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그것도 제법 절제한 편이었고 요즘처럼 툭하면 욕망에 휩싸여 그녀를 범하진 않았다.강아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밖에서 심소연과 해결해도 될 텐데.혹시 심소연이 다리를 다쳐서 욕망을 해소할 수 없게 되니 그녀를 찾는 걸까.순간 강아연은 속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서둘러 탕을 벗어나 시원한 바람을 쐬니 한결 나아졌다.아마도 온천에 오래 머물러서 불편한 것 같았다.강아연은 신선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한 뒤 가운을 입고 떠났다.밖으로 나가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에게 손을 흔드는 성지민을 보았다.“새언니! 왜 거기 있어요? 우리 같이 허니 밀크 온천에 가기로 했잖아요?”강아연은 그제야 성지민과 약속한 일을 떠올렸지만 갑자기 성규연이 끼어들어서 모든 일정을 망쳐버렸기 때문에 미안한 어조로 말했다. “미안해요. 깜박했어요.”“괜찮아요.”성지민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 열정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나도 금방 나왔어요. 우리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지 않을래요? 오늘 특별히 미슐랭 셰프를 불러서 음식 해주기로 했어요. 언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거예요.”성지민의 성화에 못 이겨 강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래요.”그녀와 성지민이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식당에 도착했을 때 김연화는 이미 상석에 앉아 있었는데 왼쪽에는 성희택, 서영란, 서지원이 앉아 있었고 오른쪽 자리는 비어 있었다.“아연아, 빨리 와!”김연화가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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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누가 그래요? 봉연우도 안 했고 연성 박씨 가문의 박경준도 결혼 안 했잖아요? 저 때문에 걱정하지 마세요. 고모.”서지원은 서둘러 서영란에게 먹기 어려운 과자를 집어주었다.“고모, 얼른 드세요.”그는 서영란이 음식을 먹느라 자신과 말을 못 하게 하려고 했다.“내가 화나서 죽는 꼴 보고 싶은 거지?”서영란은 아니꼽게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만해. 간만에 모여서 밥 먹는데 꼭 시끄럽게 싸워야 속이 시원해?”김연화가 불쾌한 듯 언성을 높이자 서영란은 머리를 숙인 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신의 그릇에 있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아연아, 먹어.” 조금 전까지 짓던 무서운 표정은 사라지고 김연화는 온화한 얼굴로 강아연을 바라보았다.강아연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오늘은 식욕이 없어서 눈앞의 음식을 조금만 집어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김연화는 그 모습을 보고 성규연에게 명령했다. “규연아, 너만 먹지 말고 네 아내도 챙겨줘.”강아연은 순간 멈칫하며 거절했다.“아니에요. 할머니, 제가 알아서 할게요...”말이 끝나기 전에 성규연은 양념이 묻은 고기 한 조각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놔주었고 강아연은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아연이가 이걸 좋아했지.”김연화는 강아연을 향해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아연아, 많이 먹어. 누구처럼 매일 다이어트한다고 풀떼기만 먹어서는 못 써.”“외할머니!”다이어트 때문에 야채만 먹던 성지민이 입을 삐죽였다.“조용히 해. 너 말하는 거야.”김연화가 성지민을 가리키며 꾸짖었다,“삐쩍 마른 게 뭐가 예쁘다고.”“당연히 예쁘죠.”성지민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저희랑 외할머니 세대는 취향이 달라요. 못 믿겠으면 새언니한테 물어봐요. 맞죠, 새언니?”성지민의 시선을 느낀 강아연은 잠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아연이 넌 쟤처럼 그러면 안 돼!”김연화가 흰 눈썹을 들썩거렸다.“많이 먹고 몸 건강 든든하게 챙겨야지.”말하며 그녀의 미간이 풀리더니 기대를 품은 채 말했다.“내년에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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