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준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리라고는 시아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조금 전,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던 승준의 말, 어쩌면 자신이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하지만 말도, 행동도 이미 늦어버렸다. 지금 이건 사랑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강요였고, 위협이었다.지호는 물론이고, 하씨 가문에까지 망신을 주는 일이었다.승준은 늘 자기 감정을 앞세웠고, 시아를 진심으로 생각해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먼저 사랑한 건 늘 자기 자신이었다.순간의 충격이 지나가자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지호에게 쏠렸다.그 눈빛 속엔 놀람과 동시에 은근한 흥미와 기대가 섞여 있었다.구경꾼의 흥분이었고, 권력자의 굴욕을 기대하는 잔인한 욕망이었다.오늘 이 자리에 모인 하객 대부분은 하씨 가문의 권세와 재력을 의식한 사람들이었다.겉으로는 정중하고 예의바른 척하면서 속으론 하씨 가문이 망신당하길 바라고 있었다.이게 인간의 본성이다. 남이 잘되는 꼴은 못 보는 것, 설령 잘 돼도, 나보단 못해야 속이 편하다는 옛말에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이 사람들은 신처럼 완벽하고 위엄 있는 지호만을 봐왔지 승준이가 이렇게 무력하고 초라해진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한 남자에게 있어, 와이프는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이다.때로는 본인보다 더 큰 상징이 되기도 한다.그런데 오늘 이 결혼식에서, 지호가 선택한 여자가 다른 남자와 과거가 있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드러났다.그 남자는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망쳐놓았고, 심지어 피까지 흘렸다.이제 사람들은 지호가 무너지는 모습만 기다리고 있다.“거기 누구 없어? 구 대표님, 병원에 모셔다드려.”옆에서 침착한 얼굴로 지켜보던 하정철 회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곧장 두 사람이 달려와 승준을 부축했다.승준은 머리에 피를 흘리고 눈앞이 캄캄해졌는데도 버티며 말했다.“시아야... 제발 나랑 같이 가자... 응?”하지만 시아의 눈엔 승준이 보이지 않고, 오로지 지호의 손만 바라보고 있었다.결혼식이 이 지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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