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Bab 41 - Bab 50

100 Bab

제41화 그 미안함 참 값싸네?

비행 과정에서 지호는 계속 잠들어 있었다. ‘블랙 3분’이 민망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로 비행기를 무서워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아주 푹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지호의 자세도 영 편하지 않았다. 고개는 시아 어깨에 기대 있고, 손은 여전히 시아 손을 붙잡고 있었으며, 몸은 거의 시아에게 기대어 있는 수준이었다.이런 자세가 의도적이 아니라면... 사실 조금 애매한 자세이긴 했다.시아는 문득 어젯밤을 떠올렸다. 둘이 한 침대에서 잤던 그 순간. ‘설마, 그때도 이런 자세였나?’안타깝게도 시아는 중간에 잠들었고, 남자가 어떤 자세로 잠들었는지는 기억이 없다.비행기가 착륙했다. 지호의 반응은 이륙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에는 본인이 먼저 시아 쪽으로 몸을 기댔다.“혹시 비행기 무서워해요?”시아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 궁금한 건 바로 물었다.“응, 공포증이 있어.”지호의 솔직한 대답에 시아는 예상 밖이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세계 곳곳을 누비며 일하는 남자가 비행기 공포증이라니.“그럼 평소엔 안 타요?”시아는 반신반의하며 물었다.이번엔 지호가 먼저 시아에게 다가왔다. 남자는 마치 겁먹은 아이처럼 시아의 목덜미 쪽에 얼굴을 묻었고, 거리는 아까 시아가 안아줄 때보다 훨씬 더 가까웠다.남자의 따뜻한 숨결이 시아의 피부를 간질였다. 간지럽고, 이상하게 아릿했다.“이번이... 두 번째야.”시아의 어깨에 얹힌 손이 가볍게 떨렸다.‘그 첫 번째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지금까지 비행기를 타지 않았던 걸까.’그 순간, 시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미안해요. 몰랐어요. 저는 그냥...”시아는 조심스럽게 사과를 전했다. 미아를 보러 가려고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힘든 비행기를 억지로 타지도 않았을 테니까.지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몰랐다면서, 왜 사과해? 그 미안함 참 값싸네?”비행기가 착륙하자 지호의 겁이 사라졌는지 입이 살아났다. 이 남자, 정말 말로 사람을 잘 긁는 타입이다.세도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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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정말 안 배고파?

운전기사는 눈치껏 차를 한 레스토랑 앞에 세웠다.사실 시아는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아까 그 말은 그냥 은채 엿 먹이려고 일부러 던진 거였다.“저기... 사실, 별로 배 안 고파요.”지금 시아는 그저 하루라도 빨리 미아를 보고 싶을 뿐이었다.비행기에서 내린 순간부터 그녀의 가슴은 두근거림을 멈출 줄을 몰랐다. 보고 싶은 마음과 막상 마주할까 두려운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난 배고픈데.”지호가 무심히 대답하며 차 문을 여는 사이, 운전기사는 재빠르게 남자의 문을 열어줬다.검은 슬랙스를 입은 긴 다리가 차 밖으로 나오고, 먼지 하나 없이 반짝이는 구두가 가로등 불빛 아래서 빛났다.지호가 내리는 순간, 그 커다란 키와 체격이 문 쪽의 빛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얼굴의 날카로운 선은 그림자에 감춰졌지만 오히려 그 눈빛은 더 깊고 어두운 심연처럼 느껴졌다.두 사람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정말 안 고파? 이따가 울 힘도 없을 텐데.”지호의 말투는 느릿했고, 어딘가 비꼬는 듯했다.‘운다니? 왜 그런 말을 하지?’‘설마 이 사람도 그때 미아 사고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시아는 지호한테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머릿속이 복잡한 채로 그녀도 차에서 내렸다.여자가 문을 짚으려는 순간, 지호가 손을 내밀었다.태도는 철저히 젠틀맨이었다.이 남자, 정말 감정이 초 단위로 바뀐다. 정말 생리 중 여성보다 더 불안정한 느낌이다.시아는 괜히 고집부리지 않고 남자의 손을 잡았다. 손을 맞잡은 채로 두 사람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직원은 깍듯하게 인사하며 테이블로 안내했다. 분위기상 서양 식당인 듯했지만, 시아는 여전히 식욕이 없었다. 긴장 때문인지 가슴께가 묵직하게 조여오는 느낌이었다.그런데 음식이 나오자 시아는 깜짝 놀랐다.전부 한식이었고, 전부 시아가 좋아하는 메뉴들이었다.심지어 매운 양념의 새우까지 있었다.주변 테이블을 살펴보니 다른 사람들은 전부 스테이크나 파스타였다. 오직 이 테이블만 다르게 차려졌다.이 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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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질투 나?

시아는 진짜 민망했다.“어린이 아니고 손가락 빠는 거 아직 좋아해?”지호는 꼭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았다.시아는 매운 새우를 먹어서 이미 몸이 뜨거워졌는데, 방금 그 말 한마디에 얼굴까지 화끈해졌다.콧잔등엔 금세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그게 아니라... 양념이 진해서 그래요. 그게 새우의 영혼이잖아요.”변명인 듯했지만, 사실이 그랬다. 새우 먹는 맛은 고기보다 그 육즙을 입술로 쪽 빨아먹는 그 찰나에 있는 법이다.하지만 지호는 시아가 당황하는 걸 재미있어하듯 여유만만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손가락 빠는 거면 그냥 빠는 거지, 뭘 그렇게 변명까지 해.”시아는 이제 도저히 입에 음식이 안 들어갔다.‘됐다, 안 먹는다.’그녀는 장갑을 벗고 식기를 내려놨다.그러자 지호는 시아 옆에 있던 장갑을 집어 들고 손에 끼더니 새우를 까서 바로 여자의 입에 넣었다.시아는 눈이 커진 채 남자를 바라봤다.지호는 아무렇지 않게 또 하나를 집어 까기 시작했다. 손놀림은 숙련됐고, 입에서는 투덜거리는 말이 나왔다.“와이프 챙겨주는 거 골치 아프다던데 다 진짜였네. 어찌 말 한마디에 화를 내.”‘내가 언제?’‘그래, 됐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냥 그러라고 하는 거야. 이제 싸울 힘도 없어.’이후 시아는 더 이상 새우를 까지 않았다.하지만 접시 위의 붉은 새우들은 모두 새하얀 속살로 변했고, 전부 시아의 입으로 들어갔다.지호가 까주는 새우인데 안 먹을 수 없었다. 괜히 또 무슨 트집이 잡힐지도 모르니까.시아는 괜히 미안해서 한마디 했다.“지호 씨가 새우 껍질 까는 모습, 의외네요.”“와이프 달래려고 연습했거든.”지호는 ‘와이프’라는 단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몇 년을 부른 사람처럼 쉽게 내뱉었다.근데 그 말의 뉘앙스가 이상했다.그 말은 마치 처음부터 시아가 와이프가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니야, 말도 안 돼.’‘설마 하지호가 좋아하던 여자도 새우를 좋아했단 말인가?’시아는 곧바로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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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참 영광이네요

“그래서, 나한테는 누명을 뒤집어씌워도 된다는 말이야?”지호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에 어쩐지 억울함이 섞여 있었다.‘배우야, 뭐야? 왜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데?’시아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도무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달그락.지호가 방금까지 닦아낸 깔끔한 손가락으로 앞에 놓인 접시를 두드렸다.그 접시 위엔 유일한 새우 한 점이 놓여 있었다.“이거 말이지. 나, 새우를 꽤 많이 까봤는데 말이야. 내가 먹지 않고 남을 준 건 네가 처음이야.”‘해명인가? 근데 왜 굳이 그런 걸 왜 나한테 말하는 거지?’시아는 지호의 속내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받아넘겼다.“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요. 참 영광이네요.”“나랑 결혼한 건 말이야, 당신 조상이 엄청 덕을 쌓은 거야.”지호는 전혀 부끄러움 없이 자화자찬했다.도대체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에 지호가 왜 시아랑 결혼했는지 그 이유가 담겨 있었다.“지호 씨 같은 대단한 사람이 여자 하나 가지고 놀고 싶으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을 텐데요. 굳이 이렇게까지 연기할 필요는 없잖아요.”그 말을 마치고 나서 시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을 나왔다.세도나의 밤은 낮과는 다른 차가움이 있었다.공항에 내렸을 때 느꼈던 온화한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뼛속까지 스미는 싸늘함만이 남았다.하지만 시아를 더욱 시리게 만든 건 공기가 아니라 마음이었다.지호가 시아와 결혼한 건 단지 복수였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단순한 복수로는 설명되지 않는 더 깊고 섬세한 감정의 장난이다.지호는 시아에게 극도의 배려와 체면을 주는 척하면서 동시에 가슴에 못을 박는 방식으로 상처를 주고 있었다.그 못은 한 번 박히면 쉽게 뽑히지도 않고,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럽게 만드는 그런 존재였다.때로는 다정하다가, 때로는 독설을 던지는 모습, 그게 바로 지호였다.차는 지호와 시아를 데려왔고, 다시 데려다주었다.돌아가는 길엔 올 때보다 더욱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시아는 남자의 의도를 이제는 어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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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지금이라도 볼 수 있게 해줘요

지호는 여자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시아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결국 시아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남자의 맞은편에 앉았다.“지호 씨, 날 여기 데려온 이유가 미아를 보여주기 위한 거라면... 제발, 지금이라도 볼 수 있게 해줘요. 미아가 잘 있는지, 정말 알고 싶어요.”시아의 목소리는 진심이었다.말하며 눈가가 시큰해졌다.그건 억울함이기도 했고, 오랜 기다림 끝에 눈앞에 다가온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기도 했다.“늦은 밤에 아픈 환자를 보는 게... 그게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해?”지호의 말에 시아는 오늘 미아를 만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했다.국내에 있을 땐 단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지호가 곧장 비행기를 태워 데려왔었다.그때의 지호와 지금의 남자는 너무 달랐다.그렇다면 다중인격이 아닌 이상, 이건 일부러 장난치는 것이다.마치 고양이가 생쥐를 가지고 놀듯, 죽이지 않고 지칠 때까지 가지고 노는 것처럼 말이다.그런 감정은 너무도 불쾌하고, 찝찝하고, 쓰라렸다.7년 동안 미아를 보지 못해도 견뎠던 시아였지만, 지금은 가까이 있는 걸 알면서도 볼 수 없었다.이 사실은 시아의 가슴 깊숙한 곳을 타들어 가게 했다.시아의 눈가엔 얇게 붉은 기가 올랐다. 원래도 창백한 피부에 그 붉음은 더 뚜렷이 드러났다.심지어 눈동자는 까맣도록 맑았고, 분노로 인한 수분이 촉촉이 맺혀 있었다. 울지는 않았지만 그 눈빛 하나로도 충분히 사람의 마음을 베어냈다.“지호 씨, 설령 저한테 복수하고, 저를 가지고 놀고 싶어도 그 전에 제발, 미아만 보게 해줘요.”지호는 줄곧 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겉으론 아무 표정 없지만 그 속에서 요동치는 무언가는 오직 그 자신만 알 수 있었다.“내가 당신을 가지고 논다고? 내가 뭘 어떻게 놀았다는 거지? 말해봐.”지극히 평범한 말이었지만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시아는 이를 악물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바로 그때, 타이밍 좋게 가사도우미가 다가왔다.정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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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비뇨기과라도 예약해 주는 거 아니야?

‘두 번째 밤이라니, 나랑 자겠다는 뜻인가?’‘나랑 자는 것도 복수의 일환이겠지.’어차피 이미 결혼한 몸, 시아는 이런 순간을 각오하고 있었다.당혹감도, 불편함도 없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잊을 리 없죠. 그러니까 지호 씨, 오늘 밤 남편의 의무를 다하실 건가요?”그러니까 지호가 아니라 시아가 주도적이겠다는 발언이었다.세상은 늘 이런 일에 여자가 손해를 본다고 말하지만 시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서로가 함께하는 것. 여자라고 해서 꼭 피해자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지호는 소파 팔걸이에 느슨히 얹혀 있던 손을 멈췄고, 천천히 눈을 좁혔다. “방금 그 말... 다시 해볼래?”지호는 못 들은 게 아니었다. 단지 시아의 말이 남자의 상식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시아는 웃음기 없이 또렷이 되받아쳤다.“왜요, 지호 씨 오늘 밤 무슨 문제 있으신가요?”시아는 끝까지 치고 나갔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제대로 부딪쳐보자는 심정이었다.“풋!”지호의 입꼬리에서 낮고 짧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무 선명하게 들렸다.“어젯밤에 많이 참았나 보네?”지호의 말엔 늘 가시가 박혀 있었지만, 시아는 익숙했다.“어제는 지호 씨가 너무 바쁘셨잖아요. 오늘도 쉬시고 싶다면 뭐...”시아는 일부러 말을 끊었다.“전 크게 아쉽진 않아요.”물러서려는 게 아니라 그냥 지호한테 농락당하는 것이 기분이 나빠 자신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유혹하고 튕기기 전략?”지호는 그렇게 말하며, 지금껏 나른하게 반쯤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켰다. 두 다리를 곧게 내리고 상체를 세우는 남자의 동작 하나에 시아의 등줄기가 굳어졌다.“아뇨, 싫으면 말고요.”시아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지호도 즉시 뒤따라 일어났다.키 큰 지호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순간, 시아 위로 드리운 어둠은 남자를 ‘압도적 존재감’ 그 자체로 만들었다.“만약 거절하면 내일 나한테 비뇨기과라도 예약해 주는 거 아니야?”말이 끝남과 동시에 지호는 시아의 허리를 단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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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불 꺼줘요

시아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지호는 이미 시아를 침대에 눌러놓았다. 한 손은 침대에 짚고, 다른 한 손은 넥타이를 풀며, 검은 눈빛으론 마치 먹이를 노리는 야수처럼 여자를 응시했다.이 순간 시아는 답을 알았다. 지호는 그저 그녀를 가지고 놀려는 게 아니라 삼킬 것이라는 걸.비록 시아는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 순간이 실제로 오자 마음 깊은 곳에서 부딪히는 거부감과 공포가 솟구쳤다.만약 지호가 단지 평범한 결혼 상대라면, 시아는 자신을 상대방에게 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과거를 정리하고 새출발을 준비하려고 했으니까.하지만 지호는 달랐다. 지호가 시아랑 결혼한 목적은 복수였다. 남자의 복수는 시아에게 부당한 것이었다.“지호 씨, 정말 할 거예요? 그건 미아에게도 죄가 될 텐데...”시아의 말에 지호는 입가에 냉소를 띠었다.남자는 넥타이를 휘둘러 침대 구석에 던지더니, 셔츠 칼라를 풀어 세련된 목선이 드러나게 했다. 다음 지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두려운 거야? 그래서 그런 말을 하는 거지?”지호 앞에서 수작을 부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시아도 눈치를 챘다. “그냥 미아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해서 말한 거예요. 후회하지 않게.”“후회는 하고 나서 느끼는 거야.”지호는 말없이 시아의 얼굴 옆에 손을 뻗었고, 손끝으로 부드럽게 여자의 피부를 어루만졌다.그 손길에 시아의 몸이 굳어졌다.시아는 피하지 않았다. 이 게임은 이미 그녀가 시작한 것이다. 지금 상황을 견뎌내면 이 치열한 심리전에서 이길 수 있었다.지호의 손이 시아의 목덜미를 지나가며 살짝 차가운 기운을 남겼다. 시아는 무의식중에 몸을 움츠리며 떨었고, 심지어 속눈썹까지 떨고 있었다.분명히 긴장한 채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입술은 여전히 단호히 닫혀 있었다. 지호는 탐구하듯 시아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거의 여자에게 닿을 만큼 가깝게 했다. “긴장돼?”시아는 알고 있었다. 지호 앞에서 무언가를 감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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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정말 할 거야?

시아는 순간적으로 손을 들어 전화를 끊으려 했다. 하지만 지호가 먼저 전화를 받았다.[시아야.]승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의 목소리엔 술기운이 묻어 있는 듯했다.시아는 이 시점에서 승준과 통화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그 순간 지호 입술이 강하게 닿아왔다.지호의 입술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냄새와 차가운 톤에 시아는 손을 멈췄다. 남자의 입술은 정말 거칠고 강하게, 시아의 호흡을 빼앗았다.[듣고 있어? 지금 뭐 하고 있어?]승준은 시아의 반응을 기다리며 물었지만, 시아는 남자의 목소리에서 자신도 모르게 억제된 신음이 섞여 나오는 걸 들었다.시아는 순간 깨달았다. 지호가 시아에게 이런 방식으로 입술을 맞추는 건 일부러 승준이 듣게 하려는 의도였다.그건 정말 어색하고 부끄럽게 다가왔다. 시아는 본능적으로 남자를 밀쳐내려고 했지만, 지호는 오히려 여자의 반항을 더 강하게 억누르며 입술을 강하게 눌렀다.남자의 손은 시아의 허리까지 더듬어갔다.“음...” 시아는 지호의 입술과의 교차에서 불안한 저항을 내뱉었다.그때, 갑자기 모든 게 조용해졌다.달칵.시아는 빛이 사라진 순간, 눈앞이 갑자기 깜깜해졌다. 조금 전 지호에게 꺼달라고 요청했던 불이 이제야 꺼졌고, 이제는 오직 핸드폰 화면만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통화 시간과 함께 승준의 마지막 통화 기록이 화면에 떴다. “가만히 안 둘 거야...”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 한마디에, 승준은 시아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두 눈치챘다. 시아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고, 그대로 지호에게 몸을 맡겼다. 그런데 남자가 갑자기 멈췄다. 전화기까지 꺼버렸다.방 안의 마지막 불빛마저 꺼지자 남은 건 거칠게 뒤섞인 서로의 숨소리뿐이었다.“왜 멈춰요?”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온 반항심과 분노가 시아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지호는 어둠 속에서도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시아를 바라봤다.“계속할까?”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시아의 손이 지호의 셔츠 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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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어떻게 마주할지

‘내가 원할 때?”지호의 복수는 단순히 시아의 몸만 차지하려는 게 아니었다.이 남자, 이제는 시아의 마음마저 원하고 있었다.그게 자신감인지, 자만인지 알 수 없었다.지호가 방을 나가고, 넓은 침실엔 시아 혼자 남았다.찬 공기가 닿은 피부엔 소름이 돋았고, 시아는 이불을 끌어 올려 몸을 감쌌다.핸드폰은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시아는 그대로 전원을 꺼버렸다....[고객께서 전화를 받지 않아...]기계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승준은 얼굴이 일그러진 채 핸드폰을 바닥에 세게 내던졌다.그 옆에 앉아 있던 은채는 와인잔을 부드럽게 흔들며, 승준의 광기를 마치 구경하듯 바라보고 있었다.“강시아, 꽤 능력이 있네. 겨우 이틀 만에 하지호 마음을 사로잡다니.”“닥쳐!”승준이 붉어진 눈으로 은채를 향해 손가락을 겨눴다.은채는 잔에 입을 댄 채 웃었다.“내가 입을 닫는다 해도, 너도 들었잖아. 지금 강시아는 하지호 몸 아래에 있어. 넌 이제 걔를 완전히 잃은 거야.”“아니야. 시아는 내 여자야. 지금은 그냥 날 벌주고 있는 거라고...”승준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내가 찾아가면 분명히 돌아올 거야.”비틀거리는 몸으로 승준은 문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그는 몇 걸음 가지도 못해 찬장 모서리에 부딪혔고, 균형을 잃고 카펫 위로 쓰러졌다. 얼굴엔 여전히 상처가 남아 있었고, 지금은 아예 망가진 모습이었다.이런 승준은 은채도 처음이었다.예전에 집안일로 큰 위기를 겪었을 때조차도 승준은 언제나 여유롭고 단정한 귀공자 같았다.하지만 지금은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었다.시아 하나 때문에.‘진짜 그렇게까지 강시아를 사랑하다니...’은채는 질투가 치밀었다. 아니, 정확히는 질투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승준은 원래 은채의 사람이었다. 비록 이 남자를 떠났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시아한테 반할 줄은 몰랐다.‘강시아보다 내가 못 한 게 뭐 있어?’은채는 조금 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소리를 떠올렸다.남은 와인을 단숨에 들이켜고 하이힐을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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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왜 기대하면 안 되는데?

시아가 다음 날 아침 내려왔을 때, 거실엔 가사도우미만 있고 지호는 보이지 않았다.그는 어젯밤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시아도 지호가 어디로 간 건지는 몰랐다. 아마 미아 곁으로 갔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그녀는 밤새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차분해졌다.시아는 미아에게 떳떳했다.누가 무슨 오해를 하든, 무슨 생각을 하든 이제는 정면 돌파만이 방법이었다. “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가사 도우미가 공손히 인사했다.시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좋은 아침이에요.”무심히 물었다.“지호 씨는요?”이 집에서 시아가 아는 사람은 지호뿐이다.비록 지호와 함께 있는 게 편하지는 않지만, 남자의 존재만으로도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아마도 어릴 적부터 부모 없이 자라온 탓일까, 시아는 유난히 안정감에 굶주려 있었다.그래서일까? 누군가 자신한테 잘해주면 전부를 내주며 보답하고 싶어졌다.하지만 자라면서 깨달았다. 안정감은 결국 스스로 지켜야 하는 거라고.남이 주는 건 언제든 빼앗길 수 있으니까.그런데도 본능처럼 지호에 관해 묻고 있었었다.“잠깐 안 보였다고 내가 벌써 보고 싶어진 거야?”마치 감지 센서라도 있는 듯, 지호는 시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타났다. 연한 회색의 캐주얼 홈웨어 차림에 막 씻고 나왔는지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내려와 있었다.평소의 차가운 모습과는 달리 오늘의 지호는 왠지 인간미가 느껴졌다.그는 정말 이중적인 남자인 것 같았다. 차갑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평범한 그런 성격은 아니다.그래서 시아도 굳이 지호랑 정상적인 대화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누가 당신을 데려갈까 봐서요.”시아의 말에는 분명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지호는 자연스럽게 여자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은근슬쩍 돌려 말하는 거, 제법인데.”시아의 속마음은 이 남자 앞에선 도통 숨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아도 힘들게 숨기지 않았다.“오늘, 미아를 만나게 해줄 수 있어요?”지호는 대답하지 않았고, 대신 물었다.“배고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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