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는 여자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시아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결국 시아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남자의 맞은편에 앉았다.“지호 씨, 날 여기 데려온 이유가 미아를 보여주기 위한 거라면... 제발, 지금이라도 볼 수 있게 해줘요. 미아가 잘 있는지, 정말 알고 싶어요.”시아의 목소리는 진심이었다.말하며 눈가가 시큰해졌다.그건 억울함이기도 했고, 오랜 기다림 끝에 눈앞에 다가온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기도 했다.“늦은 밤에 아픈 환자를 보는 게... 그게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해?”지호의 말에 시아는 오늘 미아를 만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했다.국내에 있을 땐 단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지호가 곧장 비행기를 태워 데려왔었다.그때의 지호와 지금의 남자는 너무 달랐다.그렇다면 다중인격이 아닌 이상, 이건 일부러 장난치는 것이다.마치 고양이가 생쥐를 가지고 놀듯, 죽이지 않고 지칠 때까지 가지고 노는 것처럼 말이다.그런 감정은 너무도 불쾌하고, 찝찝하고, 쓰라렸다.7년 동안 미아를 보지 못해도 견뎠던 시아였지만, 지금은 가까이 있는 걸 알면서도 볼 수 없었다.이 사실은 시아의 가슴 깊숙한 곳을 타들어 가게 했다.시아의 눈가엔 얇게 붉은 기가 올랐다. 원래도 창백한 피부에 그 붉음은 더 뚜렷이 드러났다.심지어 눈동자는 까맣도록 맑았고, 분노로 인한 수분이 촉촉이 맺혀 있었다. 울지는 않았지만 그 눈빛 하나로도 충분히 사람의 마음을 베어냈다.“지호 씨, 설령 저한테 복수하고, 저를 가지고 놀고 싶어도 그 전에 제발, 미아만 보게 해줘요.”지호는 줄곧 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겉으론 아무 표정 없지만 그 속에서 요동치는 무언가는 오직 그 자신만 알 수 있었다.“내가 당신을 가지고 논다고? 내가 뭘 어떻게 놀았다는 거지? 말해봐.”지극히 평범한 말이었지만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시아는 이를 악물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바로 그때, 타이밍 좋게 가사도우미가 다가왔다.정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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