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 씨, 다중인격이에요?”시아가 보기에 지호가 결혼을 선택한 건 복수심 때문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오래된 깊은 사랑이라는 감정 놀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남자는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응, 아마 그런가 봐. 그래서 당신을 데리고 다중인격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거야.”식사를 마친 후, 지호는 코인 넣고 타는 자동차에 시아를 태워 주었다.차는 작아 보였지만 두 사람이 함께 탈 수 있을 정도였고, 놀이공원에서 아이들이 타는 미니카를 연상케 했다.다만 네 개의 바퀴가 굵고 튼튼해 오프로드 차량 같은 느낌도 풍겼다.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시아는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물건도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장난감처럼 생긴 이 차는 실제로 타보니 훨씬 더 안정적이고 속도도 제법 났다.도로 위를 달리면서 주변 풍경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지호는 어디로 간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시아는 오늘 하루 종일 놀게 해줄 생각이라는 걸 눈치챘다.‘그래, 놀자.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그냥 즐기자.’생각해 보면 시아는 승준 곁에서 일하는 동안 제대로 된 휴가 한번 가지지 못했다.그녀는 승준과 출장을 함께 간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도착하자마자 일하고 곧장 돌아오는 식이었다.제대로 쉬어본 적은 단 한 번, 둘이 만불산에서 소원을 빌었을 때였다.세도나의 거리는 깨끗했고, 길을 걷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가게들은 대체로 한산해 보였지만 가게 앞에선 여전히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그 사람들의 얼굴에선 생활에 대한 조급함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마치 돈을 벌고 못 버는 건 그저 부차적인 일일 뿐,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듯했다.지호가 물었다.“부럽지?”시아가 무슨 생각을 하든 지호는 귀신처럼 알아챘다.차가 골목을 돌아 들어가는 순간, 하얗게 센 수염을 가진 노인이 라틴댄스를 추고 있었다.그 모습에 시아는 말문이 막혔다.춤 실력이 뛰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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