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Bab 21 - Bab 30

100 Bab

제21화 처음이자 마지막 결혼

지호는 마치 자신이 어떠한 풍랑도 견딜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시아는 현재 인터넷 여론의 영향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단 하나의 부정적인 뉴스면 백년 기업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었다.“하지만 저랑 결혼하고 나면 사람들은 분명 또 이상한 말들을 퍼뜨릴 거예요.”시아는 자신의 우려를 솔직하게 전했다.“난 남들이 아무렇게 하는 말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 아냐.”지호는 다시 시아의 손을 꼭 잡았다.“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데, 시아 씨가 만약 지금 날 거절한다면 모두 당신이 다시 구승준에게 가는 거라고 생각할 거야.”“그런 생각 한 적 없어요!”시아가 급히 부정했다.지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그럼 괜한 걱정은 하지 말고. 다 내게 맡겨.”말을 마치고 나서 지호는 시아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한편으로는 무한한 압박감을 품은 검은 눈으로 현장의 모든 사람을 훑어보았다.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이의 숨이 멎을 듯 조용해졌다. 넓은 웨딩홀 안에 짙은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그 긴장감이 정점에 치닫는 순간 지호가 입을 열었다.“여러분, 오늘 제 결혼식에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결혼은 제 인생 30년 처음이자 마지막 결혼입니다. 제 옆에 있는 이 여인은 제 아내이며, 제가 유일하게 사랑하고 앞으로 평생 사랑할 아내입니다.”“저 정말 오랫동안 시아 씨를 짝사랑해 왔거든요. 지금은 이렇게 손을 잡고 있지만 이 손을 잡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습니다. 모두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만약 누구라도 다른 뜻을 품고 있다면, 그것은 곧 저랑 하씨 가문을 적으로 돌리는 것입니다.”지호는 단호하게 경고를 내렸다. 이는 경고이자, 지호가 시아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세상에 알리는 선언이었다.시아의 마음은 절벽 끝에서 한 올씩 끌어올려지는 듯했다. 그녀는 옆에 선 이 낯설면서도 익숙한 남자를 바라보며,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승준은 시아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Baca selengkapnya

제22화 나를 싫어하죠?

하씨 가문의 이날 전통식은 전통혼례로 진행되었다. 공교롭게도 시아가 생각했던 결혼식도 전통혼례였다.“혼례복도 준비해뒀는데 갈아입을래?”지호가 시아의 의사를 물었다.이제야 시아는 알아챘다. 이 결혼식은 자신의 실수에서 시작되었지만 지호와 하씨 가문은 이 결혼식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을.결혼식 장소부터 웨딩 사진, 시아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혼례복까지. 이 모든 것이 확실한 증거였다.지호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가던 중, 한 통통한 여자애와 마주쳤다. 겉보기에 열일곱, 여덟 살 정도로 보였다.“오빠.”여자애가 지호를 부르며 시아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맑은 눈매지만 자세히 보면 눈꼬리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게 마치 방금 울었던 것 같았다.지호에게는 하씨 가문의 막내 공주로 알려진 여동생이 있었다. 시아는 직접 본 건 처음이지만 지금 마주한 이 아이가 바로 그 ‘하씨 가문 공주님’일 터였다.“어디 가려고?”지호의 말투는 유난히 다정했다.“그냥... 엄마 아빠 보러 잠깐 나가려고.”하민아의 시선은 계속 시아에게 머물러 있었다.“조금만 이따 가. 네가 새언니 혼례복 갈아입는 것 좀 도와줘.”지호는 그렇게 말하며 시아를 돌아보았다. 그 눈빛엔 자상함이 가득했다.“민아야. 내 막냇동생.”시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인사했다.“아가씨, 내 이름은 강시아예요.”하민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호가 민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언니라고 불러.”민아는 고개를 숙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낯을 좀 가리는 편이야.”지호가 웃으며 시아에게 설명했다.자신에게 하씨 가문이 낯선 것처럼 하씨 가문에게도 자신은 낯선 사람이니까.“민아야, 새언니 잘 챙겨줘.”지호가 민아에게 당부한 후 시아의 손을 놓았다. 마치 시아도 낯을 가릴까 봐 걱정이라도 하듯 덧붙였다.“멀리 안 갈게. 밖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이 낯선 공간 속에서 지호는 시아에게 최대한 안전감을 주고 있었다.시아는 민아를 따라 방으로 들
Baca selengkapnya

제23화 왜 나랑 결혼하려는 걸까?

지호는 창가에 서 있었다. 남자의 곧은 실루엣은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에 길게 드리워졌고, 그 빛은 세상을 둘로 가르는 듯했다.한쪽은 축복과 환희, 다른 한쪽은 고요한 정적.이때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지호의 곁에서 멈췄다.“구승준 아직 안 갔어. 지금 저 앞마당에 있는데 쫓아낼까?”지호는 멀찍이 서 있는, 얼굴 상처에서 흘린 난 피를 아직 닦지 못한 승준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아니. 그냥 두자.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야 진짜 끝이라는 걸 실감하지.”유진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넌 정말 사람 마음을 찌르는 덴 뭐 있어.”지호의 차가운 얼굴에는 시아를 대할 때의 온화함이 온데간데없었다. 가늘게 뜬 눈에는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고, 말없이도 압박감을 발산했다.“하객들 사이에선 무슨 말 돌고 있어?”“네가 아까 그렇게 딱 잘라 말했으니까 겉으론 다 조용하지만 속으론 무슨 생각을 하는지야 다들 뻔하지.”진오는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아까 구승준 저 난리 치는 거 봤지? 너 이제 마음 단단히 먹어.”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정지된 필름 속 한 장면처럼.진오는 자기 팔을 꼬집었다.“네가 원하는데 어떤 여자 못 구하겠어? 왜 하필 강시아 씨여야 하는 거야? 게다가 이렇게 하면 구승준과 완전히 적대 관계가 되는 거잖아.”하지만 지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 침묵이 바로 경고라는 걸 진오는 알고 있었다.하지만 오랜 친구로서, 진오는 정말 지호의 빛나는 인생에 오점이 생기길 원치 않았다.“지호야, 강시아 씨랑 결혼하는 거 혹시...”진오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지호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남자를 노려보았다.지호의 눈빛은 어둠에 싸여 있었다.“쓸데없는 상상은 접어. 그리고... 입조심해.”진오는 입을 꾹 다물었다.그때 탈의실 문이 열렸다. 지호가 돌아서자 화려한 옷차림의 시아가 모습을 드러냈다.여자의 화장은 진하지 않았지만 혼례복과 어우러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Baca selengkapnya

제24화 반드시 행복해질 거야

“혹시 기분 나빴어?”시아의 순간적인 멍함도 지호는 놓치지 않았다.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눈앞의 낯선 듯 익숙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타고난 품위와 위엄이 느껴지는 남자의 모습은 머리카락 하나까지도 천생의 귀족적인 기품을 풍겼다. 이런 지호에게 어느 여자든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그런 사람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뜻하지 않게 바로 시아였다. 민아가 못마땅해하는 건 물론, 시아 자신도 이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하지만 다행히 이 모든 것이 진짜는 아니었다.시아는 시선을 돌리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아니요, 어차피 진짜 결혼도 아닌데, 그쪽 여동생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요.”지호의 검은 눈동자에 무언가가 스쳤다.“가자. 시간을 놓치면 안 되니까.”결혼식 절차는 복잡하지 않았고, 지호는 결혼식 내내 시아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 낯선 순간, 외할머니를 제외한 모든 것이 생소한 시아에게, 지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우리 시아 너무 예쁘다. 반드시 행복해질 거야...”외할머니는 이 한마디만 반복하셨지만,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기 때문이다.“지호야, 이제부터 시아를 잘 대해주렴. 오늘부터 시아도 네 삶의 일부야.”지호의 어머니도 전통 한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50대이지만 우아하고 지적인 풍모가 느껴지는 여인이었다.“새아가, 지호가 너를 힘들게 하면 언제든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혼내줄 테니까. 이건 아버지와 내가 주는 예물이야.”지호 어머니의 말이 끝나자, 한 줄로 늘어선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각자 손에는 쟁반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카드, 서류, 차 키, 부동산 증서, 보석 등이 가득했다.‘이 정도면 내일 실검 1위겠는데.’‘지호 씨랑 결혼하면 내 재산도 엄청나게 늘겠어.’시아는 속으로 생각했다.“새아가, 이건 하씨 가문의 작은 성의야. 다 네 소유로 이전되어 있어.”하정철의 이 말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설령 나중에 지호와 헤어지더라도 이 모든 것은 시아의 소유
Baca selengkapnya

제25화 이 결혼식 계속할 거야?

“시아가 처음 널 집에 데려왔을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나?”부진영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승준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진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대충 몇 년도였는지는 기억나지? 그해에 시아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고는 있어?”이 말에 승준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피로 얼룩진 얼굴, 새빨갛게 충혈된 눈동자, 모두 자신의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승준은 몰랐고, 물어본 적도 없었다. 시아도 말하지 않았으니까.진영은 승준을 알고 지낸 지 오래됐지만 이 정도로 비참한 모습은 처음이었다.“일단 병원부터 갈까?”“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승준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진영은 승준과 몇 초 동안 눈을 마주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넌 시아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는 건 알지만 그게 걔 마지막 경기라는 건 모르고 있었어. 네가 시아를 만났을 때는 걔 인생 가운데 가장 힘든 시기였어.”결혼식장 사업자이자 사회자로 활동하는 진영의 저음은 특유의 임팩트가 있었다.승준의 눈동자가 수축하며, 진영의 옷깃을 거칠게 잡아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대체 무슨 일이었는지 말해!”진영은 승준의 손을 떼어냈다.“네가 진심으로 시아를 사랑했다면 이런 걸 내가 말해줄 필요도 없었을 거야. 너 스스로 알았어야지.”‘내가 진심이 아니었다고? 시아를 사랑하지 않았다고?’“너 같은 놈이 뭘 알아! 대체 시아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승준의 눈앞에 하씨 가문이 공개한 시아의 올림픽 챔피언 시절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승준은 그저 시아가 그 영광을 소중히 여기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시아가 놀란 건 자신조차 모르던 과거의 상처 때문이었다.“그래. 알려줄게. 너 피투성이 된 걸 봐서, 이번만 특별히.”진영은 더 이상 비밀을 지키지 않았다.“그해 시아는 올림픽 다이빙에서 금메달을 땄고, 은메달은 시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땄거든.”“기자들이 금메달을 따서 기쁜지 물었는데 시아는 금메달이 하나밖에 없어 별로 기쁘지 않다고 대답했어.”“그
Baca selengkapnya

제26화 이제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결혼식장. 하객들은 수군거리거나 폰으로 지호와 시아의 결혼식을 보고 있었다.“하씨 가문 진짜 통이 크네. 폐백에 예물까지 합치면 적어도 수십억은 들었을걸?”“그게 뭐야. 하씨 가문이 준 체면이 더 중요한 거지. 하정철 회장이 강시아를 인정해줬잖아.”“어제까지 어느 재벌가 딸이 하씨 가문에 시집가면서 이런 대접 받은 적 있어? 심지어 하씨 가문 장남이 세계 최고 부자의 딸과 결혼할 때도 런 대접 못 받았다고.”“강시아는 전생에 나라를 몇 번은 구했나 보네. 어떻게 이런 복을 받냐?”“그렇게만 볼 일 아니지. 자기 힘으로 이뤄낸 거야. 하씨 가문 같은 명문가가 돈이 아쉬워서 그런 줄 알아?”“결국은 명예야. 세계 챔피언 타이틀은 돈 주고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런 며느리 둔 것만으로도 체면이 확 서는 거지.”“근데 강시아 진짜 조용히 큰 건 했네. 하씨 가문 둘째랑 그런 사이인 줄은 몰랐어. 구승준 타입인 줄 알았는데.”“구승준은 분명 결혼식 막으러 간 거야. 이렇게 된 이상 진씨 가문이랑은 결혼 안 하겠다는 뜻이지.”“...”“쉿!” 누군가 말하는 사람을 밀치며 진씨 가문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진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이었다. 진성호가 딸 은채를 노려보았다.“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쟤가 뭘 하러 갔는지 너도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 왜 보내? 만약 안 돌아오면, 우리 진씨 가문 체면은 뭐가 되냐고.”은채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은 의외로 차분했다.“올 거예요. 게다가 하씨 가문 쪽은 이미 결혼식을 마쳤잖아요.”그 말은 곧, 승준이 결혼식 방해에 실패했거나, 애초에 방해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하지만 하씨 가문이 시아에게 해준 일로 시아는 너무나 인정받게 되었다. 설령 오늘 승준과 결혼을 하게 된다 해도 그저 시아와 비교되는 존재일 뿐이었다.‘강시아, 내가 널 너무 얕봤어.’“지금 몇 시냐?”은채의 어머니는 깔끔하게 정돈된 화장에도 불구하고, 이내 조바심을 드러냈다.“12시만 넘지 않으면, 결혼식은 할 수
Baca selengkapnya

제27화 내 손에 죽는 거 무섭지 않아?

은채는 정성스레 손질한 손톱으로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 듯 쥐어짜고 있었다.“잠시 후 절 올릴 때, 어머님이 나한테 폐백돈 챙겨줘야 하는 거 알지?”말투는 나긋했지만 그 속뜻은 분명했다. 그녀는 승준에게 자신을 우습게 만들지 말라는 경고였다.이 결혼식은 은채가 원했던 것이었고, 체면도 차려야 했다. 비록 자신도 비록 시아한테 졌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초라해지고 싶진 않았다.무엇보다 세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호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소문도 있었고,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나돌았는데, 결국 지호는 은채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시아를 선택했다.승준은 눈앞에서 가장 귀여운 얼굴로 가장 독한 말을 내뱉는 은채를 바라보며, 예전 자신이 이 여자를 순수하다고 믿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그땐 자신은 정말 눈이 멀었었다. 이 여자를 복수의 도구로 이용한 대가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그리고 가장 사랑한 시아를 잃게 될 줄 몰랐다.“좋아.”승준은 은채의 의도를 이해했지만, 일단은 동의했다.은채가 원하는 게 결혼이라면 승준도 거절할 이유는 없다.하지만 결혼은 시켜주되, 이혼은 쉽지 않게 만들 것이다.두 사람은 가까이에서 속삭이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 내용을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객들의 눈과 귀는 이미 호기심으로 가득했다.심지어 부진영도 다음 말을 계속해야 할지 망설일 정도였다. 이때 승준이 눈짓을 주자 바로 분위기를 다시 띄우기 시작했다.진영은 정말 최고의 사회자답게 이 황당한 결혼식을 진한 로맨스처럼 포장해냈다.마술처럼 주머니에서 독특한 모양의 반지를 꺼냈다.“이 반지는 금도 은도 다이아도 아닙니다. 그저 흙으로 구운 소박한 반지일 뿐이죠. 하지만 바로 이 반지가 한 남자의 순수한 사랑을 증명합니다.”진영은 이 반지는 7년 전 승준이 직접 만든 것이며, 은채를 위해 준비한 약속의 상징이었다고 이야기를 만들어냈다.조금 전 강 비서를 쫓아다닌 이유도 이 반지를 찾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자 현장엔 박수가 터져
Baca selengkapnya

제28화 딱 배가 고프던 참이었어요

낮 동안의 떠들썩함이 가라앉자 밤은 더없이 쓸쓸하게 느껴졌다.시아의 눈이 붉어져 있었다. 방금 외할머니가 요양원으로 돌아가시며 하신 말씀이 귓가를 맴돌았기 때문이다.“시아야, 네가 행복해져서 정말 다행이야. 이제는 외할머니도 너희 엄마한테 조금은 덜 미안하실 거야.”외할머니는 세상을 떠난 딸이 다른 세상에서 미련 없이 편히 갈 수 있도록 자신은 손녀에게 후회 없는 삶을 주고 싶었다.시아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 어릴 때 한 번 외할머니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외할머니는 단 한마디로 말했다.“죽었어.”그 말에 시아는 알게 됐다. 아버지는 죽은 게 아니라, 그저 외할머니의 세계에 없는 사람이란 걸.그 후로 시아는 다시는 아버지에 관해 묻지 않았다.그저 마음속에서 ‘이미 죽은 사람’으로 정리해버렸고, 자신의 인생엔 어릴 적 기억조차 없는 엄마와 외할머니만이 가족의 전부였다.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사모님.”시아는 얼른 눈가를 닦고 고개를 들었다.“들어오세요.”도우미 아줌마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쟁반 위에는 국수 한 그릇과 젓가락 두 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국수입니다.”이건 하씨 가문의 오래된 전통이다.부부가 신혼 밤에 국수를 함께 먹으면 평생 마음이 통하고, 백년해로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마워요.”도우미가 조용히 물러가자 지호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남자의 맑고 깊은 눈동자가 시아의 눈가를 스치고 지나가며, 모든 걸 알아챈 듯했다.“나 기다리던 중이었나? 같이 먹으려고?”‘이 사람은 참, 뭐든 자기 위주로 해석하는 재주가 있네.’‘진짜 부부도 아니면서 무슨 국수야?’“딱 배가 고프던 참이었어요.”시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 식탁 한쪽에 앉았다.지호는 겉옷을 벗어 걸고, 셔츠 단추를 느슨히 풀며 시아 쪽으로 다가왔다.남자의 움직임과 함께 은은한 술 냄새가 풍겼다.지호가 술을 마신 거였다.시아는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집으려 했다.그 순간, 지호의 손이 닿았고 두 사람의 손끝이 맞닿았다.낮에 결혼식장
Baca selengkapnya

제29화 할 일은 따로 있잖아

피할 수 없다면, 맞이할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시아는 마음속으로 조금 불안했지만 일부러 차분한 척하며 자신의 감정을 다잡았다.지호가 시아를 아내로 받아들였고, 그걸로 외할머니의 소원을 이뤄주었으며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체면도 세워줬다.그것만으로도 이 남자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한때는 우정이 사랑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었지만 사람들의 억측은 여자의 선의와 진심조차 왜곡시켰다.승준이 시아에게 가르쳐준 건 하나였다. 귀신은 믿어도, 남자의 감정은 믿지 말 것.이제 시아에게는 친구도, 사랑도 없었다.남은 건 그저 당장의 현실뿐. 지금 이 하루를, 아니 이 순간을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했다.7년 전의 그 사고는 시아에게 아주 일찍 깨달음을 주었다.즉, 내일이 먼저 올지, 예기치 못한 사고가 먼저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내일 어떤 일이 닥칠지,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할지, 굳이 미리 상상하거나 불안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지호가 정 부부관계를 원한다면, 시아도 거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지호가 욕실에서 나올 때 시아는 마지막 면발까지 싹싹 비운 뒤였다. 심지어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았다.“결혼 첫날부터 와이프를 굶기다니, 내가 남편으로선 꽤나 실격인가 봐.”지호는 젖은 머리 그대로 욕실에서 나왔다.검은색 실크 가운을 걸친 남자의 피부는 눈처럼 희고 깨끗했다.검정과 흰색의 강렬한 대비, 남자는 가운만 입었을 뿐인데도 마치 단편 드라마 속 치명적인 남자 주인공처럼 보였다.그리고 잘생긴 얼굴에 거칠고 강한 분위기까지, 그 자체로 위압감이 느껴졌다.방 안은 첫날밤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지만 지호 혼자만이 검은 옷을 입고 서 있었다.그 모습은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아서 더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이유 없이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졌다.그게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가 아니라 그저 지금 이 순간의 지호가 너무 낯설고, 겁이 났기 때문이다.마치 신혼 첫날밤을 함께할 남편이 아니라 자신을 잡아먹을
Baca selengkapnya

제30화 안 피곤해?

시아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지호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남자의 콧등에는 테 없는 안경이 걸쳐져 있었고, 그 차가운 유리 렌즈는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조금은 부드럽게 감싸주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아의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지만 결심과 실행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무엇보다 이런 일은 시아가 먼저 나서기엔 너무 어색했다.“거기 서서 밤새 보낼 생각이야?”지호가 눈을 슬쩍 들며 말했다.그 시선이 여자를 스치자 시아는 괜히 등까지 뜨거워졌다.이곳에 준비된 잠옷은 자극적인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은은하게 어깨와 등을 드러내는 실크 소재라 남자의 눈빛 하나에도 온몸이 화끈거렸다.시선을 피한 시아는 서둘러 침대 반대편으로 돌아가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올라갔다.몸이 가볍긴 했지만 푹신한 매트리스는 여자의 움직임에도 살짝 내려앉았고, 지호가 들고 있던 책까지 흔들릴 정도였다.시아는 최대한 침대 끝에 붙어 누웠고, 이불 끝자락만 겨우 잡아 덮었다.침대가 워낙 넓어 지호와의 거리는 지구 반 바퀴는 될 듯했다.지호는 말이 없었다. 움직이지도 않고, 그저 책에만 집중하고 있었다.시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그냥 앉아 있었지만 책이라도 읽자니 머리맡엔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이불 끝자락을 손톱으로 꾹꾹 누르며 긴장을 달랠 뿐이었다.분위기가 너무 어색하여 숨쉬는 것조차 불편했다. “안 피곤해?”지호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피곤해요.”시아는 대답과 동시에 재빨리 몸을 눕혔다.그런데 너무 급하게 눕는 바람에 머리를 침대 헤드에 쿵 부딪혔다.다행히 푹신한 덕에 크게 아프진 않았다.지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에 더 창피해진 시아는 그냥 등을 돌려버렸다.그럼에도 온몸이 굳어 있었고, 심지어 발가락까지 돌돌 말려 있었다.1초, 2초...그녀는 마음속으로 시간을 세며 남자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아까 지호의 말투로 봐선 분명 뭔가 암시가 있었는데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등 뒤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23456
...
10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