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이 갑자기 기침을 세게 터뜨렸는데,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오로라의 그 밤, 유천은 지호가 절대 다시는 입에 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악몽이라 여겼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그것도 당사자인 도경란 앞에서 먼저 꺼내다니, 지호가 무슨 속셈인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기침 소리가 워낙 컸기에 지호와 도경란이 동시에 시선을 돌렸고, 유천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큼, 큼 목이 좀 따갑네요. 아까 꼬치 구울 때 연기를 좀 먹었나 봐.”마침 직원이 차와 커피를 들고 들어왔고, 유천은 재빨리 받아 연거푸 마셨다.“지호 씨, 저희 MW의 차와 커피를 한번 맛보시죠. 바깥에서는 절대 못 드실 겁니다.”도경란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심지어 지호가 오로라 이야기를 꺼냈는데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마치 몇 년 전 그 사건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혹은 이미 깨끗이 잊어버린 듯했다.하지만 지호는 이런 여자는 절대 잊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았다. 단지 내색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도 잘 알았다.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도경란은 곧 화제를 이어갔다.“지호 씨, 단독 디자인을 원하신다면 디자이너를 불러야 할 것 같아요. 오로라 컨셉 디자인은 종류가 워낙 다양하거든요.”지호는 침묵했고, 도경란은 곧 남자의 불만을 알아챘다. “혹시 다른 요구 조건이 있으신가요?”“아내에게 줄 거라서 최고여야 해요.”지호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손가락으로 결혼반지를 굴렸다.이에 도경란의 눈빛에 알 듯한 미소가 번졌다.“저희 MW가 최고의 디자이너를 붙여드리죠.”“여사님 본인인가요?” 지호가 말을 던지자 유천은 놀란 눈빛으로 남자를 보았다.도경란이 MW의 주인이자 운영자인 건 사실이지만, 디자인은 직접 하지 않는다.하지호가 그걸 모를 리 없는데, 지금 이런 말을 꺼낸 건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면 모욕적인 도전이었다.“지호 씨, 농담이죠?”도경란은 미소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았고, 오히려 웃음이 더 부드럽게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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