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Chapter 381 - Chapter 390

448 Chapters

제381화 이건 업보였다

마지원은 시아가 완전히 자신을 무시하려 하자 다급해져, 닫히려는 차 문을 덥석 붙잡았다.“시아야!”마지원의 목소리에는 조급함이 섞여 있었고, 간절한 기색마저 어려 있었다.“너 납치됐을 때 내가 마음 놓고 있었던 게 아니야. 도경란 그 미친 여자가 날 S국에 붙잡아 뒀어. 내가 서둘러 돌아왔을 땐 이미...”시아의 손가락이 차 손잡이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고 관절은 힘이 들어가 희게 질렸다.천천히 고개를 돌린 시아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래서요? 지금 와서 아버지 사랑을 증명하겠다는 건가요?”마지원은 그 말에 가슴이 찔린 듯 잠시 굳어 섰다. 목젖이 울컥 움직이고 목소리가 낮아졌다.“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번 일들이 내 친자 공개 파티와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필요 없어요.”시아는 싸늘하게 마지원의 말을 끊었다.“어릴 때부터 난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웠으니까요.”마지원은 씁쓸하게 웃으며 복잡한 눈빛으로 시아를 바라봤다.“이런 점은 네가 정말 네 엄마를 닮았구나.”“내 엄마 얘기 꺼내지 마요!”시아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져 주변의 시선이 둘에게 쏠렸다.마지원은 감히 자신의 엄마를 입에 올릴 자격조차 없었다.시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분노를 억눌렀으나 목소리는 낮고 단단하게 갈라졌다.“엄마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어요. 제발, 그 일에 당신이 관련돼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요.”이에 마지원의 얼굴빛이 삽시간에 변했고 눈 속에는 뼈저린 통증이 스쳤다.“시아야, 내가 아무리 못된 놈이라도 네 엄마에게 손을 댈 수는 없었어!”“그래요?”시아는 냉랭하게 웃었고 눈빛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번뜩였다.“그럼 맹세할 수 있어요? 엄마의 죽음이 당신과 전혀 상관없다고요?”마지원은 몸속 기운이 모두 빠져나간 듯 힘없이 떨었고, 손가락이 미세하게 흔들리다 결국 차 문을 놓고는 낮게 읊조렸다.“그래. 나 때문에 죽은 거야.”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결국 마지원의 선택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았다.시아의 가슴은 크게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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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내가 남긴 유언을 기억해

“마 선생님,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모든 잘못이 선생님 탓은 아니니까요.”전성권은 마지원의 얼굴빛이 갈수록 어두워지자 차마 못 본 척할 수 없어 조심스레 위로했다.마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젊었을 땐 허황한 짓만 일삼았지. 인제 와서야 깨닫는 건,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은 시아 엄마 한 사람뿐이었다는 거야.”마지원은 말을 멈추더니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아이가 아무리 많아도 내가 마음에 두는 건 그 애 하나뿐이었어.”전성권은 잠시 침묵하다 낮게 말했다.“아가씨도 언젠가는 그 마음을 알게 될 거예요.”“아니, 안다 해도 용서하진 않을 거야. 분명히 선을 그었거든. 그리고 나는 그 용서를 받을 자격도 없어.”차가 천천히 달리던 중, 마지원은 닫혀 있던 눈을 번쩍 뜨더니, 예전의 허무한 기운이 사라지고 차갑고 결연한 빛이 서렸다.그러고는 저음으로 단호히 말했다.“철저히 조사해. 도대체 누가 시아를 해치려 했는지 반드시 밝혀.”“네. 다만 사모님 쪽이...”전성권이 머뭇거렸다.“도경란?”그 이름을 듣자마자 마지원은 비웃듯 낮게 웃었고 눈빛에는 노골적인 혐오가 번뜩였다.“그 여자가 무슨 사모 타령을 해?!”마지원의 격한 반응에 전성권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선생님, 사모님께서 수년간 마씨 가문을 관리해 온 것도 사실이라, 성급히 드러내면...”“두려워할 게 뭐 있나? 마씨 가문을 감히 그 사람이 좌지우지한다는 말이야? 수년 동안 나 몰래 해온 짓들 내가 모를 줄 알았나?”마지원의 목소리는 싸늘했고 전성권은 더 이상 끼어들지 않았다. 주인과 안주인 사이의 갈등은 일개 직원이 언급할 자리가 아니었다.“전 비서, 내가 남긴 유언을 기억해.”마지원이 불쑥 꺼낸 말에 전성권은 순간 긴장하며 얼굴이 굳었다.“선생님?”마지원은 무릎 위에 손가락을 천천히 두드리며, 눈빛은 점점 예리하게 바뀌었다.낮은 목소리는 마치 성대에 단단히 박힌 쇳덩이가 있는 것 같았다.“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 그때 공개해. 마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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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반드시 그렇게 해

마지원이 옅게 웃음을 흘리자, 눈가에 드물게 온화함이 번졌다.“그날 아버지께 들켜 종일 사당 앞에 무릎 꿇었었지. 전 비서는 밤에 몰래 먹을 걸 가져다줬던 게 아직도 기억나거든.”“선생님 기억력이 정말 대단하시네요.”전성권도 따라 웃었으나 곧 표정이 다시 잦아들었다.“전 비서, 그동안 수고 많았어.”뜻밖의 인정에 전성권의 가슴이 뭉클했고, 핸들을 쥔 손이 절로 힘을 주었다.“선생님, 그런 말씀 마세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죠.”마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한 건 없어. 전 비서는 그렇게까지 헌신할 필요가 없었으니까.”그러나 전성권은 잠시 말을 고르고는 낮게 답했다.“저는 마씨 가문 덕에 살아난 사람이죠. 거리에서 굶어 죽을 뻔한 고아를 거둬주신 건 옛 어르신이었고요. 제 목숨은 원래부터 빚진 거예요.”“그래도 내가 전 비서한테 수많은 지저분한 일을 시켜왔잖아.”그의 고백에도 전성권은 흔들리지 않았다.“선생님이 시키신 일이라면, 저는 무엇이든 했죠.”마지원은 눈을 뜨고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묘한 탐색이 깃들어 있었다.“심지어 그게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전성권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교차로를 지나는 순간, 노란 가로등 불빛이 전성권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며 세월의 주름을 드러냈다.그제야 남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람은 누구나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사람이 있죠. 그리고 저에겐 그게 선생님이셨고요.”마지원은 전성권을 뚫어지게 보더니 쓸쓸하게 웃었다.“전 비서, 나보다 훨씬 더 제대로 살아왔구나.”이에 전성권은 고개를 저었다.“선생님은 그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리신 겁니다.”그 말에 마지원은 낮게 웃었다.“어쩔 수 없는 상황? 그건 다 비겁한 핑계일 뿐이야.”그러더니 목소리가 점점 차갑게 굳어졌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을 거야.”전성권은 백미러로 마지원을 흘끗 보았다. 그 눈빛에 단단한 결심이 박혀 있음을 알아채자 더는 말하지 않았다.차는 마씨 저택으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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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얼마나 성가신지 몰라

문을 막 열자마자,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레스토랑 안을 가득 울렸다.“이게 무슨 태도죠? 사람을 치고도 사과 한마디 안 해요?”그 말에 호민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분명 당신이 갑자기 돌아서 부딪힌 거잖아요!”“내가 돌아섰다고요?” 여자가 비웃었다.“여기 서서 친구 기다린 지가 얼만데! 눈도 안 뜨고 걷는 건 당신이잖아!”시아가 미간을 좁히며 다가갔다.“무슨 일이에요?”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여자는 시아를 보자 눈이 반짝였다.“시아야!”시아는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곤 순간 멈칫했다.“하설아?”하설아, MG그룹 재무팀 비서였고 오늘 저녁 강시아가 주호민에게 소개해 주려 했던 바로 그 인물이었다.하지만 정식으로 인사하기도 전에 두 사람이 먼저 다투고 있었던 것이다.호민 역시 놀란 기색이었다.“두 분 아시는 사이였습니까?”시아는 둘을 번갈아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이게 다 뭐예요? 도대체?”설아는 입술을 삐죽였다.“시아야, 이 사람 성질 참 세. 사람치고도 떳떳하다니까?”호민의 얼굴은 더 굳어졌고 억울한 듯 반박했다.“강 비서님, 먼저 부딪힌 건 분명...”“됐어요.”시아가 단호히 말을 끊었다.“두 사람 다 나이도 적지 않은데, 이런 사소한 일로 다투는 건 좀 창피하지 않아요?”그러고는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웃음을 지었다.“뭐, 이렇게 된 이상 인연이네요. 부딪혀야 서로 알게 된다고들 하잖아요.”호민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한결 차분해져 먼저 사과했다.“아까는 제 태도가 좋지 않았네요. 죄송해요.”설아도 더는 따질 수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이번엔 시아 체면 봐서 넘어갈게요. 특별히 받아주는 거예요.”시아는 눈가에 웃음을 띠고 바로 두 사람을 소개했다.“설아야, 내가 얘기했던 분이야. 주호민.”그리고 호민을 향해 말했다.“이분은 하설아, MG그룹 재무팀 비서이자 제 친구죠.”조금 전 실랑이 때문인지,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설아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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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내가 직접 가볼게요

시아는 옅은 미소만 지었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이에 설아가 눈치를 보듯 물었다.“시아야, 만약 내가 주한그룹 쪽으로 가고 싶다면 가능할까?”시아가 눈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이직 생각하는 거야?”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MG그룹은 지금 완전히 엉망이야. 더 있으면 의미가 없어.”시아는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주호민 같은 든든한 줄만 잘 붙잡으면, 주한그룹으로 가는 건 문제없어.”이에 설아의 얼굴이 붉어졌다.“시아!”“진심으로 원한다면, 주 비서에게 부탁해서 소개받으면 돼. 어렵지 않아.”설아의 눈빛이 반짝였다.“정말?”“응.”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주한그룹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무서워. 신중히 생각해.”설아는 싱긋 웃으며 시아의 팔을 끼었다.“너만 있으면 뭐가 무서워?”이에 시아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한참을 더 이야기하다가 설아는 집에서 온 전화를 받고 먼저 자리를 떴다.시아가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8시 30분이었다. 이에 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마치고 택시를 잡아 병원으로 향했다.지호가 머무는 최상층 VIP 병실은 시야가 탁 트여, 병원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시아가 초인종을 누르자 곧 문이 열렸다.지호가 문가에 서 있었는데 병원 환자복만 걸친 채였고, 느슨하게 풀린 깃 사이로 쇄골과 붕대가 살짝 드러났다. 머리카락은 아직 젖어 있는 것으로 보아 방금 씻고 나온 듯했다.“7분 늦었어.”지호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시아는 안으로 들어서며 문을 닫았다.“오는 길이 막혔어요.”이에 지호는 말없이 시아를 끌어안고는 곧장 입술을 포개왔다.그 입맞춤에는 거칠고 강한 소유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 시아는 문에 밀린 채 숨이 막힐 듯했다.입맞춤이 끝나자 지호의 손가락이 시아의 입가를 스쳤고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여보, 하루 만이야.”하루가 3년 같다고 지호가 말하고 싶은 건 그리움이었다.이에 시아의 귀 끝이 붉게 물들었고 이내 지호를 밀어내며 말했다.“아직 다 낫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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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날 기억해 주셨네?

“안 돼.”지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내일 출장 가야 하잖아. 오늘 밤은 무조건 쉬어야 해.”시아가 반박하려 하자 지호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 여자의 입술을 막았다.“말 들어.”지호가 시아의 입술 가장자리에 속삭였다.“날 믿어. 내가 다 처리할게.”시아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다짐했다. 만성 일만 끝나면 곧장 돌아와 마씨 집안 산림 별장의 진실을 캐내겠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의 죽음, 반드시 진상을 밝혀내겠다고.깜깜한 어둠 속에서 시아는 지호의 고른 심장 박동을 들으며 눈을 감았으나 마음은 끝내 가라앉지 않았다.다음 날 이른 아침, 공항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시아는 캐리어를 끌고 VIP 라운지로 향하며 휴대전화 화면을 두드렸다.[와우, 드디어 우리 사모님이 날 기억해 주셨네? 내가 뭐 도구인 줄 알아요?]수화기 너머로 조강국 특유의 장난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배경에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커피잔 부딪히는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시아는 웃으며 휴대폰을 반대쪽 귀에 옮겼다.“왜, 내가 안 찾으니까 너무 한가했어?”[당연하죠. 요즘 누나가 연락도 없으니, 내가 신뢰 못 받는 줄 알았다니까요.]강국은 짐짓 서운하다는 듯 투덜거렸다.시아는 주변을 둘러본 뒤 목소리를 낮췄다.“그럴 리가 있나? 다만 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겉으로는 연예계 가십을 다루는 파워 블로거였지만 사실 강국은 재계의 은밀한 정보통으로, 손에 쥔 인맥과 자료가 방대했다.[좋아, 이번엔 누구 감시하면 돼요?]시아의 목소리가 진지해지자 강국도 한층 무거운 톤으로 되물었다.이에 시아의 눈빛은 서늘해졌다.“주시우. 요즘 수상쩍은 움직임이 많아.”짧은 정적이 흐른 뒤, 수화기 너머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다.[허, 누나가 움직이니 스케일이 다르구만. 큰 고기 잡으려는 거네요.]강국의 가벼운 농담에도 시아는 걱정스레 당부했다.“조심해. 주시우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위험하면 무조건 네 안전부터 챙겨.”[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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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다만 부탁이 하나 있어요

이내 시아의 입가가 가볍게 휘어졌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한 시아는 몸을 돌며 일부러 발목을 삐끗한 듯 연기했다.순간, 그림자처럼 뒤따르던 남자의 근육이 단단히 긴장했다. 오른손은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으로 향했다가, 시아가 곧바로 균형을 잡는 모습을 확인하자 티 나지 않게 손을 내렸다.역시 지호가 붙여둔 사람이었다. 긴장했을 때 권총을 만지작거리는 버릇까지 지호와 똑같았다.시아는 모른 척,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음을 이어갔다.모퉁이를 돌던 순간 시아는 갑자기 속도를 높여 근처 편의점으로 몸을 숨겼다.진열대 뒤에서 유리창 너머를 내다보니, 그 경호원이 당황한 얼굴로 시아를 찾으며 인파 속을 서성이는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지호 씨가 붙인 사람, 제법 성실하네.”시아는 작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상대가 멀리 사라진 걸 확인한 뒤에야 여유롭게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만성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협력사 대표 유구형 대표는 시아의 역량을 연신 칭찬했다.특히 핵심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시아는 치밀한 데이터 분석과 날카로운 시장 통찰력으로 만성 이사회 내 가장 까다로운 몇 명의 이사진까지 설득해 냈다.회의가 끝나고 자리를 뜨려던 시아를 누군가 불러 세웠다.“강 비서, 계약 세부 조항 중에 모호한 부분이 있어요. 괜찮으시다면 제 사무실에서 조금 더 논의하죠.”사무실 안, 유구형 대표는 진중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강 비서 같은 인재가 주한그룹에 묶여 있는 건 아까운 일이에요. 우리 만성으로 오시는 게 어때요? 조건은 말씀만 하시면 되고요.”이에 시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대표님 말씀만으로도 감사드리지만 전 지금 자리에 만족해요.”그러나 유구형 대표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정말 생각할 마음조차 없나요? 부사장직을 바로 드릴 수 있어요. 연봉은 현재의 두 배로.”시아가 대답하려는 순간, 맑은 남성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아버지, 본인이 원치 않는데 억지로 붙잡으실 건 없잖아요.”진청색 맞춤 수트를 차려입은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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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큰일 났어

시아는 우현의 말에 순간적으로 당황해 차를 거의 목에 걸릴 뻔했다.“우현 씨, 이런 농담은 재미없네요.”시아가 믿지 않는 기색을 보이자 우현의 표정은 진지했다.“농담이 아니에요. 처음 회의 자리에서 강 비서님을 봤을 때부터 마음이 끌렸어요. 말투나 생각이 분명하고, 그저 아부만 하는 사람들과는 완전히 달랐으니까요.”시아는 찻잔을 내려놓고 예의 바른 웃음을 지었지만 거절은 분명했다.“죄송하지만 저는 남편이 있어요.”우현은 잠시 굳더니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그렇군요. 제가 한발 늦었네요. 대체 어떤 분이 그렇게 행운아 신지 여쭤봐도 될까요?”“하지호 씨요.”시아는 망설임 없이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그 이름을 들은 순간 우현의 얼굴이 굳었다.“구영시 하현그룹의...”“맞아요, 그 사람이에요.”시아는 시계를 힐끗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죄송하지만, 곧 준비해야 할 회의가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네요.”이에 우현은 금세 태도를 다잡아 다시 매너를 되찾았다.“아까는 제가 경솔했군요. 하지만 파티 초대는 여전히 유효해요. 꼭 와 주셨으면 해요.”시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떠났으나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등 뒤에서 우현의 시선에는 집요한 미련과 오묘한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그 시각 구영병원 VIP 병실.지호는 서류를 보던 중, 휴대전화가 울렸는데 발신자는 시아를 보호하던 경호팀장이었다.[하 대표님,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말해요.”[오늘 만성의 유우현 씨가 사모님께 고백했습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지호의 펜 끝에서 서류 위로 거친 잉크 자국이 길게 그어졌다.“계속해요. 자세하게.”[사모님이 대표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잠시 후 유우현이 들어왔습니다. 유 대표는 곧 자리를 비웠고, 두 분이 단둘이 약 십 분 정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유우현이 초대장을 드리며...]“뭐라고 했죠?”지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사모님께 첫눈에 반했다고, 직접 구애할 기회를 달라고 했습니다.]쾅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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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방금 차로 사람을 들이받았어

[일이 터졌어. 그것도 시아 씨와 관련 있는 일이야.]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시아는 지호를 바라봤다. 이윽고 시아의 눈짓에 지호는 곧바로 스피커폰을 켰다.“말 돌리지 말고 본론만 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지호는 차갑게 말을 잘랐고 전화를 건 진오는 민망하게 웃으며 말했다.“그게 시아 씨의 전 남자친구가 사고를 쳤어.”“전 남자친구?”지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먹구름처럼 어두워졌고 이를 눈치 챈 진오는 급히 말을 고쳤다.[아니, 아니! 구승준! 구승준이 사고를 쳤어!]그 이름을 듣는 순간, 시아와 지호 모두 동시에 굳었다.“무슨 일인데?”[방금 차로 사람을 들이받았어. 목격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거든.][처음엔 음주운전이라 생각했는데, 검사 결과 술은 아니고 금지 약물이 검출됐어.]지호는 얼굴을 찌푸렸다.“언제 일이야?”[아까 있었던 일이야! 벌써 인터넷이 뒤집어졌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어!”시아는 곧장 휴대폰을 열어 확인하자 금방 올라온 검색어가 맨 위에 있었다.[MG그룹 구승준, 금지 약물 복용 의혹. 교통사고로 중상자 발생]뉴스 영상을 누르자, 경찰에게 연행되는 승준의 모습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창백한 얼굴, 초점 없는 눈, 휘청거리는 걸음. 술에 취한 것과는 전혀 달랐고, 오히려 누군가 약을 먹인 듯한 상태였다.시아와 지호는 눈빛을 마주쳤고 동시에 뭔가 꿰맞춰지는 듯한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지호는 전화를 향해 냉랭하게 말했다.“알았어. 넌 계속 추적해.”이에 진오는 한숨 섞인 소리로 불평했다.[야, 하지호! 난 네 부하가 아니라 친구잖아? 도대체 언제 휴식해?]지호는 무심히 대꾸했다.“말 더하면, 너 술집에서 개랑 춤추던 영상 언론에 풀 거야.”잠시 정적이 이어졌고 터져 나온 건 신음에 가까운 욕설이었다.[하 씨! 알았어, 확인해 줄게!]전화를 끊은 지호 곁에서 시아는 곧장 번호를 눌렀다.“이현주 비서님, 지금 구승준 상황이 어떻게 된 거죠?”수화기 너머, 다급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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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당신은 내 여자야

전화를 끊은 시아는 창가로 다가가 아래로 이어지는 차들의 불빛을 내려다봤고 표정은 무겁게 굳어 있었다.지호가 뒤에서 시아를 끌어안고 턱을 어깨에 올렸는데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다.“뭐야? 아직도 그 인간을 걱정하는 거야?”지호의 말에서 묻어나는 질투에 시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저녁은 질투 안 하더니 지금은 은근히 질투 냄새가 나네요?”지호는 당신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낮게 으름장을 놓았다.“여보, 당신 점점 대담해지네.”시아는 웃으며 몸을 비켰다가 곧 표정을 가다듬고 설명을 이었다.“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이번 일은 수상한 점이 너무 많아. 설아가 말했듯, 요즘 은채가 MG그룹에 자주 드나들고 있어요. 이번 사건도 그 여자와 무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그래서?”지호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시아는 그런 지호의 아이 같은 태도에 잠시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나와 구승준은 이미 정리된 감정이지만 그렇다고 MG그룹이 무너지는 걸 두고 볼 순 없어요. 그곳엔 내 노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까요.”지호는 시아를 몇 초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좋아. 그 사람에게 미련이 없는 거라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원한다면 내가 아예 MG그룹을 사서 선물해 줄까?”시아는 지호의 눈빛을 똑바로 응시하며 잠시 침묵했다.“진심이에요?”지호의 미소엔 장난과 진심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당신이 원한다면 뭐든 가능하지.”시아는 고개를 저었고 표정은 단호했다.“지호 씨, 당신 속내 잘 알아. 하지만 어떤 원한이 있더라도 MG그룹에 손대지 마요. 거긴 구승준 혼자만의 회사가 아니고 수많은 직원들의 삶이 걸려 있어요.”시아의 강한 태도에 하지호는 잠시 침묵하다가 손을 뻗어 여자의 볼을 가볍게 집었다.“장난이야.”시아는 지호를 흘겨본 뒤 다시 차분히 분석을 이어갔다.“만약 진은채가 정말 구승준에게 약을 쓴 거라면, 그 여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인물이야.”말을 잇는 시아의 눈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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