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Bab 371 - Bab 380

448 Bab

제371화 들어가서 이야기해 보세요

“방으로 데리고 가서 쉬게 할게.”은채는 억지로 다정한 척하며 승준의 팔을 붙들고 귓가에 속삭였다.“오늘 밤, 내가 잘 챙겨줄게.”승준은 밀쳐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은채에게 이끌려 2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침실 문이 닫히는 순간, 은채의 얼굴의 온화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침대 위에 정신이 흐릿한 채 누워 있는 승준을 내려다보며, 은채는 비웃듯 휴대폰을 꺼내 들어 몇 장의 애매한 사진을 찍었다.“강시아...”승준은 무의식 속에서 그 이름을 부르짖자 은채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이에 은채는 몸을 숙여 승준의 팔을 움켜쥐고 손톱을 깊이 파고들게 했다.“구승준, 똑똑히 봐. 내가 네 아내야!”이에 승준은 괴로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 환영과 현실이 교차하며 머리가 폭탄처럼 터질 것만 같았다.승준의 반응을 보며 은채는 만족스럽게 웃었다.“서두르지 마, 이제 첫날이니까.”승준은 흰 약알이 담긴 작은 병을 꺼내 한 알을 물에 녹였다.“앞으로는 시간이 많으니까.”창밖에서는 달빛마저 구름에 가렸고 구씨 저택은 온통 어둠에 잠겼다.안영의 다실에는 늘 은은한 차향이 감돌았다.시아는 창가의 라탄 의자에 앉아, 손끝으로 찻잔 가장자리를 매만졌다.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찻잔 너머로, 뜰에 만개한 거베라 꽃이 눈에 들어왔다.“시아야.” 안영은 직접 만든 수제 과자를 시아 앞에 밀어주며 봄바람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이거 한번 맛보렴. 내가 새로 배운 거야.”시아는 한 조각 집어 입에 넣었다. 달콤한 맛이 혀끝에 번졌지만, 마음속의 씁쓸함은 지워지지 않았다.“어머니.” 시아는 과자를 내려놓았다.“저를 부르신 건...”안영은 한숨을 내쉬며 차가운 시아의 손을 꼭 잡았다.“시야야, 요 며칠 사이에 많이 야위었구나.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라.”시아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찻물이 몇 방울 튀어 탁자 위에 작은 물 자국을 남겼다.“어머니, 저...”시아가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 하자 안영은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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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고마워요

소독약 냄새와 기계 돌아가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뒤섞여 병실은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시아는 누워 있는 자유의 여윈 얼굴을 바라봤다. 처음 지호와 함께 자유를 만났을 때보다 훨씬 말라 있었다. 지난 시간이 자유에게도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분명했다. 시아를 찾고 있었으니까. 온라인 세계 속의 사탕을.“열두 살 그해 님.”현실에서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는 건 처음이었다. 목소리는 작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보러 왔어요.”심전도 모니터의 선이 규칙적으로 이어졌는데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듯했다.“아주버님이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시아는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하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주버님 앞에서 직접요.”시아는 말을 고르며 잠시 멈췄다.“날 구해줘서 고맙고 지난 세월 동안 묵묵히 지켜줘서 고마워요.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 유일한 빛이었어요.”창밖 햇살이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와 병상 위에 얼룩진 그림자를 드리웠다.“하지만 말해야겠어요. 그 10년 동안, 아주버님을 한 번도 남자로 생각한 적은 없어요.”목소리는 가볍지만 확고했다.“아주버님은 언제나 내겐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오빠이자 가장 좋은 친구였고요.”그 말에 심전도 리듬이 순간 빨라진 듯 보였다.“그리고 지호 씨...” 지호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시아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지호 씨는 날 감동시켰고, 내 마음에 작은 물결을 일으켰어요.”“이런 말이 아주버님에겐 잔인할지 모르지만 속이고 싶지 않고, 나 자신을 속이고 싶지도 않아요.”시아는 자유 손등의 초승달 모양 흉터를 살며시 쓰다듬었다.“어서 깨어났으면 좋겠어요. 직접 고맙다고 말하고 싶고 아주버님이 본인의 행복을 찾길 바라요.”“난 지호 씨와 잘 지낼 거야. 아마 그게 아주버님이 가장 바라는 모습 아닐까요?”그 말을 끝내자,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시아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자리를 털고 일어서려는 순간, 자유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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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죠

‘이미아?’미아는 분명 재활 센터에서 치료 중일 터였다. ‘그런데 어쩌다 이곳 병실에 나타난 걸까?’시아는 발걸음을 최대한 죽이고 조심스레 병실 문으로 다가갔다.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미아가 하지호의 병상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미아의 손끝은 불안하게 옷자락을 비틀고 있었다.예전보다 한층 더 야위어 있었고,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했다. 오직 눈빛 속에만 예전의 생기가 어슴푸레 남아 있었다.“상처는 좀 나아졌어요?”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다.지호는 침대 머리맡에 몸을 기대고 앉아 차갑게 물었다.“여기 왜 왔지?”미아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내가 보고 싶지 않다는 거 알아요.”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내가 저지른 잘못이 너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용서받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아요.”창문 틈새로 흘러든 햇살이 미아의 얼굴 위에 얼룩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하지만 나도 벌은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그냥, 제대로 살아가고 싶어요. 두 사람에게서 벌을 받으면서.”지호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지만 곧바로 다시 냉담하게 식었다.“그걸 알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미아의 눈에 금이 스쳤다. 예상한 대답이었지만 막상 듣고 나니 쉽게 삼켜지지 않았다. 그래도 억지로 찾아온 건 지호가 괜찮다는 걸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알았어요.”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미아는 문을 열고 나섰다.바로 그 순간, 문 앞에서 시아와 눈이 마주쳤다.잠깐 굳어 있던 미아는 곧 입술을 비틀어 쓴웃음을 지었다.“시아야...”시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미아를 바라봤고 손가락은 모르게 가방끈을 힘껏 움켜쥐고 있었다.“넌 정말 운이 좋아.” 미아는 낮게 말했다.“언제나 누군가가 너를 위해 모든 걸 내던지잖아. 네 아주버님이든, 네 남편이든...”그러고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체념한 듯, 그러나 어딘가 감탄하는 듯한 어조로 덧붙였다.“이게 아마 운명이겠지. 내가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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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우리는 잘 살아갈 거예요

지호의 눈빛이 갑자기 환해졌다. 지호는 흥분한 나머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가 상처가 당겨와 씁 하고 신음을 흘렸다.“자업자득이죠.”시아는 입으로는 못마땅한 듯 말했지만 손은 서둘러 지호의 몸을 붙잡아주었다.“움직이지도 못하면서 뭘 그렇게 날뛰는 거예요?”지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시아를 가까이 끌어당겼고, 두 사람의 호흡이 고스란히 섞였다.“여보.”지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달콤하지만 어딘가 위험한 기운을 머금어, 알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유혹 같았다.시아의 심장이 갑자기 두근거렸고, 귓불은 모르게 붉어졌다. 이에 본능적으로 물러서려 했으나, 지호의 손이 시아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았다.“피하지 마.”지호는 낮게 속삭였다.“제대로 보고 싶으니까.”창문 틈새로 흘러든 햇살이 두 사람 위에 따스한 얼룩을 남겼다.지호의 시선은 시아의 얼굴선을 따라 천천히 흘렀고, 끝내 귓불에 박힌 작은 점에서 멈췄다.“여기...”지호의 손끝이 그 점을 살짝 스쳤다.“처음 봤을 때부터 잊히지 않던 곳이야.”시아의 숨이 순간 막혔다.“입은 참 잘도 놀리네요.”시아는 얼굴을 돌렸지만 입가로 번진 미소는 감추지 못했다.이에 지호는 낮게 웃었고 그 진동이 몸을 통해 전해졌다.“당신한테만 그러는 거야.”지호의 입술이 막 시아의 입술에 닿으려는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오빠! 내가 과일...” 지호의 동생 하민아가 들어섰다가 말끝을 삼켰고 공기는 삽시에 얼어붙었다. 민아의 시선은 두 사람을 오가다가 결국 지호의 손, 시아의 허리를 움켜쥔 그 손에 멈췄다. 그리고 민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두 사람...” 민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오빠, 큰오빠가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거 벌써 잊은 거야?”지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히민아, 말조심해.”“내가 틀린 말 했어?” 민아는 비웃음을 흘렸다.“새언니가 아니었으면 큰오빠가 어찌 다쳤겠어?”“그만하라고!” 지호의 목소리가 방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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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도망가지 않아요

아침 햇살이 커튼 틈을 비집고 들어와 병상 위에 가볍게 흩어졌다.지호는 이미 두 시간째 깨어 있었지만,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 시아가 그의 침대 옆에 고개를 묻고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새까만 머리카락이 흰 시트 위로 흘러내려 수묵화 한 장면처럼 어울렸다.지호는 가만히 시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미묘하게 찡그려진 미간, 살짝 떨리는 속눈썹, 그리고 귓불에 박힌 작은 점까지 시선은 천천히 그려내듯 머물렀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시아를 바라보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손끝이 허공에서 맴돌았다. 망설이던 지호는 결국 조심스레 시아의 뺨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마치 금방이라도 깨질 꿈을 건드릴까 두려운 듯 섬세하게 말이다.“깼어요?”시아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올리며 졸린 눈으로 지호를 바라봤다.지호의 손가락은 허공에 멈췄다가, 곧 자연스럽게 시아의 뺨에 닿았다. 거친 엄지가 시아의 눈 밑의 어두운 그늘을 쓸며 낮게 물었다.“왜 옆 침대에서 차지 않았어?”“혹시 밤새 다시 열 오를까 봐요.”시아는 몸을 일으키며 뻣뻣해진 목덜미를 주물렀다. 병원복의 깃이 살짝 벌어지며 가느다란 쇄골이 드러났다.지호의 시선이 짙게 가라앉았다. 지호는 시아의 머리카락 한 가닥을 귀 뒤로 넘겨주며 낮게 웃었다.“내가 그렇게 약해 보여?”“이틀 전 39도까지 열이 오른 사람은 누구였는데요? 그때는 날 꼭 안고 놓질 않았잖아요. 끝까지...”말을 잇다 시아는 스스로 무슨 소리를 했는지 깨닫고는 귀 끝이 붉게 물들었다.지호의 입가가 슬며시 말려 올라갔다. 이에 지호는 시아를 단번에 끌어올려 침대 위로 앉혔다.“끝까지 뭐?”“지호 씨!”시아는 지호의 가슴팍을 두 손으로 막으며 조심스레 소리쳤다. 혹여 상처에 닿을까 겁이 났다.“장난치지 마요!”“괜찮아, 이 정도로 안 죽어.”지호는 한 손으로 시아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며, 다른 손으로 뺨을 감쌌다.“상처보다 더 무서운 건 네가 도망가는 거야.”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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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가서 주 대표에게 전해요

이런 말은 지호만 할 수 있었다.이에 시아는 어이없어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난 진지해.”지호의 눈빛이 갑자기 단호해졌다.“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 다 해줄게.”시아는 한숨을 내쉬며 살짝 남자를 밀어냈다.“지호 씨, 난 똑같은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요. 구승준과 있었던 그때처럼. 그래서 당신을 따라다니며 일하진 않을 거야.”지호는 순간 멍해졌다가 시아가 무엇을 말하는지 금세 알아챘다. 이윽고 지호의 시선이 부드러워졌다.“그럼 내가 회사를 하나 차려줄까? 네가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필요 없어요.”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지로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난 그저 내 삶을 살고 싶어요. 누구의 아내로 기대어 사는 게 아니라. 정말 나를 위한다면 내 선택을 대신하지 말아줘요.”시아는 말을 잠시 멈추고는 반쯤 장난스럽지만 분명한 어조로 덧붙였다.“아니면 차라리 당신 아내가 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죠.”지호는 이 말에 얼굴빛이 싹 변하며 두 손을 번쩍 들어 항복하듯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다 당신 말대로 할게.”지호는 손을 들어 시아의 뺨을 어루만지더니 엄지손가락이 부드럽게 여자의 입가를 스쳤다.“하지만 약속해. 주한그룹에 오래 있진 않겠다고.”그 말에 시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그래요. 오래 있진 않을 거지만 그래도 시작했으면 끝은 봐야 하잖아요.”그 미묘한 표정 변화를 지호는 놓치지 않았다.지호는 생각에 잠긴 눈빛으로 옷매무시를 정리하는 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불쑥 물었다.“주한그룹에 간 이유, 혹시 다른 목적이 있는 거야?”시아의 손이 잠시 멈췄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그날 밤, 시아가 깊이 잠든 뒤 지호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병실 밖 작은 응접실로 나왔다.그러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진오에게 전화를 걸었다.“주시우를 붙잡아 둬.”창가에 서서 달빛에 드러난 자신의 윤곽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낮게 지시했다.“다만 절대 눈치 채지 못하게 해.”[지호야, 설마 시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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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연애를 해보면 알게 돼요

노골적인 위협이었다. 비록 호민 같은 작은 비서에게 한 말이었지만 시우의 사람이기에 모욕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병실 안 공기가 단단히 굳어졌다. 호민의 동공이 순간 흔들리고 목젖이 오르내렸지만 곧 차분한 얼굴로 돌아왔다.“알겠어요. 하 대표님. 말씀 꼭 전해드릴게요.”시아는 서류 가방을 챙기며 지호를 무력하게 노려봤다.“그만해요. 사람 겁주지 말고요. 주호민 비서는 그냥 시킨 일을 하는 것뿐이잖아요.”지호는 시아를 바라보며 눈 속의 살기가 반쯤 사라졌다.시아가 침대 곁으로 다가와 작별을 고하려는 순간 지호는 여자를 불쑥 끌어안았다.“입 맞추고 가.”지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거부를 허락하지 않는 힘이 담겨 있었다.이에 시아의 귓불이 붉게 물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람들이 보고 있잖아요.”“그래서 뭐?” 지호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내 아내랑 키스하는 게 불법인가?”시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지호는 뒷머리를 움켜쥐고 강하게 입을 맞췄다.그 입맞춤은 공격적이면서도 집요했고 노골적인 소유욕이 담겨 있었다. 마치 호민에게 자신의 영역을 과시하듯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옆에 서 있던 호민은 난처하게 고개를 돌려 벽에 붙은 병원 수칙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귀 끝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손가락은 무심코 양복 소매를 만지작거렸다.입술이 떨어졌을 때 시아의 입술은 붉게 물들고 숨결은 고르지 못했다. 시아가 부끄러움과 분노가 섞인 눈길로 지호를 바라보자, 남자는 오히려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퇴근하면 내가 데리러 갈게.”지호는 그녀의 옷깃을 매만지며 손끝으로 은근슬쩍 쇄골을 스쳤다.“너무 무리하지 마.”이에 시아는 지호의 상처를 흘끗 보았다.“당신은 그냥 얌전히 여기 있어요.”시아는 지호의 손을 탁 치고는 뒤돌아 병실 문 쪽으로 걸어갔다. 곧게 뻗은 뒷모습에는 고집스러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러다가 문 앞에 이르러 잠시 멈추더니, 다시 돌아와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약 제때 챙겨 먹어요.”지호는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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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주호민을 조사해

시아는 차 문 앞에 서 있다가 문득 병원 높은 층의 창문을 돌아보았다.멀리라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지호가 분명 거기 서서 자신을 배웅하고 있으리라는 걸 알았다.그 사실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가죠.”시아는 시선을 거두고 몸을 굽혀 차 안으로 들어갔다.호민이 조용히 문을 닫고 반대편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엔진이 울리며 검은 마이바흐는 천천히 병원을 떠나 아침 도로의 흐름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차창 밖 풍경이 빠르게 흘러갔지만, 시아의 생각은 여전히 병실에 남아 있었다.지호의 강렬했던 입맞춤에 무심코 손끝이 입술에 닿았고, 마치 아직도 남자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겉으로는 거칠고 제멋대로 같지만, 실은 불안한 마음이 드러나는 방식이었다. 지호는 늘 그렇게 가장 본능적인 방법으로 시아의 존재를 확인하려 했다.조수석에 앉은 호민은 가끔 백미러로 시아의 표정을 엿보았다.시아는 모르는 척했지만 호민의 지나친 반응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었다.특히 영식의 이름을 꺼냈을 때 분명히 뭔가에 예민하게 반응했다.지호는 창가에 서서 검은 차가 시야 끝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비로소 시선을 거두었다.그러고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단 한 마디로 전화를 걸었다.“10분 안에 내 앞에 와.”전화를 받은 진오는 잠에 취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하지호! 너 사람 맞냐? 나 어젯밤 새벽까지 일하고 겨우 두 시간 눈 붙였다고!]지호는 무표정으로 진오의 투정을 들으며 손끝으로 창틀을 두드렸다.[이 망할 놈의 자본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 수면 부족은 돌연사로 죽어! 내가 죽으면 귀신이 돼서라도 널 괴롭힐 거야!]“다 했어?” 지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끝났으면 당장 와. 이제 9분 남았다.”[뭐? 9분? 나 지금 서쪽에 있다고! 날개 달려도 못 가!]진오의 절규가 한층 강해졌다.[이건 살인, 대놓고 사람 죽이는 일이야!]지호는 대꾸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남자는 창가에 선 채 휴대폰 가장자리를 무심코 쓰다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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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강 비서가 맡으세요

“맞아.”지호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오늘 그 사람의 반응이 이상했어.”진오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한숨을 내쉬었다.“너 또 사람 떠본 거냐?”지호는 대답하지 않고 창가로 걸어가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은 채, 꽤 진중한 눈빛으로 먼 곳을 응시했다.지호의 이 모습이 진심으로 화가 난 상태라는 걸 진오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더는 농담을 하지 않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알았어, 내가 알아볼게. 하지만 주호민은 주시우 곁에서 오래 버틴 놈이야. 만약 정말 문제가 있다면 주시우가 모를 리가 있을까?”“주시우?”지호가 비웃듯 소리를 냈고 눈가엔 차가운 빛이 스쳤다.“그 남자가 그렇게 깨끗했으면, 예전에 주영식 일은 없었겠지.”진오는 순간 멈칫하더니 곧바로 눈을 크게 떴다.“설마 너 주영식이 돌아왔다고 의심하는 거야?”지호는 말없이 눈빛만 더욱 어둡게 가라앉혔다.병실 안은 고요했고 쓰레기통에 뒤엎어진 죽이 조금씩 스며드는 소리만 가늘게 퍼졌다.잠시 후 지호가 입을 열었다.“만약 진짜 시아를 건드린다면, 평생 다시는 이 나라 땅을 밟지 못하게 할 거야.”그 목소리는 서늘하게 울렸고 남자는 다시 창가로 걸어가 섰다.“최근 모든 입국 기록을 확인해. 특히 비공식 루트까지 전부.”진오는 체념한 듯 휴대폰을 꺼내며 중얼거렸다.“에휴, 네가 친구라 내가 별 수 있나? 근데...”남자는 슬며시 가까이 다가와 비웃듯 속삭였다.“아까 시아 씨 떠날 때 창가에 서서 배웅한 거 맞지? 에이, 네가 이렇게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니...”지호의 눈빛이 번뜩이며 칼날처럼 날아갔다.“지금 한마디라도 더 하면 창문 밖으로 던져버린다.”진오는 얼른 입을 닫는 시늉을 했지만 눈가에 장난기는 그대로였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지호가 냉정하게 쏘아붙였다.그러고는 침대 옆에 앉아 무릎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낮게 물었다.“그 일 진척은 어때?”진오는 즉시 알아듣고 표정을 굳혔다.“시아 씨 납치 건 말이지? 실마리는 잡았는데, 아직 난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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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그만하세요

이에 시아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이 프로젝트는 원래 마케팅팀 이승훈 팀장님이 계속 맡고 있었던 거 아닌가요?”시우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이 팀장 아내가 유방암 말기로 판명돼서 어제 사직서를 냈어요.”시우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을 이었다.“지금 당장 적임자를 찾기 어려워요. 강 비서가 만성에 몇 번 같이 다녀왔으니 프로젝트에 가장 익숙하잖아요.”“우선 강 비서가 맡아요. 적합한 사람이 나타나면 그때 넘기도록 하죠.”시아는 파일을 받아 빠르게 훑어보았고 마음속은 거울처럼 투명했다.시우는 자신을 핵심 업무에서 멀리 떼어내려는 의도가 분명했고, 분명 큰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그러죠.”시아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 파일을 덮은 뒤 형식적인 미소를 띠었다.“곧 프로젝트 세부 내용을 숙지할게요.”시우는 안도의 기색을 보이며 한결 부드럽게 말했다.“고생이 많네요. 적합한 인재를 찾으면 두 달 특별 휴가를 줄 테니 충분히 쉬도록 해요.”시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을 나왔고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설아야? 나야, 강시아.”순간 목소리가 한결 밝아졌다.“요즘 어떻게 지내? 아직 혼자야?”[말도 마. 우리 엄마가 매일 결혼하라고 성화야. 미치겠어.]시아가 부드럽게 웃었다.“잘됐다. 내가 아는 괜찮은 남자가 있는데, 한번 만나볼래?”[정말이야? 어떤 사람이야? 몇 살인데? 무슨 일하는데?]“금융업계에서 일하는 32살이고 믿을 만한 사람이야.”시아는 컴퓨터로 무언가를 검색하며 말을 이었다.“오늘 저녁에 만나는 게 어때? 내가 밥 살게.”두 사람은 시간과 장소를 정했고, 시아는 전화를 끊으며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설아는 MG그룹의 재무팀 비서였다. 직위는 높지 않았지만 내부 정보에 접할 기회가 많았다. 더 중요한 건, 설아는 늘 상류층 가문에 시집가길 원했고, 시아 같은 '재벌가 사모님'을 동경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이보다 더 좋은 메신저는 없었다.퇴근 무렵, 호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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