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으로 데리고 가서 쉬게 할게.”은채는 억지로 다정한 척하며 승준의 팔을 붙들고 귓가에 속삭였다.“오늘 밤, 내가 잘 챙겨줄게.”승준은 밀쳐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은채에게 이끌려 2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침실 문이 닫히는 순간, 은채의 얼굴의 온화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침대 위에 정신이 흐릿한 채 누워 있는 승준을 내려다보며, 은채는 비웃듯 휴대폰을 꺼내 들어 몇 장의 애매한 사진을 찍었다.“강시아...”승준은 무의식 속에서 그 이름을 부르짖자 은채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이에 은채는 몸을 숙여 승준의 팔을 움켜쥐고 손톱을 깊이 파고들게 했다.“구승준, 똑똑히 봐. 내가 네 아내야!”이에 승준은 괴로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 환영과 현실이 교차하며 머리가 폭탄처럼 터질 것만 같았다.승준의 반응을 보며 은채는 만족스럽게 웃었다.“서두르지 마, 이제 첫날이니까.”승준은 흰 약알이 담긴 작은 병을 꺼내 한 알을 물에 녹였다.“앞으로는 시간이 많으니까.”창밖에서는 달빛마저 구름에 가렸고 구씨 저택은 온통 어둠에 잠겼다.안영의 다실에는 늘 은은한 차향이 감돌았다.시아는 창가의 라탄 의자에 앉아, 손끝으로 찻잔 가장자리를 매만졌다.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찻잔 너머로, 뜰에 만개한 거베라 꽃이 눈에 들어왔다.“시아야.” 안영은 직접 만든 수제 과자를 시아 앞에 밀어주며 봄바람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이거 한번 맛보렴. 내가 새로 배운 거야.”시아는 한 조각 집어 입에 넣었다. 달콤한 맛이 혀끝에 번졌지만, 마음속의 씁쓸함은 지워지지 않았다.“어머니.” 시아는 과자를 내려놓았다.“저를 부르신 건...”안영은 한숨을 내쉬며 차가운 시아의 손을 꼭 잡았다.“시야야, 요 며칠 사이에 많이 야위었구나.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라.”시아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찻물이 몇 방울 튀어 탁자 위에 작은 물 자국을 남겼다.“어머니, 저...”시아가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 하자 안영은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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