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Bab 61 - Bab 70

100 Bab

제61화 뭐 말을 그렇게 해?

“왜 혼자야? 형수는?”지호는 여느 때처럼 등받이에 기댄 채 느긋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나른하고 게으른 남자의 말투와 자세는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와 이상하게도 어울렸다.“여기 없잖아. 너도 잘 알 텐데.”자유는 반듯하게 앉아 있었다.왼손이 위, 오른손이 아래로 정확히 정돈된 자세로 테이블 앞에 앉은 자유는 지호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지호는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그러게. 근데 형수도 형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거 아냐?”‘뭐 말을 이렇게 하지?’‘게다가 나도 옆에 있는데 거리낌도 없이 그런 말을 내뱉다니.’‘형이라고 해도 예의가 있지.’시아는 살짝 고개를 돌려 자유를 바라보았다. 그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이마 한가운데 어둡게 드리운 그늘이 더욱 짙어져 있었다.“형 체면 좀 세워줘. 제수씨 앞인데.”자유는 농담조로 대답하며 스스로 민망함을 덜어냈다.시아는 오히려 자기가 민망해져서 테이블 밑에서 발끝으로 지호를 슬쩍 밟았다.지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시아를 바라보았다. 깊은 눈동자엔 어딘가 빨려들 것 같은 소용돌이가 일었다.시아는 얼른 시선을 돌렸고, 발도 살짝 거두며 제대로 자리를 고쳐 앉았다.“이건 형이 준비한 신혼 선물이야.”자유는 상자 하나를 꺼내 테이블 중앙에 놓았다.시아가 정중히 사양하려 하자 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뭐야, 무슨 연인 선물이라도 주는 줄 알겠네?”시아는 또다시 발로 지호를 차고 싶었다.‘입만 열면 왜 이 모양이람.’“열어봐.”자유는 성격이 참 좋았다.지호가 뭘 어떻게 말하든 전혀 불쾌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았다.이런 두 사람이 얼굴만 안 닮았으면 진짜 친형제인지 의심할 법도 했다.“괜찮아요...”시아가 말끝을 흐리자마자 지호가 상자를 그녀 앞으로 밀었다.“선물은 축복이야. 거절할 이유 없어. 마음에 들면 받고, 안 들면 더 달라고 해. 형 돈 많아.”강도 같은 말투였다.시아는 정말 민망했지만 자유의 맑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뚜껑을 열었다.집 모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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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형 같은 스타일이 좋아?

“뭐야, 우리 형이 불쌍해 보여?”지호 이 입은 정말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온통 불쾌한 말들이다.시아는 있는 그대로 자신의 감정을 말했다.“당신이 좀 너무한 거 같아요.”“그럼 당신은 진은채한텐 좋은 말 한 적 있어?”지호는 오히려 반문했다.시아는 순간 말이 막혔다. 자신과 은채 사이가 어떤 사이라는 건 굳이 말 안 해도 다 아는 일인데, 지호가 굳이 저렇게 묻는 의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지금...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야, 대체.’‘하지호와 하자유, 설마 형제끼리 같은 여자를 좋아했던 거야?’그녀는 생각해 보니 처음 만나자마자 지호가 자유한테 형수님 얘기를 꺼낸 것이 떠올랐다.시아는 점점 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지호를 보았다.‘이상하네, 하지호... 미아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근데 왜 하자유 와이프랑 엮여 있는 거지?’‘설마 하자유도 미아한테 관심이 있는 거야?’시아는 이 관계의 복잡함에 머리가 아파졌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침묵을 지켰다. 게다가 그건 형제간의 사적인 문제이고, 그녀가 끼어들 일은 아니어서 입을 다물었다.“형 같은 스타일이 좋아?”지호는 정말 불쑥, 듣는 사람 멈칫하게 만드는 말을 던졌다.시아는 어이가 없었다.‘도대체 어디를 보고 그런 말이 나오는 거야.’‘하자유와 말도 세 마디 안 넘겼는데...’“좋아한다는 건 좀 그렇고, 적어도 당신보단 괜찮아 보인 것 같아요.”시아는 솔직하게 말했다.자유는 말투도 부드럽고, 기본적인 예의도 있었다.지호는 여유롭게 웃었다.“결국 좋은 거네.”사람 말꼬리 비틀기는 지호가 일인자였다.시아는 굳이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 누구를 좋아하든, 지호하고는 아무 상관 없으니까.시아는 입을 닫고 다시는 말도 섞지 않았다. 이런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건, 그냥 에너지 낭비였다.“그래서, 형이 뭐가 그렇게 좋았는데? 말해봐. 나도 좀 배워보게.”지호는 드물게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하지만 시아는 알고 있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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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답은 단 하나였다

물어보는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남자의 숨결은 강하게 밀려들었다.지호는 오늘 제대로 자극받은 모양이었다.그는 시아가 자유를 칭찬해서가 아니라 하자유를 본 순간부터 뭔가 시작된 듯했다.“좋아요.”시아는 시원하게 대답했다.어차피 지금 지호의 반항적인 성형으로 거절할수록 더 불타오를 게 뻔했다.그렇다면 굳이 거스르지 않는 게 낫다.말하고 나서 시아는 손가락으로 지호를 밀어냈다.하지만 아직 자세를 바로잡기도 전에 지호가 다시 다가와 시아 어깨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말하지 마.”지호는 눈을 감았다.시아는 그저 조용히 있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어깨에 실리는 무게가 점점 더 늘어났다. 지호가 진짜로 잠이 들어버렸다.‘왜 꼭 남의 어깨에서 자야 하는 거지?’‘불안해서 그런 건가?’이렇게 누군가가 자기한테 너무 불편했다.그럼에도 시아는 움직이지 않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오뚝한 콧대, 길고 촘촘한 속눈썹, 눈 밑에 자리 잡은 자연스러운 애굣살까지 어떤 각도에서 봐도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남자의 얼굴이었다.아까 지호가 물었던 ‘어디가 그렇게 좋아?’라는 질문에 시아가 줄 수 있는 답은 단 하나였다.얼굴. 하자유와 닮긴 했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그래서 여전히 지호가 더 위였다.문제는 이 입이었다.시아의 시선이 남자의 입술로 향했다. 반쯤 벌어진 채로 잠들어 있었는데, 저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어쩜 그렇게 사람을 찌르기만 하는지...지호가 잠든 틈에, 시아는 이 남자의 얼굴을 구석구석 훑었다.그녀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며, 그냥 이대로 차가 어디든 데려가길 바랐다.“사모님, 도착했습니다.”운전기사가 말했을 때 시아는 거의 졸고 있었다.재빨리 눈을 뜨고 바깥을 보기도 전에 지호를 먼저 깨우려 손을 뻗었다.“움직이지 마.”지호의 단호한 말과 함께 시아의 손이 눌렸다.‘이대로 차에서 자려고?’지호는 편하게 자고 있었지만 시아는 한쪽 어깨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이 상태로 하룻밤 더 자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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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다녀와

“제 와이프입니다.”지호가 먼저 노수한에게 시아를 소개했다.노수한은 시아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고, 시아도 인사하였다.“안으로 안내하시죠.”지호가 말을 건네자 노수한은 손짓으로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보냈다.하지만 지호는 곧장 따라나서지 않고, 시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시아는 지호의 즉흥적인 행동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하지만 지신은 이미 여기까지 왔고, 별일도 아니니 따라 들어가 보기로 했다.어차피 진료받을 상대가 그녀는 아니니까.시아는 자연스럽게 지호의 손을 잡았다. 이제는 이 동작조차 익숙하게 느껴졌다.지호가 시아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기자 운전기사가 보고 있던 개가 또다시 크게 짖어댔다.시아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몸집이 꽤 큰 갈색 대형견이었다. 종이 뭔지는 몰라도, 외형만 봐도 위협감이 느껴졌다.“개 무서워?”지호는 시아의 긴장을 금세 알아차렸다.“아니요. 무서운 건 아닌데... 이렇게 큰 개는 처음 봐요.”“다음엔 더 큰 놈 보여줄게.”시아는 저도 모르게 눈을 굴렸다.‘이것보다 더 큰 개? 공포 영화 찍자는 거야?’‘만약 여기가 병원이라면 이렇게 큰 개가 있을 수 없는데...’‘환자들이 보면 기겁할 거잖아. 그럼 이곳은 어디지?’시아는 의심을 품은 채 나무집 안으로 들어섰다.내부는 일반 가정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소파와 가구도 잘 갖춰져 있었다.전체적인 분위기는 중식과 유럽풍이 섞인 고급스러운 스타일이었다. 지호의 집과도 묘하게 닮아 있었다.‘이곳은 하지호가 마련한 또 다른 별장인가?’‘근데 여기에 상주하는 의사는 또 뭐지?’‘설마... 미아?!’그 순간, 시아의 머릿속에 한 이름이 번뜩 떠올랐다.시아는 본능적으로 지호를 바라보았고, 남자는 이미 노수한에게 묻고 있었다.“계속 그 상태인가요?”“겉보기엔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니터링 데이터상으론 긍정적인 변화가 보입니다. 지난주에 세 차례 심박이 급격히 상승한 반응이 있었거든요.”노수한은 말하며 테이블 위 리모컨을 들었다. 곧 거실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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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미아야

“사모님, 이쪽으로 오세요.”노수한이 문을 열어주었다.시아는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기분이었고, 발끝은 그대로 멈춰버린 채 문 앞에 서서 방 안을 멍하니 보았다.방 한가운데 놓인 큰 침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시아가 선 자리에서 보면, 침대 위에 누군가가 희미하게 보이는 듯했다.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거기 누워 있는 사람이 바로 미아라는 걸.7년 동안 시아가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사람이니까.가까울수록 더 두려운 법. 지금의 시아가 딱 그런 심정이었다.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순간인데 막상 눈앞에 두고 나니 그녀는 두려움이 밀려왔다.하지만, 무엇이 두려운 건지... 본인조차 알 수 없었다.노수한은 시아 옆에 조용히 서 있으며, 조급함이라곤 전혀 없었다.그런 기다려주는 태도는 오히려 시아의 긴장을 더 부드럽게 감싸주었다.거의 1분 정도가 흘렀을까...시아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하지만 바로 방 안으로 들어서진 않고, 조용히 노수한을 바라보았다.“뭐 주의할 게 있을까요?”“없습니다. 편히 자는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고 싶은 말씀을 하셔도 좋고, 손을 잡거나 가벼운 접촉도 괜찮습니다.”노수한의 말투는 친절하고 차분했다.감사 인사를 건넨 후, 시아는 드디어 발걸음을 옮겼다.노수한은 따라오지 않았고, 조용히 문을 닫아주었다.시아는 태어나 처음으로 다리가 이렇게 무거운 느낌이었다.불과 몇 걸음의 거리였지만 마치 7년의 세월을 걸어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거리처럼 느껴졌다.침대 옆에 섰을 때 시아는 눈앞의 광경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정말로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만 같았다.그 시절, 미아가 건강하게 웃고 있던 그때로 되돌아간 듯했다.미아의 얼굴은 7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피부는 여전히 하얗고 곱고, 머릿결은 검고 윤기 났다.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었지만 어디가 아파 보인다기보다는 그냥 깊게 잠든 것 같은 모습이었다.정말로 시간이 미아를 피해 간 것처럼 말이다.시아의 입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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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여기 남아 있고 싶어요

“미아 씨 심박수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노수한 역시 변화의 조짐을 감지했다.그동안 내내 굳어 있던 노수한의 얼굴엔 안도감이 스치듯 스며들었다. 긴장감이 풀린 듯한 표정은 노수한이 이번 판단에 자신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지호는 모니터에 띄워진 그래프의 변동을 무심히 훑어보았다.곧바로 시선은 다시 스크린으로 향했고, 거기에는 시아가 미아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는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분명, 시아가 한 말이 미아에게 자극을 준 것이다.‘근데 뭐라고 했을까?’‘왜 하필 남들이 들을 수 없게 귓가에 대고 말하지?’지호는 소파 팔걸이에 얹어 놓은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관자놀이를 천천히 누르며 조용히 물었다.“이런 상황에서 가장 빠르면 언제쯤 깨어날 수 있나요?”“지금 미아 씨 상태로는 의식 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시점이나 최단 시간을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조금 전, 애매하게 말했다가 괜히 혼쭐이 난 탓인지 이번엔 노수한도 쉽게 입을 떼지 않았다.노수한은 동서양 의학을 모두 전공한 통합의학 박사로, 미아의 전담 주치의였다.지호가 그에게 의뢰한 건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미아는 노수한에게도 중요한 임상 연구 대상이었기 때문이다.“뭐라고요?”지호는 단음절로 불만을 표현했다.“지금 미아 씨는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모님의 존재에 큰 반응을 보입니다. 가능하시다면 사모님이 곁에 머물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눠주시는 게 좋겠습니다.”노수한이 신중히 제안했다.“우리 와이프한테 그쪽 일 도와달라는 건가요?”지호는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물었다.노수한는 고개를 약간 숙였다.“지금으로선 그것이 미아 씨가 가장 빨리 깨어날 수 있는 방법입니다.”지호는 다시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다.그 순간, 시아가 미아의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걸 본 노수한는 즉시 테이블 위 리모컨을 들어 스크린을 껐다.잠시 후, 시아가 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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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당신 정말 예쁘다

지호가 밖에 앉아 있는데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부 알고 있었다는 건, 시아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뜻이다.그는 믿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시아가 미아에게 해를 끼칠까 걱정돼서일까,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다.물론 지호는 원래 생각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는 이런 걸 감출 리도 없고, 시아 역시 지호가 자신을 왜 데려왔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우리 둘의 비밀이에요.”시아는 그렇게 답했다.말은 했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셈이었다.지호의 길고 매끈한 눈꼬리에 희미한 웃음이 스쳤다.요즘 시아는 지호 앞에서 제법 장난도 치고, 점점 더 여유롭게 굴었다.마치 가면이 벗겨진 느낌이었다.“그 비밀이 꽤 효과 있었나 보네.”흥미롭다는 듯한 말투였다.시아는 더 이상 얘기할 생각이 없다는 듯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럼 내가 여기에 남는 걸 허락한다는 거죠?”지호의 목적이 뻔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확답 없이 시아는 남을 수 없었다.이 남자는 워낙 생각이 많고, 그 생각도 예측 불가였다.그는 오늘 이렇다고 말해놓고 내일은 또 다른 말을 꺼내는 그야말로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니까.“내일 귀국 아니었어?”역시나 전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 답변이었다. 마치 시아의 말을 일부러 되짚으며 되묻는 듯한 태도였다.시아는 비행기표를 예매한 적도 없다.지호가 그걸 모를 리도 없었고, 시아의 속내는 이미 대부분 읽힌 지 오래였다.그는 이런 식으로 되받아치는 건 장난처럼 보이지만 실은 시험이기도 했다.그래서 시아는 솔직하게 말했다.“할 일 없으면 돌아가야죠. 근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잖아요.”시아가 이곳에 온 건 미아를 보기 위해서였다.처음에는 못 보게 하니까 떠나려 했고, 이제 봤으니 당연히 남고 싶은 거였다.지호는 아무 말 없이 여자를 바라봤다.조명이 너무 밝아서인지, 아니면 남자의 눈빛이 유난히 강해서인지, 지호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순간 시아는 마치 자신이 종잇장처럼 타들어 가는 느낌을 받았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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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이제 좀 안심돼요?

시아는 멍해졌다. 지호가 자신이 여기에 남으려는 이유를 이렇게까지 곡해할 줄은 몰랐다.‘이 정도면 거의 의심병 수준 아닌가?’남자의 표정을 보니 장난도 아니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순간, 잔디밭에서 지호가 귓가에 속삭였던 말이 떠올랐다.그 기억을 되짚자 시아도 왜 지호가 이렇게 의심을 품게 되었는지도 이해가 갔다.사람들이 보통 여자들이 예민하다고 하지만 지호는, 그걸 능가한다.하지만 시아는 당황하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천천히 손을 들어 지호의 목덜미에 가볍게 올리고, 남자를 살짝 아래로 끌어당기며 말했다.“걱정 마요. 당신이 먼저 끝내자고 하기 전까진 절대 당신한테 누가 될 일은 안 해요.”시아의 손끝은 부드러웠고, 말투 역시 살랑살랑 감기는 느낌이었다.지호 마음속에 걸려 있던 불쾌감이 스르르 풀리는 듯했다.그는 시아의 동작에 따라 고개를 숙여 귓불 아래 자리한 작은 점에 입술을 가까이 댔다.“착해라.”그 짧은 한마디가 곧 그 말을 받아들였다는 의미였고, 시아가 남는 걸 허락한 셈이다.시아는 손을 거두고 다시 자리에 앉았고, 지호도 몸을 바로 세웠다.“가자.”지호가 말했다.그는 시아가 남는 걸 허락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머무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이곳은 미아의 공간이고, 모든 사람은 각자의 자리가 있는 법이다.차에 올라탄 둘은 말이 없었다.다만 전과 달리 지호는 이번엔 잠들지 않았다. 계속해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시아는 스스로 거리 두기를 하듯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SNS 자주 해?”집 근처에 도착할 무렵 지호가 갑작스레 물었다.시아는 목이 바짝 마르는 느낌에 바로 대답했다.“아니요.”답하곤, 지호는 또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지만 남자는 별다른 반응 없이 다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시아는 몰래 옆눈으로 지호를 훔쳐봤다. 마침 그는 SNS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시아는 괜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이런 거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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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왜 삭제했어?

그 말은 분명했다.지호도 더 이상 감추지 않고, 고개를 살짝 저으며 물었다.“당신은 어때?”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마음속에 남아 있을까 걱정됐다.시아는 이제야 이해가 갔다.오늘 지호가 SNS 얘기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는 것을.그녀가 숨기고 싶었던 것들도 이제는 더 이상 감출 수 없다는 걸 느꼈다.차라리 다 털어놓는 게 나았다.그래야 자신도 그 엉뚱한 메시지를 보낸 죄책감에서 좀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그렇게 돌려서 말하지 말고 머리 굴리지도 마요. 당신이 묻고 싶은 거 있으면 그냥 물어도 돼요.”차는 어느새 지호가 사는 집 근처의 한적한 길로 접어들었다.높은 건물도 없이 가로등만이 은은하게 길을 밝히고 있었고, 차 안도 덩달아 어두워졌다.이 분위기, 왠지 더 답답했다.“혹시 당신이 SNS에 숨기고 싶은 비밀이라도 있는 거야?”지호는 오히려 반문해 왔다.시아는 지호와 말하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목에 칼을 댔는데 도통 숨이 끊어지질 않는 기분이랄까?“하...”“왜 삭제했어?”둘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시아는 목구멍이 마른 듯 침을 꿀꺽 삼켰다.“더는 필요 없어서요.”“그렇겠지.”지호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그 짧은 두 글자에 시아는 온몸이 긴장됐다.남자의 눈빛에서 아직 할 말이 남았다는 걸 알아챘다.지호는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어차피...”일부러 그런 건지, 일부러 시아를 지치게 하려는 듯 느릿느릿 말했다.‘어차피 뭐?’시아는 숨이 막히는 듯했다.산소가 모자라는 것처럼, 차 안이 숨 막혔다. 지호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그는 끝내 말을 잇지 않고 오히려 시아의 핸드폰을 쥔 손을 살며시 감쌌다.시아는 온몸의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지호는 어두운 밤에 물든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봤다.“어차피, 사람은... 이미 낚아챘으니까.”시아는 멍해졌다.‘지금 이 말은 SNS가 자신을 낚기 위한 수단이라 생각한 거야?’그리고 그 정도까지 계산적이진 않았는데 오해라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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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그런 연기 내 앞에서 하지 마

“봤어? 네가 그 마음 몇 번이나 죽어야 포기할 거야?”어두운 차 안.은채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눈에 슬픔이 가득한 승준을 향해 따져 물었다.요 며칠 승준이는 시아를 찾지 않았지만 계속 뒤를 밟고 있었다.물론 은채도 함께였다.지호와 시아가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는 승준의 얼굴을 은채는 수없이 지켜봤다.처음엔 질투가 났지만 계속 보다 보니 이젠 무감각해졌다.심지어는 승준이 조금 안쓰럽게까지 느껴졌다.“닥쳐!”승준의 눈앞에는 지호가 시아를 안고, 시아가 지호의 목을 감싸던 그 장면만 떠올랐다.처음엔 그저 쇼라고 생각했지만, 그 믿음은 이제 흔들리고 있었다.승준은 고개를 젖혀 시트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온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은채는 오후에 아버지한테서 받은 전화를 떠올렸다.“지금 당장 나랑 이혼해도 시아는 네 곁으로 안 돌아와. 제발 정신 좀 차려.”그 말은 마치 승준의 눈알을 찔러버린 듯했다.그는 눈을 번쩍 떴다.며칠째 잠 못 이룬 눈에는 붉은 실핏줄이 가득했고, 승준의 시선은 은채를 집어삼킬 듯 날카로웠다.은채는 이유 모를 소름이 돋았지만 두렵진 않았다. 승준이 자신을 죽이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은채의 손안엔 승준의 어머니라는 마지막 카드가 있으니까.그 생각이 스치자마자 승준이 여자의 턱을 움켜쥐었다.“진은채, 시아가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내 곁에 있는 네가 덕 볼 줄 알아?”‘그걸 굳이 말로 해야 하나.’은채는 매 순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잔혹한 손길 속에서도 은채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남자의 헝클어진 머리 위에 얹었고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네가 괴로운데, 내가 어떻게 편할 수 있겠어?”참으로 절절한 말이었다.“그런 연기 내 앞에서 하지 마. 네가 왜 다시 나랑 결혼한 건지 모를 줄 알아?”승준은 은채의 속셈을 단번에 꿰뚫었다.은채는 가볍게 웃었다.“네가 모르는 게 하나 더 있을 텐데. 사실 넌 내 혼인 상대 1순위도 아니었어.”승준의 손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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