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Kabanata 71 - Kabanata 80

100 Kabanata

제71화 누가 사모님을 찾습니다

시아가 눈을 떴을 땐 지호의 품 안이었다.어젯밤 지호는 시아를 안아 방 안까지 데려다 놓고는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시아는 씻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언제 지호가 옆에 누웠는지도 모른 채 그대로 남자의 곁에서 밤을 지새운 것이다.둘은 겉보기엔 명색뿐인 부부였지만 지금 이 모습만큼은 진짜 부부 같았다.“여보, 안기는 걸 참 좋아하나 봐.”지호의 목소리에 시아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급히 품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손이 남자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그래서... 그렇게 말한 거구나.’어릴 때부터 부모의 품을 모르고 자라서일까 시아는 유독 잠들 때 무언가를 안고 자야만 마음이 놓였다.그래서 이 나이에도 침대에는 늘 커다란 곰 인형이 있었고, 그걸 껴안고서야 제대로 잘 수 있었다.어젯밤엔 자신도 무의식중에 지호를 곰 인형처럼 안았던 것이다.그런 말은 그녀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었다. 아침부터 분위기 험악하게 만들 순 없으니까.“앞으로 내가 침대에 잘 땐 당신은 소파에서 자요. 아니면 내가 소파에서 잘게요.”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뭔가 떠올라 핸드폰을 집어 시간을 확인했고, 지호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신 오늘 가야 한다면서? 왜 아직 안 나간 거예요?”“그렇게 나 내보내고 싶어?”지호는 꼭 뭔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다.시아는 지호가 어젯밤 했던 걸어간다는 말이 농담이란 걸 알고 있었다.결국엔 비행기를 타야 할 텐데 지금은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설마 안 가려는 거예요?”“내가 안 간다니까 그렇게 실망이야?”같은 말을 해도 통하지 않으니 정말 피곤하다.정말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았다.“한 시간 뒤 비행기야.”지호는 시아가 욕실 문을 닫으려던 순간, 그 말을 툭 던졌다.시아는 단순히 자신의 일정이라 알려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문을 닫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다시 문을 열었다.눈앞에 들어온 건 침대에서 일어나 가운을 벗고 트렁크 팬티만 입은 지호의 모습이
Magbasa pa

제72화 초승달 모양의 흉터

시아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하자유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진회색 정장에 감색 셔츠, 반듯하게 앉아 있는 모습은 어딘가 뼈다귀 없이 기대어 있는 지호와는 완전히 달랐다.‘같은 부모님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유전자는 변이를 넘어서 아예 딴 것으로 변한 것 같다.자유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던 시아는 순간 놀랐다.“아주버님.”“내가 방해된 건 아니죠?”자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아니요, 앉으세요.”시아는 자연스러운 안주인의 태도로 대답했다.자유는 소파에 앉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상자를 여자 쪽으로 밀었다.“이곳에서 만든 과자인데 한번 맛보라고 가져왔어요.”그는 신사적인 데다 섬세하기까지 했다.자유에 대한 시아의 호감도는 조금 더 높아졌다.“감사합니다.”“아까 들으니 지호가 외출했다던데 미리 연락 못 한 건 내 실수예요. 지호 없을 때 찾아와서 미안해요.”자유는 먼저 설명을 덧붙였다. 일부러 지호 없을 때를 골라 온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시아 역시 조금 전에야 지호가 외출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어디 갔는지는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금방 돌아올 거예요. 잠깐 기다리셔도 될 텐데요.”시아는 지금 지호의 아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자신의 신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괜히 엮이기보단 선을 지키는 편이 낫다.“아니에요. 기다리지 않으려고...”자유는 가볍게 웃었다.그 웃음엔 자조가 섞여 있었고, 그 순간 시아는 어제 지호에게 대놓고 무시당하던 남자를 떠올렸다.“오늘 두 사람 귀국한다고 들었어요. 공항까지 못 배웅해 줘서 미안해요.”자유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별말씀을요. 가족 사이에 그런 예의까지는 필요 없죠.”시아는 예의상 그렇게 답했다.“나도 곧 돌아갈 생각이에요.”그 말에 시아는 어떻게 받아야 할지 조금 난감했다.두 사람은 딱히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함께 나눌 이야기도 없었다.그래서 억지로 대화를 이어갔다.“그러면... 부모님도 많이 기뻐하시겠네요.
Magbasa pa

제73화 오늘 참 멋있어요

“내가 잠깐 집 비운 사이에 정신 줄까지 놓았어?”지호가 돌아왔을 때, 시아는 소파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도 고개 한 번 들지 않았다.지호는 집에 없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 알고 있었다. 자유가 다녀갔다는 것도.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잘못 보낸 메시지, 그 메시지 덕분에 지호가 자신을 SNS 친구로 추가한 사실,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지호는 이미 자신과 자유가 SNS 친구란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날부터 말할 때마다 가시를 숨겨뒀던 거였다.형에게 내뱉는 그 일련의 쏘아붙임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처음엔 자유와 지호 형제 사이가 이미아 때문이거나 자유의 아내 때문일 거라 생각했지만 정작 불화를 불러온 건 자신이었다.하지만 이걸 굳이 들추고 싶진 않았다.이 셋이 다시 마주하게 되는 날, 민망하기 짝이 없을 테니까.“언제 출발해요?”시아는 지호의 말을 받지 않고 곧장 말을 돌렸다.지호는 오늘 유독 자유분방한 옷차림이었다. 검은색 실크 셔츠에 풀어진 단추, 그만의 위태로운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었다.그는 반쯤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돌아가고 싶지 않을 줄 알았는데...”시아는 그 말속의 의미를 애써 무시했다.“가고 말고는 당신이 정하는 거잖아요.”“당신이 안 가겠다면... 꼭 못 갈 이유도 없고.”지호는 소파 깊숙이 몸을 묻고 느긋하게 말했다.‘12’가 자유라는 걸 안 지금, 지호가 뭘 오해하고 있는지도 뻔히 알 수 있었다.이제 와 생각해 보면 지호가 했던 애매한 말들이 전부 다 시험이었단 걸 알았다.시아는 괜히 피곤하단 생각마저 들었다. 다행히 자신은 지호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저 서류상 아내일 뿐이다.지호가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걸 보면, 이 남자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상대에게는 얼마나 집착할까 싶었다.“가자.”시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외할머니가 보고 싶어요.”이보다 완벽한 이유는 없었다.“그렇게 그리운 사람조차 뒤로할 정도로?”지호의 말은 얼핏
Magbasa pa

제74화 여자 때문에

보르주 클럽.유진오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지호는 소파에 깊숙이 기대어 앉아 있었다. 손끝에 시가 하나를 돌리며, 지루하고 나른한 기색이 역력했다.“며칠 됐다고 벌써 돌아왔어? 신혼여행치고는 꽤 대충 끝낸 거네?”진오는 농담을 건네며 자리에 앉아 술을 따랐다.지호는 피곤한 눈을 반쯤 들어 진오를 바라봤다.그 눈빛에 진오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옷매무새를 훑었다.“뭐야, 왜 그렇게 봐? 내 옷 맘에 들었어? 그럼 벗...”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호가 무심하게 말했다.“네 사촌 누나 어디 있어?”진오는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사촌 누나 많아. 누구 말하는 건데?”쾅!진오가 막 따라놓은 술잔에 시가가 툭 떨어졌다.튀어 오른 술이 눈에 들어간 남자는 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으며 욕을 내뱉었다.“야, 지호. 너 진짜 성격 고약해. 마음에 안들면 바로 행패냐?”“알면 말 좀 아껴.”지호의 분위기는 무척 낮고 묵직했다.진오는 들어올 때부터 감지하고 있었기에 일부러 분위기를 띄우려 농을 쳤던 거였다.하지만 지금 보니 장난칠 타이밍은 아니었다.“이모 말로는 절에 들어갔다던데? 무슨 수도원 같은 데래.”지호는 비웃음 섞인 숨소리를 내뱉었다.진오는 다시 잔을 따르며 술잔을 지호 쪽으로 밀었다.“너도 안 믿지? 뭐, 우리 이모만 속고 있는 거지. 너는 모르겠지만...”“돌아오라 해.”지호가 진오의 말을 끊었다. 막 술잔을 밀고 있던 진오는 손을 거둬들이지 않고, 그대로 멈춘 채 지호를 뚫어지게 봤다.“무슨 일인데?”그 사촌 누나, 즉 정은산은 하지호의 형수이자 하자유의 아내이다.자유와 은산은 철저한 정략결혼으로 혼인신고만 해놓고 결혼식조차 없었다.몇 년간 두 사람은 명절 외엔 얼굴조차 보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 갑자기 불러오라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지난주에 먹은 음식 기억나냐?”지호는 느닷없이 화제를 바꿨다.진오는 순간 욕을 내뱉고 싶었다.“사람 혀가 거위 혀보다 더 부드럽다더라.”지호의 그 말에 진오의 등골
Magbasa pa

제75화 불쌍한 여자

“컥... 아니, 지호야, 나... 나 그게...”진오는 자기 몸에 입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았다.지호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옆에 걸려 있던 재킷을 들어 일어섰다.진오는 목을 움켜잡으며 간신히 기침을 멈췄다.“어디 가?”“와이프 보러.”세 글자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가볍게 나왔다.“잠깐만! 요 며칠 사이에 네 와이프 얘기, 꽤 많이 들었거든.”진오의 말에 지호의 걸음이 멈췄다.그 시선이 스치자 진오는 목덜미에 한기가 훅 하고 스며드는 기분이었다.괜히 말 꺼냈다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요즘 돈 주고 네 와이프 정보 캐는 놈들, 꽤 많더라.”유명세는 말이 많기 마련이었다.시아는 비록 연예인은 아니지만 지호와 결혼한 순간부터 모든 이의 이목이 쏠렸다.질투하는 사람, 부러워하는 사람, 은근히 음모 꾸미는 사람들까지.지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진오는 이미 죽을 각오가 된 듯 말을 이어갔다.“원래 걔 조용하게 살고 있었는데 너 때문에 삶이 송두리째 뒤집혔다고.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은 없냐?”“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지호의 목소리는 어느새 차디찬 냉기로 변해 있었다.“미아 돌아왔지? 상태 좀 나아진 거야?”진오는 돌직구를 던졌다.지호의 눈빛은 날카롭게 변했고, 진오는 재차 물었다.“만약, 눈을 떴다면...”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호가 딱 잘라 말했다.“그딴 정보 캐려면, 나한테 직접 와서 물으라고 해. 돈 줄 필요 없이.”“머리통 날리러 오라는 거냐?”기침이 멎은 진오는 겨우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지호, 너 정말 그 여자랑 제대로 살고 싶은 거라면... 그 애, 제대로 지켜줘야 해.”“시아 과거, 꽤 불쌍했어.”“진심이 아니더라도 너무 세게는 가지 마. 진짜 불쌍한 여자야.”그 말이 끝나자마자 방 안 공기가 뚝 떨어진 듯 차가워졌다.진오는 괜히 목덜미를 한번 문질렀다.“이제 가도 돼.”지호는 재킷을 팔에 걸쳐 들며 움직였고, 진오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옆으
Magbasa pa

제76화 왜 여기서 밤을 새웠어요?

시아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예 잠들지 못했다.몇 달 만에 다시 찾아온 불면이었다.외할머니의 상태를 들은 이후, 시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과 초조가 밀려들었고, 그 감정은 결국 밤잠까지 앗아갔다.좋은 징조는 아니었다.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까 봐, 은근히 두려웠다.의사에게 들었던 조언이 떠올라 시아는 조용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뒤 방을 나섰다.이른 새벽의 요양원은 생각보다 훨씬 활기찼다.밤보다 새벽이 더 분주했다.이곳 어르신들은 늘 새벽 일찍 일어나 있었다.하늘이 밝아오기 전부터 정원에 앉아 있는 분들도 많았다.어르신들에게 새벽은 어둠의 끝이 아니라 하루를 살아낸 기적이었다.시아는 밤을 새우며 날이 밝기를 기다려 본 적이 있기에 어르신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그녀는 정원 쪽으로 향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 어르신 몇 분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시아는 조용히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할머니들. 할아...”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잠깐만, 눈이 피곤해서 잘못 본 거 아니야?’‘저기 앉아 있는 사람... 하지호?’‘진짜네...’“좋은 아침이야, 여보.”지호가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넸다.진짜 지호였다.“시아야, 네 남편 여기 와 있더라.”옆에 있던 할머니가 눈을 반짝이며 말을 보탰다. 어쩐지 그 눈빛에서 묘한 장난기가 느껴졌다.가십의 마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 것 같다.시아의 시선은 지호에게로 고정됐다. 남자는 어제와 같은 옷차림, 단지 코트를 하나 더 걸쳤을 뿐이다.‘그렇다면 어젯밤부터 계속 여기 있었던 거야?’“여기엔 어떻게 왔어요? 이 시간에?”시아가 묻자,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대답했다.“얘는 아예 안 갔어. 밤새 여기 있었어.”‘그러니까 하룻밤 여기에 있었다는 거야?’밤새 잠들지 못한 어두운 눈동자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 스쳤다.지호는 다리를 쭉 뻗더니 천천히 일어나 자연스럽게 시아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여자의 손끝
Magbasa pa

제77화 아직 석 달이나 남았는데?

아침 공기는 차가웠지만 시아의 목덜미는 따뜻했다.남자의 숨결이 닿고 있었고, 시아에게 기대었다.누가 감히 상상했을까 늘 냉정하고 도도한 지호에게 이런 투정 부리는 아이 같은 면이 있을 줄은.시아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그 순간만큼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고, 남자를 밀어낼 수가 없었다.시아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이 틀 무렵의 붉은 기운은 점점 짙어졌다.피처럼 짙고 선명하게.갑자기 무언가 스쳐 지나가며, 시아는 지호의 옷자락을 움켜쥐던 손에 힘을 뺐다.“하지호 씨.”그녀는 지호를 불렀다.“응.”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이제 막 잠들려는 사람처럼 힘이 없었다.“굳이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할 필요 없어요. 나도 미아가 깨어나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지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시아의 목소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시아가 말을 마치자 지호는 그녀를 안은 팔에 더 힘을 줬다.“응?”시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당신은 나랑 결혼한 건 미아 때문이잖아요. 당신은 복수인지 보복인지, 아니면 정말 미아 회복을 위해 나한테 의지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둘게요. 굳이 그런 감정 연기 안 해도 돼요.”조금 전, 새벽 어스름 속 지호가 시아를 감싸 안았던 순간, 아내 없이 잠이 안 온다는 그 말이 시아의 마음을 건드렸던 것도 사실이다.누구도 한 남자의 진심 어린 다정함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수는 없다.시아도 마찬가지였다.이런 다정함이 계속되면...하지만 다행히도 시아는 제정신을 되찾았다.정신을 차리자 아까까지만 해도 지호를 밀어낼 수 없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시아는 남자의 가슴팍에 손을 대고 밀어냈다.지호가 살짝 고개를 들고 피곤한 얼굴로 시아를 바라봤다.“연기?”‘아닌가?’시아는 굳이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잠 못 이루던 밤, 그녀는 많은 생각을 했다. 정확히는 미아와 함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우리 이 결혼... 길어야 석 달이에요
Magbasa pa

제78화 석 달이면 어때서?

‘석 달이면 어때서?’‘내 마음만 안 흔들리면, 아무도 나한테 손 못 대.’만약에 시아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기감정 하나도 다스리지 못했다면 그게 더 문제인 것이다.“하 대표님이 그렇게 자신 있다면, 지켜보죠.”시아의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비록 해가 완전히 떠서 따스한 햇살이 시아를 감싸고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싸늘했다.지호는 검은 셔츠 한 장만 입고 있었다.그것도 윗단추는 풀린 채.마치 찬바람조차 남자를 피해서 지나가는 것처럼 추운 날씨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다.“근데 만약 그때 가서 당신이 날 사랑하게 되면 어쩔래?”지호는 느긋하게 말을 건넸다. 햇살이 남자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고, 긴 속눈썹 끝에도 빛이 걸려 있었다.그리고 여유로움 속에 확신이 가득 찬 눈빛, 그 표정은 꼭 이미 승리를 예감한 사람 같았다.“그럴 일 없어요.”시아는 단호하게 말하고, 뒤돌아섰다.“외할머니.”지호의 한마디에 시아가 움찔했다. 고개를 들자 정말로 외할머니가 서 있었다.노인은 희끗희끗한 머리를 곱게 빗은 채 두 사람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조금 전까지 두 사람을 지켜보던 다른 어르신들과 똑같은 눈빛이었다.“일어나셨어요?”시아는 급히 달려가려 했지만 첫걸음을 떼는 순간 손이 붙잡혔다.지호의 손은 차가웠다.그 차가움에 시아는 몸을 움츠렸고, 본능적으로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귓가에 낮고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우리 부부 사이가 안 좋아 보이면, 외할머니가 속상해하실 거야.”시아의 손이 멈췄다.지호는 외할머니를 이용해 시아를 제압하려는 것이다.“시아야, 집에 돌아가라고 그랬잖아. 돌아갔으면 지호도 따라올 일이 없고, 너희 둘 다크써클 좀 봐. 잠 못 잔 거지?”외할머니의 눈빛은 온통 애정으로 가득했다.시아는 지호와 어쩌다 이렇게 엮인 남편이지만 외할머니의 눈에는 지호가 더없이 만족스러운 사위였다.이미 오래전부터 이곳에 들락거리며 외할머니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이었다.만약 지호가 미아 때문에 시아를 이용하는 거
Magbasa pa

제79화 나 좀 살려줘

“당신 생각은 어때?”지호가 맞은편 집 문을 열자 시아는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이 집을 살 당시 분명히 맞은편은 이미 누군가 살고 있었고, 분양 담당자도 그쪽은 입주한 지 1년 넘었다고 했었다.‘그럼 내가 하지호를 오해한 거야?’하지만 시아가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치 않았다.지호도 그녀가 여기에서 집을 살 줄 미리 알고 먼저 계약했을 리는 없었다.하지만 또 모르지.시아가 여기에 있는 집을 고른 게 어쩌면 누군가의 은근한 유도 때문일지도.물론, 지금 와서 뭐라 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었다.“당신... 잘 자요.”시아는 짧게 말하고 곧장 자기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은 채, 깊게 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마음은 뒤죽박죽이었지만 애써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다.그녀는 억지로 잠자리에 들려고 애를 썼지만 실패였다.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결국 잠을 청하기 위해 와인을 꺼냈다. 하지만 병 바닥이 보일 때쯤, 시아는 오히려 점점 더 또렷해졌다.이렇게 술이 들어갔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점점 두려워졌다.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던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잠이 안 와요. 어떻게 해도 못 자겠어요.]답장은 오지 않았다.시아는 핸드폰을 옆에 던지고 다시 술을 들이켰다. 술에 취하면 잠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깨어 있었다.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 핸드폰 알람이 울렸고, 시아는 얼큰하게 취한 채로 핸드폰을 들었다.아까 문자를 보낸 그 사람으로 착각하고, 화면도 제대로 보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교수님...”[시아야, 나야.]들려온 목소리에 시아는 순간 굳어버렸다.핸드폰을 귀에서 떼어 확인하니 발신자는 구승준의 어머니 서영희였다.과거 7년 동안 서영희는 시아를 마치 며느리처럼 대했고, 시아 역시 서영희를 시어머니처럼 생각하며 지냈다.하지만 지호가 은채와의 약혼을 발표한 이후, 서영희는 단 한 번도 시아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그때야 시아는 깨달았다. 두 사람이 나눴던 정
Magbasa pa

제80화 운전 똑바로 좀 하시죠?

[시아야! 너밖에 없어서 연락한 거야. 나 좀 살려줘.]서영희의 목소리는 울먹이며 애처로웠다.[내가 늘 너를 친딸처럼 생각했어...]그런 감정 호소와 도덕적 압박은 시아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시아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주무르며 차분하게 말했다.“여사님, 제가 도와드릴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해요. 지금 우리 사이엔 아무런 관계도 없고, 제가 간섭할 입장도 아니니까요.”“진은채 씨가 정말 해를 끼치려 한다면 경찰에 신고하시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 어려우시면 제가 대신 신고해 드릴 수도 있고요.”그 말이 끝나자, 서영희 쪽은 잠잠해졌다.시아는 그 침묵이 모든 걸 말해준다고 느꼈다. 살려달란 말은 구실이고,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이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그럼 전 이만...”시아는 전화를 끊었다.창밖의 노을은 이미 사라지고, 집 안엔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시아의 핸드폰 화면이 한 번 깜빡였다. 임정훈한테서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다.[시간 나실 때 한 번 오세요. 얘기 좀 합시다.]시아는 답장하지 않았다. 그냥 어둠 속에 앉아 조용히 있었다.지호는 맞은편 집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며칠이 지나도 지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심지어 미아가 있는 곳에서도 마주치지 않았다.“노 교수님, 요즘 미아 반응은 어때요?”시아는 매일 이미아를 찾아와 말을 걸며 자극을 주었다.노수한는 시아의 기대감을 알아챘지만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첫 반응을 빼고 그 뒤로는... 딱히 없어요.”그 말을 듣고 시아도 눈빛이 어두워졌다.“제가 뭔가 잘못한 건가요? 아니면... 미아가 스스로...”“아직 밝혀진 바는 없어요. 그러니까 너무 마음 무겁게 가지지 말고, 그냥 오래된 친구라고 생각하면 돼요. 어차피 벌써 7년이니까.”노수한의 말은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미아는 돌아오자마자 노수한의 연구소에 머물게 되었고, 미리 잘 준비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세도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
Magbasa pa
PREV
1
...
5678910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