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Kabanata 81 - Kabanata 90

100 Kabanata

제81화 주씨 가문의 후계자

주시우!주씨 가문의 후계자.주시우는 언론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고, 사진도 남기지 않는다.하여 주시우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시아는 알고 있었다.승준의 비서로 일할 때, 그녀는 두 번 정도 만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시아에게 고함을 치던 운전기사는 시우의 목소리를 들은 후,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기가 꺾였다.운전기사는 즉시 변명하려 했지만 차창은 이미 천천히 올라갔다.시아가 운전기사에게 사과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그게 무슨 의미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시우는 시아와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시아는 핸드폰을 꺼내 경찰과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다.조금 후, 경찰이 도착했을 때, 검은 롤스로이스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운전기사는 급히 내려 문을 열었고, 시우는 고고한 걸음으로 차에서 내렸다.시우의 검은 구두가 땅에 닿았다. 그는 주변에 눈길도 주지 않고 롤스로이스에 올랐다.차가 멀어지면서 시아는 시우가 주는 차가운 고독과 세상의 모든 것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오만함을 느꼈다.비록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아는 여전히 속으로 시우에 대해 평가했다.보험사 직원들이 도착한 후 시아는 택시를 타고 임정훈의 진료실로 갔다.하지만 오늘따라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듯했다.진료실에 사람들이 많아 시아는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시아 씨.”진료실을 나가던 간호사가 시아를 불렀다.“교수님이 들어오라 하셨어요.”시아는 조금 놀랐다.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자기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는 간호사를 따라 진료실로 들어갔다.“왜 왔다가 가려고 했어요?”임정훈은 의사 가운을 입고 뭔가를 쓰고 있었다.그리고 시아를 보고는 옛 친구처럼 친근하게 웃으며 물었다.임정훈의 사무실에는 오래된 흔들의자가 하나 있었다.새로운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시아는 그 의자에 앉을 때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그래서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교수님이 바쁜 것 같아서요.”시아는 솔직하게 말했다.임정훈은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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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하루에 두 번 만남

남들이 한 번 보기 힘든 사람을 하루에 두 번 만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우연이다.시우도 시아를 보았지만 남자의 차가운 표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마치 처음 만난 사람처럼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시우는 어쩌면 시아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가장 냉정한 남자이다. 정말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사람인 것 같다.임정훈은 예의 바르게 사람을 배웅하고, 웃으며 시아를 바라보았다.“내일 아침까지 잘 줄 알았는데 일찍 깼네요.”“왜 안 깨웠어요?”푹 자긴 했지만 너무 오래 잤다는 생각에 시아는 머쓱해졌다.예전에도 여기서 졸긴 했어도 한두 시간 정도였는데 이번은 너무 길었다.“여기 왜 온 거예요?”임정훈의 말에 시아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애초에 불면증 치료하러 온 거였고, 자고 싶어서 온 건데 잠들었으면 그냥 자게 두지 뭐 굳이 깨웠겠나 싶었다.“고마워요.”시아는 조용히 인사를 전했다.임정훈은 시아 손에 들린 가방을 흘끔 보며 말했다.“좀 더 얘기할래요?”“하루 종일 자고 나서 무슨 얘기를 더 해요.”시아는 혹시 예전처럼 불면증이 재발한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요즘 너무 불안했던 거였다.“큰 문제는 없어요. 그냥 마음을 좀 놓으세요.”임정훈은 여전히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시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하고 나서 떠났다.차가 부딪쳐서 올 땐 택시를 탔고, 돌아갈 때도 택시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병원 앞에 시우의 롤스로이스가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던 것이다.차 안에 있는 시우는 시아를 보지 않았고, 시아 역시 시선 한 번 주지 않은 채 그 옆을 지나쳐 골목 끝 택시를 부르기 위해 걸어갔다.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택시가 잘 안 잡혔다.오래 서 있다 보니 이상하게도 누군가 계속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심리적인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시아는 자꾸 뒤쪽이 신경 쓰였다.요양원에 도착하자 푹 자고 난 덕인지 기분이 한결 나아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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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남자 하나 못 잡겠어?

승준이 이곳에서 울먹이고 있을 때 은채도 진씨 가문에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녀는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한 시간째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그렇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움직일 수 없었다. 비록 아무도 없다고 하지만 은채의 모든 행동은 감시당하고 있었다.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며 진성호가 들어왔다.싸늘한 눈빛으로 은채의 창백한 얼굴을 훑었지만 그 눈엔 전혀 연민이라곤 없었다. 그런 아버지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일어나서 앉거라.”은채한테 무릎 꿇으라 명령한 것도 진성호였고, 지금처럼 친절하게 손을 내미는 것도 진성호였다.진성호는 겉으론 딸을 아끼는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누구보다 가혹했다.은채의 다리는 떨리고 있었다.“아빠... 잘못했어요.”진성호는 커다란 가죽 의자에 앉아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은채는 계속 말을 이었다.“파마산 땅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게요.”“승준은 이미 그 땅을 주씨 가문 쪽에 넘겼어. 네가 무슨 수를 쓴다는 거지? 응?”진성호의 목소리는 화를 내지 않아도 묵직하게 위압적이었다.“하씨 가문...”은채는 그 이상의 말은 삼켰다.진성호는 내려가 있던 눈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하씨 가문? 이제 와서 하씨 가문 타령이냐? 처음부터 하지호한테 붙으라고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들었으면 파마산 땅을 못 가져와도 지금처럼 진씨 가문이 이렇게 밀릴 일은 없었어.”은채와 승준의 결혼식은 예정대로 치러졌지만 결혼식 당일 벌어진 해프닝으로 인해 양가의 동맹엔 많은 의문이 생겼다.특히 재계 쪽에서는 두 집안의 결합을 불신했고, 이제 승준이 파마산을 주씨 가문에 넘긴 일까지 벌어지면서 완전히 진씨 가문의 체면을 구겼다.“지금 그런 얘길 해봤자 의미 없어요. 어쨌든 파마산은 그렇게 쉽게 주씨 가문에 넘겨지지 않을 거예요. 승준, 절대 그쪽과는 손잡지 못하게 만들게요.”은채는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그 눈빛엔 평소와는 다른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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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이제는 이해했지?

[이게 진짜 내 모습이야.]은채가 보낸 영상과 그 메시지를 본 시아는 꽤 놀랐다.모두가 부러워하는 진씨 가문의 금지옥엽이 사적으로 그런 벌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너랑 승준 사이를 망친 건 어쩔 수 없었어. 이제는 이해했지?][이렇게 내 상처까지 보여주는 건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지만 적어도 너랑은 적이 되고 싶지 않아. 친구가 안 돼도 그렇게까지 미워하진 말아줘.]은채는 몇 개의 메시지를 연달아 보냈지만 시아는 읽기만 했을 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예전 같았으면 누군가가 넘어지면 먼저 손을 내밀었을 시아였지만 이제는 달랐다.지금 은채가 이렇게 상처를 드러내는 것도 결국은 동정을 끌어내려는 계산일 뿐이고, 거리를 좁히고 싶어 하는 술수라는 걸 시아는 뻔히 알고 있었다.그 유치한 덫에 걸릴 생각은 없었다.한편, 시아의 답장을 끝내 받지 못한 은채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이건 시작일 뿐이다.시아는 반드시 자신 쪽으로 끌어들여야 한다.[새아가, 너랑 지호 오늘 꼭 본가로 와. 내가 오늘 절에서 아이 가지게 해달라고 부적 하나 받아왔거든. 오늘 밤 침대 머리맡에 놔야 효과가 있다더라.]며칠째 지호의 얼굴을 보지 못한 시아한테 시어머니 안영의 전화가 걸려 왔다.그 말을 듣자, 지호가 며칠간 사라졌던 걸 안영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어머니, 그건 제가 지호 씨한테 한번 물어볼게요. 요즘 많이 바빠서요.”시아는 애써 둘러댔다.[바빠도 그렇지, 집에 들어오는 게 더 중요하지. 이보다 중요한 게 어딨니. 그냥 내 명령이라고 해.]안영은 늘 그렇듯 단호하고 위압적이었다.사실 시아는 지금 지호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그 말을 전할 길도 마땅치 않았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시아는 쓴웃음을 지었다.이 결혼생활도 하루하루 줄어가고 있는 마당에 무슨 아이 타령? 그 정성을 괜히 낭비한 것 같았다.그래도 시어머니의 말은 무시할 수 없었기에 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받는 사람은 지호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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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그렇게 급해?

시아는 병원에 입원했고, 주영식을 비롯한 가해자들은 경찰서에 넘겨졌다.지호가 병실에 들어섰을 때 시아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 게임을 하며 흰색 발끝을 침대 끝에 흔들고 있었다.어찌 보면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그 모습을 본 지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동시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하지만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오자 곧 얼굴이 굳어졌다.평소와는 다른 차가운 기운이 퍼졌다.시아는 고개를 들지 않아도 그 기류를 느낄 수 있었지만 아무 말 없이 게임에만 집중했다.지호는 그녀가 하는 게임을 슬쩍 훔쳐봤다.옛 게임 ‘지렁이 키우기’였다.‘이 게임... 요즘 애들도 안 하는 거 아냐?’지호는 겉옷을 여자 침대 위에 툭 던지고는 길게 뻗은 다리를 포개어 옆 의자에 앉았다.“어디 다쳤어?”“안 다쳤어요.”시아는 여전히 눈도 안 돌리고 열심히 게임만 하고 있었다.지호는 병원에 오기 전, 이미 의사에게 상태를 들은 바 있었다. 정말 다친 데는 없었다.그런데도 지호는 일부러 다시 물었다.“안 다쳤는데 왜 누워 있어?”“그냥... 겁 좀 주려고요.”시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지호는 여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경찰서에서 들은 내용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그딴 인간이, 이런 걸로 겁먹을 것 같아?”“몰라요. 근데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시아가 게임에 집중하면서도 대화는 끊기지 않았다.상황 파악과 감정 조절이 동시에 되는 게 역시 그녀였다.재계에서 구승준이 유명하다지만 비서라고 하면 강시아는 그보다 더한 인물이었다.요즘은 아예 여러 곳에서 시아를 영입하려고 한다는 말도 들려왔다.가십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데려가려는 회사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시아는 모두 거절했다.그 이유가 또 걸작이었다. 비서는 이미 정점까지 왔으니 이제는 최고의 사모님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그 말 한마디로 모든 스카우트 제안을 정리했다.감히 그 말을 듣고 손을 내밀 회사는 없었다.시아의 말 한 줄은 곧 지호의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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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혹시 나한테 마음 생긴 거야?

시아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응?”지호는 등을 의자에 깊이 기댄 채 어딜 가든 늘 그렇듯 느긋하고 나른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주씨 가문 괜찮은데 당신이랑은 안 어울려.”여기까지 얘기하면 지호가 말한 ‘다음 자리’가 뭔지 시아도 눈치를 챘다.지호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이번엔 확실히 시아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하지만 시아도 굳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어울리는지 아닌지는 해봐야 아는 거잖아요.”시아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인정하자 지호의 가슴 어딘가가 스쳐 지나갔다.“그렇게까지 급해? 3개월 중에 아직 두 달 하고도 20일은 남았는데. 게다가...”지호는 말을 잠시 끊고는 천천히 이어갔다.“주씨 가문이 괜찮긴 해도, 하씨 가문보다 나은 건 없어. 그렇게 옮겨 다니는 거... 별 의미 없잖아.”시아는 맑고 또렷한 눈동자로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럼 더 좋은 제안이나... 사람이라도 있어?”‘진짜 사람 열받게 하네.’지호는 손에 낀 반지를 돌렸다. 결혼식 날, 시아가 지호의 손에 직접 끼워준 반지였다.“왜 그냥 하씨 가문 사모님으로 노력하지. 중간에 옮겨 타는 거 꽤 번거로워.”시아의 입꼬리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화려한 미모에 평소보다 훨씬 생동감이 더해졌다.“정해진 결말이라는 걸 알면서 뭐 하러 애써요?”“어떻게 알아? 해보지도 않고?”지호는 셔츠 깃을 살짝 잡아당기며, 병실 공기가 괜히 건조하고 갑갑하게 느껴졌다.“굳이 해봐야 알아요? 무슨 역할을 맡은 줄 모르겠어요? 나랑 결혼한 이유, 잊은 거 아니죠?”미아의 모습이 시아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미아, 반응이 보인다며?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여자인데, 설마 그 여자 서운하게 만들겠어요? 그럼 난 당연히 밀려나는 거고, 그럴 거면... 미리 갈 길 준비하는 게 나쁘진 않잖아요.”구영시 ‘최고의 비서’답게 모든 계산이 논리 정연했다.지호는 순간 착각했다. 이거 결혼한 게 아니라 어디 거래를 맺은 느낌이었다.그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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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말 좀 전해줘

[새아가, 몇 시에 오니? 네가 좋아하는...]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안영은 친절하게 물었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호가 끊었다.“또 보약 끓였죠?”[아들, 지금 시아랑 같이 있어? 둘이 언제 집에 올 거야?]안영은 기분이 좋은지 목소리에 들뜬 기색이 묻어났다.“안 가요. 그 국은 어머니가 드세요. 운 좋으면 아버지랑 애도 생기겠네요.”지호의 농담에 시아는 입꼬리를 실룩였다.안영은 말도 안 되는 그 말에 한바탕 욕을 퍼부었다.[넌 입만 열면 똥이야, 전화 바꿔, 시아 좀 바꿔줘!]“나도 듣기 싫은 걸 걔가 왜 들어야 해요?”지호는 자기 엄마한테도 말대답 하나는 정확했다.시아는 직접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통화 내용은 다 들렸다.하지만 그냥 모른 척했다. 애초에 번거로우니까 지호한테 넘긴 거였다.“됐고요. 우리 지금 한창 좋은 분위기니까 손주 보고 싶으면 인제 그만 잔소리 좀 하세요. 전화 끊는 게 부적보다는 나아요.”지호는 전화를 끊고는 시아를 바라봤다.“앞으로 우리 어머니 전화 받고 싶지 않으면 안 받아도 돼. 용건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라고 해.”지호는 이런 부분에서 확실히 지켜주는 편이었다.“알았어요. 고마워요.”시아는 여전히 예의는 차리되 여전히 거리감 있는 말투였다.지호는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시아는 옆으로 몸을 살짝 피하더니 병상에서 내려와 옆쪽 소파에 앉았다.“당신 바쁜 거 아니었어요? 나 괜찮으니까 이젠 가봐요.”말인즉 이제 나가라는 뜻이었다.“혹시 누가 오는데 내가 방해될까 봐 걱정돼서 그래?”지호는 괜한 상상을 펼쳤다.시아도 말을 이었다.“맞아요. 조금 그래요.”시아의 직설은 항상 예고 없이 훅 들어왔다.“겨우 석 달도 못 기다려? 지금부터라도 나 엿 먹이고 빨리 다음 자리로 옮기려는 거야?”“그럼 내 바람대로 언제쯤 해주려고요?”시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지호의 가슴을 콕콕 찔렀다.이쯤 되니 시아는 독설이 은근히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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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사과드리러 왔습니다

[똑딱, 똑딱... 똑, 똑, 딱, 딱...]진오는 한 시간 내내 열창하다가 결국 요절복통할 듯한 소리로 마무리했다.눈동자는 지호 얼굴 위를 백 번은 돌고도 남았다. 학창 시절 눈 운동 했던 횟수를 오늘 하루 만에 다 채운 셈이다.전화 받고 온 자리였지만 막상 도착하니 지호는 말 한마디 없이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왜 앉아 있는지는 진오도 안다. 딱 봐도 현장 검거하려고 기다리는 것이다.하지만 현장 검거라는 말은 차마 지호 앞에서 입에 올릴 용기가 없었다.“지호야, 나 잠깐 화장실 좀.”진오는 방광이 터질 듯한 상태였다.지호는 대답 없이 흐느적거리며 반쯤 누운 자세로 앉아 있었다.살아는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기척도 없고, 죽은 건가 싶을 정도로 눈은 또렷하게 떠 있었다.진오는 조심히 차 문을 열고 발을 내디디면서 말했다.“지호야, 전에 내가 너 오해한 거 사과할게.”“응?”지호는 코로 짧게 반응했다.“너 그 여자 진심으로 좋아하긴 하는구나.”진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진짜 진심.”“화장실 가지 말고 안과나 가봐.”지호가 툭 내뱉었다.진오는 피식 웃었다.“하, 너는 진짜 입 하나는 안 꺾인다.”말을 마친 진오는 고개를 한번 저으며 차 문을 닫으려다 멈칫했다.그러고는 순식간에 차 안으로 다시 뛰어들었다.“야, 진짜 왔다. 진짜로 왔어!”지호는 여전히 게으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확실히 차가워졌다.검은 롤스로이스가 지호 차 맞은편에 멈췄다.자동으로 열린 문에서 검은 코트를 입은 주시우가 내렸다.비서가 선글라스를 건넸지만 주시우는 손짓으로 거절하고는 곧장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주씨 가문에서 돈 줘도 못 부른다는 양반이 직접 찾아왔다고? 와, 네 와이프가 쟤한테 뭐라도 먹였냐?”진오의 방광은 이미 호기심에 완전히 밀려난 상태였다.지호는 몸을 살짝 일으켰다.“궁금하면 네가 가서 확인해 보던가 그걸 나한테 왜 물어.”진오는 지호를 흘긋 바라보았다.“참지 말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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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얼마나 더 살고 싶으세요?

시아는 순간 아주 놀라웠다.주씨 가문은 유서 깊고 엄격한 집안이었다.집안 사람 중 누가 실수를 하면, 당연히 가주인 시우가 책임을 져야 했다.사과할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정중하고 진심 어린 태도는 예상 밖이었다.그 특유의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와도 어딘가 상반되었다.사람은 겉만 봐선 안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또 잘못 판단했던 것 같다.“그 사과, 받아들이겠습니다.”놀라기는 했지만 시아는 굳이 격식 차리진 않았다.오늘 주영식이 시아를 병원까지 몰아붙이지 않았다면 미리 대비하지 않았을 경우 팔이 아니라 다리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이렇게 말끔히 앉아 이야기하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시우는 허리를 펴고 조용히 옆 소파에 앉았다.막 인사를 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가주의 위엄과 여유가 공간을 단번에 장악했다.군자는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사람도 드물다.“강강시아 씨.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보세요.”시우는 다른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이었다.시아 역시 시간을 끌지 않았다.“주 대표님이 직접 사과까지 하셨으니 이 일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만 주영식 씨가 권력을 이용해 사람을 괴롭힌 만큼, 그에 상응하는 처벌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주 대표님이 사사롭게 넘기지만 않으셨으면 합니다.”주씨 가문은 유난히 결속이 강했고, 외부 사람에겐 벽이 높았다.사건이 터져도 대부분 내부에서 조용히 정리했다.주영식이 저지른 오늘 같은 일도, 시우가 전화 한 통이면 금세 사라질 수도 있다.“네, 좋아요.”시우는 단호하게 답했다.“한 가지 더 있는데, 원래는 굳이 부탁 안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오셨으니 부탁드려야겠네요. 주영식 씨에게 물어봐 주세요. 저를 공격하라고 누가 부추긴 건지...”시아의 말에 시우의 눈빛이 순간 깊어졌다.그는 오늘 일을 단순히 주영식의 감정 폭발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시아는 그보다 훨씬 깊은 층까지 꿰뚫고 있었다.이런 여자는 확실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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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네 가지 행운

“오해는 마세요. 우리 대표님은 아무 이유 없이 물건을 주는 분이 아닙니다. 이번 건 어디까지나 보상일 뿐이에요.”비서 주호식이 다시 한번 설명했다.말은 설명이지만 뉘앙스는 분명했다. 괜한 의미 부여 말라는, 냉소적인 선 긋기였다.‘주영식이 무례한 줄만 알았더니...’‘주호식 역시 입도 가볍고, 속도 좁은 사람이구나.’‘주시우 곁에 믿고 맡길 만한 하나도 없어.’시아는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았다. 대신 시우의 눈을 곧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보상하시려면 다른 방식으로 해주세요.”“강시아 씨. 우리 대표님한테 조건 따지는 사람, 그렇게 흔치 않아요.”시우가 입도 떼기 전에 비서가 먼저 불쾌감을 드러냈다.속이 좁은 사람은 큰일을 못 한다.시아는 그런 사람이 시우 곁에 있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였다.시우가 호식에게 경고의 눈빛을 던지자 그제야 입을 다물었고, 시아를 향해 물었다.“어떤 방식을 원합니까?”시아는 조용히 시우 곁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석 달 후, 주 대표님의 비서가 되고 싶어요.”지호가 말했던 게 맞긴 했다.시아는 ‘다음 자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만 지호가 생각한 그런 ‘다음 자리’는 아니었다.지금 그녀는 외할머니 곁을 지키고 있지만 평생 일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었다.왜 하필 주씨 가문이냐면 그만큼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호식의 입꼬리가 그 순간 불쾌하게 씰룩거렸다.‘내 앞에서 내 자리를 노려? 이 여자 뭘 믿고 이러는 거야.’그리고 그 순간, 왜 주영식이 시아를 공격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시아는 정말 사람 속을 긁는 재주가 있다.“강시아 씨. 우리 대표님 비서를 하시려면 일단 성부터 바꾸시죠?”호식이 비꼬듯 말했다.시아는 그 말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시선을 오직 시우에게만 두었다.시우의 대답을 기다렸다.시우는 차가운 이목구비에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무표정할 땐 주변 공기를 얼릴 만큼의 위압감이 느껴졌다.겉으론 아무 감정도 없는 듯했지만, 시우와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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