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691 - Chapter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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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이경은 또 윤세현을 버리고 떠났다.화가 난 윤세현은 그녀가 머물고 있는 방 안의 남자를 찾기 위해 뛰쳐나갔다.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그 남자가 이경을 방에 남겨둔 게 아니라, 이경 스스로가 그 남자의 방에 남아 있는 것이었다.윤세현은 도저히 그녀를 용서할 수 없었다."나리, 듣기로는 두 분께서 새로운 무기를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한 번에 다섯 발의 화살을 쏠 수 있고, 살상력도 매우 강하다고 합니다."청지가 다가와 그에게 설명했다.사실 구공주와 남백문 사이에는 정말 사적인 정은 없었다. 다만 남백훈은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기는 했다.이 점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비록 지금 그는 상처가 깊어 몸이 허약하긴 하지만, 소문에 따르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의 손은 여전히 매우 민첩하다고 했다."무슨 무기?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나도 만들 수 있어."미친 여자, 기어코 나를 화나게 만들려는 거지!그나저나 무기를 만든다고? 그럼 낮에 만들면 안 돼? 꼭 밤에 만들어야겠어?"나리, 공주 마마께서는 정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계십니다. 이 이틀 동안은 너무 바쁘셔서 무기에 손쓸 틈도 없으셨습니다…""조용히 해! 나도 알아!"이경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는 건 북란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무연에게 배신당하고, 연회에서 이서영이 온갖 체면까지 다 세우는 바람에, 혹여 이경이 홀로 숨어 슬퍼하고 괴로워하지는 않을까 생각했었다.그래서 윤세현은 진작에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자신의 품을 그녀에게 내어줄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하지만 이경은 슬퍼하기는커녕 돌아서자마자 다른 남자의 방으로 달려가, 비밀리에 어떤 연구 설계를 하고 있었다.날 아예 죽은 사람 취급하는 거잖아!"당장 가서, 그 년을 잡아와!""하지만 나리, 마마께서는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내가 고독이 발작해서 죽어가고 있다고 전해!""…"청지는 도무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눈앞의 이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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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나한테 계획이 있어."이경은 다소 귀찮아 보이는 표정으로 그를 흘깃 보았다."가서 전해. 할 일 없으면 성벽 위나 돌아다니면서 창랑의 정찰병들이나 위협하라고.""공주 마마, 협상하려는 게 아니었습니까?"청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세자가 너한테 얘기하지 않았어? 탁서의가 어쩌면 순종적인 아들이 아닐 수도 있다고?"탁서의는 여전히 변수가 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이경조차 그를 확신할 수 없었다.이번에 북란관을 공격한 건 탁서의와 북진의 둘째 황자가 함께 꾸민 연합 작전이었다.이경이 아는 탁서의는 코앞에 놓인 고기를 쉽게 포기할 성격이 아니었다. 잔혹하기 그지없는 성격의 탁서의가 흔쾌히 협상에 동의할 리도 없다고 생각했다.청지도 마찬가지로 그 점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오래간만에 잠시 평온한 시간을 얻은 만큼, 당분간은 전쟁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앞으로 닷새 동안은 평화로운 날을 보낼 수 있었다.그동안 준비를 하긴 해야 하지만, 적어도 잠시 숨 돌릴 기회는 생긴 셈이었다."얼른 가지 않고 뭐 해?"이경이 청지의 정강이를 툭 찼다.그제야 청지는 세자에게 성벽 순찰을 청하러 갔다.이경은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그런 방식으로 고독을 억누르는 게 과연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방 안에는 남백훈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하고 핏기가 없어 보였다.병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오늘 밤 기어코 연회에 참석했던 그는 이미 완전히 지쳐 있었다.무기를 연구한다고 하긴 했지만, 사실은 이경이 홀로 설계도를 그리고 설명해 주고 있을 뿐이었다.남백훈은 적어도 몸 상태가 좀 나아져야 직접 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그의 질문에 이경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더 나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 한, 지금처럼 이런 방식으로 윤세현을 자극해 매일 뛰어다니게 만드는 게 어쩌면 전처럼 하루 종일 창백한 얼굴로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다만 그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모두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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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사정이 있다 한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이경은 눈썹을 추켜올리며 무심하게 웃었다.그 모습에 남백훈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원래 그렇게… 냉정한 사람이었어?""나 원래 이런 사람이야. 이제 알았어?"이경은 더 이상 그와 이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도무지 집중해서 설계도를 그릴 수가 없었다."할 일 없으면 무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될지나 연구해 봐. 지금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어. 내일 아침에 바로 장인들한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해.""너…"사실 남백훈은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었다.그러나 갑자기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가 아는 이경은 쉽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었다.기쁠 때는 언제나 함께 나누는 것을 주저하지 않지만,화가 났거나 슬플 때는 혼자서 감당하는 편이었다.아주 고집스럽게도.하지만 그녀가 그럴수록 남백훈은 더욱 그녀를 알아가고 싶어졌다.그러나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남백훈은 고개를 숙여 이경이 그린 설계도와 각 단계별 분해도를 내려다보았다.그동안 수많은 무기들을 사용해 보긴 했지만, 한 번에 다섯 발의 화살을 쏘는 무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이런 무기가 일단 세상에 나오게 된다면, 또 하나의 역사적인 일이 될 것 같았다.하지만 이경은 이런 일조차 그저 평범하게 여기는 듯했다.전혀 신기해하는 기색이 없었다.남백훈의 시선은 다시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진지하게 일하는 이경의 눈빛에는 조금의 장난기도 없었다.그림을 그리든 생각을 하든, 그 작은 얼굴에는 항상 신비로운 빛이 흘러넘쳤다.두 사람은 손을 뻗으면 거의 닿을 듯할 정도로 가깝게 서 있긴 했지만,남백훈은 내심 이경이 하늘 끝에 있는 것처럼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졌다.바로 그 순간,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손가락이 움직인 순간, 그는 곧바로 다시 손을 거두어들였다.가슴 쪽에서 다시 격한 통증이 밀려왔기 때문이다.그는 주먹을 꽉 쥔 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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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떠날 거면,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내 앞에 나타나지 마."이경은 계단을 내려와 뒤뜰을 가로질렀다.그러나 그녀는 남자를 향해 간 것이 아니라, 약방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그녀는 여전히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이미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설계도를 완성했으니 내일 아침 형제들을 위한 약재를 준비하러 가야 했다.홀로 대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이 어린 여자아이가 요 며칠 동안 쉰 시간을 전부 합치면 과연 두 시간이나 될까?무연은 다시 기침을 했다. 이번에는 피가 섞인 가래가 나왔다.그는 급히 소매로 닦아내며, 앞서 걸어가는 이경이 보지 못하게 했다.그는 원래 바로 돌아가려 했었다. 그러나 이경이 잘 지내는지 보고 싶었다.혹시 화가 났는지? 크게 실망했는지? 영원히 용서해 줄 생각이 없는 건지?그녀를 찾아갈 용기가 없었던 그는, 그저 멀리 떨어진 나무 아래 서서 방문 너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렇게 한참 넋을 잃은 채로 본 탓에, 이경이 문을 나서는 순간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었다.게다가 오늘 밤 몸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아, 경공을 쓰기가 어려워서 재빨리 몸을 숨기지도 못했다.이경은 약방으로 들어갔고, 무연은 문가에 선 채 감히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다시 두어 번 기침을 한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피 냄새가 가득했다."누가 너를 다치게 한 거야?"이경은 한편으론 약재를 준비하며 물었지만,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무연은 그녀가 사람의 기색을 정확히 살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렇기에 자신이 다친 사실을 그녀에게 숨길 수 없었다.그러나 그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분주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이경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녀의 손에 쥐어진 약재들은 마치 영혼이라도 깃든 것처럼, 이경이 아무렇게나 던져도 저절로 분류되었다.무연은 이렇게나 뛰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이경의 손가락은 마치 저울 기능을 자체적으로 갖춘 것 같았다.아무렇게나 집어 올려도, 집어 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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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괜찮아!"놀란 무연은 황급히 몸을 피했지만, 이경은 기어코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무연은 등에 상처를 입은 데다가 계속 피를 토하고 있었다. 분명 내상을 입은 것이다.아주 심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훗날 후유증이 남기 쉬웠다.이 시대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무술을 수련하며 단련해 온 몸만 믿고, 내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죽지만 않으면 다들 큰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그러나 의사인 이경은 후유증 같은 것에 특히나 민감했다.그녀는 단번에 무연의 손목을 움켜쥐었다.천천히 맥을 짚어보려는 순간, 무연이 피해 버렸다.그는 이경이 자신을 원망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했다.그러나 그는 그녀의 동정과 연민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공주…""역시 여기 있었네."그 순간 이서영이 천천히 들어섰고, 실랑이를 벌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굳어졌다."아직도 이 년이랑 엮이고 싶은 거야? 나를 배신하려는 거야?"순간 무연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눈가에는 한 줄기 어두운 빛이 스쳤다.결국 그는 조용히 이경의 손을 밀쳐냈다. 그 깊은 눈동자에는 더 이상 한 점의 빛도 남아 있지 않았다.침울한 표정의 무연은 이서영의 곁으로 돌아갔다.그런데 바로 그때, 이서영은 손을 들어 그의 따귀를 때렸다.무연이 저도 모르게 손으로 막으려 하자, 이서영은 잔뜩 노한 채 말했다."막아 봐! 어디 한번 해 봐!"일단 막기만 하면, 뒤이어 따귀는 열 배로 늘어나 무상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그 생각에 무연의 마음은 가라앉았고, 들어 올렸던 손도 거두어들였다.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따귀 소리는 매우 크고 맑게 울려 퍼졌다.무연은 피하지도 막지도 않았다. 입가에서는 계속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더 이상 숨길 수도 없게 됐다.그는 소매를 들어 피를 닦아냈다. 그나마 멀쩡했던 부분에도 이제 더 이상 어떠한 생기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이경은 주먹을 꽉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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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윽…"이서영은 이경의 한 수에 급소 혈도가 막혀 버렸다.그녀는 벌벌 떨며 즉시 무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그러자 이경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손가락을 길게 뻗어 무연의 목덜미를 잡았다.곧이어 무연의 혈도를 짚어 주었다.눈앞의 장면에 이서영은 두 눈을 부릅떴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졌다는 게 전혀 믿기지 않았다.저 천한 년이, 무연의 혈도를 짚어 줄 생각을 하다니. 역시… 저 사고방식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비록 이서영은 이경을 죽도록 미워하긴 했지만, 이경이 엄청나게 똑똑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녀는 누구보다도 똑똑한 사람이었다."윽…""내가 너 멍청하고 못됐다고 했지. 전에는 내 말 믿더니."이경은 이서영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미소를 보였다.그 차가운 미소는 머리끝이 서늘해질 정도로 소름 돋는 미소였다."이런 상황에 냉전을 돌려보내고 홀로 나를 찾아오다니. 이건 스스로 죽음을 자처하는 거나 다름없지 않나?"이경은 갑자기 손을 뻗어 이서영의 옷깃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윽…"이서영은 너무나 두려웠다. 그녀는 이경이 얼마나 무서운 면을 가지고 있는지 이미 깜빡 잊고 있었다.벌벌 떨렸지만, 구조를 요청할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반항하려 했지만, 그녀의 손에 한 대 얻어맞은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이 년이! 이 년이 감히! 대체 무슨 자격으로?난 엄연히 남진의 전하야! 네 년이 무슨 자격으로 날 때려!"나를 죽이고 싶지? 그나저나... 네 곁을 지키던 고수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이서영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어쩌다가 냉전을 자신의 곁에서 떠나게 만든 걸까. 이는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짓이나 다름없었다.만약 냉전이라도 곁에 있었다면, 이경이 자신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지는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그제야 자신이 방심했다는 걸 깨달았다.비록 그날 냉전은 이서영을 화나게 하긴 했지만, 그는 어떻게 되었든 자신의 목숨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지 장군은 바로 그의 의부이고,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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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무연은 이경을 다시 보고 싶었지만, 끝내 용기가 나지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 말이… 없어.""그 말은 즉, 넌 이제 정말로 저 여자의 사람이 됐다는 거야?"이경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무연은 이경이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다만 그는 그녀의 눈동자에 스친 허탈함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날카로운 손톱은 진작에 그의 손바닥 살을 파고들었고, 손가락 사이로는 핏줄기가 스며나오고 있었다.사실 그는 이서영의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었다."미안해…"그의 등 뒤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약방의 문이 닫혔다.이경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그는 자신이 어쩌면 이경에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안개 같은 존재일 거라 생각했다.이경은 이미 그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그는 그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결국 무연은 이경이 자신을 버린 거라 생각했다.무연의 가슴속 고통은 등 뒤의 상처보다도 백 배, 천 배는 더 아팠다.너무 아픈 나머지 그는 가슴을 움켜쥐었고, 허리조차 펴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이경은 더 이상 그를 원하지 않았다. 완전히 버린 것이다.찬바람이 불어와 마른 나뭇잎 하나가 그의 몸에 떨어졌다. 그 나뭇잎은 그를 숨 막히게 짓누르는 듯했다.겨울이 다가오면, 마른 나뭇잎 하나도 얼마든지 사람을 짓누를 수 있다는 말이,그 말이 정말로 사실일 줄이야.곧이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연은 땅에 쓰러졌다.그는 그렇게 완전히 어둠에 잠겨 버리고 말았다...…한편 이서영은 비틀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문을 지키던 궁녀와 호위병들은 몹시 긴장해 어떻게 된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이서영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화만 낼 뿐이었다.그녀는 차마 자초지종을 전부 말할 수가 없었다.그동안 이경의 광기를 너무 얕잡아 보았다.이경은 충분히 이성적이라 자신에게 함부로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뜻밖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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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전하?"이서영의 방이 너무 큰 나머지, 문에서 침대까지 휘장뿐만 아니라 병풍까지 가로막고 있었다.그리하여 호위병들은 안의 상황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침대 위에 앉아 있는 전하의 모습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그런데 방금 전, 그들은 분명 매우 큰 비명 소리를 들었다.호위병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다가서려 했다.이서영의 목을 누르고 있는 영은은 손가락에 더욱 힘을 주었다.이서영은 너무나 아팠다.아픈 나머지 하마터면 또 비명을 지를 뻔했다.그러나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괜찮아!"애써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비켜!"호위병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물러나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전하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다소 이상하게 들렸기 때문이다.영은은 다시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이서영은 순간 심장이 조여드는 듯했고, 크게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내 말 못 들었어? 꺼지라고!"냉전이 없으면 남아 있는 호위병들은 영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지금으로서는 냉전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조를 요청해야 했다. 그렇지 않고 바로 나섰다가는 영은이 언제든 이서영을 죽일 수 있었다.호위병들은 벌벌 떨며 마침내 물러섰다.이서영의 몸은 여전히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고, 등뼈마저 굳어 있었다."다… 다들 나갔어. 이제는... 나를 놓아줘야지?""내가 왜 너를 놓아줘야 하는데?"뒤에서 들려오는 영은의 목소리는 매우 차갑고 음산했다.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죽음의 기운 같았다.한 마리의 독사처럼, 사람으로 하여금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너… 너 대체 뭘 하려는 거야?"이서영은 정말로 두려웠다.영은은 수단이 잔혹할 뿐만 아니라, 이미 얼굴까지 망가져 사람도 귀신도 아닌 꼴이었다.너무나 무서웠고, 얼핏 보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네가 한상궁을 시켜 직접 사람을 보내 나를 죽이려고 했지? 작전이 실패하자, 대내 호위병들까지 파견해 끝까지 추격해 죽이려 했잖아."영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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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나비 모양의 반점이 있다고?"너... 그게 무슨 뜻이야?"이서영은 순간 목이 막혔다.내가 바로 남성의 딸이야! 심지어 날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이경도 대전에서 직접 증명해 주었다고!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어디 있다고?설마 이경이 그렇게 호의적으로 날 도와줄 리는 없잖아?이 년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하, 이경 그 멍청한 년이 대전에서 너한테 실험을 해 줬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어."영은은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었다. 마치 사방에 귀와 눈이 달려 있는 듯했다.이서영은 스스로가 정말 남성의 딸이라고 믿어 오면서, 영은을 죽여 모든 것을 끝내려고 했다."넌 남성의 딸이 아니야. 넌 사실 경비의 아이이자 궁 안의 구공주였어!"영은은 침대에서 내려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스스로 찻잔에 차를 따라 마셨다.이서영은 구조를 요청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영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래서 일단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영은을 보긴 했지만, 감히 그녀의 얼굴까지 똑바로 볼 수는 없었다.비록 검은 가면을 쓰고 있긴 했지만, 일부 흉터가 가면 밖으로 드러나 있어 정말 소름 끼칠 정도였다.그나저나 내가 경비의 딸이라고?"아니야…""내가 말했잖아. 남성의 진짜 딸은 허리 옆에 나비 모양의 반점이 있다고. 너한테 있긴 해?"이서영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감쌌다.대체 무슨 반점? 그녀에게 그런 건 전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이미 수없이 많은 검증을 거쳐 왔다.그 검증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가?"하지만 지금은 네가 남성의 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나랑 협력하지 않으면 너는 반드시 죽게 된다는 거야.""너랑… 협력하라고?"이서영은 두 눈을 부릅떴다.설마 영은이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가 복수하려는 게 아니었다고?영은은 이서영을 뚫어져라 주시했다.사실 그녀는 정말로, 이 멍청하고 의리 없는 이서영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일단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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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이 세상에 이서영이 두려워하는 여자는 딱 두 명이 있다.한 명은 이경, 원망스러우면서도 두려운 존재였다.그리고 다른 한 명은 바로 영은이었다. 그녀는 보기만 해도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로 무서웠다.그나저나... 만약 남성의 딸이 정말로 아직 살아 있다면...이서영은 그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순간 자신이 차라리 남성의 딸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다.그렇지 않으면 죽임을 당할 수도 있으니.영은이라는 독사에게 표적이 된 사람은 반드시 죽임을 당하게 된다.허리 옆 나비 모양의 반점이라…그런데 이서영의 아주 먼 기억 속에, 어렴풋이 그런 장면이 있는 듯했다.당시 궁중에서 여러 아가씨들과 함께 온천에 갔을 때, 그녀는 누군가의 허리 옆에 실제로 점이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하지만 당시에는 거의 모든 공주와 군주들이 함께 갔고, 몇몇 권세 있는 대신들의 딸들도 함께했었다.대체 누구였을까?설마, 남성의 딸이 정말로 아직 살아 있는 건가?당시 이언이 정말로 남성의 진짜 딸을 바꿔치기라도 한 걸까?그렇다면 그 딸은 지금 어떤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그리고, 어렸을 적 온천에서 비슷한 반점을 본 적 있다는 이 사실을 영은에게 알려야 하는 걸까?이서영은 눈앞의 이 무서운 여자를 바라보며, 한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과연 그녀에게 말해야 할까?그 반점을 가진 여자는 대체 누구인 걸까?공주인 건가?이서영이 여전히 기억을 더듬고 있을 무렵, 영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나한테 병사 삼백 명만 보내. 북란성 북쪽 성문을 지키게 할 거야. 그리고 다른 삼백 명을 파견해 성 안을 수색하게 할 거야.""왜?"북쪽 성문은 남진 내부의 성과 연결되어 있고, 적이 침범할 일도 없는데 그것을 왜 지킨다는 거지?그러자 영은은 눈을 가늘게 떴고, 그 눈동자에는 한 줄기 살기가 스쳤다."남성의 친딸에 대한 비밀을 아는 자들이 아직 더 있어."그 순간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영은이 쥐고 있던 잔이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그들을 꼭 찾아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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