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681 - Chapter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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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이서영은 어안이 벙벙했다.아무리 그래도 장암은 엄연히 고수인데, 어떻게 이경의 장풍 한 번에 기절할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땅에 쓰러진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한편 이경은 이서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었다.이서영은 놀라서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여전히 배가 너무 아팠다.“나한테 해독제 한 알이 있어. 먹고 나면 배가 아프지 않을 거야. 하지만…”마지막 말에, 해독제를 건네받은 이서영은 순간 멈칫하며 당황한 듯 이경을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녀는 정말 너무나도 아팠다.궁중에서 몸을 사리며 호의호식하고 십여 년을 살아온 사람이라, 조금의 고통도 견뎌 낼 수 없었다.이 고통은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완전히 넘어섰다.비록 그녀는 이경이 좋은 의도로 해독제를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윤세현은 자신이 이경에게 독살당하는 것을 눈뜨고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거라 믿었다.자신은 남성의 딸이기도 했으니까.일단 지금은 고통을 덜어 내는 게 먼저였다.이경은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이 해독제는 그저 잠깐 고통만 덜어 줄 뿐이야. 열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알약을 먹지 않으면, 더 심한 고통이 찾아올 거야.”이내 이서영은 바로 그 해독제를 삼켜 버렸다.일단은 배의 고통을 덜어 내는 게 먼저였으니.그나저나 이경이 건넨 약이 이렇게나 강력할 줄이야.해독제를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완전히 가뿐해졌다.배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더 이상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너...”이서영은 몹시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이경이 너무나도 두려웠다.그녀는 그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윤세현은 자신을 지켜 주긴 하겠지만, 그저 죽지 않게끔 도와줄 뿐이라는 것을.그는 자신의 목숨만 보장해 줄 수 있을 뿐, 이경이 자신을 괴롭히는 것까지 막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윤세현은 이경을 만난 이후로 일을 점점 더 제멋대로 하기 시작했다.마치 자신의 어머니가 윤 씨 가문에 베푼 은혜는 이제 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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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그러나 이서영은 그에게 무언가를 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창랑대왕이 이미 자신들의 포로가 된 상황이었다.마치 도마 위의 물고기처럼, 그들은 그를 얼마든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었다.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창랑대왕을 돌려보내지 않는 한, 창랑 병사들은 감히 습격하지도 못할 것이다.그렇기에 이서영에게 있어서는, 창랑대왕을 진성까지 데려가 할마마마께 바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그렇게 되면 북란관의 전투도 일단락되는 셈이었다.장차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설령 창랑대왕을 죽여 창랑 대군이 계속 북란관을 쳐들어온다 해도 그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일단 전공만 세우면, 앞으로 다시는 이곳에 찾아올 일이 없을 것 같았다.“우린...”“전하의 뜻은, 북란관과 연란관 밖의 그 평원 지대를 창랑성으로 만들고, 앞으로 대왕과 대왕의 백성들이 창랑성 안에 터를 잡았으면 한다는 것입니다.”창랑성.바로 탁서수가 그토록 원하던 북란관과 연란관 밖의, 그 평원 지대였다.그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이경은 그 눈빛 속에 감추어진 감동을 바로 알아차렸다.이서영이 한마디 하려 하자, 이경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결국 이서영은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다시는 방금 겪은 그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나중에 일단 진성으로 돌아가면 가장 먼저 할마마마께 아뢰어, 이 모든 사실을 고발하리라 마음먹었다.비록 이경이 뜻을 전하긴 했지만, 탁서수의 시선은 여전히 이서영에게 머물러 있었다.그러자 이경이 물었다.“전하, 제 말 맞죠?”이서영은 그녀를 흘겨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네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지 뭐. 어차피 여기선 네 말만 통하잖아.”그러자 창랑대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경의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마음 같아서는 정말 이서영을 한 대 때려 주고 싶었다.이서영은 백성들의 안위라고는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그제야 탁서수는 이경에게로 시선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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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이경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벌써 열여섯 살이나 됐어.”탁서수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그는 자신이 고작 열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세자는 왜 네 말을 순순히 따르는 거지?”모든 정황으로 보아, 이 모든 일을 뒤에서 조종한 장본인은 구공주가 분명했다.심지어 그녀는 윤세현조차 통제할 수 있었다.그의 질문에 이경은 씩 웃었다.“내 남자니까.”그 말에 이서영은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뻔뻔한 여자 같으니라고! 어디 감히 멋대로 오라버니를 자기 남자라고 하는 거야? 네가 뭔데?그녀가 가장 화가 나는 점은, 윤세현이 바로 곁에서 듣고 있으면서도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설마, 스스로도 자신이 이경의 남자라고 인정한 건가?탁서수는 당연히 두 사람의 관계가 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그러나 이경이 방금 그 말을 내뱉은 순간, 세자는 반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모든 발언권을 구공주에게 넘겨주고 있었다.그 정황만으로도 그가 구공주를 매우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탁서수는 다시금 눈앞의 구공주를 흘깃 보았다.자세히 보니 곁에 선 전하보다, 구공주가 훨씬 더 지도자다운 풍모를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더 이상 잡생각을 할 겨를은 없었다. 그는 지금 남진 황족의 확실한 승인이 필요했다.그러나 지금 남진 황족의 대표라 볼 수 있는 이서영에게는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당신을 데리고 밖으로 나갈게.”이내 이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손짓했다.“내가 나가는 걸 허락해 준다고?”그러나 곧이어 탁서수는 놀란 감정을 가라앉혔다.이곳 여기저기에는 모두 이경의 병사들이 가득한 데다가, 그는 세자 한 사람을 당해내는 것조차 매우 어려웠다.그러니 그를 밖으로 내보내든 말든, 사실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이경으로서는 전혀 걱정할 일이 없었다.곧이어 이경과 탁서수는 함께 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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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탁서수는 매우 단호한 표정으로 이경을 주시했다.“더 이상 나한테 수작 부리지 마. 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거야!”“난 단지 당신을 데리고 좀 구경시켜 주고 싶을 뿐이야. 죽는 게 두렵지 않다더니, 내가 구경 좀 시켜 주겠다는 게 그렇게 두려워?”이경의 눈빛에는 조금의 거만함도 없었다.그녀는 매우 덤덤한 태도였다.“정말 갈 용기가 없어?”“허튼소리하지 마. 내가 두려워할 게 뭐가 있다고?”그녀의 말대로, 죽음조차 두렵지 않다고 단언했었는데 고작 따라가서 구경하는 게 두려울 리 없었다.이경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먼저 감옥 출구 쪽으로 걸어 나갔다.윤세현은 줄곧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그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이경이 언제든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거리였다.반면 이서영은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았다.애초에 이 감옥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취가 진동하고 피비린내가 코를 찔러,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윤세현이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진작에 도망쳐 나갔을 것이다.그래도 이제 나갈 수 있다고 하니 다행이라 생각했다.이내 그녀는 재빨리 이경보다 앞으로 나아가, 먼저 문을 나섰다.곧이어 청지가 탁서수에게 다가가 말했다.“폐하, 이쪽으로 나가시죠!”탁서수는 여전히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고, 뒤를 돌아 자신의 부하들을 흘깃 바라보았다.다들 굳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비록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있긴 했지만, 사실 누가 죽음을 원하겠는가?대왕이 이렇게 떠나려 하니, 다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심정이었다.그러나 탁서수는 어쩔 수 없이 이경을 따라나섰다.이번에 그를 데려간 곳은 그들의 뒷마당이었다.탁서수는 이경이 자신에게 보여 주려는 것이, 바로 남진의 부상병들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너… 무슨 뜻이야?”탁서수는 뒷마당에 누워 있거나 걸터앉아 있는 부상병들을 바라보며 괜히 긴장했다.“보여? 당신이 보고 있는 이들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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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남진의 장공주 남양, 그 이름을 모르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탁서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에는 조금씩 동요하는 기색이 보였다.이경은 말을 이어 갔다.“이번에 장공주께서 직접 찾아오시지 않은 이유는, 여제 폐하께서 전하에게 명성을 떨칠 기회를 주고 싶어 하셨기 때문이야.”“하지만 아마 여제 폐하께서도 북란관의 형세가 이토록 심각해질 줄은 몰랐을 거야. 알고 계셨다면, 진작에 남양을 보내셨겠지.”“그리고 남양은 자신의 십만 대군을 이끌고 왔겠지.”이번에 이서영은 고작 수만 명의 대군만 이끌고 왔을 뿐이었다. 게다가 전부 새로운 주장과 새로운 병사들로 구성된 부대였다.남경은 남양이 길러낸, 여태 훈련이 잘 된 ‘향양군’을 동원하지 않았다.그 이유 중 하나는 남양에게 더 이상 공적을 쌓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고, 다른 하나는 남양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어서였다.여제는 이서영이 자신만의 군대를 이끌어 내길 바랐다.남양처럼, 자신에게 충성하는 큰 병력을 만들기를 바란 것이다.그러나 새로 구성된 부대는 당연히 전투 경험이 매우 부족했다.그리하여 이번에 성을 지키는 일이 이토록 어려웠던 것이다.“만약 이번에 북란성이 함락된다면, 여제 폐하께서 어쩌면 장공주의 향양군을 풀어 주실 수도 있어.”“훗날 만약 장공주가 정말 부대를 이끌고 이곳으로 온다면, 당신이 과연 그 대군을 막아 낼 수 있을까?”그러자 탁서수는 눈썹을 추켜올린 채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설령...”그러나 이경은 바로 그의 말을 끊었다.“그때가 되면 얼마나 많은 형제들이 죽고,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르게 될지 생각해 봤어? 아직도 얼마나 많은 형제들과 백성들이 고난을 겪어야 그만두려는 건데?”“난...”“북진왕은 무능하기 그지없어서, 실질적으로 황후 척 씨 세력이 조정을 장악하고 있잖아. 그들은 지금 그저 당신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야. 설령 당신에게 약간의 이익을 줄 수 있다 한들, 훗날 그들이 정말로 남진을 병합하는 날이 오면 당신들은 바로 다음 제거 대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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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사실 무연은 계속 창랑 대군 속에 잠복해 있었다.어제 창랑 대왕을 가장 먼저 생포해 직접 세자에게 넘긴 사람도 바로 그였다.그 사실은 하루 만에 북란성 전체로 퍼져 나갔다.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그가 구공주가 적군에 심어 둔 첩자라고 믿고 있었다.그런데… 알고 보니 전하의 사람이었다고?모두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게 말이 돼?전하는 우릴 버리고 혼자 도망친 사람인데, 저 여자가 이번 전쟁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무연은 그저 담담한 얼굴로 제 손에 든 술잔만 바라볼 뿐,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이서영은 내심 다소 불쾌했다.그의 반쪽 가면을 보고 나자 그 마음은 더욱 짙어졌다.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무연은 자신의 명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기에, 차마 버릴 수는 없었다."무연, 이리 와. 내가 직접 가서 너를 끌고 와야겠어?"무연은 잠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그제야 술잔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켜,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그리고 이내 그녀의 곁에 앉았다.무연이 정말로 전하의 사람이었다니!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설마 이 모든 게 구공주의 계획이 아니라, 전하의 계획이었던 건가?무연을 바라보는 이경의 눈빛에도 잠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두 사람… 대체 무슨 사이인 거지?무연은 이서영의 곁에 앉은 뒤로 줄곧 고개만 숙인 채 느릿느릿 술을 마실 뿐이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마치 홀로 고립된 사람처럼 말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서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다. 그 스스로도 이 모든 것이 이서영의 계획이었다고 인정하는 듯했다.이서영은 아래에서 멍하니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웃었다."요 며칠 동안, 여러분께 오해를 끼쳤습니다."오해? 대체 무슨 오해?"사실 저희 북란관 안에는 창랑의 간첩이 있었습니다…"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에서는 술렁임이 번지기 시작했다.사실 어느 곳이든 적의 간첩은 있기 마련이다. 그 자체는 전혀 놀랄 일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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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성주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술잔을 들어 예를 갖춰서 말했다."현명하신 전하께서 이토록 굴욕을 무릅쓰신 것은 오직 저희 북란의 병사들과 백성들을 위해서였습니다.""제가 북란의 모든 백성과 병사들을 대표해 이 술잔을 전하께 올리겠습니다!"그 광경을 보고 나서야 병사들은 이서영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이서영을 향해 잔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전하, 술잔을 올립니다! 전하 만세, 만세 만만세!"이서영 역시 잔을 살짝 들어 올리고는 모두를 향해 웃었다."북란성의 모든 병사와 백성들이 평안할 수만 있다면, 이깟 굴욕이 무슨 대수겠습니까? 함께 한 잔 합시다!""전하 만세! 전하 만수무강하시옵소서!""전하께 술잔을 올립니다!""…"한편 무연의 손은 계속해서 떨리고 있었다.그는 이경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제대로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잔을 든 그의 손은 계속 떨려왔고, 어느새 잔 안의 술이 상을 뒤덮였다.이내 그는 이경이 일어나려는 듯한 기색을 느꼈다.마침내 그녀를 바라볼 용기를 낸 그는 시선을 돌렸지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차갑게 등을 돌린 그녀의 뒷모습뿐이었다.그녀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고, 윤세현 역시 그녀의 뒤를 따랐다.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이 모든 함성과 열기로부터 멀어져 갔다.무연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그의 마음 역시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마음 같아서는 뒤쫓아가고 싶었지만, 막상 그녀를 따라잡은 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는 더 이상 그녀에게 용서를 구할 어떠한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그는 겨우 술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그리고 쓰디쓴 술 한 모금을 힘겹게 들이켰다.…"어디로 가는 거야?"얼마 지나지 않아 밤이 깊어졌고,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던 무연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이경을 찾아가려는 거야?"이서영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이리 와!"그녀는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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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무연은 무릎을 꿇긴 했지만,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진지홍이 급히 나섰다."전하,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소군은 그저 말수가 적고 말재주가 없을 뿐입니다. 하지만 전하께는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있습니다.""그래?"이서영은 궁녀가 건넨 차를 받아 여유롭게 한 모금 마셨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녀는 갑자기 손을 휘둘러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무연의 머리 위로 찻잔을 내던졌다.펄펄 끓는 찻물은 무연의 정수리부터 쏟아져 내렸고, 찻잎과 찌꺼기가 그의 얼굴 위로 흩뿌려졌다."소주!"깜짝 놀란 향란이 재빨리 다가가 닦아주려 했다.그러자 이서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어디 감히 내 남자를 건드려?""그게…"놀란 향란은 급히 무릎을 꿇고 변명했다."전하, 용서하소서. 저는 단지… 단지…""단지 뭐?"이렇게 못난 놈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처자가 있다니.사실 무연의 얼굴 반쪽에는 흉터가 있어 실로 보기 좋지 않았지만, 나머지 반쪽 얼굴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준수했다.이서영은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줄곧 그의 멀쩡한 반쪽 얼굴만 바라보았다.그러다 그녀가 향란을 노려보자, 향란은 공포에 벌벌 떨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그 모습에 이서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어찌 되었든, 내 사람이라는 놈이 이경에게 달라붙은 건 나에 대한 배신이야!"그녀의 시선은 무상에게로 향했다."무 장군, 날 배신한 자는 어떻게 징계해야 하지?"그 말에 무상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가여운 눈빛으로 무연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적인 감정까지 끌어들여서는 안 됐다."마땅히 군법에 따라 처벌하여, 곤장 백 대를 내린 후… 극형에 처해야 합니다.""전하, 노여움을 푸시옵소서!"그러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진지홍과 향란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이서영에게 머리를 조아렸다."전하, 소군은 단지 아직 젊어 충동적일 뿐입니다. 이제라도 자신이 잘못했음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전하, 용서해 주십시오!""전하, 소군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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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그 순간, 무상의 눈이 반짝였다.사실 그는 무연을 대신해서 서른 대의 군장을 맞을 마음까지 있었다.비록 어릴 때부터 무연에게 엄격하게 대하긴 했지만, 그건 모두 장차 무연이 능력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었다.그만큼 그는 무연을 무척이나 아꼈다."전하, 그러면 제가…""서른 대의 군장, 제가 맞겠습니다!"무연은 단호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다."무능한 제가 전하의 마음에 들지 못했습니다. 전하께서 처벌을 내리신 뒤에는 부디 저를 풀어주시길…""꿈 깨!"이서영은 단칼에 그의 요구를 거절했다.그가 떠나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이경의 곁으로 가기 위해서였다.일이 어떻게 순조롭게 흘러갈 수 있겠는가."무 장군이 이미 나한테 다 얘기했어. 네 아버지께서 임종하시면서, 네가 평생 내 곁을 지키게 하겠다고 맹세하셨다고. 그런데, 지금 네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려는 거야?"순간 무연은 움찔했다. 가슴 한가운데로 깊고 날카로운 통증이 스며들었다.아버지의 임종 유언은 그 역시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러나 그는 이서영을 지키고 싶지 않았다. 그는 전하의 소군이 되고 싶지 않았다."하, 정 떠나고 싶다면 그렇게 해. 대신 무 장군더러 목숨을 내놓으라고 해!""전하!"얼굴이 굳어진 무연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무 장군이 온 정성을 들여 널 키운 것으로 아는데, 넌 고작 충성심도 없고 효도도 모르는 녀석으로 자라났구나!"이서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턱을 치켜든 채 무릎 꿇은 이들을 흘겨보았다."무상도 무능하기 그지없으니, 더 이상 이 세상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지!"그 말에 무상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해졌다.크게 놀란 진지홍과 향란은 급히 용서를 빌었다."전하, 용서해 주시옵소서! 전하…"진지홍은 무릎으로 기어 무연의 앞까지 다가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소군은 전하의 사람입니다. 평생 그래야만 합니다! 다시는 떠나겠다는 말을 하지 마세요!"사실 향란도 소주가 떠나길 바랐다.전하를 보기 전에는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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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뭐야? 그 눈빛은 뭐야? 나를 원망하는 거야?"이서영은 비웃으며 물었다."나한테 복수라도 하려는 거야?"무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무상은 겨우 얕은 숨을 내쉬며 무연의 소매를 붙잡고 힘껏 잡아당겼다.무연은 고개를 숙였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의부의 창백한 얼굴과 그 눈동자 속에 담긴 간절한 바람이었다.아버지의 임종 소원은 바로,무씨 집안 모두가 남성 전하와 그 후손에게 목숨을 바쳐 충성하는 것이었다.그리고 그 후손이 바로 눈앞의 이 전하였다.무연은 애써 눈에 서린 슬픔을 감추었다.다시 이서영을 바라볼 때,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곧이어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제가 감히 그럴 리가요.""감히 그러지 못한다는 걸 안다니 참 다행이야!"이서영은 그제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녀도 내심 불안했다. 혹여 무연이 이성을 잃을까 두려웠다.하지만 이제 보니, 무상이라는 이 영감만 꽉 붙잡고 있으면 무연이 순순히 따를 것 같아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이서영은 차가운 시선으로 진지홍을 노려보며 말했다."무 장군이 다쳤으니, 이 형벌은 네가 집행해!"진지홍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마침내 일어나 호위병이 건넨 나무 곤봉을 받아 들었다.향란은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문 채, 무상을 부축해 옆에 앉아 쉬게 했다.곧바로 진지홍의 곤봉이 내리쳐졌고, 동시에 무연의 등에서는 쾅 하는 소리가 났다.그러나 무연은 여전히 덤덤한 표정과 차가운 시선으로 정면만 바라보았다.소리도 내지 않고 말도 하지 않으며, 조금도 용서를 빌려는 기색이 없었다.하지만 이서영은 그런 그의 완강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무연이 자신에게 완전히, 철저히 굴복하기를 바랐다."왜 그렇게 가볍게 때려? 내가 직접 집행하길 바라는 거야?"그녀는 결국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닙니다."진지홍은 이를 악물고 곤봉을 힘껏 쥐었다. 이번에는 더욱 무겁게 내리치기로 했다."빨리 하지 않고 뭐 해? 왜 멈추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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