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apítulo 881 - Capítulo 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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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황금 10만 냥이라니!생각지도 못한 숫자에 사대가문의 공자들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황금 10만 냥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마차 세 대는 동원해야 겨우 실어 나를 수 있을 정도였다.고대의 1근은 약 16냥.10만 냥이면 대략 3톤 남짓, 즉 3천여 킬로그램에 달했다.만약 21세기 화폐 가치로 환산한다면 얼마나 무서운 액수겠는가?거의 10억 원에 달했다.말 그대로 이경은 강도나 다름없었다.네 공자는 서로를 마주보며 한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그 모습을 본 이경은 다소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여러분이 저라는 성주를 얼마나 신경 쓰는지 이제 잘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제 목숨은 황금 10만 냥보다도 못한 모양이군요.”그녀는 손을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를 향해 인사했다.“비록 여러분 눈에는 제 목숨이 값싸 보일지라도, 저는 제 목숨을 아주 소중히 여깁니다. 여러분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럼 전 이만….”“아가씨, 이 일은… 다시 상의해 봅시다.”다른 사람들은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이 일은 사실상 모용 가문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였다.필경 황금 10만 냥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사대가문이 아무리 부유하다 해도, 이 정도 거액을 선뜻 내놓을 만큼 돈이 넘쳐나는 것은 아니었다.이경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셨다.잠시 망설이던 동방 가문의 공자가 이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아가씨, 황금 10만 냥은… 정말 어렵습니다. 혹시 다시 상의해 볼 의향은 없으신가요?”“맞습니다, 아가씨. 저희 사대가문은 황금 5만 냥 정도라면 드릴 의향이 있습니다.”“여러분에게 제 목숨은 겨우 5만 냥짜리인가 보군요.”이경은 차갑게 웃었다.그러자 모용서가 급히 말했다.“그럴 리가요! 아가씨께서 얼마나 훌륭하신 분인데, 저희가 어찌 고작 5만 냥으로….”“전 목숨을 걸고 여러분을 위해 일하려는 겁니다. 여러분의 전임 성주는 무공이 그렇게나 강했는데도 결국 놈들의 습격을 피하지 못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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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곧이어 사대가문 공자들은 대청에서 상의를 시작했다.여화행은 우선 이경과 윤세현을 데리고 편청으로 향했다.“구공주, 돈이 그렇게나 부족한 거야?”편청에 들어서자마자 여화행은 뒤돌아 이경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내가 들은 바로는, 당신은 어릴 적부터 태후의 총애를 받아 궁중에서 제멋대로 살았고 돈이 부족한 적도 없다고 하던데.”“이 세상에 돈이 많다고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어?”이경은 콧방귀를 뀌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이내 여화행이 말했다.“내가 궁금한 건, 돈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굳이 10만 냥을 요구한 진짜 이유가 뭐냐는 거야.”여화행을 바라보는 이경의 눈빛은 오묘했다.이내 그녀는 다시 윤세현을 바라보았다.그녀를 상대할 생각이 없었던 윤세현은 한쪽에 앉아 책을 집어 들고 넘기기 시작했다.결국 이경의 시선은 다시 여화행에게로 돌아왔다.“백 명의 고수가 필요해.”그러자 여화행의 눈빛이 흔들렸다.“날 더 이상 속일 필요도 없어. 이번에 궁궐에 들어가는 길에는 반드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거야. 게다가 내 무공은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어서, 나 자신도 통제할 수 없어.”그래서 그녀에게는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했다.“당신들은 이미 나한테서 윤세현을 가져갔잖아?”사실 세자 혼자서도 얼마든지 천군만마를 막을 수 있었다.고작 백 명의 고수로는 그와 비교할 수도 없었다.이경의 말을 들은 윤세현은 다소 짜증이 났다.그는 그녀를 따라 황성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곳에 남아 스승을 지키고 싶었다.하지만 황성에 가야만 스승을 구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그는 거절할 수 없었다.다만 이경과 동행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이내 이경은 그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이 모습 좀 봐봐. 나랑 동행한다 한들, 나를 보호할 것 같아?”“보호해 줄 거야.”여화행은 단언했다.“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지?”이경은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당신들이 나더러 데려오라고 한 사람, 윤세현과도 관련이 있는 거야?”여화행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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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여화행은 어두워진 표정과 함께 급히 자리를 떴다.윤세현 또한 뒤따라 빠른 걸음으로 나섰다.그렇게 편청에는 이경 혼자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평소 무슨 일이 있어도 침착하기만 하던 여 장주마저 저렇게 놀랄 일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이경 역시 따라가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 무렵 사대가문 공자들이 함께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아가씨, 여 장주는 어디로…”그들 역시 여화행이 떠나는 모습을 본 모양이었다.산장에 무슨 돌발 상황이라도 생긴 건가?곧바로 무언가 지시를 받은 듯한 예 집사가 급히 돌아왔다.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는 서둘러 설명했다.“여러분, 저희 산장에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하여 장주님께서는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장주님께서 저더러 여러분을 배웅하라고 하셨습니다.”직접 퇴거를 요청하는 것을 보아하니, 일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다들 딱히 모욕감을 느끼지는 않았다.누구에게나 급한 일은 있는 법이니.이내 모용서가 이경 앞으로 다가와 정중하게 말했다.“아가씨의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황금 10만 냥은 내일 아침 보내드리겠습니다.”“그리고 성주부 쪽은 전임 성주가 사고를 당해 현재 저희가 다시 수리 중입니다. 이 며칠은 성주님께서 적성산장에서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혹은 성주님께서 꺼리지 않으신다면 저희 모용부에 오셔서 손님으로 머무르셔도 좋습니다. 성주부 수리가 완료되면 그때 다시 옮기시면 됩니다.”“성주님의 호위 무사에 관해서는 저희가 새로 선발 중…”“필요 없어요. 10만 냥이면 제가 직접 고수들을 사서 목숨 걸고 일하게 할 수 있어요.”이경은 손을 저었다.“오늘 산장에 돌발 상황이 생겼으니 저도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할 것 같네요. 황금 10만 냥은 내일 정시에 보내 주세요.”공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신임 성주는 격식도 차리지 않았고, 그다지 열정적이지도 않았으며, 그들에게 아첨하거나 비위를 맞추지도 않았다.얼핏 봐도 깊은 관계를 맺기 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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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서북 쪽이라.즉, 오늘 밤 사건이 일어난 곳이 동쪽 아니면 남쪽이라는 뜻이었다.소문에 따르면 산장에는 남원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금지 구역으로 여겨져 일반인은 감히 접근하지 못한다고 했다.하지만 이경의 성격상, 그런 곳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사실 연지는 어젯밤 이미 그녀에게 간단한 지형도를 그려 주었었다.물론 각 원이 대략 어디에 있는지, 이름이 무엇인지만 알려 주었을 뿐이었다.그 안에 누가 사는지는, 유명한 사람들 외에는 연지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이경은 가볍게 웃었다.“서북면이라면, 그럼 뒷마당 반쪽의 미남들은 전부 제 것이 된다는 거네요? 장주는 정말 개의치 않는 건가요?”그 말에 예 집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눈치챘다.이내 그는 다소 불편한 웃음을 지었다.“아가씨,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뒷마당의 남자들은 미남들이 아니라, 모두 산장을 지키는 호위들입니다.”“호위?”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그곳에 있는 이들이 전부 호위라고?그곳은 장주의 후궁이 아니었어?“저희 산장의 호위들 맞습니다. 다만 한가할 때는 그저 쉬고만 있어 초소에 서 있지 않을 뿐입니다.”예 집사는 서북면 뒷마당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저희 산장에는 규칙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희 주인님도 그런 번거로운 예법을 좋아하지 않으시고요.”“주인님께서 말씀하시길, 근무 시간에만 근무하는 모습이 있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초소에 서는 호위들은 비근무 시간에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그리하여 이경이 뒷마당을 지날 때, 그녀는 웬 남자들이 모여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당시 그들은 모두 비근무 시간이었다.하지만 이 말을 들은 이경은 순간 심장이 움츠러들었다.근무 시간과 비근무 시간.고대인들도 이런 단어를 사용하던가?설마, 이들이 말하는 주인이 정말로 우리 어머니인 건가?근무할 때는 근무하고, 휴식 시간에는 푹 쉬어야 한다라…그녀가 아는 자신의 어머니는 경직된 것을 싫어했고, 사람을 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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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멀지 않은 곳의 우뚝 솟은 나무 위로, 한 줄기 흰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그 흐릿한 그림자는 어스름한 달빛 아래에서도 맑고 빼어난 여운을 남겼다.이내 눈 깜짝할 사이에 모습을 감추었다.이경은 재빨리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그 여운을 따라 후산 쪽으로 빠르게 쫓아갔다.그러나 상대 역시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이경에게 절대 들키지 않겠다는 듯이.하지만 지금의 이경은 더 이상 경공조차 서툴던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상대가 빠르게 도망칠수록, 그녀 또한 온 힘을 다해 뒤를 쫓았다.곧 산장을 벗어나기 직전, 그는 마침내 뒷문 근처에서 걸음을 멈추었다.하지만 여전히 나무 위에 선 채, 내려와 이경과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이경은 나무 아래에 서서, 얼룩진 나무 그림자 깊숙한 곳에 희미하게 보이는 그 그림자를 바라보았다."내가 산장을 떠나면 위험한 일이라도 생길까 봐 그러는 거야?"뭐가 됐든, 이경이 신임 성주로 선출되었다는 소식은 이미 사방으로 퍼졌을 것이다.전임 성주가 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으니, 이제 놈들의 표적은 그녀가 될 게 뻔했다.그렇기에 놈이 계속 도망치려 한다면, 이경도 끝까지 쫓아갈 생각이었다.산장 안에는 고수들이 지키고 있지만, 일단 산장을 벗어나면 언제든 위험이 따르는 법이다.나무 위에 앉은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여전히 조용히 앉아 있을 뿐, 이경을 상대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이내 이경은 씩 웃더니, 갑자기 몸을 날려 나무 위에 내려앉았다.그리고는 그의 곁에 천천히 앉았다.그러자 그는 곧바로 일어나려 했다.이경은 웃으며 말했다."난 이미 절반의 공력을 받았어. 아직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진 못했지만, 적어도 경공만큼은 절대 너한테 지지 않아."어디 한번 겨뤄 볼래?곁에 앉은 남자는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았다.다만 나무줄기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몸을 옮겼다. 이경과 너무 가까이 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너도 참 모순적인 사람 같아."이경은 눈썹을 찌푸리며 달빛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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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이경이 히죽거리며 말을 걸었지만, 남백훈은 여전히 화난 척하며 그녀를 무시할 생각이었다.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진지한 모습을 보이자, 남백훈은 대체 어떤 태도로 그녀를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의 화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됐어. 시치미는 그만 떼고, 이제라도 사이좋게 지내면 되잖아?"이경은 팔꿈치로 그의 팔을 툭툭 치며 물었다."어때? 화해할래?""싫어."남백훈은 콧방귀를 뀌었다.결코 자존심을 부리는 것은 아니었다.그는 그녀 앞에서 굳이 자존심을 세울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정말 화가 나 있었다."아직도 내가 너한테 독을 먹이고, 강제로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오게 한 것 때문에 화난 거야?"이경은 입을 삐죽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너도 알잖아. 내가 너한테 준 건 몸을 튼튼하게 해 주는 약환이었지, 무슨 독이 있었겠어?""흥!"남백훈은 이번에는 아예 몸까지 돌려 버리며 더욱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드러냈다.독을 먹이지 않았더라도, 이경은 그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강압적으로 굴었었다.왜 도리를 따질 생각은 하지 않았던 걸까?사실 그는 원래부터 이경을 이곳으로 데려올 생각이 있었다.행마마의 소식과 지시가 없었더라도 마찬가지였다.그는 윤세현을 찾지 않겠다고 말한 적도 없었다.그런데 이경은 자신의 남자를 찾기 위해, 서슴없이 그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그 일 이후 남백훈은 밤마다 꿈에서 깨어날 때면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죽음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칼을 들이댈 당시의 이경의 눈빛이 너무나도 무서웠다.조금의 온기도 없는 차가운 눈빛.그 눈동자는 그를 거의 매일 밤 악몽에서 깨게 만들었다.가장 무서운 것은, 그녀의 마음도 어쩌면 그 눈빛만큼 차가울지 모른다는 점이었다."그럼 내가 그냥 연기한 거라고 생각하면 좀 마음이 편해지려나?""내가 그걸 믿을 거라고 생각해?"남백훈은 즉시 받아쳤다.연기라니.주변에 보는 사람도 없었는데.당시 행마마는 그에게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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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남백훈은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다.이경은 말솜씨 하나만큼은 정말 뛰어났다.그녀는 그저 남백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려 했을 뿐인데, 그의 가슴은 오히려 더 시리고 아팠다."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거야?"이내 그는 나지막이 물었다.그는 이경 같은 여자는 난생처음 보았다.냉혈한처럼 보이면서도, 모든 일을 빈틈없이 처리하는 사람.어쩌면 악마보다도 더 독한 사람일지 모르지만, 그녀는 자신의 사람만큼은 결코 해치지 않았다.그녀는 줄곧 남백훈을 대신해 욕을 먹어 왔다.칠조조차 그녀를 냉혈한 사람이라고 욕했다.하지만 남백훈은 알 수 있었다.설령 칠조에게 욕을 먹는다 해도, 이경은 분명 싱글벙글 웃으며 말할 것이다.'난 원래 이런 사람인데, 어쩌라고?'"내가 뭘 그렇게 대단한 일을 했다고 그래?"이경은 어깨를 으쓱했다."난 무슨 일을 하든 결국 나한테 이득이 되는 일만 해. 날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마."웃기는 소리였다.남백훈이 아는 이경은 결코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정한 목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루고 마는 사람이기도 했다.남에게 오해를 받든 말든, 살이 깎여 나가는 것도 아니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남백훈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지금 그의 마음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하지만 적어도 가슴 깊은 곳에 맺혀 있던 매듭 하나는 순식간에 풀려 버렸다."그런데 왜 이제 와서 나한테 말하는 거야?""이제는 때가 됐고, 일도 전부 잘 풀렸잖아."이경은 태연하게 말했다."넌 그냥 잠깐 감동받는 것 말고는 별다른 피해도 없고.""그놈의 입은 정말…."남백훈은 헛웃음을 터뜨렸다.이경은 무공은 그리 뛰어나지 않을지 몰라도, 입 하나만큼은 정말 잘 놀렸다."내가 말했잖아. 난 말재주가 좋다고."이경은 턱을 치켜들었다."학교 다닐 때도 시 토론대회 우승자였어."하지만 그 말을 꺼낸 순간, 그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일은 마치 전생의 기억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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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곧이어 남백훈은 잠들었다.그는 자신이 이경의 말을 믿는지 믿지 않는지 끝내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이경과 함께 객실로 돌아온 뒤 침을 맞고 나자, 그는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잠든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경은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남백훈은 권신이자 북진의 삼황자로서 반평생을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왔다.그렇기에 속내가 깊었고, 어려서부터 몸에 밴 습관처럼 언제나 경계하고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때로는 마치 천진난만한 아이 같기도 했다.특히 절정고가 풀린 이후에는 더욱 그랬다.어릴 적부터 감정이 결핍된 채 살아온 그는 마치 물속에 갑자기 던져진 마른 스펀지처럼 변해 있었다. 끊임없이 받아들이고,끊임없이 배우고,또 끊임없이 새로운 감정을 익혀 나갔다.그는 이경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심지어 자신이 그녀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했을 때조차, 몰래 자신의 공력 절반을 그녀에게 내어주었다.어쩌면 이경은 그가 유일하게 친구라고 인정한 사람이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사실 그는 누구보다 감정에 민감한 사람이었다.이전에 중상을 입고 며칠 동안 치료에 전념해야 했을 때도, 그는 상심을 떨쳐내지 못한 채 오래도록 침울해했다.그런데도 결국 자신의 공력 절반을 내주었다.그래서 지금의 남백훈은 여전히 몸이 허약한 상태였다.이경은 조용히 이불을 끌어 올려 그를 덮어 준 뒤 객실을 나와 문을 닫았다.그리고 고개를 들어 남쪽 하늘을 바라보았다.산장은 여전히 평온했다.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고요했다.하지만 그 고요함 아래 얼마나 많은 파란이 숨어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한편 적성산장 남원은 위태로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근마마가 부상을 입은 것이다.그녀는 근언신행 네 마마 가운데서도 가장 오랫동안 주인을 모셨고, 무공 또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녀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었다."주인님은 무사하셔. 놈은 상처를 입고 바로 달아났어."근마마는 행마마의 부축을 받으며 의자에 앉았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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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그렇게 오늘 밤, 주인의 곁에는 근마마가 없었다.그녀는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먼 길을 떠났다.사실 모두가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북진에는 여전히 그녀의 마음에 맺힌 매듭이 남아 있었다.이제 그녀가 손을 놓아 남백훈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보내준 이상, 그녀가 해야 할 일은 필연적으로 더욱 위험해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남백훈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남백훈은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어도, 근마마는 결코 그럴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말이다. 언마마와 행마마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고, 이내 행마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모든 준비를 마치면 세현과 이경을 먼저 출발시키도록 하자.”하지만 얼마나 먼저 출발할지는 그들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이번 공물은 너무나도 귀중했기에, 사대가문 가주들의 동의를 얻어야만 움직일 수 있었다.“내가 직접 사대가문 가주들을 찾아가 보겠어.”근마마는 고개를 끄덕였다.가슴에 크게 한 방을 맞은 그녀는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피를 토했다.그녀는 입가의 핏자국을 닦아내고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그 아이는 매우 교활해. 세현더러 최대한 그 아이 곁에 붙어 다니라고 해. 절대 그 아이가 제멋대로 행동하지 못하게.”적어도 지금만큼은, 윤세현의 마음은 아직 그들 쪽을 향하고 있었다.왜냐하면 이 일은 주인의 안위와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윤세현은 주인을 자신의 스승이자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의 성격상 과거를 기억해 내든 못하든, 결코 주인을 버리고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니 윤세현만 있으면 적어도 어느 정도는 안심할 수 있었다.행마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 내가 세현을 잘 설득해 볼게.”…한편 이경은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칠조에게 내일의 일을 지시했다.그리고 촛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갑자기 등 뒤로 서늘한 바람 한 줄기가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장풍을 내질렀다.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그림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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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봉구경의 긴 손가락이 젓가락을 쥔 채 멈췄다.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했지만, 시선은 아무 데에도 닿지 않았다. 다만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봉구경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눈치였다.처음에는 찐빵 세 개 중 두 개를 단숨에 먹어 치웠다. 그러나 이경이 ‘남성’이라는 이름을 꺼낸 뒤로는 남은 찐빵을 몇 입 베어 물고 그쳤다.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이경을 돌아보았다.“침 좀 놔 줘. 금근연에게 한 대 맞았어.”“금근영이 누구야?”이경이 의원이라고 해서 찾아오는 사람을 모두 치료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그 여자 밑에 있는 호위 네 명 중 하나.”“그 여자?”봉구경은 누구를 가리키는지 설명하지 않고 그저 이경을 한 번 바라볼 뿐이었다.“그럼 그 호위 네 명은 누구인데? 여화행도 그중 하나야?”문백훈의 어머니도, 그날 밤의 흑의인도 그들 가운데 하나일까?“그 여자에게는 근·언·신·행, 네 마마가 있어.”봉구경은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더딘 걸 보니 상처가 가볍지 않은 듯했다.이경이 다가가 그의 안색을 살폈다. 내력에 심맥을 다친 탓에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푸르스름했다. 지금껏 버티고 있는 것이 대단했다.“당신을 다치게 한 금근영이 근마마구나. 네 사람 중 무공이 가장 강한 사람이고. 적성산장의 여화행은 행마마겠네?”봉구경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이경을 보더니 끄덕였다.“그중 금근영이 제일 강해. 여화행은 네 사람 중 성품이 가장 온화하고, 무공은 가장 약한 편이지.”“문백훈의 어머니는 어느 마마야?”봉구경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경을 한 번 더 쳐다보았다.“그 녀석이 그렇게 신경 쓰여?”“그냥 물어본 거야. 직업병이라고 생각해.”그래도 알아야 했다.봉구경은 사라져 있던 동안 줄곧 그들을 찾아다녔던 모양이다. 이번에도 그들을 뒤쫓아 어룡성까지 왔을 터였다. 그러니 그들에 관해 조금은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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