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861 - Chapter 870

940 Chapters

제861화

그렇게 윤세현은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이경은 자신이 떠나려던 찰나에 그의 심기가 흐트러져 피까지 토하며 기절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그저 한 번 뒤를 돌아봤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이 남자도 참 너무한 것 아닌가?고작 한 번 힐끗 봤다고 이렇게까지 놀라다니.윤세현은 눈을 감은 채, 큰 몸이 천천히 옥천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다급해진 이경은 재빨리 달려가 의식을 잃은 윤세현을 옥천에서 끌어올려 샘가의 따뜻한 석판 위에 눕혔다.곧바로 그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어 본 그녀는 순간 눈썹을 깊게 찌푸렸다.그의 몸속에는 무려 두 종류의 맹독이 자리하고 있었다.두 독은 서로를 견제하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언제든 함께 폭발할 것처럼 위태롭게 얽혀 있었다.게다가 그의 체내에는 본인의 진기 외에도 깊고 강한 또 다른 내력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힘이 두 독기를 억누르고 있었다.한 줄기의 내력과 두 줄기의 맹독.그것들로 가득 찬 그의 몸은 이미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이경은 단번에 알아보았다.두 가지 맹독 중 하나는 정고였다.하지만 다른 하나는 무엇일까?설마 그 독 때문에 기억을 완전히 잃게 된 것일까?아니면 정고를 억누르기 위해 심어진 또 다른 독일까?하지만 무엇이든 두 독은 일반적인 독과는 달랐다.혈맥을 침식하지도 않았고, 보통의 중독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이경은 그의 큰 손을 붙잡은 채 계속 맥을 짚었다.그녀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분명 몸 안에는 맹독이 존재했다.그런데도 발작하지 않은 채 서로를 끌어당기며 알 수 없는 내력에 눌려 있었다.마치 그의 몸속에 시한폭탄이 설치된 것 같았다.언젠가 두 독이 동시에 폭발하거나, 둘 중 하나라도 균형을 잃는 순간 그는 즉시 독발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그 생각에 이경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지금만큼은 그녀 역시 어찌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두 독을 푸는 실마리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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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그는 그녀의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고 싶었다.문득 떠오른 터무니없는 생각에 윤세현은 순간 멈칫했다.방금 전까지 자신을 희롱하던 색녀를 연민하다니….정신이 번쩍 든 그는 눈빛을 가라앉히며 다시 분노를 끌어올리려 했다.하지만 이경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연민으로 가득한 그 눈빛 때문에 차마 그녀에게 손을 댈 수가 없었다.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윤세현은 발밑의 석판을 세게 내리쳤다.곧 긴 몸을 일으켜 세운 그는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그러자 긴 옷 한 벌이 그의 손에 날아들었고, 다시 한번 손을 휘두르자 옷이 몸을 단단히 감쌌다.그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차갑기 그지없었다.이경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손을 들어 입가를 닦았다.손등에는 따뜻한 피가 묻어났다.세자의 장풍은 실로 강력했다.이경 역시 공력이 크게 성장했고 호체강기까지 갖추었지만, 윤세현의 장풍이 남긴 여파만으로도 상처를 입을 정도였다.그녀는 가볍게 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켜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꺼져."윤세현이 싸늘하게 내뱉었다.하지만 이경은 화내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당신은 이미 내 사람인데, 내가 당신 몸 좀 본다고 뭐가 문제야?""한 번만 더 함부로 지껄여 봐. 그땐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다."그의 분노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그동안 그 여자조차 감히 자신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지는 못했다."난 여 장주와 약속했어. 그녀를 위해 목숨 걸고 한 가지 일을 해주기로."이경은 말을 마치고 또다시 기침을 터뜨렸다.가슴속 혈기가 들끓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윤세현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여 장주도 나한테 약속했어. 당신을 내게 주겠다고."그 말과 함께, 윤세현이 품고 있던 마지막 연민마저 흔적 없이 사라졌다.그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그때 뒤쪽에서 이경의 맑은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당신은 왜 기억을 잃게 됐는지 생각해 본 적 없어?""헛소리하지 마."윤세현은 걸음을 멈추고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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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윤세현은 급히 여화행을 찾으러 나섰지만, 여화행은 지화각에 없었다.하지만 윤세현은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이내 그는 남원에 도착했다.“전 정말로 여태 당신 곁에 있었던 겁니까?”그는 기억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성까지 잃은 건 아니었다.“행마마, 전 왜 보름 전의 일조차 떠오르지 않는 거죠?”“윤세현, 내가 언제 네가 계속 내 곁에 있었다고 말했니?”여화행은 자신보다 몇 살 연상인 또 다른 부인과 함께 앉아 있었다. 그 부인은 침상 위에 누운 백의 차림의 여인의 손바닥을 주무르고 있었다.그 여인은 이들의 대화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윤세현은 여화행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돌이켜 보면 행마마는 정말로 단언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그럼 난 대체 어떤 사람인 거지? 출신은 어디인 거지?“보름 전, 주인님께서 너를 구해 오셨고, 그동안 넌 줄곧 우리를 따라다녔어.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내가 네 과거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었던 것 같구나. 네가 직접 묻지 않았기에 나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어.”“그럼 그 여자는…”“한때 네 아내였단다.”“말도 안 됩니다!”자신의 아내조차 잊어버리게 됐다니. 이게… 이게 말이 되냐고?여화행은 난감한 표정으로 뒤돌아 침상 위에 누운 여인을 바라보았다.“정말이야. 내가 왜 너를 속이려 하겠어?”“그런데 왜 전 그 여자한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거죠?”정말로 자신의 아내라면, 모든 감정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지 않은가? 심지어 지금은 오히려 혐오감까지 들었다.게다가 뻔뻔하고 방탕하기만 한 그 여자를, 대체 어떻게 아내로 맞이한 건지.“한때 넌 분명히 그 여자와 혼인했어.”“한때요?”그는 말속의 핵심을 알아챘다.“응, 한때.”여화행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다 나중에 너희 두 사람은 이혼했고,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보름 전 이야기를 해보자면…”“보름 전, 주인님께서 너를 구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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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네가 언제쯤 기억을 되찾든, 언제쯤 떠나든, 그건 모두 네가 결정할 일이야. 난 강요할 생각 없어.”여화행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근마마가 끼어들었다.“하지만 네가 주인님을 스승으로 인정한 이상, 그동안은 우리한테 폐를 끼치지 마!”“근마마…”여화행은 다소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근마마는 윤세현이 언제든 떠나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 말 속에는 분명 그를 붙잡아 두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깊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윤세현이 어떻게 주인이 나아지기 전에 스스로 떠나려 할 수 있겠는가.그는 지금도 자신 때문에 주인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물론 그것 역시 근마마가 줄곧 은근히 심어 온 생각이었다.그만큼 윤세현은 죄책감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근마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화행을 무시한 채, 날카로운 시선으로 윤세현을 똑바로 응시했다.“이경은 너와 함께 있기를 원하니, 너도 그 아이와 잘 지내도록 해. 그 아이가 원하는 건 다 들어주고! 우린 지금 그 아이의 도움이 필요해!”그 말에 윤세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마음속에는 여전히 극심한 거부감이 남아 있었다.자신에게 서서히 다가오던 이경의 추한 얼굴을 떠올리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대체… 그 아이한테 무슨 일을 시킨 겁니까?”설마 오직 그 여자만 할 수 있는 일인 건가?“이 일은 확실히 이경만이 할 수 있어.”윤세현은 여전히 거부감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적어도 더 이상 반발하지는 않았다. 그제야 근마마의 표정도 조금 누그러졌다.“걱정 마. 주인님이 깨어나고 몸이 회복되면, 그 뒤에는 네가 무엇을 하든 우린 간섭하지 않을 거야.”“혹시 그 아이가 하게 될 일이… 스승님을 낫게 할 수 있는 겁니까?”윤세현은 여전히 혼수상태인 남성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순간 희망이 스쳤다.그 순간 여화행이 무언가 말하려 하자, 근마마는 그녀를 흘겨보며 제지했다.이내 윤세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러자 윤세현은 다시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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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아파, 살살 해!”윤세현은 발걸음을 멈췄다.아직 이경의 방까지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그의 공력은 매우 뛰어나 청력 또한 남달랐다.아주 미세한 소리까지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이경의 방 안에는 뜻밖에도 남자가 한 명 더 있었다.이내 그 남자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정하게 들려왔다.“최대한 살살할게. 움직이지 마. 금방 끝나.”“응… 제발… 천천히…”결국 윤세현은 몸을 돌려 떠나 버렸다.이렇게나 뻔뻔한 여자일 줄이야. 대체 과거의 나는 왜 저 여자와 부부로 살았던 거지?하지만 지금의 그는 과거에 대해 조금의 호기심도, 미련도 없었다.스승을 깨우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그는 사실 이경을 거들떠보는 것조차 귀찮았다.한편 방 안에서는 무연이 이경에게 약을 발라 주고 있었다.이경은 정말로 몹시 아팠다.방금 전 윤세현 앞에서는 태연한 척 웃을 수 있었지만,방으로 돌아오자 도저히 참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어때? 아직도 많이 부어 있어? 좀 가라앉긴 했어?”이경의 이마를 흘깃 바라본 무연은 어이없으면서도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직도 부어 있어. 하지만 함부로 움직이지만 않으면 내일 아침이면 바로 나을 거야.”이경과 세자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경이 돌아왔을 때 그녀의 이마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혹이 나 있었다.그런데 불과 십 분도 지나지 않아 그 혹은 만두만큼 커졌다.정말 엄청나게 컸다.살짝만 건드려도 비명이 나올 만큼 아팠다.“그나저나 세자의 내공이 확실히 많이 늘었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공의 대가가 공력을 전수해 준 게 틀림없어.”아파서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이경의 머릿속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그 고수는 세자의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체내의 맹독까지 억눌러 줬고, 게다가 공력까지 크게 늘려 줬어.”대체 어떤 고수이기에 이 정도까지 해낼 수 있는 걸까?이경은 지금껏 그런 수준의 공력을 지닌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설마… 어머니일까?“마치 누군가 당신에게 공력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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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아이고, 아파! 좀 살살해!" 달콤한 꿈을 미처 다 꾸기도 전에, 이경은 따끔한 통증을 느끼게 됐다. 무연은 그런 그녀를 흘겨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설마 남자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내가 너무 약하게 손을 쓴 건가? 이 상황에도 남자 생각할 여유가 남아 있다니. "무슨 남자 생각을 한다고 그래? 내가 그렇게 꽃미남에 환장하는 사람인 줄 알아?" 절세의 무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거라고. 네가 그걸 알기나 해? 무연은 가볍게 무시하고는, 약병을 정리한 후 일어나 자리를 떠나려 하였다. 이경은 여유로이 턱을 괸 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문득 떠올랐다. "무연, 네 얼굴은 좀 어때?" "어떨 것 같은데?" 무연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거울을 두어 번 보기는 했지만, 반쪽 얼굴이 너무나도 쭈글쭈글해져, 나중에는 보면 볼수록 더욱 흉하게 느껴져 그 후로는 거울도 보지 않고 그냥 씻고 바로 가면을 썼었다. 곧이어 무연은 이경의 방을 떠난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가면을 벗으려 하였다. 그 순간 밖에서 칠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연, 네가 부탁한 두 가지 약재 다 사 왔어. 잠시 들어가도 될까?" "안 돼." 칠조는 한밤중에 남자와 함께 한 방에 있는걸 신경 쓰지 않았지만, 반면 무연은 매우 신경 쓰고 있었다. 그와 한밤중에 함께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전하뿐이었다. 곧바로 입구로 걸어가 문을 열려는 순간, 그는 갑자기 자신이 아직 가면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재빨리 돌아가 가면을 쓰려는 순간, 칠조는 그가 입구 쪽에 서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갑자기 방문을 밀고 들어왔다. "난 빨리 문정수한테 약을 전해줘야 해서 매우 바빠. 네가 알아서 약재를 정리…" 무연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칠조는 깜짝 놀랐다. 무연은 자신의 얼굴이 흉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예전에도 흉하긴 했지만, 최근에는 공주가 건넨 약을 사용해서인지, 더욱 흉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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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이른 아침부터, 여화행은 사람을 보내 편지를 보내왔다. 바로 이경을 아침 식사에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단순히 아침 식사를 하자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사대가문에게 약속하였다. 오늘 모두에게 명확한 입장을 내놓을 거라고. 곧이어 이경이 문을 나서는 순간, 한 남자가 정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고, 그 위에는 전부 이경이 좋아하는 먹거리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국화차 한 주전자도 있었다. 모두 가장 평범한 재료로 만들긴 했지만, 맑은 향기가 가득했다. 그 냄새를 맡으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상쾌해졌다. 그나저나 눈앞의 이 미남은… 문가에 기대어 있던 이경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어깨를 부딪쳤다. 그러자 남자는 눈썹을 찌푸리며, 꾸짖듯 말했다. "길도 제대로 못 걸을 줄이야. 나이 먹으면 먹을수록 신체 능력이 퇴보하고 있는 거야?" 그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듣기 좋았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익숙하게 들리지? 자주 들어본 목소리 같은데? 설마… "너…" 누구지? 어떻게 내 방에 이렇게 멋대로 들어올 수 있는 거지? 마치 자주 들어와 본 사람처럼. 이내 이경은 뒤돌아 그 남자를 바라보았고, 그 뒷모습을 보고는 바로 알아차렸다. "무연?" 세상에, 바로 목연이잖아! 바로 무연이야! 가면을 쓰지 않은 무연! 그것도… 그것도 매우 잘생긴 무연! "공주,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 거야? 장주님과 함께 아침 식사하러 간 거 아니었어?" 마침 칠조가 약그릇을 들고 나타났다. 그녀가 든 약은 문정수에게 가져다줄 것이었다. 그 순간 무연이 뒤돌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가려고?" "응, 여화행 그 장주가 아침 일찍 사람을 보내 편지를 보내왔어. 공주를 초대…" 무연의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칠조는 순간 멈칫하였다. 놀란 나머지 손이 미끄러져 쾅하는 소리와 함께 약그릇이 땅에 떨어졌고, 약물은 사방으로 튀었다. "아악! 내 신발." 이경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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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이경은 다소 어이없어했다. 전에 그녀는 당연히 칠조와 문정수가 한 쌍으로 이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문정수는 여전히 초아를 잊지 못하고 있었고, 칠조에게는 그저 친동생처럼만 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칠조는… 무연에게 반해버렸다. 그나저나 무연의 얼굴은, 확실히 너무나 준수한 나머지 지나칠 정도였다. 이젠 뭔가, 다소 골치가 아파진 것 같았다. 사실 무연은 그렇게 쉽게 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평소에는 항상 조용하고, 온순하고 말 잘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외골수에 고집이 죽을 만큼 세고, 자신이 여전히 이경의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만 있다. 이경은 그런 그에게 여전히 제대로 해명을 할 수가 없었다. 당시 자신의 어머니가 그저 농담한 것뿐이라는 것을. 이 일은, 어머니가 다시 나타나 직접 그에게 말해주지 않는 한 그의 마음의 매듭을 영영 풀 수 없을 것 같았다. "공주, 난…" "꿈도 꾸지 마!" 이경은 칠조를 흘겨보았다. "무연 또한 사람이야, 물건이 아니라고. 내가 대신해서 결정할 수는 없어." 그러자 칠조는 입을 삐죽거렸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난 단지, 시간이 이미 늦었으니 약속 장소에 가야 한다고 말하려고 했던 것뿐이야. 여 장주님이 아직 기다리고 있잖아!" 칠조는 얼굴을 붉히며, 목까지 새빨개진 모습이었다. 이경은 방금 자신의 짐작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칠조는 분명 무연을 달라고 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자고로 남진에서는 남자의 지위가 때때로 여자보다 못하다는 것을, 이경이 모를 리는 없었다. "지금 약속 장소에 갈 거야. 어쨌든,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마." "혹시 내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될까 봐 걱정된다면, 차라리 무연을 데리고 가면 되잖아." 칠조는 결국 분개하였다. 비록, 그녀는 내심 엉뚱한 생각을 하고 싶긴 했지만, 그것도 그저 약간의 충동일 뿐이었다. 미남이 눈앞에 있으니, 확실히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데리고 갈 거야. 안 데리고 가면 오히려 불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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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사실 이경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무연은 정말로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그가 일단 한번 마음먹으면, 누구도 그의 생각을 바꿀 수가 없다. 그러나 정작 무연의 눈빛을 마주한 이경은, 도무지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그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는 건 아닌지? 그나저나 무연이 이렇게나 고집이 셀 줄이야. 설마, 정말로 남성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건가? 어머니는 지금 대체 어디에 계신 거지? 설마 정말로 적성산장에 있는 건가? "이 산장 안팎에는 전부 고수들로 깔려 있어. 무슨 꿍꿍이가 있더라도 절대 경솔하게 행동하지 마." 그녀의 곁을 천천히 따라오던 무연이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이경은 잠시 멈칫하고는 뒤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내 속마음을 읽기 시작한 거지? 혼자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걸 꿰뚫어 볼 줄이야? 무연은 목소리를 낮춘 채 말했다.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서두르지 마." "그래." 이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시간이 많다고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당장은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일단은 산장 전체의 상황을 파악한 후에 다시 생각하기로 하였다. 이내 그들은 지화각의 대문에 도착하였다. 그때 예 집사사 직접 걸어 나와 그들을 맞이하였다. "아가씨, 장주님께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이경과 무연은 그를 따라 문을 들어섰고, 몇 개의 회랑을 돌고 나서야 후원의 정자 아래에 있는 여화행을 마주하게 됐다. 물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빛나는 아우라의 윤세현이었다. "난 여기서 기다릴게." 무연은 정자 밖에 선 채, 이경을 따라 들어서지는 않았다. "뭐 해? 들어가서 같이 식사하자고." 이경은 고대의 예법 같은 것들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연은 그저 그녀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는 그저 정자 밖에 서있으려 하였다. 그 모습은 보기에는 매우 아름다웠지만, 이경은 다소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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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윤세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이라도 옆에 있는 이경을 쳐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경의 뜻밖의 행동에 여화행도 다소 어안이 벙벙했다. 구공주가 평범한 아가씨들과는 다르다는 건 알았지만, 그녀의 행동이 정말로… 뜻밖에도 이렇게 특별할 줄은 몰랐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거지? 그런 모습에도 여화행은 조금도 화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과거에 비슷한 상황을 본 적 있었기 때문이다. 싫기는커녕,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웃음. 구공주의 이 뻔뻔한 행동과 표정을 마주한 그녀는 순간… 옛날 생각이 났다. 당시, 그녀 또한 이랬었지. "아가씨, 가볍게 행동하지 마시죠!" 윤세현은 겨우 화를 참고는 자신의 진기를 거두어들였다. 행마마가 이경의 필요성을 상기시켜 주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에 주먹을 내밀었을 것이다. "왜 그러세요? 제가 좀 가볍긴 해요. 체중이 아마 공자님의 절반 정도는 될 거예요." 이경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옆에 선 윤세현을 바라보며 웃었다. "믿기지 않으면, 한번 안아보실래요?" 차가운 윤세현의 얼굴에는, 감정의 균열이 생겼다. 그는 정말로, 이렇게까지 뻔뻔한 여자는 처음 보았다. 일단은 가볍게 무시하고는, 일어나 자리를 그녀에게 양보하려 하였다. 그나저나 내가 왜 양보해야 하는 거지? 그는 태어나서 한 번도 '양보'라는 단어를 실천해 본 적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여자를 때려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비록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하지만. 그런데 그 순간, 이경은 자리에 앉는 동시에 그의 옷자락을 눌렀다. 이내 윤세현이 일어서려 하자, 그의 옷자락은 그녀에게 깔려 꼼짝도 할 수 없게 됐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윤세현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비켜!" 이번엔 아예 존댓말도 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평소의 세자의 모습이다. 이경은 여전히 그를 향해 눈을 깜빡이며 웃었다. "싫은데요." "내가 너한테 손 대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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