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터닝포인트: Bab 271 - Bab 280

461 Bab

제271화

“소지훈이야.”정가을이 간신히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주시우가 전화를 받았다.“말해.”주시우의 눈빛은 싸늘했고 그 안에는 깊고 어두운 빛이 가라앉아 있었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방 안 공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정가을이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주시우의 분노는 더 짙어졌다.세상 사람들은 귀신을 무섭다고 하지만 사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었다.무엇을 말했는지 알 수 없지만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듣는 동안 신예린은 불안에 떨며 기다렸다.잠시 후 주시우가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알았어. 이 일은 네가 계속 맡아서 진행해 줘. 가능한 한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어.”주시우는 전화를 끊고 숨을 고르듯 가볍게 손에 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어떻게 됐어요? 지훈 씨가 뭐라고 하셨어요?”신예린은 다급하게 물었다.지금 도준호를 감옥에 넣으려면 소지훈이 쥐고 있는 열쇠가 필요했다.주시우의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도준호의 전 아내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꺼냈는데 상대는 그 이름만 듣자마자 모른다고 잡아떼며 문전박대했대.”신예린의 눈동자가 순간 크게 흔들렸다.“지훈이가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어. 반드시 성공하겠으니까 우리보고 걱정하지 말래.”신예린이 여전히 근심 어린 얼굴을 보이자 주시우는 차분히 덧붙였다.“겉으로는 허술해 보여도 소지훈은 막상 중요한 순간에 믿을 만한 사람이야. 일단 믿고 기다리자.”주시우의 부드러운 말투에 신예린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신예린은 주시우가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을 거라고 스스로 다독였다.곧 주시우의 시선이 정가을에게 옮겨갔다.“우리가 용감해지기로 했으면 끝까지 가야 해. 도준호에게는 도망칠 틈을 주지 말고 모든 증거를 모아 결정타를 날려야 해. 피해자의 진술, 물증, 인증... 어느 것 하나 빠져선 안 돼. 내게 녹음은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 가을아, 네가 기억하는 것 중에 증인으로 나설 만한 사람이 혹시 있니?”정가을의 눈은 울음으로 벌겋게 부어 있었고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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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사건의 발단은 학교 게시판에 갑자기 한 장의 사진이 올라오면서였다.사진 속에는 정가을과 도준호가 실험실에 있었고 도준호가 정가을을 실험대에 밀어붙이는 듯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 비록 두 사람 모두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온갖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헐, 장난 아니네!][요즘 교수랑 학생이 이렇게 노는 게 유행이야?][여자애 누구야? 처음 보는데 생긴 것도 별로네. 안경 촌스럽기 짝이 없고][설마 또 유부남 불륜 패턴이야?][근데 저 교수는 나이 꽤 있어 보이는데. 이 여학생은 진짜 굶주렸나 보네][나 저 여자 알아. 이번 교환학생 중 한 명인데 평소에 성격 되게 까칠하고 말도 잘 안 섞어][아니, 공부 잘한다며? 공부도 못했으면 더 수상할 뻔했네!][내가 장담하는데 더 뛰어난 애들 많았는데 결국 저 애가 뽑혔잖아][아, 결국 줄 댄 거네. 뒷배가 있었던 거지. 둘 다 똑같이 더러운 인간들이야][겉으로는 점잖아 보이더니 저런 짓도 해? 아버지뻘이잖아. 토 나온다][저런 인간이 교수를 한다고? 도덕성 바닥이지, 완전 쓰레기네]댓글은 도준호를 욕하는 목소리도 정가을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연구실에서 도준호가 게시판 글을 확인하자 분노로 책상 위 물건들을 모조리 쓸어내렸다.도준호가 제일 먼저 떠올린 건 신예린이었다.사진이 찍힌 각도를 보니 분명히 신예린이 당시 머물던 방에서 찍은 것이 분명했다.그들은 경찰에 가지 않고 학교에 바로 흘려서 모든 사람에게 알린 것이다.‘나를 완전히 끝장내려는 의도네.’도준호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그는 이를 악물고 낮게 중얼거렸다.“좋아. 너희가 무정했으니 나도 봐주지 않겠다. 이렇게 된 거... 그냥 같이 죽자.”도준호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결국 휴대폰 속 영상을 꺼내 그대로 퍼뜨려 버렸다.신예린은 송지유의 전화를 아침 식사 후에야 받았다. 주시우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휴대폰을 확인했을 때, 화면은 이미 송지유의 이름으로 계속 진동하고 있었다.신예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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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너희 집안 사람들이 다 네 누나가 일부러 매형을 꼬셨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렇죠. 아니면 뭐겠어요.”영상은 거기서 뚝 끊겼지만 이미 충분히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신예린은 손이 덜덜 떨리며 화면을 넘기려 했지만 휴대폰은 주시우에게 순식간에 빼앗겼다.주시우의 깊게 가라앉은 눈빛과 마주하자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지 마. 저건 사실이 아니야. 사람들이 떠드는 말은 더더욱 신경 쓸 필요 없어.”“신민호가...”신예린은 이를 악물며 말끝을 삼켰다.결국 신예린을 등 뒤에서 찌른 건 가족이었다.주시우는 단단히 신예린을 끌어안고 등을 다독였다.“이건 분명 도준호의 짓이야. 우리가 흔들리면 그 자식의 계획대로 되는 거야. 예린아, 의사도 말했잖아. 지금은 절대로 흥분하면 안 돼.”주시우의 차분한 말과 코끝을 스치는 익숙한 향기가 신예린을 조금은 진정시켰다.안도감이 스며들던 순간, 문득 떠오른 생각이 신예린을 덮쳤다.신예린은 급히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정가을... 정가을은 괜찮을까요?”그러자 주시우의 눈빛이 단단히 좁혀졌다.신예린은 곧장 전화를 걸었지만 정가을은 받지 않았다.마음속의 불길한 예감이 점점 커지자 신예린은 서둘러 송지유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돌아온 소식은 더 나빴다.“정가을? 지금 학교에 난리야. 너랑 주 교수 얘기, 가을이랑 도 교수 얘기... 벌써 온 캠퍼스에 다 퍼졌어. 지금 완전히 뒤죽박죽이라고.”신예린은 신발을 급히 신으며 주시우와 함께 뛰어나갔다. 동시에 송지유에게 다급히 말했다.“지유야, 네가 가을이 좀 찾아 줘. 꼭 좀 부탁해. 정말 중요한 일이야.”신예린의 단호한 말투에 사태의 심각함을 감지한 송지유는 곧장 알겠다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러나 그 시각, 모두는 정가을이 단순히 연락이 닿지 않는 줄만 알았다.실제로 정가을은 도준호의 연구실 안에 갇혀 있었다.정가을은 벽 모서리에 몰려 있었고 도준호는 일그러진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이게 네가 처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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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쾅!”굉음과 함께 도준호의 말은 뚝 끊겼고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크게 치뜨고는 손을 들어 머리를 짚었다.손바닥 가득 묻어난 것은 끈적한 피였다.몸이 두어 차례 비틀거리더니 곧장 바닥으로 고꾸라졌다.벽에 기대 있던 정가을은 힘껏 움켜쥔 재떨이를 놓지 않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정가을의 가슴은 요동치며 들썩였고 두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섰다. 타오르는 증오가 온몸을 집어삼키는 듯했다.바닥에서 몸부림치는 도준호는 아직 의식을 잃지 않은 채, 자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정가을을 보며 공포에 질렸다.정가을은 도준호의 앞에 주저앉아 다시 한번 재떨이를 내리쳤다.“내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만두라고 했잖아!”피가 튀어 얼굴을 가렸고 도준호의 시야는 붉게 번졌다.그 순간, 정가을의 머릿속에 주시우의 말이 떠올랐다.“그 사람들이 너한테 한 짓은 분명 잘못이야. 사과받아야 해.”눈물과 피가 뒤섞이며 떨어졌고 정가을은 눈이 뒤집힌 듯 울부짖으며 손을 멈추지 않았다.“사과해... 사과하라고!”피범벅이 된 도준호는 두려움에 몸을 떨며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미... 미안하다...”“용서 못 해!”재떨이가 다시 한번 도준호의 얼굴에 내려꽂히는 순간, 도준호의 일그러진 얼굴은 영원히 굳어버렸다.“쿵!”재떨이가 정가을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졌다.정가을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오열했다.‘왜...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닥쳐야 하는 걸까.’정가을은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더 애써왔다. 산골을 벗어나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기울였고 공부 말고는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누구보다 간절하게 빛나는 미래를 원했다.하지만 정가을은 자신에게는 그런 미래 같은 건 애초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그해 여름 이후, 정가을의 삶은 이미 영원한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정가을은 기계처럼 몸을 일으켰다. 온몸에 피가 묻었고 발걸음은 휘청거리며 그대로 발코니 쪽으로 향했다.신예린이 학교에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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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신예린은 다시금 긴 꿈을 꾼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지난번 고원숙이 세상을 떠났을 때와는 달랐다. 이번에는 하얀 안개가 자욱한 곳에 홀로 서 있었고 사방이 새하얗게 비어 있었다.귓가에 아기 울음소리가 아득히 메아리쳤다.신예린은 멍하니 서 있다가 점점 그 울음이 멀어지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불안에 휩싸였다.“아가...”“우리 아가야...”소리를 따라 달려가면서 신예린은 눈물이 끝없이 쏟아졌다.신예린은 흐느낌을 삼키며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속에 들어온 건 새하얀 천장과 수척한 모습의 주시우였다.주시우는 수염조차 깎지 않아 턱 아래로 까만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꿈의 잔상이 겹치고 무엇보다 배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확연히 드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예린아.”주시우는 신예린이 눈을 뜬 것도 모자라 울음을 터뜨리자 허리를 굽히며 얼굴에 떨어지는 눈물을 입술로 닦아주었다.“아기는 살아 있어. 소아과에 있어.”거칠게 갈라진 목소리는 쉰 듯 낮게 떨렸고 메마른 입술이 스치자 신예린의 눈물은 더 터져 나왔다.곧이어 주시우가 조심스레 덧붙였다.“정가을도 살아 있어.”그 말에 신예린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주시우의 목을 감싸안은 채 목놓아 울었다.“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이네요...”신예린은 자신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모든 게 돌아온 듯했다.눈물이 계속 쏟아졌고 주시우는 신예린의 볼에 얼굴을 비비며 부드럽게 속삭였다.“우리 아기 보러 갈래?”신예린은 눈물 속에서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주시우는 간호사실에서 휠체어를 빌려 신예린을 태우고 소아과로 향했다. 신생아 중환자실 앞에는 부모들이 아이를 볼 수 있도록 커다란 유리창이 마련돼 있었다.휠체어가 멈추자마자 신예린은 성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수술 자리가 당겨 통증이 밀려왔다.“조심해.”주시우가 재빨리 부축했다.신예린이 간절한 마음에 버텨서 일어나자 시선은 곧장 안쪽을 향했다.여러 보육기 속에 아기들이 누워 있었고 신예린의 눈길은 마치 끌리듯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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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주시우는 눈물을 흘리며 말없이 서 있는 신예린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감싸던 손을 올려 살며시 귓불을 눌러주었다.“우리 아기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한 아이야. 태어나자마자 죽음의 문턱을 넘어왔으니 앞으로는 반드시 멋진 사람으로 자라날 거야.”그저 위로의 말일 뿐이었지만 신예린은 진지하게 대답했다.“저는 그저... 우리 아기가 무사히 자라기만을 바랄 뿐이에요.”“그럼. 분명 그렇게 될 거야.”주시우가 이마에 입을 맞췄고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자 불안에 휩싸였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신예린이 눈을 뜬 순간부터 주시우는 오직 그녀의 감정만을 보듬어 주었다. 마치 끝없는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던 자신을 든든하게 떠받쳐 주는 배와 같았다.그러나 신예린은 잊고 있었던 건 주시우도 아이의 아버지였다. 자신이 의식을 잃는 동안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진 사람도 역시 주시우였다.고개를 들어 주시우의 굳은 턱선을 바라보니 그가 처한 상태는 고원숙이 세상을 떠났을 때보다 더 심각해 보였다.“왜 그래?”주시우는 신예린의 붉어진 눈길을 느끼고는 시선을 맞추었다.“미안해요. 당신을 너무 걱정하게 했네요.”신예린은 목이 메어왔다.주시우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시우마저도 신예린이 자신의 품에서 쓰러지고 아이가 조산으로 응급실로 실려 가던 끔찍한 몇 분을 떠올리기조차 싫었다. 주시우는 늘 자신이 침착하다고 자부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 절망했으며 믿지 않던 신에게조차 매달리고 있었다.검게 가라앉은 눈빛 속에 담긴 마음을 신예린은 말없이 느낄 수 있었다.잠시 후, 주시우는 턱을 내려 신예린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으며 낮게 숨을 토했다.“너희 둘 다 무사하면... 그걸로 됐어.”신예린의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런데 이마에 스치는 따끔함 때문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움찔하며 피했다.주시우의 의아한 눈길과 마주하자 신예린은 머쓱하게 턱을 가리켰다.“수염이... 따가워요.”순간 주시우가 멈칫하더니 일부러 다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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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신예린은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있던 동안 주시우가 이렇게 많은 일을 처리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주시우는 신예린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곧장 설명했다.“그건 다 부모님께서 나서서 하신 거야. 그때 나는 이미 네 상태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벅찼어.”침대에 앉아 있던 신예린은 눈가가 젖어 오르더니 몸을 기울여 주시우를 끌어안았다.주시우는 등을 부드럽게 두드리며 말했다.“정가을은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부모님이 정가을과 도준호의 치료비를 함께 감당하고 계셔.”신예린은 입술을 깨물며 분노를 억눌렀다.“도준호 같은 인간쓰레기는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자원 낭비예요.”“아니. 도준호는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해. 겨우 숨만 붙어 있어도 정가을의 형량이 줄어들 거야.”주시우의 음성은 담담했지만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리고 끝까지 살려 두어야...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는 고통을 그도 맛보게 되는 거지.”“가을이를 만나 보고 싶어요.”신예린은 작게 속삭였다.“아직 막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 있어. 너도 회복해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리자. 내가 데려다줄게. 알겠지?”신예린은 그의 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노크 소리가 울렸고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혹시 시우 있나? 나 임경석이네.”신예린은 순간 누군지 가늠이 서지 않았지만 주시우는 바로 그녀를 놓고 일어났다.“지난번 경찰서에서 봤던 분이야. 정가을 사건 때문에 오신 거니까 넌 푹 쉬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응...”신예린은 주시우가 서랍에서 서류봉투를 꺼내 들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문이 닫혔지만 바깥에서 오가는 대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병실 밖, 주시우는 손에 든 서류 봉투를 경찰 제복을 입은 임경석 청장에게 건넸다.“아이가 태어났다고 들었어. 축하해.”임경석이 말했다.“감사합니다. 임 청장님, 조만간 제가 밥 한 끼 살게요.”주시우는 정중히 대답하고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이건 정가을 숙소에서 찾은 일기장과 봉인된 채 보관돼 있던 편지봉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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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신예린은 정가을을 보러 갔다.중환자실은 정해진 시간에만 면회할 수 있었기에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야 했다.머리에 붕대를 감은 정가을은 담요에 덮여 있었지만 그 아래로도 온몸이 상처투성이일 거라는 게 눈에 훤했다.팔과 다리는 여러 군데 골절이 있었고 뇌에도 출혈이 생겨 아직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행히 출혈이 많지 않아 며칠째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고 했다.“가을아...”신예린은 낮게 이름을 불러 보았다.깁스한 손끝을 조심스레 잡으려다 끝내 멈추고 말았다.“너를 위해 모두가 애쓰고 있어. 그러니까 너도 꼭 버텨야 해. 이 고비만 넘기면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어.”삑삑거리는 기계음이 울려 퍼지는 병실, 신예린의 말이 끝날 무렵 정가을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그 순간 신예린은 눈물이 글썽이며 환하게 웃었다.중환자실에서 나왔을 때, 주시우가 복도 끝 창가에 서 있었다.창밖을 응시하는 눈빛은 며칠째 늘 그랬듯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처음에는 최근의 사건들 때문에 걱정이 많은 줄로만 알았지만 묘하게도 그것만은 아닌 듯했다.주시우가 마치 어떤 결심을 굳히고 있는 얼굴이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신예린의 가슴은 근거 없는 불안으로 흔들렸다.신예린이 나오는 걸 눈치챈 주시우가 시선을 거두고 다가왔다.“가을이는 어때?”주시우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손을 내밀어 자연스레 신예린의 손을 잡았다.신예린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누르고 미소 지었다.“조금 전에 제가 말했더니 손가락이 움직였어요.”“그렇다면 회복이 시작된 거야.”주시우는 신예린의 손을 잡은 채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겼다.“가을이는 강한 아이니까.”그러고는 시선을 내려 신예린을 바라봤다.“너도 마찬가지야.”“아니에요. 저는 달라요.”신예린은 그의 품에 파고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당신이 있으니까 강해질 필요가 없어요. 우리... 영원히 함께해요. 그렇죠?”그러나 주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신예린의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으며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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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이 일은 마누라랑 말했어?”“아직이요.”주시우가 잠시 뜸을 들였다.“교수님 쪽에서 먼저 피드백이 오면 그때 얘기하려고요. 괜히...”주시우가 끝내지 않은 말의 의미를 앤드루는 금세 알아차렸다.“알았어. 내가 한번 노력해 볼게.”“폐를 끼쳐 죄송합니다.”“괜찮아.”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신예린은 통화 내용까지는 들을 수 없었지만 주시우의 시선이 틈틈이 자신에게 머무는 걸 느낄 수 있었다.마치 지금 나누는 이야기가 자신과 관련된 듯한 기분이었다.게다가 주시우는 평소 전화할 때 한 번도 신예린을 피해 멀리 떨어진 적이 없는데 이번엔 유난히 거리를 두고 있었다.통화를 마친 주시우가 다가오는 걸 보자 신예린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누구 전화였어요?”“앤드루 교수님이야.”이번만큼은 거짓이 아니었다.“무슨 얘기를 그렇게 길게 했어요?”“별거 아니야. 그냥 안부 묻고 아기가 태어난 것도 말씀드렸지.”신예린은 선뜻 믿기지 않았지만 주시우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기에 작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왜 그래?”주시우가 시선을 느끼고 되물었다.“아니에요.”신예린은 고개를 저었다.“가자. 병실로 돌아가야 해. 의사 선생님이 곧 상처 소독을 다시 할 거라고 했어.”주시우가 손을 잡아 이끌자 신예린은 조용히 따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들어와 거즈와 거름망을 걷어냈다.꽉 붙은 피딱지가 함께 떨어지며 상처가 당겨지는 순간, 신예린은 숨을 고르며 날카롭게 들이켰다.주시우는 손을 꼭 잡아 주며 엄지로 손등을 천천히 문질러 주었다.“좀 아플 거예요. 조금만 참으세요.”의사가 차분히 말했다.배 위에 난 상처는 대략 10센티미터 남짓했고 붉은 선 위로 까맣게 박힌 실밥이 마치 흉측한 벌레처럼 보였다.신예린은 고개를 돌려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회복은 안정적입니다. 몸 상태도 빠르게 돌아오고 있어요. 내일이면 퇴원하셔도 됩니다.”의사가 소독을 마치고 정리하며 말했다.“퇴원...이요?”신예린은 순간 다급해졌다.“혹시 며칠만 더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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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신예린이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자 주시우의 눈썹도 풀렸다.“조금만 더 해도 되지? 오래도록 네 입술을 못 맞춘 것 같아.”주시우의 말끝에 담긴 투정 섞인 애교가 신예린의 귀를 붉히게 했다.주시우는 이미 여러 번 입을 맞췄으면서도 모른 척했다.신예린은 핑계를 찾듯 작게 중얼거렸다.“문을 안 닫았잖아요. 누가 볼지도 몰라요.”“이렇게 하면 안 보이지.”주시우는 신예린을 소파에 살짝 눕히며 몸을 기울였다.등받이가 둘의 몸을 가려 주었고 두 사람의 입술은 곧 깊숙이 맞닿았다.서로의 숨결이 섞이는 키스는 오래도록 갈망했던 듯 뜨겁고도 애틋했으며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마음까지 겹치는 듯했다.신예린은 가슴이 따뜻하게 감싸이는 걸 느꼈지만 어딘가 허전한 구멍이 함께 남아 있었다.그때,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주시우 씨, 신예린 씨?”직원의 목소리에 신예린은 눈을 번쩍 떴다.주시우는 신예린을 바로 놓고 눈빛을 주고받았다. 둘 다 꼼짝도 하지 못했다.직원은 고개를 갸웃하며 안을 살폈다.“이상하네... 분명히 안 나가셨을 텐데...”점점 다가오는 발걸음에 신예린은 다급히 주시우를 밀었다.하지만 주시우는 오히려 태연하게 일어나 직원 앞에 섰다.예상 못 한 등장에 직원이 깜짝 놀라 목소리를 높이려는 순간, 주시우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주시우는 소파 쪽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 아내가 잠들었어요.”순간 신예린은 눈을 감아 버렸다.직원이 고개를 내밀어 보니 신예린이 곤히 누워 있는 것처럼 보였다.“무슨 일이시죠?”주시우가 속삭였다.“오후 3시에 산후 심리 강의가 있어요. 혹시 두 분께서 관심이 있으시면 참석하셔도 됩니다.”“네. 아내가 깨나면 같이 가 보겠습니다.”“알겠습니다. 편히 쉬세요.”직원이 조용히 나가며 문을 닫았고 발소리가 멀어지자 신예린은 천천히 눈을 떴다.“우리 여보, 잘 잤어?”주시우는 내려다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신예린은 얼굴이 달아올라 주시우를 발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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