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손호명이 실험실 문을 열자 주시우가 여전히 현미경 앞에 앉아 있었고 옆에는 컴퓨터에 입력된 데이터가 가득 쌓여 있었다.낯선 소리에 고개를 든 주시우의 눈 밑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손호명은 놀라움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주 교수님, 밤새 한숨도 못 주무신 겁니까?”“잠이 안 와서요.”밤을 새운 탓인지 주시우는 목소리가 잠겨 있었고 시계를 흘끗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곧 수업 시간이네요. 아침이나 좀 먹고 오겠습니다. 어젯밤 데이터는 전부 공유 파일에 올려놨으니 거기서 이어서 확인하세요.”손호명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주시우는 간단히 양치와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 복도에서 임혜린과 마주쳤다.“주 교수님, 어젯밤 실험실에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큰일은 아니죠?”임혜린이 걱정스레 물었다.“다시 전 과정을 확인해야 하지만 크게 문제 될 건 없을 겁니다. 다만 일이 좀 많아졌죠.”주시우의 지친 기색을 살피던 임혜린이 다시 물었다.“설마 밤새 안 주무신 거예요?”주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네... 임 교수님, 곧 수업이 있어서 먼저 아침을 먹으러 가야겠습니다.”그러자 임혜린은 서둘러 손에 들고 있던 봉지를 내밀었다.“아직 드시지도 못했죠? 제가 아침에 직접 부친 만두예요. 맛 좀 보세요.”때마침 캠퍼스는 수업 준비로 분주했고 두 사람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이 여기저기서 느껴졌다.잘생기고 능력 있는 주시우, 그리고 단아하면서도 재능 있는 임혜린, 두 사람의 모습은 충분히 화제가 될 만했다.학생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가 돌곤 했다.게다가 주시우가 과거 제자와 결혼했다는 소문은 여전히 돌고 있었고 지난 5년 동안 주시우의 아내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어떤 이들은 유학 중이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이미 갈라섰다고도 했다.무명지의 반지가 사실은 아이를 위한 위로일 뿐이라는 얘기까지 나돌았다.그런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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