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비행기 한 대가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공항 도착 게이트 앞은 가족이나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그때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신예린의 얼굴에는 더 이상 어린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까만 눈동자에는 자신감이 가득했고 길게 늘어뜨렸던 머리칼은 단정한 단발로 변해 있었다. 가녀린 체구에 고운 얼굴빛, 맑은 눈매는 가을 물처럼 투명했다. 걸음걸이조차도 한결 여유롭고 단정해 보였다.신예린은 한 손에는 여행 가방을 끌고 다른 손에는 휴대폰을 귀에 댄 채 걷고 있었다.“예린아, 너 귀국하는 거 남편이랑 아기한테도 말 안 했다고?”전화기 너머로 송지유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신예린은 입술을 살짝 굽히며 미소 지었다.“응, 나 먼저 들어왔어.”졸업식은 보름 뒤였지만 기다릴 수가 없어 서류를 마무리하자마자 곧장 비행기에 올랐다.“그럼 나야말로 네 귀국 사실을 제일 먼저 아는 사람이네?”송지유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맞아, 네가 첫 번째야.”“어머, 너무 큰 영광이네. 이렇게 멋진 신 박사님이 제일 먼저 생각해 준다니. 하필 내가 지금 외지 촬영이라 같이 못 있는 게 아쉽네. 아니었으면 당장 공항으로 달려갔을 텐데. 우리 도대체 얼마나 못 본 거야. 오늘 밤에는 꼭 껴안고 자야겠다.”“안 돼.”신예린은 단호하게 잘랐다.“뭐라고?”송지유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고 곧 신예린이 덧붙였다.“오늘 밤은 내 남편이랑 아기를 안아야지.”“어머나 세상에.”송지유는 닭살 돋는 표정이 그대로 전해질 만큼 과장된 반응을 했다.“신예린, 너 정말 달라졌네. 예전에는 얼마나 점잖고 절제된 애였는데 이런 닭살 멘트를 다 한다니. 역시 해외 나가더니 완전히 탈바꿈했어. 좋아. 네 체력은 충만하다 치자. 근데 주 교수님은 이제 나이가 좀 있는데... 과연 굶주린 널 버텨낼 수 있을까?”신예린은 미간이 절로 좁혀졌다.“누가 나이가 많다는 거야?”송지유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아니야. 내가 잘못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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