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어요, 알겠어. 꽉 안아 줄게요.”이정현이 소지훈의 팔을 꼭 끼었다.소지훈도 이렇게까지 들러붙고 싶은 건 아니었다. 다만 이정현이 워낙 독립적인 사람이라 웬만한 건 스스로 척척 해결했다. 그래서 소지훈은 괜히 존재감이라도 열심히 내야 마음이 놓였다. 혹시라도 이정현이 자기 존재를 잊을까 봐 두려웠다.‘아, 빨리 결혼하고 싶다.’결혼이 주는 안전감은 분명히 남다르게 클 것 같았다.하지만 소지훈은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오래 알던 사이라 해도, 정식으로 사귄 지는 몇 달 남짓했다. 괜히 급하게 말했다가 이정현한테 겁을 주고 도망가게 할까 봐 두려웠다.이정현이 팔짱을 낀 채 미소를 머금자, 소지훈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 했다.이정현은 반쯤 밀어내며 가방 속을 뒤적였다.“잠, 잠깐만요. 먼저 열쇠부터 꺼낼게요.”딩!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둘은 휘청거리며 걸어 나왔다. 소지훈은 틈만 나면 이정현에게 입을 맞췄고, 이정현은 다리가 살살 풀려 소지훈의 몸에 거의 기대다시피 했다.그때, 누군가가 불쑥 이정현을 불렀다.“정현아.”그 순간, 이정현의 몸이 파르르 떨렸고, 재빨리 손등으로 소지훈을 슬쩍 꼬집었다.“아!”소지훈이 짧게 비명을 지르더니 고개를 들었다.“엄마.”이정현은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정작에 태연하지 못한 건 소지훈이었다.문 앞에 서 있는 한미정을 본 순간, 조금 전에 둘이 무슨 꼴이었는지 떠올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아, 아... 안녕하세요. 아... 아주머니.”한미정은 소지훈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마치 미래 사위를 재단하듯 살폈다. 그리고 슬쩍 웃으면서 말했다.“왜 지난번처럼 엄마라고 안 불러?”바로 소지훈 앞에서 직구를 던진 셈이었다.그러자 소지훈은 더더욱 숨고 싶어졌다.이정현이 한미정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친구 집에서 채소를 잔뜩 얻었어. 싱싱할 때 얼른 너한테 가져다주려고 왔어.”말은 그렇게 했지만, 한미정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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