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마친 서유정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욕실로 가서 씻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서유정이 병동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어제 그 가족이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변호사님 덕분이에요. 오늘 아침에 저희가 의사 선생님께 사과하러 갔더니 아버님 수술을 해주기로 하셨어요. 수술 시간은 내일 오후로 잡았고요.”그 말을 듣고 서유정의 눈가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가 곧 웃으며 말했다.“선생님이 말은 차갑게 해도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에요. 이번엔 반드시 금식 사항 지키고 지난번처럼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분들 속이지 마세요.”“네, 저희도 알고 있어요. 이번엔 절대 그러지 않을 거예요. 예전엔 마취 전에 음식을 먹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몰랐는데 지금은 알고 나니 소름이 돋네요.”잠시 더 이야기를 나눈 뒤 가족들은 자리를 떠났다.서유정은 그들을 배웅하고 병실 문을 닫은 뒤 이혜숙의 병상 옆에 앉았다.이혜숙이 흥미롭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어젯밤 일은 나도 들었어. 우리 서씨 가문에 언제 영웅이 나타났지? 이제야 알았네.”“할머니, 놀리지 마세요. 저와 박수환 씨는 친구예요. 친구가 위험에 처했는데 제가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정말 그 사람을 친구로만 생각하니?”“아니면요?”똑바로 이혜숙을 바라보는 서유정의 눈빛은 솔직하기 그지없었다.이혜숙은 웃으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젊은 사람들의 인연은 본인들에게 맡겨야지, 때로는 남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게 오히려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참, 요 며칠 짐 정리하고 월셋집 열쇠는 아줌마한테 줘. 내가 아줌마한테 사람 보내서 물건 저택으로 옮기라고 할게.”서유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혜숙을 바라보며 말했다.“할머니,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아마 한동안만 그 집에 머물 거예요. 할머니 다리가 완전히 나으시면 저는 다시 나가서 살게요.”이혜숙이 눈살을 찌푸렸다.“나랑 같이 저택에서 사는 게 싫어? 아직 돌아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나갈 생각을 하네.”서유정이 입술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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