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내 결혼의 불청객 / Chapter 131 - Chapter 140

All Chapters of 내 결혼의 불청객: Chapter 131 - Chapter 140

197 Chapters

제131화

저녁 무렵 서민형이 별장으로 돌아왔다.안에 들어서자 주희정이 냉랭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이 보여 신발을 바꿔 신다 말고 멈칫했다.아마 오늘 서유정과 제대로 얘기가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역시나 그가 소파에 앉자마자 주희정이 불평을 늘어놓았다.“서유정이 고소 취하를 거부하길래 말다툼하느라 은행 카드도 주는 걸 깜빡했어요. 당신이 직접 가져다줘요!”서민형은 테이블 위의 은행 카드를 힐끗 쳐다보고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회사 일이 산더미인데 내가 언제 그럴 시간이 있어? 당신이 내일 다시 한번 가봐. 그래도 안 되면 그때 다시 얘기해.”주희정이 비웃으며 말했다.“안 가요. 왜 매번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해요? 그러는 당신은 매일 회사 일만 바쁘다고 하고, 대체 언제 안 바쁜데요? 회사 망하면 좀 한가하겠네요.”“닥쳐!”서민형은 얼굴에 분노를 가득 드러냈다.“매일 쇼핑만 하는 주제에 불길한 말은 왜 뱉어! 회사가 정말 망하면 당신은 거리에 나앉을 각오나 해!”“차라리 구걸하는 게 매일 열 받는 것보다 낫겠어요. 아무튼 난 다시 걔를 만나러 가지 않을 거니까 갈 거면 당신이 직접 가요. 곧 민아도 오니까 난 민아 파티를 열어줄 호텔 알아봐야 해요. 무능한 당신이 화원을 빌리기만 했어도 내가 이런 일로 걱정할 필요는 없었잖아요.”서민형도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벌떡 일어섰다.“매일 출근도 안 하는 사람이 이런 일을 안 하면 누가 해? 내가 할까? 그럼 당신을 곁에 둬서 뭐 해!”서민형은 주희정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쏘아붙였다.“회사 일로도 충분히 짜증이 나는데 집에 와서까지 당신 불평을 들어야겠어? 차라리 회사에서 지내는 게 낫겠어!”“그래요. 그럼 회사에서 살아요!”“갈 거야!”말을 마친 서민형은 곧장 돌아서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이대로 가면 평생 돌아올 생각 마요!”서민형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신발을 갈아 신은 뒤 주희정에게 차가운 뒷모습만 남기고 그대로 떠났다.주희정은 이를 갈며 더욱 서유정을 미워하게 되었다
Read more

제132화

서유정은 심장이 철렁했다.“경찰에 신고했나요?”“이미 신고했는데 병원에서 경찰서까지 거리가 좀 있어서 경찰이 오려면 십여 분은 더 걸릴 거예요.”“그러면 그동안 박수환 씨 혼자 안에서 저 남자를 상대하게 둔다고요?”“음... 처음엔 저 남자가 칼을 꺼내지 않다가 나중에 선생님이 또다시 아버지의 수술을 거부했을 때야 칼을 꺼냈어요. 선생님은 칼을 보자마자 바로 문을 닫고 안쪽에서 잠갔어요.”그 말을 듣고 서유정은 더욱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남자는 누가 봐도 흥분한 상태였고 박수환은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해질 뿐이었다.하지만 지금 박수환이 진료실 문을 걸어 잠가서 그녀가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없었다.게다가 함부로 들어가면 남자의 감정이 더 격해져서 상황이 더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서유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입을 열었다.“환자 다른 가족들은요? 저 남자한테 아내나 아이는 없나요?”“있어요. 하지만 지금 모두 병실에 숨어서 나오려 하지 않아요. 저 남자 행동에 동의한다는 거죠. 아까 우리가 병실 문 앞에 찾아가 나와서 말리라고 했는데 아무 대답도 안 하더라고요.”말하던 간호사의 말투엔 어느새 화가 잔뜩 담겨 있었다.“그 환자 병실이 어디예요? 제가 가볼게요.”“415호요. 하지만 괜히 애쓰지 마요. 아예 말이 안 통해서 가도 소용없어요.”“뭐가 됐든 시도는 해보고 싶어요. 저 남자 가족들 정보 있나요?”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여기 서서 안달하는 것보다는 나았다.간호사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게다가 이건 환자 개인정보라서 함부로 알려줄 수 없어요.”“네, 알겠어요. 만약 진료실 안쪽에서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알려줘요. 아, 그리고 환자들은 다른 곳으로 대피하거나 병실로 돌아가 문을 잠그라고 해요. 칼을 든 남자가 흥분해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네, 이미 제 동료가 다른 병실에 알리러 갔어요.”서유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815호 병실로 향했다.815호 병실은 이혜숙의 병실
Read more

제133화

상대가 반응하자 서유정은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칼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이미 치안 관리법을 위반했고 상황이 심각할 경우 형사 사건으로 다룰 수 있어요. 이 문제에 대해선 해결 방법이 많은데 꼭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필요는 없잖아요.”서유정이 말을 마치자 병실 안은 다시 고요해졌고 잠시 후, 아까 말하던 사람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당신이 진짜 변호사라는 걸 어떻게 믿죠? 또 당신이 정말 우리를 돕기 위해 온 거고 그 의사와 한패가 아니라는 건 어떻게 증명하죠?”서유정은 잠시 침묵한 뒤 천천히 말했다.“방금 그분이 칼을 들고 진료실에 들어가는 걸 많은 사람이 봤어요. 이미 경찰에 신고까지 했는데 지금 말리지 않다가 경찰이 오면 그땐 이미 늦었어요. 여러분은 저 남자분 가족이니까 알아서 생각해 잘 보세요.”이 말을 끝으로 서유정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상대가 끝까지 밀어붙이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하지만 서유정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지금도 박수환은 칼을 든 남자와 대치 중인데 상대가 언제든 감정이 격앙되어 칼로 찍을 수 있었다.서유정은 무의식적으로 양옆에 내려놓은 손을 꽉 말아쥐며 마음속엔 걱정과 두려움만이 뒤섞였다.상대측 가족이 더 이상 자신과 소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 병실 문이 열리며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나왔다.소박한 차림새를 하고 서유정을 마주한 채 시선을 회피하며 손은 자꾸만 옷자락을 말아쥐는 모습이 무척 순박한 사람처럼 보였다.“정말 우릴 도와주러 온 변호사예요?”서유정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도와드리는 건 아니에요. 단지 변호사로서 이런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려드리는 거예요. 여러분은 단순히 의사가 수술에 동의하도록 협박하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러한 행위는 범죄이며 강요에 의해 의사가 어쩔 수 없이 동의해도 무효로 할 수 있어요.”그 말에 여자의 표정이 변했다.“그럼 저희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하죠? 마을에서 겨우 상경해 힘들게 박 선생님 예약을
Read more

제134화

“네...”여자는 서둘러 박수환의 진료실로 달려갔고 서유정도 재빨리 그녀를 따라갔다.박수환의 진료실 문 앞에 도착하자 남편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박수환에게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여자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여보, 빨리 칼 내려놔!”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남자가 정말 그녀임을 확인하고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소리쳤다.“누가 나오라고 했어? 당장 돌아가!”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여보, 칼 내려놔. 아버님이 나한테 가보라고 했어. 이렇게 칼로 의사를 협박하는 건 범죄야...”남자는 화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범죄든 뭐든 신경 안 써. 난 그저 이 사람이 아버지 수술에 동의만 하면 돼!”“아버님께 감옥 가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 애초에 우리가 잘못한 거잖아. 참, 내 옆에 있는 분이 변호사님이야. 이분이 우리를 도와서 선생님을 설득해 주기로 했어. 이런 식으로 선생님 협박해봤자 소용없어.”남자가 여자 옆에 있는 서유정을 흘끗 보더니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변호사는 무슨, 저 여자 의사랑 한 패야. 내가 어느 날 저녁에 둘이 같이 얘기하는 걸 봤어.”그 말에 여자의 표정이 변하며 고개를 돌려 서유정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서유정은 여유롭게 가방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꺼내 펼치고는 여자 앞에 내밀었다.“제 변호사 자격증이에요. 게다가 저분은 저희 할머니 주치의라 저와 대화를 나누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말하는 동안 현장에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이 서유정에게 쏠렸다.진료실 안에 있던 박수환도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여자는 변호사 자격증을 본 후 남자를 향해 말했다.“여보, 이분 진짜 변호사야. 일단 칼 내려놔. 만약 당신이 정말 잡혀가면 나랑 두 아이는 어떡하라고! 당신 말고 나랑 두 아이를 생각해!”여자의 초조하고 긴장된 얼굴을 바라보며 칼을 든 남자의 손등에 핏줄이 툭 튀어나오더니 갈등하는 눈치였다.“그러면 아버지는 어떡하고?”“변호사님이 우리 대신
Read more

제135화

박수환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런 말 자주 들어요.”“...”어쩐지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서유정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니 박수환의 눈가에 미소가 스쳤지만 순식간에 사라져서 서유정은 눈치채지 못했다.“박수환 씨, 방금 환자 가족이 하는 말 들어보니까 그 쪽에게 치료받으려고 마을에서 올라왔대요. 더 이상 병원 옮길 돈도 없고 다른 의사로 바꾸기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충동적인 마음에 칼을 챙겨서 수술해달라고 협박한 거래요. 내가 봤을 땐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어요. 마취가 필요한 수술 전에 음식을 먹는 게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몰라서 그랬던 것 같은데 알았으면 절대 안 그랬을 거예요.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그 환자에게 다시 기회를 줄래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수환이 답했다.“아니요.”서유정이 눈살을 찌푸렸다.“그쪽 원칙이 그렇게 중요해요? 칼로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을 만큼요?”조금 전 그가 칼을 든 남자와 한방에 있었던 장면만 떠올려도 서유정은 여전히 소름이 끼쳤다.게다가 박수환이 이로 인해 무슨 일을 당했다면 분명 속상했을 거다. 애초에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일어니까.서서히 하얗게 질리는 서유정의 얼굴을 보며 박수환은 시선을 내렸다. 사실은 말하고 싶었다. 그 남자 정도로는 자신을 다치게 할 수 없다고.하지만 생각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때론 원칙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할 때가 있어요.”그 말에 서유정은 좌절감이 밀려왔다. 박수환이 그 환자에게 수술을 해주지 않겠다는 뜻인 것 같았다.마음속에는 실망감보다도 박수환이 앞으로 맞닥뜨릴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그 가족은 당연히 쉽게 주치의를 바꾸지 않을 텐데, 이번에는 칼을 든 남자가 달려들었지만 다음번, 그다음 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다.서유정이 눈살을 찌푸리자 박수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말하려는 순간 서유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박수환 씨, 저도 때론 원칙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에 동의해요.
Read more

제136화

대화를 마친 서유정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욕실로 가서 씻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서유정이 병동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어제 그 가족이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변호사님 덕분이에요. 오늘 아침에 저희가 의사 선생님께 사과하러 갔더니 아버님 수술을 해주기로 하셨어요. 수술 시간은 내일 오후로 잡았고요.”그 말을 듣고 서유정의 눈가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가 곧 웃으며 말했다.“선생님이 말은 차갑게 해도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에요. 이번엔 반드시 금식 사항 지키고 지난번처럼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분들 속이지 마세요.”“네, 저희도 알고 있어요. 이번엔 절대 그러지 않을 거예요. 예전엔 마취 전에 음식을 먹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몰랐는데 지금은 알고 나니 소름이 돋네요.”잠시 더 이야기를 나눈 뒤 가족들은 자리를 떠났다.서유정은 그들을 배웅하고 병실 문을 닫은 뒤 이혜숙의 병상 옆에 앉았다.이혜숙이 흥미롭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어젯밤 일은 나도 들었어. 우리 서씨 가문에 언제 영웅이 나타났지? 이제야 알았네.”“할머니, 놀리지 마세요. 저와 박수환 씨는 친구예요. 친구가 위험에 처했는데 제가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정말 그 사람을 친구로만 생각하니?”“아니면요?”똑바로 이혜숙을 바라보는 서유정의 눈빛은 솔직하기 그지없었다.이혜숙은 웃으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젊은 사람들의 인연은 본인들에게 맡겨야지, 때로는 남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게 오히려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참, 요 며칠 짐 정리하고 월셋집 열쇠는 아줌마한테 줘. 내가 아줌마한테 사람 보내서 물건 저택으로 옮기라고 할게.”서유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혜숙을 바라보며 말했다.“할머니,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아마 한동안만 그 집에 머물 거예요. 할머니 다리가 완전히 나으시면 저는 다시 나가서 살게요.”이혜숙이 눈살을 찌푸렸다.“나랑 같이 저택에서 사는 게 싫어? 아직 돌아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나갈 생각을 하네.”서유정이 입술을 달싹였다.“
Read more

제137화

이혜숙은 서유정이 그렇게 고생하는 걸 원치 않았다. 서씨 가문의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걱정 없이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며 즐겁게 지내길 바랐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설령 서유정에게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서유정이 일을 그만두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어릴 적 부족했던 부모님의 사랑은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보상할 수 없었다.“너무 힘들게 일하지 말고 적당히 쉬면서 해.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몸이 우선이야.”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 알겠어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렸다.두 사람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니 서민형이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서유정은 그를 보고도 크게 동요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점심때 먹을 요리 준비하러 갈게요.”“그래.”서유정이 일어나 부엌으로 가려 하자 서민형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잠깐만,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유정이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만약 전에 주 여사님이 찾아와 말했던 일이면 더 얘기하지 않아도 돼요. 내 생각은 바뀌지 않을 테니까.”말이 끝나자마자 서민형의 얼굴이 못나게 일그러졌다.“서유정, 서씨 가문 아가씨로서 멋대로 일을 처리하면 안 되지.”서유정이 한지유를 고소한 일이 알려지면 서씨 가문의 체면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이혜숙은 일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차갑게 말했다.“민형아, 무슨 일로 유정이를 찾아온 거야?”서민형은 이혜숙을 슬쩍 보고는 주희정이 지난번에 이혜숙 앞에서 서유정에게 소송 취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걸 짐작했다.“어머니와 상관없는 일이니까 병 치료에 집중하세요. 다른 건 신경 쓰지 마시고.”“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제대로 알아내지 않으면 너랑 주희정이 또 유정이 괴롭혔을지 누가 알아?”서민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불쾌한 듯 말했다.“우리가 어떻게 괴롭혀요? 얘 고집이 얼마나 센지 어머니는 몰라요. 이젠 나랑 집사람 말도 안 들어요.”“애가 고집이 센
Read more

제138화

“닥쳐!”이혜숙의 분노에 찬 고함이 서민형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개를 돌린 그는 이혜숙의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온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보고 서둘러 다가가 부축하려 했다.“어머니, 왜 그러세요?”짜악!서민형이 다가온 순간 이혜숙이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때렸다.서민형은 그 한 대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성인이 된 이후로 이혜숙이 그에게 손을 댄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해 서유정과 관계를 끊었을 때조차 이혜숙은 그저 한바탕 언성을 높이고 1년 넘게 그를 무시했을 뿐이었다.그런데 오늘 이혜숙이 그에게 손을 댈 줄은 꿈에도 몰랐다.서민형은 멍한 표정으로 얼굴에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은 채 이혜숙을 바라보았다.“어머니, 왜 저를 때리세요?”이혜숙의 서슬 퍼런 표정을 지었다.“맞을 짓을 하잖아! 전에 유정이가 서씨 가문에 돌아왔을 때 차별하면서 서민아만 챙긴 건 그럴 수 있다고 하자. 서민아는 너와 주희정이 함께 키운 자식이라 감정이 있는 사람이면 그럴만하니까. 나도 굳이 틀렸다는 생각은 안 해서 아무 말 안 했어. 그런데 이젠 딸이 밖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왔는데 남의 편을 들면서 괴롭히는 데 동조해? 서민형, 넌 양심을 어디 개한테 던져 줬니?”서민형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어머니, 사소한 일로 재판까지 하겠다잖아요.”“재판까지 가는 게 뭐 어때서? 남이 네 얼굴을 짓밟으면 얼씨구나 밟으라고 얼굴 들이밀 거냐?”이혜숙의 분노한 표정을 보며 서민형도 속으로 움찔했다.“하지만 한씨 가문 딸이 이미 사과까지 하러 왔는데... 계속 집착하면 오히려 우리가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이혜숙이 차갑게 웃었다.“결국엔 네 체면을 위해서 그러는 거구나. 그깟 체면이 대수야? 당장 꺼져. 또다시 너나 주희정이 유정이를 찾아와 고소 취하하라고 강요했다는 말이 내 귀에 들리면 다리를 부러뜨릴 줄 알아!”실컷 당하고도 서민형은 감히 이혜숙의 말을 거역하지 못한 채 쭈뼛쭈뼛 자리를 떴다.병실에 이혜숙과 서유정만 남자 그녀는 서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Read more

제139화

서유정이 채팅창을 열고 내용을 살펴보니 그중 두 집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그 두 집을 중개인에게 보내며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중개인은 즉시 답장하며 오늘 저녁에 시간이 있는지 물었고, 시간이 된다면 집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중개인과 저녁 7시에 집을 보러 가기로 약속한 서유정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저녁이 되었고 오은화가 오자 서유정은 물건을 챙겨 떠나려 했다.떠나기 직전 이혜숙이 그녀에게 당부했다.“물건 정리하는 거 잊지 마. 네가 정리할 시간이 없으면 도우미 두 명 불러서 정리하라고 할게.”서유정은 원래 남이 자기 물건을 만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틀 안에 제가 정리할게요.”게다가 그녀는 저택에 잠시만 머물 예정이라 너무 많은 물건을 가져갈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이사할 때 번거로웠다.“알았어, 운전 조심하고 안전에 주의해.”“네.”중개인과 두 채의 집을 본 후 서유정은 크림색 인테리어의 두 번째 집을 더 마음에 들어 했다. 다만 가격이 자신의 예상보다 꽤 높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서유정 씨, 이 근처 집들은 다 이 정도 가격대예요. 원래 제시하신 가격보다 20만원 정도 더 비싸지만 집도 직접 보셨잖아요. 채광이며 인테리어, 위치까지 아주 좋은데 이 정도 가격이면 싼 거예요. 게다가 이 집은 인기도 많아서 이틀 사이에 벌써 열 명도 넘는 사람이 보러 왔고 그중 여러 명이 계약 의사를 밝혔어요.”서유정의 돈으로 이 집을 임대하기엔 충분했다.하지만 지금은 직장이 없고 곧 대학원 입시를 준비해야 하니 앞으로 몇 년간 수입도, 저축한 돈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이 생각이 들자 서유정은 중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좀 더 생각해 볼게요.”중개인은 서유정을 위하는 척 말했다.“서유정 씨, 이 집에 이 정도 가격대면 가성비가 아주 좋아요. 서둘러 계약하지 않으면 내일 이 집을 다른 사람이 계약할지도 몰라요.”“알지만 그래도 제 예산 범
Read more

제140화

최지연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몇 초가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변호사님 죄송해요. 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도와주시면 저를 고소해도 기꺼이 받아들일게요. 변호사님의 인맥을 이용해 돈을 마련해 주신다면 법정에서 모든 것을 말하고 정의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도울게요.”“그쪽이 말하는 정의는 나 혼자서도 쟁취할 수 있어요. 돈은 나도 그럴 능력이 안 되네요.”능력이 되는 범위 내에서 의뢰인을 돕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상대를 용서한다는 뜻은 아니었다.최지연의 이번 행동은 이미 서유정의 인내심을 건드렸기에 용서하지도, 도와주지도 않을 것이다.일부 사람들은 동정할 가치도 없으니까.이번에 도와주면 다음번에 기회가 생길 때 또다시 물어뜯지 않겠나.“변호사님, 정말 그렇게 매정하게 구실 거예요? 저희 모자가 죽기를 바라세요?”서유정은 걸음을 멈추지도 않은 채 그대로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던 최지연의 눈에 악랄한 기색이 스쳤다.‘날 돕지 않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원망하지 마.’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의 풀숲으로 가서 미리 숨겨둔 카메라를 꺼냈다.그 안에 자신이 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하자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띠었다.서유정이 도와준다면 이 영상을 지울 생각이었지만 서유정이 도와주지 않으니 이 영상은 이제 곧 서유정을 찌르는 칼이 될 것이다.그녀는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몸을 돌려 아파트 단지를 나섰다.집에 돌아온 최지연은 즉시 컴퓨터를 켜서 녹화 내용을 추출해 한지유에게 일부를 전송했다.곧 한지유의 전화가 걸려 왔다.“최지연, 대체 무슨 뜻으로 영상을 보낸 거야?”최지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무슨 뜻인지 한지유 씨도 잘 알잖아요. 서유정이 고소를 취하할 리 없으니 우리도 끝까지 물고 뜯으며 싸울 수밖에요. 제가 보낸 영상은 일부에 불과해요. 원하는 내용으로 더빙해서 인터넷에 올리면 서유정은 사람들의 공격을 받을 거예요. 그때면 서유정이 우리와 협상하려
Read more
PREV
1
...
1213141516
...
2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