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결혼의 불청객: Bab 111 - Bab 120

198 Bab

제111화

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침실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이 산 보석 세트를 꺼내 옷과 매치하려던 참에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송지헌인 걸 확인한 한지유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며 급히 전화를 받았다.“송지헌 씨, 무슨 일로...”송지헌이 차갑게 말을 끊었다.“약속한 일은 처리했으니까 그쪽도 말한 대로 없었던 일로 해요. 안 그러면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상대방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위협을 감지한 한지유는 바짝 긴장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송지헌 씨, 걱정하지 말아요. 난 말한 대로 할 테니까.”말이 끝나자마자 상대방은 전화를 끊었다.한지유는 휴대폰을 침대에 내팽개치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송지헌이 송원 그룹의 후계자만 아니었다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다.‘날 떼어내려고? 쉽지 않지.’그 후 며칠 동안 서유정은 로펌 설립과 대학원 입시 준비 자료를 정리했다.금요일 저녁, 그녀가 책을 보고 있을 때 갑자기 서민형의 전화가 걸려 왔다.“서유정, 네 할머니가 어제 실수로 계단에서 넘어져서 방금 수술을 마쳤어. 시간 나면 뵈러 가.”그 말을 듣고 서유정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 서둘러 이혜숙이 어느 병원에 있는지 묻고 즉시 옷을 갈아입고 달려갔다.병실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30분이 지난 후였다.문을 두드리자 금방 안에서 누군가 문을 열어주었다.상대는 50대 중년 여성이었는데 서유정을 보자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눈빛에 반가움이 스쳤다.“아가씨, 오셨군요!”“아주머니, 할머니가 골절상을 입었다고 해서 뵈러 왔어요.”오은화는 저택의 도우미로 스무 살부터 줄곧 저택에서 일해온 서씨 가문의 오랜 도우미였다. 그래서 서씨 가문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존경받고 있었다.“여사님께선 방금 잠에서 깨셨어요. 빨리 들어오세요.”서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로 들어갔다.이혜숙은 그녀를 보자 눈빛에 기쁨이 스쳤다가 곧 고개를 돌렸다.“차라리 내가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문하러 오지 그래.”서유정이 자기 말을 안 듣고 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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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게다가 당시 주희정이 이혜숙에게 불평하기를 서유정은 공부에 관심이 없고 매일 친구들과 무리 지어 돌아다니며 말썽만 부린다고 했다.그런데 수능 성적이 발표되었을 때 주희정이 모범생이라고 생각한 서민아는 겨우 평범한 대학에 갈만한 점수였고 서유정은 상위 50위 안에 들어 점수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주희정은 차별이라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오히려 서민아는 실수해서 그런 것이고 서유정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이혜숙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왜 서민아는 운이 좋지 않았는지 따져 물으며 주희정에게 면박을 주었다.그렇게 둘은 사이가 틀어졌고 이후 주희정은 그녀를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대학에 지원할 때 서씨 가문 식구 중 누구도 서유정을 위해 정보를 찾아주지 않았고 오히려 서민아의 기분을 달래준다며 그녀를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나중에 서유정은 본인 스스로 한성대에 지원했다. 서민아는 여러 선생님의 조언을 구했지만 멋대로 자기 점수로 가당치도 않은 대학에 지원했다가 전부 탈락하고 말았다. 재수를 원하지 않아 주희정과 서민형은 큰돈을 들여 학원에 의뢰해 그녀를 해외로 유학을 보냈다.서유정이 과거에 겪었던 이런 억울한 일들을 생각하면 이혜숙은 분노와 서러움이 밀려왔다.그런데 서유정은 하필 고집이 세서 정말로 서씨 가문과 연을 끊고 몇 년 동안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이혜숙은 그녀가 서민형과 주희정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기에 서씨 가문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서유정의 모든 것을 서민아가 가져가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서유정이 나서지 않으면 늙은 그녀라도 나서서 싸울 생각이었다.‘내 친손녀 건 누구도 가져갈 수 없어!’이혜숙의 가슴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걸 보니 정말 화가 난 모양이라 서유정이 재빨리 그녀를 달랬다.“할머니, 방금 수술을 마쳤는데 이렇게 흥분하시면 안 돼요.”이혜숙이 깊게 숨을 들이쉬고 서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도 봤겠지만 난 지금 침대에 누워 움직일 수 없어. 네가 와서 나를 돌봐야 하는 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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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네. 할머니는 어느 병실에 계시나요?”“802호요.”박수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나요. 할머니 수술을 제가 집도했거든요.”“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그쪽이 우리 할머니 주치의라니.”박수환은 입가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 “저도 몰랐네요. 할머니께선 지금 어때요?”“아주 멀쩡하세요. 아까도 기운이 넘쳐서 날 욕하더라고요. 며칠도 안 돼서 퇴원할 것 같아요.”이혜숙이 방금 기운차게 그녀를 꾸짖던 것을 떠올리며 서유정은 웃음이 나왔다.곁에서 그녀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본 박수환의 차가운 옆모습이 한결 부드러워지며 시선이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이끌렸다.몇 초가 지나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 “지금 가려고요?”“네.”“내가 배웅해 줄게요.”서유정이 서둘러 거절했다.“괜찮아요. 차를 입원 병동 입구에 주차해서 멀지 않아요. 박수환 씨는 바쁜데 일 봐요. 방해하지 않을게요.”박수환도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 “알겠어요. 그럼 조심해서 가요.”“네, 고마워요. 박수환 씨.”엘리베이터가 금방 도착했고 서유정은 박수환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엘리베이터 문이 눈앞에서 닫히자 박수환은 비로소 시선을 거두고 돌아섰다.다음 날 아침 일찍 서유정은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했다. 이혜숙의 병실에 부엌이 있다는 생각에 다시 시장에 가서 여러 가지 채소를 산 다음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실에 도착했을 때 마침 의사가 회진을 돌고 있었다.박수환은 서유정이 크고 작은 가방 여러 개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 가방을 건네받았다.“내가 도와줄게요. 뭘 이렇게 많이 샀어요?”“할머니 병실에 부엌이 있어서 앞으로 병실에서 직접 하루 세 끼를 해 드릴 거예요.”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박수환은 이미 서유정과 함께 식재료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병실에서 박수환을 따라다니던 인턴들과 함께 회진을 돌던 간호사들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놀라움이 가득했다.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환각이라도 본 걸까? 박수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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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박수환의 외모에 살짝 흥미가 있긴 해도 그와 만날 생각은 없었다.이혜숙은 죽을 한 숟가락 떠먹고 태연하게 말했다.“넌 관심 없어도 네 사촌 여동생 여러 명이 남자 친구가 없어. 걔들에게 의사 양반 소개해 주면 누구와 눈이 맞을지 어떻게 알아?”“...”서유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혜숙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고 여유롭게 죽을 먹기 시작했다.역시 손녀가 곁에서 돌봐주니 다르긴 달랐다. 밖에서 유명한 요리사들이 끓인 죽과 다름없었다.죽을 다 먹고 이혜숙이 잠시 쉬려던 찰나 병실 문이 열렸다.주희정과 서민형이 보양식을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 서유정을 본 주희정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눈빛에 혐오감이 스쳤다.“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그날 서유정의 로펌 아래에서 그녀가 자신에게 했던 말들이 떠오르자 주희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서유정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도 분노가 담겨 있었다.서유정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할머니 뵈러 왔어요.”서유정이 그릇을 들고 주희정을 지나쳐 부엌으로 가려는데 상대방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때 내가 서씨 가문에 와서 밥 먹으라고 했을 때는 이미 서씨 가문과 연을 끊었다면서? 이제 와서 또 무슨 가식을 떨면서 살갑게 구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혜숙이 짜증스럽게 입을 열었다.“내가 유정이한테 챙겨달라고 했다.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주희정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이혜숙을 바라보았다.“어머님, 간병인이 필요하면 저희가 구해 드릴 텐데 굳이 얘를 불러야 해요? 얘가 제대로 돌볼 수는 있고요?”이혜숙이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얘가 못하면 네가 할 거냐? 그럼 유정이 보내고 네가 날 챙겨. 어차피 내 며느리니까 날 챙기는 건 당연하잖아.”“...”주희정의 표정이 굳어졌다가 이내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어머님, 저를 잘 아시면서. 제가 누굴 챙겨요.”“못하겠으면 입 다물어. 내 일에 네가 왜 나서?”주희정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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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주희정의 미간 사이로 순간 혐오감이 스쳤다. 그녀는 누가 서유정이 친딸이라고 말하는 걸 제일 싫어했다. 이런 딸이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마음속의 짜증을 억누르며 주희정은 콧방귀를 뀌었다.“쟤는 서씨 가문을 안중에도 두지 않잖아요. 지난번에 내가 찾아갔을 때 거만하게 서씨 가문과 관계를 끊었다고 하더라고요. 집에 와서 밥 한 끼 먹으라고 해도 안 오겠다면서요.”그 말은 곧 서유정을 위한 파티는 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이혜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서민아 파티는 언제 할 생각이야?”이혜숙이 화원을 빌려주는 것에 동의한 줄 알고 주희정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다음 주 일요일 저녁에요.”화원은 이혜숙의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저택으로 수천 평의 부지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화시 외곽의 고급 별장 구역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그 별장 구역을 계획할 때 4천억을 내고 화원을 사려했지만 이혜숙은 팔지 않아 결국 별장 구역을 옮겨 화원 옆에 지을 수밖에 없었다.화원이 유명한 이유는 안에 수많은 골동품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거나 대충 하나 꺼내도 수십억인데 이는 모두 이혜숙의 선조 대대로 물려받은 것들이었다.지금까지도 화원 안에 정확히 얼마나 많은 골동품이 숨겨져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서씨 가문 사람들도 알지 못했다.유일하게 아는 사람은 아마 이혜숙 본인뿐일 것이다.이혜숙은 현재 1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화원에서 보내며 가끔 서씨 가문 저택에 머물렀다.그녀가 화원에 있을 때는 항상 문을 닫고 손님을 받지 않았으며 서씨 가문 사람들도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만 이혜숙을 보러 간다는 명목으로 화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주희정과 서민형은 몇 번 가봤지만 매번 화원의 화려함에 저절로 감탄하며 지금도 그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만약 서민아의 귀국 파티를 화원에서 연다면 연화의 모든 유명 인사를 다 불러 모을 수 있었다.이러면 서민아는 물론 주희정과 서민형의 체면도 세울 수 있었다.“알았어.”주희정은 이혜숙이 승낙한 줄 알고 재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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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이혜숙이 콧방귀를 뀌었다.“그래서 양녀 하나 괴롭힘당하지 않게 하려고 네 친딸을 괴롭히는 거냐? 주희정, 잘못은 유정이가 아니라 너와 민형이가 했어!”이혜숙이 화를 내자 서민형이 급히 말을 꺼냈다.“어머니, 화내지 마세요. 유정이는 저희가 다시 서씨 가문으로 데려오고 명분도 줄 거예요. 최근에 집사람과 계속 상의하고 있어요.”“그렇게 오래 상의했는데도 언제 한번 결론 내는 꼴을 못 봤다. 서민아 일은 그렇게 신경 쓰면서 고작 귀국하는 걸로 파티를 열려고 하잖아. 그것도 화원에서! 잊지 마. 네 결혼식이라도 화원에서는 못 해!”이혜숙이 말을 거칠게 뱉었고 주희정은 워낙 서민아를 아꼈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어머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 눈에는 민아가 제 친딸이에요. 걔는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어요. 오늘도 상의하러 온 건데 거절만 하시면 되지 굳이 그렇게 민아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잖아요. 민아가 양딸이라고 싫어하시면 저도 더 할 말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찾아와 부탁할 일 없을 테니까!”말을 마친 주희정은 씩씩거리며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서민형이 이혜숙을 바라보며 말을 꺼내려는데 이혜숙이 먼저 입을 열었다.“내 기분 상하게 할 말이면 입 다물어. 그리고 네 아내 단속이나 잘해. 단속 못할 거면 집에서 얌전히 두고 창피하게 밖에 데리고 다니지 마.”“알겠어요. 어머니, 푹 쉬세요. 전 이만 갔다가 다음에 다시 뵈러 올게요.”이혜숙은 성가신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빨리 가. 보기만 해도 짜증 나니까.”서민형이 서유정을 바라보며 당부했다.“할머니 잘 모시고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비록 그녀가 먼저 서민형에게 연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이혜숙 앞에서 굳이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서민형이 떠난 뒤 이혜숙이 서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정아, 아까 내가 네 부모한테 하는 말 다 들었지? 마음의 준비를 해둬. 다음 주 일요일에 널 서씨 가문으로 데려와서 파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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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세상에, 정말이야?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박수환과 몇 년 동안 동료로 지내면서 그가 어떤 여자에게도 특별 대우를 한 적이 없었기에 여자의 짐을 들어주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하지만 그 여자도 정말 예쁘더라. 내가 남자였으면 나도 좋아했을 거야.”“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궁금해졌어. 내일 아침 회진할 때 나도 가서 볼래.”“나도 보고 싶지만 내일은 휴가라서 못 가. 보면 몰래 사진 좀 찍어 줘. 박 선생님이 여자를 향해 웃는 모습이 어떤지 보고 싶어!”그들이 수다를 떨고 있을 때 간호사 데스크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이혜숙 여사님 어느 병실에 계시죠?”고개를 돌린 그들의 눈에 제일 먼저 놀랍도록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 이내 몸에 딱 맞게 재단한 양복에는 아무런 브랜드 로고가 없었지만 한눈에 봐도 비싸 보였다.몇 초도 안 되어 사람들은 하나같이 속으로 결론을 내렸다.‘이 남자는 재벌이다.’간호사 중 한 명이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대답했다. “802호 병실이요.”“감사합니다.”남자가 돌아서서 떠나자 간호사들은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802호가 아까 얘기한 그 미녀의 할머니 병실이잖아. 역시 미녀 주위엔 잘생긴 남자만 모이는구나. 너무 잘생겼잖아!”“잠깐만... 아까 그 남자 좀 낯익지 않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그렇게 말하니 나도 본 것 같아... 얼마 전에 TV에 나온 것 같은데...”수다를 떨던 사이 양주원은 이미 병실 문 앞에 도착했다.손을 내밀어 문을 두드렸고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리자 양주원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양주원을 본 서유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뭐라고 하려는데 양주원이 손에 든 선물을 내려놓고 이혜숙을 바라보며 말했다.“할머니, 입원하셨다고 해서 뵈러 왔어요.”이혜숙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주원이 왔구나. 얼른 앉아.”그러면서 서유정을 돌아보며 말했다. “넌 가서 차를 끓여.”서유정은 입술을 달싹이며 마지못해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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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양주원은 고개를 들어 서유정의 짜증 가득한 얼굴을 보자 심장이 철렁했다.손을 뻗어 찻잔을 받아들인 그는 서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서유정은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양주원은 감정을 가라앉히고 이혜숙을 바라보며 말했다.“할머니, 제비집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마침 최근에 제 친구가 말란시아에서 돌아오는데 제비집 두 박스를 가져오라고 부탁했어요. 도착하는 대로 제가 직접 가져다드릴게요.”이 말을 들은 이혜숙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참 고맙구나.”“할머니는 유정이 할머니인 동시에 제 할머니이기도 해요. 손자가 할머니께 효도하는 건 당연하죠.”말하는 동안 양주원은 서유정 쪽을 슬쩍 쳐다봤다. 그의 말을 듣지 않는 듯 무표정한 서유정의 표정을 보고 찻잔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서유정이 이혜숙 앞에서는 적어도 살갑게 굴 줄 알았는데 이제야 괜한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이혜숙은 그런 양주원의 행동을 못 본 척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주원아, 고맙구나.”“할머니, 별말씀을요.”그 후 몇 분 동안 양주원은 계속 이혜숙의 병세를 걱정하며 몇 번이나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서유정의 냉담한 표정을 보며 입 밖에 꺼내려던 말을 삼켜버렸다.양주원이 할 말이 있는 걸 눈치챈 이혜숙은 서유정을 슬쩍 쳐다보며 웃었다.“유정아, 갑자기 귤이 먹고 싶어졌어. 나가서 좀 사다 줘. 병원 정문 왼쪽에 있는 과일 가게에서 팔아.”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녀는 일어나며 양주원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양주원은 마음속으로 짜증이 밀려왔지만 애써 잘 감추었다.서유정이 떠난 뒤 이혜숙이 양주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주원아, 나한테 할 말이 있지?”잠시 망설이던 양주원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이혜숙을 바라보며 말했다.“할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유정이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오기 전에 그는 여러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결국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정했다.겪을 걸 다 겪어온 이혜숙은 눈치가 빨라 거짓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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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이혜숙의 말투는 덤덤했지만 양주원은 뺨이라도 맞은 것처럼 체면과 자존심이 바닥을 쳤다.비록 지금은 창업에 성공해 대기업 대표가 되었어도 그가 양현 그룹 대표의 사생아라는 사실은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오점처럼 남아 있었다.양주원은 옆에 늘어뜨린 손을 꽉 움켜쥐며 눈빛도 어두워졌다.그는 시선을 내린 채 몇 초가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입원 병동 밑에 도착했을 때 마침 귤을 사 들고 온 서유정과 마주쳤다.상대는 그를 보지 못한 듯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두 사람의 어깨가 스쳐 지나갈 때 양주원은 참지 못하고 그녀를 불렀다.“서유정.”서유정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왜?”“예전에 우리가 사귀었을 때 내가 양현 그룹 대표 사생아라는 이유로 나를 무시했지?”양주원의 진지한 표정에 서유정은 참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를 무시했다면 애초에 그와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양주원 본인이 양현 그룹 대표의 사생아라는 사실에 예민한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창업에 성공한 후 양주원은 서유정 앞에서 단 한 번도 열등감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오늘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깊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우린 이미 헤어졌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언젠가는 양주원도 알게 될 거다. 다른 사람이 우습게 보든 말든 스스로 본인을 존중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걸.본인조차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비극이었다.병실로 돌아온 서유정은 귤을 침대 옆 탁자에 놓고 껍질을 벗겨 하나를 이혜숙에게 건넸다.이혜숙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안 먹을래. 너무 시니까 네가 먹어.”서유정도 억지로 권하지 않고 한 조각을 떼어 입에 넣으며 이혜숙을 바라보았다.“제가 가고 양주원이 뭐라고 하던가요?”“별말 없었어. 그냥 너랑 다시 만날 수 있게 도와달라더라.”서유정이 귤을 먹다가 멈칫했다.“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맞춰봐.”“...”서유정이 무표정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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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할머니, 저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러는 게 싫어요.”아무리 화려하게 치러도 무슨 소용이 있겠나, 서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를 싫어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을.예전엔 서씨 가문에 어울리고 싶어 억지로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그러나 지금은 그들을 신경 쓰지도 않고 서러움을 견디며 타협할 생각도 없었다.“싫어도 해야 해. 난 네가 진짜 서씨 가문 아가씨라는 걸 모두에게 알려줄 거야.”서유정이 이혜숙을 더 설득하려 했지만 상대는 그녀의 속셈을 눈치채고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난 피곤해서 좀 자야겠다.”이혜숙이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알고 서유정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엌에 가서 점심 준비할게요.”부엌 문턱에 다가갔을 때 이혜숙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마파두부 먹고 싶어.”조상 대대로 매운 음식을 즐겨 먹었던 탓에 마파두부는 이혜숙의 최애 요리였다.하지만 지금은 고지혈증이 있어서 이렇게 기름지고 매운 음식은 서씨 가문 사람들이 거의 먹지 못하게 했다.서유정이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히 거절했다.“안 돼요. 지금은 편찮으시니까 담백한 음식만 드셔야 해요. 제가 사골국 끓여드릴게요.”“...”부엌으로 들어간 서유정은 갈비를 씻은 뒤 양념을 넣고 냄비에 넣어 끓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다른 재료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배달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고 병원 음식도 싫어했기에 자신과 이혜숙이 먹을 점심을 직접 준비했다.한 시간 넘게 분주히 움직인 끝에 서유정은 병상 옆에 딸린 테이블을 펼치고 이혜숙 앞에 반찬 두 가지와 국 한 그릇을 내놓았다.사골국 외에도 청경채 볶음 한 그릇과 다진 고기를 넣은 계란찜 한 그릇이 있었다.서유정이 이혜숙에게 국 한 그릇을 떠 주며 말했다. “할머니, 먼저 국부터 드시고 밥 드세요.”이혜숙이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 모금 마시자마자 서유정이 불고기와 생선 김치찜을 들고 부엌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순간 눈앞의 국물에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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