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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결혼의 불청객: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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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밖에 있던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고개를 돌린 서유정은 박수환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살짝 놀랐다.“박수환 씨가 여긴 왜 왔어요? 오후에 할 검사라도 있어요?”서유정을 본 순간 박수환의 발걸음이 멈칫했다.편하게 요리하기 위해 서유정은 요리용 앞치마를 둘렀는데 분홍 돼지가 그려진 앞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묶어 올렸다. 차갑고 도도한 평소 모습과 달리 지금은 제법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박수환은 자기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언제든 가슴에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는 가볍게 기침하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여느 때처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 할머니께서 약 드실 시간이 됐다는 걸 알려드리려고 왔어요. 그 약은 꼭 정해진 시간대로 12시간마다 한 번씩 드시는 게 효과가 가장 좋아요.”“아, 알겠어요. 그럼 약은 밥이랑 같이 먹어도 되나요?”“네.”서유정이 약을 찾아내자마자 박수환이 물 한 잔을 건넸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손을 뻗어 물을 받았다. “고마워요.”이혜숙이 약을 다 먹자 박수환이 말했다.“지금이 딱 열한 시 반이니까 알람을 맞춰서 밤 열한 시 반에 할머니께 약을 한 번 더 드리세요. 앞으로 며칠 동안은 이 시간에 맞춰서 약을 드셔야 해요.”“알겠어요. 박수환 씨 수고가 많네요.”“아니에요.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내 진료실로 찾아와요.”말을 마친 박수환이 돌아서서 떠나려는데 이혜숙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박 선생님, 점심 안 드셨으면 같이 드시지 않겠어요? 유정이가 음식을 많이 해놔서 혼자 다 먹기 힘들어요.”“...”박수환은 의사라서 바쁠 테고 점심 먹을 시간조차 없을 것이다.서유정이 박수환을 대신해 거절하려던 바로 그때, 상대가 돌아서서 이혜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안 먹기는 했는데 그러면 서유정 씨에게 신세를 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서유정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이혜숙이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어차피 다 먹지 못하면 아깝잖아요.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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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박수환이 소파에 앉아 서유정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본 간호사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박수환이 먼저 나서서 여자와 함께 앉아 식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매운 것도 못 먹는다고 했는데?’간호사가 멍하니 있는 사이 박수환은 이미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18호 병실 환자가 왜요?”정신을 차린 간호사는 재빨리 그를 따라갔다.“18호 환자가 오늘 아침에 식사해서... 오후 수술은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박수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표정이 어두워졌다.“어젯밤에 음식과 물은 일절 안 된다고 이미 말하지 않았어요? 왜 아침을 먹은 거죠?”말하면서 박수환은 18호 환자가 있는 병실로 빠르게 걸어갔고 간호사가 발걸음을 재촉하며 그를 따라갔다.“제가 듣기로는 아침에 어린 손자가 와서 만두를 건넸는데 그걸 그대로 드셨대요. 가족들도 같이 안 먹었다고 거짓말했다가 손자가 말실수했어요. 저희가 끝까지 캐물으니까 그제야 사실대로 말하더라고요.”그 환자의 손자가 말실수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환자에게 마취하고 수술을 진행했을 테고 그 환자는 수술대에서 멀쩡하게 내려오지 못했을 것이다.걸음을 멈춘 박수환의 표정은 완전히 어두워졌다.그는 더 이상 병실로 가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그 환자에게 전해요. 병원을 옮기거나 주치의를 바꾸라고. 난 수술 안 해요.”이렇듯 목숨을 장난으로 여기는 환자는 도와주지 않았다.말을 마친 박수환은 곧장 자신의 진료실로 향했다.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간호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차마 따라가지 못했다.진료실로 돌아와 의자에 앉은 박수환은 서랍을 열어 위장약 한 알을 꺼내서 삼켰다.물컵을 내려놓자마자 진료실 문이 열렸고 송지헌이 진료실로 들어오며 말했다.“방금 한 환자가 아침을 먹은 사실을 숨겼다는 이유로 환자에게 다른 병원으로 가거나 주치의를 바꾸라고 했다면서?”박수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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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그중 한 남자가 분노하며 소리쳤다. “둘 중에 누가 박수환이야?”상대의 사나운 눈빛에 송지헌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박수환을 가리켰다.“여기.”그 말에 남자의 분노 어린 시선이 박수환에게 쏠렸다.“당신이 내 아버지에게 병원을 옮기거나 주치의를 바꾸라고 했어?”박수환은 시선을 살짝 들며 태연하게 말했다. “네, 무슨 일이죠?”남자는 피식 웃더니 앞으로 나서서 책상을 내리치며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주치의가 수술 직전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니, 우리 아버지보고 죽으라는 거야?”그의 힘이 너무 세서 책상이 흔들렸다.옆에 있던 송지헌도 움찔하며 일어나 조용히 자리를 뜨려 했다.이런 의료 분쟁은 박수환에게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 차라리 박수환이 직접 해결하도록 두는 게 나았다.박수환의 표정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어제 간호사가 몇 번이나 찾아가서 음식과 물을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가족들에게 환자를 지켜보라고 당부했는데 오늘 아침에 식사하셨잖아요. 만약 우리가 모르고 마취한 뒤 수술까지 진행했으면 수술대에서 살아남지 못할 확률이 높아요.”사나운 표정을 짓던 남자는 괜히 마음에 찔렸지만 이내 언성을 높였다.“그렇다고 아버지에게 병원을 옮기라고 하면 안 되지!”“말했어요. 주치의를 바꿀 수도 있다고.”“안 돼, 당신이 우리 아버지 수술을 집도해야 해.”“거절할게요.”“거절하면 당신을 고소할 거야!”박수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세요.”그는 더 이상 말을 섞기 싫다는 듯 진료기록을 집어 들었다.남자는 당황했다. 박수환이 고소도 두려워하지 않을 줄은 예상 못 한 것 같았다.그는 박수환의 손에서 차트를 빼앗아 책상 위에 내리치며 화가 잔뜩 나서 소리쳤다. “이 수술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해!”박수환은 남자의 손에 눌린 차트를 내려다보며 눈빛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손 치워요.”남자는 비웃으며 말하려다가 박수환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고는 오싹한 기운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손을 뗐다.차트를 가져간 박수환은 다시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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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일도 중요하지만 쉬면서 하라고 해.”송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이혜숙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송지민은 서유정을 발코니로 불렀다.“유정아, 할머니 뵙는 것 말고 너한테도 할 말이 있어서 왔어. 전에 널 모함하는 글 올리라고 시킨 사람이 한지유야.”서유정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어떻게 알았어?”“양주원이 알아냈어. 네가 만나주지 않을까 봐 증거를 직접 나한테 가져와서 네게 주라고 하더라.”말하면서 송지민은 가방에서 한 통의 서류를 꺼내 서유정에게 건넸다.서유정은 서류를 펼쳐서 잠시 살펴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 고마워, 지민아.”“일은 그 쓰레기가 다 했지. 하지만 전에 잘못한 게 있으니 널 위해 뭘 해주는 건 당연한 거야. 참, 너랑 한지유는 모르는 사이 아니야? 최근에 둘이 부딪힌 적 있어?”“네 생일날 정원에서 좀 불쾌한 일이 있었어.”“예전이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 여전히 작은 일까지 다 복수하려고 들어.”이에 서유정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도 예전엔 한지유를 알지 못했으니까.“증거가 있으니까 이참에 같이 고소하지 뭐.”“좋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알겠어.”“얘기는 끝났고 난 처리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그래, 내가 아래층까지 데려다줄게.”송지민이 병실로 돌아와 이혜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머니, 저는 이만 갈게요. 다음에 다시 뵈러 올게요.”이혜숙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유정아, 지민이 배웅 좀 해 줘.”서유정은 송지민을 입원 병동 아래층까지 배웅하고 병실로 돌아왔다.이혜숙이 그녀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까 지민이랑 발코니에서 무슨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눴어?”“별거 아니에요. 지민이가 요 며칠 할머니께서 자극적인 음식 못 드시게 제대로 지켜보라고 했어요.”“...”이혜숙이 말이 없자 서유정은 병상 쪽으로 걸어가 그녀의 베개를 살며시 고쳐주었다.“낮잠 잘 시간이니까 얼른 주무세요.”이혜숙이 잠들고 서유정은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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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한지유가 차갑게 말을 가로챘다.“닥쳐. 이런 상황에서 잔금을 달라는 소리가 나와? 네가 서유정한테 내가 시켜서 글 올렸다고 말했지?”상대는 침묵에 빠졌다. 몇 초가 지나서야 최지연이 정신을 차린 듯 허둥지둥 설명했다.“아뇨...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요... 한지유 씨, 제가 그런 게 아니에요...”비굴하고 당황한 어투만 들어도 그녀가 지금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 수 있었다.“네가 아니면 또 누가 있어? 경고하는데 잔금은 한 푼도 못 줘!”“한지유 씨, 그러면 안 되는...”최지연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한지유는 전화를 끊고 덤으로 최지연의 번호까지 차단해 버렸다.그녀는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침대에 내던지며 이다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한씨 가문의 사업은 송지헌의 도움으로 다시 활기를 띠었지만 지금 한종석과 은미선은 여전히 바빠서 그녀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이리저리 생각한 끝에 한지유는 결국 서유정을 찾아가 이 일을 사적으로 해결하기로 결심했다.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 내려가서는 곧바로 차를 몰고 서유정의 집으로 향했다.밑에서 밤 8시가 넘도록 기다려서야 겨우 서유정의 차를 발견했다.서유정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한지유가 재빨리 다가갔다.“서유정 씨, 얘기 좀 해요.”그녀를 보자 서유정은 눈살을 찌푸렸다.“할 얘기가 뭔데요? 어떻게 최지연을 시켜서 인터넷에 나를 모함하는 글을 올렸는지? 아니면 최지연에게 내 사진과 주소를 폭로하라고 시켰다는 거요?”한지유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고소 취하하면 안 될까요?”서유정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못을 뉘우친 게 아니라 고소당할까 봐 겁먹은 거잖아요.”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고소당하지 않았다면 한지유는 절대 사과하러 오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한지유의 표정이 굳으며 몇 초가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이미 그 글은 지우라고 했어요. 그쪽이 소송을 취하하기만 한다면 제시하는 모든 조건을 다 들어줄게요.”“당신이 그 글을 지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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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한종석이 차갑게 한지유를 바라보았다.“밖에서 누구한테 밉보이기라도 했어?”한지유는 한종석의 표정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아빠, 갑자기 왜 그러세요? 누가 아빠한테 뭐라고 했어요?”“그걸 몰라서 물어? 원래 우리와 협력하기로 했던 회사들이 오늘 오후에 전부 연락이 와서는 다른 사람 알아보라고 하더라. 여러 사람을 통해 알아본 뒤에야 네가 누군가에게 잘못했다는 걸 알았어!”한지유는 깜짝 놀라며 무심코 말했다.“전에 송원 그룹이 한진 그룹과 협력하기로 하지 않았나요?”한종석이 피식 웃었다.“뻔뻔하게 송원 그룹을 언급해? 송원 그룹이 오늘 제일 먼저 연락이 와서 한진 그룹과는 더 이상 협력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말했어. 대체 누구를 화나게 한 거야!”한종석의 차가운 눈빛에 한지유는 몸을 떨며 머릿속에 서유정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설마 서유정이 송지헌에게 일러바쳐서 송원 그룹이 한진 그룹과의 협력을 중단한 건가?’그 생각을 하며 한지유는 한종석을 바라보았다.“제가 송지헌 씨한테 연락해서 물어볼게요.”한쪽으로 걸어가 송지헌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끊기기 직전에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무슨 일이죠?”짜증 가득한 상대의 말투에 한지유는 입술을 깨물었다.“송지헌 씨, 분명 한진 그룹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거예요?”상대방은 침묵했고 몇 초가 지나서야 송지헌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전에도 말했죠. 난 한 번만 도와준다고. 그쪽이 스스로 자초한 거예요. 한진 그룹이 지금 겪는 위기는 그쪽이 초래한 결과라고요.”“서유정이 뭐라고 했어요? 그래서 한진 그룹을 더 이상 돕지 않는 거예요?”“나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쪽을 노리는 사람은 송원 그룹도 밉보일 수 없는 상대에요. 우리 거래는 이미 끝났고 다신 나한테 연락하지 마요.”말을 마친 송지헌은 바로 전화를 끊었고 한지유가 다시 걸었지만 내내 연결이 되지 않았다.그녀의 번호를 차단한 것이다.한지유의 손이 툭 아래로 떨어지며 마음속은 혼란과 두려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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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서민형은 막 외출하려던 찰나 한종석과 한지유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한 대표님,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어요? 얼른 앉으세요.”한진 그룹과 서경 그룹도 협력 관계였지만 전부 사소한 프로젝트여서 한종석과 서민형이 직접 만나 논의할 필요가 없었다.한종석은 선물을 내려놓은 뒤 한지유를 데리고 서민형 맞은편에 앉았다.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서 대표님,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오늘은 제 딸을 데리고 사과드리러 왔습니다.”“뭘 사과해요?”서민형의 의아한 표정을 보며 한종석은 그가 정말 모르는 건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서 대표님, 제 딸이 예전에 따님과 사소한 마찰이 있었는데 홧김에 사람을 시켜서 인터넷에 모함하는 글을 올렸어요. 어제 제가 한바탕 혼내고 오늘 특별히 사과드리러 이렇게 데리고 왔어요. 부디 서 대표님과 서유정 양이 너그럽게 용서해 주면 좋겠네요.”서민형은 들을수록 의아했다.“민아 말하는 건가요?”‘하지만 민아는 해외에 있는데 둘이 어쩌다 갈등이 생겼지?’“아니요. 서유정 양이요.”서민형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런 사소한 일은 대표님께서 전화 한 통만 하면 되지, 굳이 직접 오실 필요가 있나요.”한종석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서 대표님, 서유정 양이 지유가 사람을 시켜 인터넷에서 모함한 걸 알고는 고소했어요. 어제 법원 소환장을 받아서 제가 일을 해결하기 위해 온 거예요. 아이들 사이에 벌어진 사소한 갈등인데 법원까지 가면 남들이 웃지 않겠어요?”“뭐라고요? 서유정이 지유를 고소했다고요?”서민형이 정말 이 일을 모르는 눈치라 한종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하지만 서유정 양이 그러는 것도 이해는 해요. 아직 젊은 나이라 나였어도 화를 못 참았을 거예요. 특별히 지유까지 데려와 서유정 양에게 사과하고 고소를 취하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려고요.”서민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알겠어요. 한 대표님, 따님 데리고 이만 돌아가세요. 내가 유정이한테 고소 취하하라고 할게요.”그 말에 한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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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앞으로 고개도 들 수 없을 것이다.이 생각을 하자 주희정은 참지 못하고 불평했다.“내가 예전부터 데려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걔가 우리 얼굴에 먹칠하는 것 말고 할 줄 아는 게 뭔데요?”“그만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병원에 가서 소송 취하하라고 해. 난 8시에 회의가 있어서 회사로 가야 해.”말을 마친 서민형은 벌떡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주희정은 테이블 위의 은행 카드를 슬쩍 보았다. 서유정이 한지유를 고소했다는 걸 떠올리자 속이 뒤틀렸다. 은행 카드를 집어 든 그녀는 바로 집사에게 차를 준비해 병원으로 가자고 지시했다.병실에 들어섰을 때 이혜숙은 죽을 먹고 있었고 서유정은 옆에 앉아 사과를 깎고 있었다.주희정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서유정, 잠깐 나와서 좀 이야기하자. 할 말이 있어.”주희정의 험악한 표정을 본 이혜숙이 불쾌한 기색으로 말했다. “내 앞에서 못 할 말이 뭐가 있어?”“어머님은 신경 쓰지 마세요.”서유정을 그렇게 아끼는 이혜숙이 이 일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었다.서유정은 다 깎은 사과를 이혜숙에게 건넸다.“할머니, 사과 먼저 들고 계세요. 제가 나중에 와서 마사지해 드릴게요.”이혜숙은 서유정이 깎은 사과를 내미는 모습을 보며 당부했다.“쓸데없는 소리하면 그냥 무시해.”서유정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알겠어요.”그녀는 일어나 주희정을 따라 병실을 나섰다.계단까지 걸어간 뒤 뒤돌아 서유정을 바라보는 주희정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서유정, 너 참 대단하다. 그깟 하찮은 일 하나 때문에 한지유를 고소해? 너 혼자 망신당하는 것도 모자라서 서씨 가문까지 끌어들여야 속이 시원하니?”서유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여사님, 저와 서씨 가문은 이미 연을 끊지 않았나요? 제가 누구를 고소하든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그런 말로 내 앞에서 둘러대지 마.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소송 취하하지 않으면 절대 널 가만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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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서유정은 주희정이 건네는 카드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주희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가 그렇게 웃겨?”“아무것도 아니에요. 고소 취하하지 않을 거니까 카드는 다시 가져가세요.”“서유정, 꼭 모든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어야만 만족하겠어?”서유정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주 여사님 기분이 상했어도 그건 본인이 자초한 거죠. 한지유를 고소하든 말든 그건 내 일이지 그쪽과 상관이 없잖아요. 그쪽이 괜한 오지랖을 부린 거지.”“너 다시 말해봐.”주희정이 다시 화를 내려던 순간 계단 위에서 갑자기 기침 소리가 들렸다.주희정의 표정이 확 달라지며 홱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누구 있어요?”훤칠하고 잘생긴 사람이 위층에서 내려왔다. 박수환임을 알아본 서유정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인사를 건넸다.“박 선생님.”박수환이 고개를 끄덕였다.“얘기하는 데 방해해서 미안합니다.”옆에 있던 주희정은 사색이 되더니 박수환이 입은 흰 가운과 서유정이 부르는 호칭을 듣고 싸늘하게 말했다.“이 병원 의사예요?”박수환이 그녀를 돌아보았다.“네.”주희정이 피식 웃었다.“대체 이 병원 의사들은 어떤 교육을 받기에 남의 대화를 엿들어요?”“여사님, 비상계단은 공공장소라는 걸 제가 굳이 알려드려야 하나요?”주희정이 차갑게 웃었다.“남의 말을 엿듣는 것도 모자라 말도 무례하게 하네요. 나중에 여기 병원장에게 연락해서 왜 당신 같은 사람을 채용했는지 말할 거예요!”박수환은 아무 말 없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곧장 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는 바로 연결되었고 건너편에서 병원장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 선생, 어쩌다 시간이 나서 나한테 전화를 다 했어?”“원장님, 방금 어떤 여사님께서 왜 저 같은 사람을 병원에 들였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생각 끝에 제가 대신 연락드렸어요.”말을 마친 박수환은 휴대폰을 주희정 앞에 내밀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여사님, 이제 원장님께 직접 여쭤보시죠.”주희정은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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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서유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요. 박수환 씨.”병실로 돌아오니 이혜숙은 서유정 혼자 온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네 엄마는 갔어?”“네.”평온한 서유정의 표정에서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자 이혜숙이 물었다.“너한테 뭐라고 하든?”“별말 없었어요. 그냥 할머니 빨리 퇴원하실 수 있게 잘 챙겨드리라고 했어요.”말이 끝나자마자 이혜숙이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도대체 뭐라고 한 거야! 주희정 성격을 내가 몰라? 고작 그딴 헛소리나 하려고 직접 병실까지 올 인간이 아니야.”서유정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할머니, 정말 그게 다예요. 그리고 서민아를 위한 파티를 열겠다면서 저한테 방해하지 말라고 했어요.”역시나 이혜숙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향하며 그녀가 버럭 화를 냈다.“그딴 파티 누가 간다고, 내가 널 위해 더 화려한 파티를 열어줄 거다!”“네, 그럼 할머니께서 열어주는 파티 기다리고 있을게요. 얼른 돌아누우세요. 제가 마사지해 드릴게요.”“이젠 서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걸 거절하지 않는 거냐?”서유정은 고개를 저었다.“제가 아무리 거절해도 할머니 생각을 바꿀 수는 없잖아요. 차라리 할머니 기분이라도 좋게 할머니 말씀대로 할게요.”“진작 그렇게 생각했으면 내가 지난 몇 년간 저택에서 말동무 하나 없이 외롭게 살 일도 없었잖아.”“저택에 아무도 없다고요? 매일 아주머니와 함께 고스톱 치셨던 걸로 아는데요.”이혜숙이 순간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그거랑 이거랑 같아? 난 가족이 곁에 있는 걸 원해.”“그럼 주 여사님 집에 가서 지내면 되잖아요. 그분들이 매일 곁을 지켜드릴 텐데.”“다른 사람은 말고 딱 너만 있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지?”투정 부리는 듯한 이혜숙의 모습에 서유정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물론이죠. 퇴원하면 바로 저택으로 가서 할머니랑 같이 지낼게요. 그러면 되죠?”“계속 같이 있을 필요는 없어. 결혼하기 전까지만 있으면 돼.”그 말을 듣고 서유정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양주원과 헤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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