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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혼의 불청객의 모든 챕터: 챕터 231 - 챕터 240

510 챕터

제231화

말하면서 육진호는 서유정 바로 맞은편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입가에 머금은 미소는 점점 더 음흉하게 변해갔다.“서 변호사, 내가 많은 여자와 자봤어도 변호사는 처음이라 어떤 맛일지 참 궁금해.”의뢰인이 서유정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영상을 찍으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 참지 못했을 것이다.서유정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육진호, 감히 나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다면 반드시 당신을 감옥에서 썩게 할 거야.”육진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영상을 건네고 돈을 받자마자 그는 즉시 비행기표를 사서 해외로 도망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감옥에 보내려면 우선 사람을 잡아야 하니까.그는 앞으로 다가가 서유정의 턱을 꽉 잡으며 비웃었다.“서 변호사, 내가 당신을 여기까지 데려왔는데 그런 협박이 나한테 통할 것 같아?”말하면서 그는 서유정의 패딩을 벗기고 안의 니트를 찢어 버렸다.지익!소리와 함께 서유정의 니트에 큰 구멍이 났고 하얀 어깨끈과 그녀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쇄골이 드러났다.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는 서유정의 눈빛에 두려움이나 공포가 전혀 없자 육진호의 손놀림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서 변호사가 침대에서 이렇게 재미없을 줄이야. 이러니 양 대표가 바람을 피우는 것도 당연하지. 이렇게 뻣뻣한 여자면 양 대표가 아니라 나조차도 금방 흥미를 잃겠어.”서유정의 눈빛에 조롱이 스쳤다.“당신 같은 사람은 피고석에서 자주 봤어. 사회 부적응자, 철저한 실패자라서 여자를 때리는 걸로밖에 성취감을 얻지 못하지. 당신 같은 쓰레기는 이 세상에 살아갈 자격도 없어.”육진호의 분노가 순간적으로 타올랐다. “다시 말해 봐.”감히 그를 실패자, 쓰레기라고 하다니...서유정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내가 다시 말한다고 당신이 쓰레기라는 사실이 바뀌어? 여자를 때리고 성폭행하는 저급한 짓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야? 참, 자료를 보니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한테 계속 맞으며 자랐던데, 사랑이란 걸 한 번도 느껴본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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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상대가 앞으로 다가온 뒤에야 서유정은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박... 수환 씨가... 여긴 어떻...”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며 기절해 버렸다.남자는 손을 뻗어 서유정을 붙잡은 뒤 그대로 그녀를 안아 올렸다.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지하실에 설치된 카메라를 발견하고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그러고는 구석에 쓰러져 신음하는 육진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훤칠한 체격으로 풍기는 거대한 압박감에 육진호는 위험을 감지하고 무의식적으로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몸을 조금 움직이자마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와 바닥에서 기어오르지도 못했다.곧 그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우자 육진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박수환의 검고 깊은 눈동자와 마주했다. 두려움이 밀려왔다.“너...”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수환의 발이 그의 손을 밟았다.“아악!”돼지를 도살하는 듯한 비명이 방 안 가득 울려 퍼졌다.육진호는 고통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굵직한 식은땀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며 기절할 지경이었다.“방금 어느 손으로 이 여자를 만졌어?”“제발... 살려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아악!”박수환이 손을 밟고 있던 발에 힘을 더하자 육진호는 자기 뼈가 서서히 부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말하지 않으면 두 손 다 쓸모없게 만들어 주지.”으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비명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박수환은 발을 거두고 돌아섰다.그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육진호가 있던 방을 경찰이 포위했고 이내 육진호도 잡혀갔다.육진호가 경찰에게 잡혀갔다는 소식을 들은 신나경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뭐라고? 경찰이 왜 거기로 가? 서유정 그 망할 년이 신고한 거야?”“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육진호 쪽은 돈으로 입을 막아야 해요. 그렇지 않고 그 남자가 안에서 폭로하면 우린 끝이에요.”신나경은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차갑게 말했다.“가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경고해요. 약속한 돈은 밖에서 살림 차린 그 여자와 아들에게 줄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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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곧 경찰이 도착했다.진술서를 작성하는 동안 박수환은 서유정을 위해 죽을 사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경찰이 서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서유정 씨, 차가 완전히 옆으로 넘어졌는데도 경미한 뇌진탕과 가벼운 상처만 입은 건 기적이나 다름없습니다. 차량을 검사해 본 결과 차량이 개조된 것 같은데 모든 성능이 크게 향상되어 이번 사고가 심각했음에도 가벼운 상처만 입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서유정은 깜짝 놀랐다.‘내 차를 개조했다고?’차를 산 후 단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었고 유일하게 정비를 맡긴 건 지난번 박수환이 후진하다가 그녀의 차를 들이받았을 때뿐이었다.‘설마 그때 박수환 씨가 정비소에 부탁해 차를 개조한 건가?’그 생각에 서유정은 입술을 달싹였다.그렇다면 박수환은 그녀를 두 번이나 구한 셈이었다.그녀는 경찰을 바라보며 말했다.“형사님, 저를 납치한 사람은 잡았죠?”경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미 잡았습니다. 자백한 바로는 서유정 씨가 아내의 이혼 소송을 도와준 것에 불만과 원한을 품어 일주일 넘게 미행하다가 토요일 밤에 혼자 시내로 돌아가는 걸 보고 납치했다고 합니다.”이 이유에 대해서 서유정은 다소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 고현아 사건은 이미 그녀 손을 떠난 지 오래였고 육진호가 그녀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었어도 이제 와서 이럴 리가 없었다.하지만 육진호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서유정의 이런 추측은 그저 짐작에만 그칠 뿐 아무 소용이 없었다.“참, 제가 그 사람을 한 번 만나볼 수 있을까요?”경찰은 다소 놀랐다. 보통 납치 사건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정말 괜찮으세요?”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직접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알겠습니다. 퇴원하면 바로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네, 부탁드립니다.”경찰은 서유정에게 납치된 상황에 대한 세부 사항을 몇 가지 더 묻고 육진호가 진술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한 뒤 자리를 떴다.경찰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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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이성적으로 따졌을 때 박수환처럼 잘생긴 사람을 전에 봤다면 기억이 안 날 리가 없었다.“언제인지는 아직 말하지 않을게요. 그쪽이 우리의 첫 만남을 기억해 낼 때쯤 내가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말해줄게요.”그 말을 듣자 서유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그의 말이 지나치게 직설적이었다...“그... 그럼 내가 열심히 생각해 볼게요. 하지만 기억 못해도 날 탓하지 마요. 난 정말 전에 봤던 기억이 없어요.”박수환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래요.”말이 끝나자마자 병실 문이 ‘쾅' 열리며 박현우가 급히 병실로 들어왔다.“유정 누나, 방금 간호사한테서 깨어났다는 연락 받았어요. 지금 상태는 어때요? 몸은 안 아파요?”박현우는 숨을 헐떡이며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서유정을 바라보는 눈빛도 걱정이 가득했다.서유정이 납치되어 의식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너무 놀라 휴대폰을 쥐고 있기도 힘들었다.박수환이 머물지 못하게 한 것만 아니면 이틀 동안 여기를 지키고 있던 사람은 분명 그였을 것이다.서유정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말했다.“네, 지금은 훨씬 좋아졌으니까 내 걱정은 마요. 로펌은 어때요?”“여러 의뢰인이 찾아와서 통화도 안 되고 문자도 없다고 했는데 내가 누나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으니까 퇴원할 때까지 로펌에 오지 말라고 했어요.”“네, 아마 며칠 더 쉬어야 할 것 같은데 그동안 수고했어요.”“수고는요. 누나 몸이 제일 중요하죠.”박현우가 계속 아첨하는 모습을 보자 박수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가볍게 기침했다.“유정 씨, 의사 말로는 좀 쉬어야 하고 손님을 만나는 건 삼가야 한대요. 조금 전 진술을 받은 걸로 충분히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는데 이제 쉬어야 해요. 박 보조는 일도 바쁠 텐데 먼저 가봐요. 내가 여기서 유정 씨 챙기면 되니까.”박수환이 서유정을 부르는 호칭이 ‘서유정’에서 ‘유정 씨’로 바뀐 것을 듣고 박현우는 옆에 늘어뜨린 손을 무의식적으로 꽉 쥐었다.그는 박수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작... 박수환 씨는 이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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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네, 로펌에서 해결 못 할 일이 있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요.”“네, 알겠어요.”박현우가 떠난 후 서유정은 박수환을 바라보며 말했다.“박수환 씨도 이만 돌아가요. 이틀 동안 고생했어요. 이제 나도 깨어났으니까 시시각각 옆에서 지켜볼 필요는 없어요.”“혼자 두기엔 마음이 안 놓여요.”“난 괜찮아요. 게다가 나도 며칠 동안 제대로 쉬고 싶은데 그쪽이 여기 있으면... 내 휴식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요.”박수환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알겠어요. 그럼 먹고 싶은 것 있어요? 내가 매일 음식 가져다줄게요.”“괜찮아요. 며칠 병원 밥 먹으면 돼요.”박수환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괜찮겠어요?”“네.”“알겠어요. 그럼 이만 갈 테니까 어디 불편한 데 있으면 바로 벨 눌러요.”박수환이 떠난 후 병실은 완전히 조용해졌고 서유정은 하품하며 누워서 잠깐 눈을 붙이려 했다.잠에서 깨어보니 벌써 저녁이었다.처음 깨어났을 때보다 메스꺼움과 어지러움이 한층 덜해져 서유정은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세수했다.머리가 아직 어지러워서 그녀의 행동이 매우 느렸다.세수를 마치고 나오자 간호사가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서유정 씨, 오늘 병원에서 제공하는 저녁 식사인데 부족하시면 벨을 눌러 주세요.”“네, 감사합니다.”서유정은 쟁반을 받아 소파 쪽으로 걸어가 앉았다.감자 요리를 집어 한 입 먹어본 서유정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른 몇 가지 반찬도 맛보았지만 마지막 반찬까지 맛본 후 서유정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오늘 그녀가 병원 밥만 먹겠다고 했을 때 박수환의 표정이 이상했던 게 이제야 이해가 갔다.‘어떻게 사람이 음식을 이렇게 맛없게 만들 수 있지?’평소 음식 낭비를 싫어하는 그녀조차도 삼키기 힘들 정도라면 그 맛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짐작이 갔다.서유정은 뚜껑을 덮어두고 잠시 망설였지만 쓰레기통에 버리지는 않았다. 배가 너무 고파지면 그때 먹으려고 마음먹었다.침대에 돌아와 쉬려던 참에 병실 문이 열리며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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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그래, 요즘은 변호사도 위험한 직업이네...”서유정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무서운 건 아니야. 이번엔 상황이 특별했어.”송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참, 너와 박수환 씨는 어떻게 됐어? 그 사람이 널 좋아하는 거야?”서유정은 잠시 당황하다가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오빠 말로는 네가 혼수상태로 입원한 이틀 동안 계속 네 곁에서 돌봐줬다고 하더라.”“아... 그런 셈이지.”서유정이 시선을 회피하자 송지민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네 반응으로 봐선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거 아니야?”“만약 사귀게 되면 제일 먼저 너한테 말할게.”“그래!”송지민은 병실에 더 있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일어나며 말했다.“난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다음에 또 보러 올게.”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복도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급하게 뛰쳐나온 누군가가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송지민을 본 양주원은 재빨리 그녀 앞으로 걸어와 잔뜩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서유정 824호 병실에 있어?”송지민 차갑게 웃으며 팔짱을 낀 채 그의 앞을 막았다.“너랑 무슨 상관인데? 내 기억이 맞다면 너희 둘은 이미 헤어졌을 텐데.”양주원의 숨소리가 거친 걸 보니 급하게 달려온 모양이었다.“걱정하지 마. 그냥 보러 온 거지, 매달리려고 온 게 아니야.”“상태 괜찮고 넌 보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까 이만 가도 돼.”양주원은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송지민, 유정이가 날 만날지 안 만날지는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비켜줬으면 좋겠어.”송지민이 서유정의 절친이라는 점을 감안해 그녀가 그동안 자신과 서유정의 관계에 계속 간섭해 왔음에도 양주원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서유정과 점점 멀어지게 된 데에는 송지민도 한몫했기에 그다지 송지민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내가 안 된다고 하면?”송지민이 턱을 치켜들며 조롱하는 눈빛으로 말했다.“양주원, 신나경이랑 결혼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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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만나고 싶은지 아닌지는 본인이 결정할 일이지. 넌 간섭하지 마.”송지민은 실망한 표정으로 송지헌을 바라보았다.“오빠, 유정이는 내 가장 친한 친구야. 오빠 친구였어도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있어?”“내 친구였으면 나한테 털어놓고 도움을 청할 때 도와줬을 거야. 감정적인 문제는 본인이 해결해야지. 게다가 지금 양주원을 막아도 평생 서유정 곁을 지키면서 둘이 만나지 못하게 할 수 있어?”“오빠랑 얘기하기 싫어. 이거 놔!”“양주원을 찾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놓아줄게.”“내 목적은 양주원이 서유정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거였어. 이미 그 자식이 만나러 갔는데 내가 왜 찾아가?”송지민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 걸 보고 송지헌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그녀의 손을 놓았다.그를 무시한 채 송지민은 씩씩거리며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가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그녀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자 송지헌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엘리베이터가 내려가기 시작할 때쯤 송지헌은 휴대폰을 꺼내 박수환에게 전화를 걸었다.“양주원이 서유정을 만나러 병원에 왔어.”그 시각 병실 안.서유정은 병상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양주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긴 왜 왔어?”그녀의 냉담한 태도에 양주원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가슴속 슬픔을 억누른 채 양주원은 서유정을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보러 왔어. 유정아, 무사해서 다행이야.”오는 길에 거듭 신호등을 무시한 채 달리며 머릿속에는 서유정이 교통사고로 이틀 동안 의식불명 상태라는 정지석의 말만 맴돌았다.서유정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심란했는지 양주원 본인만 알았다.그는 정말 두려웠다... 서유정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정말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을까 봐...“난 괜찮아.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더 빨리 나을 수 있을 것 같아.”양주원은 쓴웃음을 지었다.“유정아, 네가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다는 걸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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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박수환이 웃으며 말했다.“양 대표님은 매운 걸 좋아하시죠.”지난 8년 동안 서유정이 줄곧 양주원을 배려해 왔지만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역시 사랑받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다.양주원은 순간 넋이 나갔다.그는 확실히 매운 음식을 좋아했다. 한진숙의 고향에선 다들 음식을 맵게 먹는 편이라 그도 맛이 강한 음식을 선호했다.둘이 처음으로 같이 밥을 먹은 곳은 매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었고 양주원은 서유정에게 매운 음식을 먹냐고 물어봤다.서유정이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입맛이 같은 줄 알고 그 뒤로는 내내 매운 음식만 하는 가게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8년 동안 줄곧 그랬는데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박수환을 돌아보는 양주원의 눈빛이 얼음처럼 차가웠다.“박수환 씨, 난 그쪽 말 한마디도 못 믿어요.”박수환의 입가에 머금은 미소가 한층 깊어졌다.“양 대표님, 제 말을 믿어달라는 게 아니라 단지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쪽은 유정 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지 판단할 자격도 없다는걸.”말을 마친 그는 양주원을 지나쳐 곧장 떠났다.양주원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양옆에 내렸던 손을 무의식적으로 꽉 말아쥐었다.지난 8년간 두 사람이 먹은 요리에 늘 고추를 넣었다는 걸로 박수환의 말을 반박할 수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외침이 들려왔다.두 사람이 함께했던 세세한 기억을 떠올려보니 양주원이 출장 갔을 때 서유정이 찍어 보낸 사진 속 음식들은 모두 담백한 편이었다.예전에 서유정에게 왜 그렇게 담백하게 먹냐고 물었을 때 서유정은 속이 좋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고 양주원은 그 말만 곧이곧대로 믿으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지금 떠올려보니 그렇게 많은 사소한 순간들이 있었는데도 그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한 번도 제대로 서유정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다.천천히 고개를 숙인 양주원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한때 자신을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을 박수환이 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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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모르겠네요. 그 요리사 자격증이 만료됐나 봐요.”서유정은 밥 먹다 말고 고개를 들어 박수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쪽 농담 정말 재미없어요.”“난 유머 감각이 정말 없어요.”“네,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 같지는 않네요.”박수환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흥미를 보였다. “그럼 유정 씨 눈에 난 어떤 사람으로 보여요?”서유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꽤 이상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왜요?”박수환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본 서유정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누가 남의 차를 들이받고 차를 고치기 전까지 매일 출퇴근할 때 데려다주겠다고 하겠어요? 지헌 오빠 친구에다 잘생긴 덕분에 변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역시 지헌이 덕을 봤네요.”“당연하죠.”서유정이 밥을 다 먹고 그릇을 치우려 하자 박수환이 그녀를 막았다.“지금은 푹 쉬어야 하니까 내가 할게요.”서유정이 고집을 부리려던 순간 테이블 위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고 박수환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에서 그릇을 가져갔다. “내가 설거지할 테니까 전화 받아요.”“네.”테이블로 걸어가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확인하니 이혜숙이 걸어온 전화였다. 서유정은 화면을 터치해 전화를 받았다.이혜숙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정아, 지금 어디니?”이혜숙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서유정은 거짓말하기로 마음먹었다.“로펌에서 일하고 있어요. 할머니.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있으세요?”전화 너머로 잠깐 침묵이 흐르고 이혜숙이 입을 열었다. “나 지금 로펌에 있어.”“...”30분 후, 이혜숙이 병원에 도착했다.“너 정말 대담하다. 교통사고 같은 큰일을 겪고도 나한테 얘기를 안 하네. 내가 오늘 마침 너 보러 로펌에 들리지 않았으면 나한테 얘기 안 할 생각이었지?”이혜숙은 미간을 찌푸리며 화가 난 눈빛으로 서유정을 노려보았고 서유정은 괜히 마음에 찔렸다.“할머니께서 걱정하실까 봐 그랬어요. 게다가 별일도 아니고...”“병원에서 이틀 동안 의식불명 상대로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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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서유정이 미간을 찌푸렸다.“할머니, 그냥 가벼운 뇌진탕이에요. 며칠 잘 쉬면 되고 후유증 같은 건 안 남아요.”“안 돼, 이번엔 꼭 내 말대로 해. 푹 쉬고 건강 완전히 회복하면 그때 일 시작해. 앞으로 일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잖아.”옆에 있던 박수환도 이혜숙의 말에 동의했다.“유정 씨, 할머니 말씀대로 일단 푹 쉬면서 건강부터 회복해요.”“...”할머니의 고집을 못 이겨 서유정은 서씨 가문 본가에서 한동안 지내는 것에 동의했다.이혜숙은 잠시 머물다가 박수환과 함께 떠났고 오은화가 병실에 남아 서유정을 돌보게 되었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이혜숙이 박수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박 선생님, 유정이 좋아하죠?”박수환은 이혜숙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줄 몰랐기에 눈가에 놀란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유정 씨 좋아합니다.”그가 인정하자 이혜숙의 표정이 진지해졌다.“그럼 전에 8년 동안 사귄 남자 친구가 있었다는 건 알아요?”“알아요. 양 대표님과 아는 사이거든요.”“알고 있다면 양주원이 바람피운 것도 알겠네요. 그 일로 유정이가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단순히 한순간의 호감일 뿐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거라면 일찌감치 포기했으면 좋겠네요. 유정이는 정이 많은 아이라 난 걔가 또다시 남자 때문에 상처받길 원하지 않아요.”그 말을 듣고 박수환의 표정도 진지해졌다.“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결혼을 전제로 생각하고 유정 씨에게 다가가는 중이에요. 제가 결혼한다면 신부는 오직 유정 씨여야만 해요.”그의 눈빛에 담긴 진심을 본 이혜숙의 눈동자에 감동이 스쳤다.“그 말 지켰으면 좋겠네요. 만약 그쪽이 유정이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하면 내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네.”두 사람은 함께 아래층으로 향했고 이혜숙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까지 지켜본 다음에야 박수환은 비로소 몸을 돌려 자신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차에 다다르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무슨 일이야?”“도련님, 육진호가 음지에서 거래하는 사람과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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