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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결혼의 불청객: Chapter 221 - Chapter 230

510 Chapters

제221화

박수환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본인의 일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하자 서유정은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그녀가 자책하지 않도록 일부러 태연하게 행동하는 것 같아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놀란 척 말했다.“나도 몰랐어요. 앞으로 몸값이 수십억인 의사가 되겠네요.”“네, 그러니까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몸값만 수십억인 의사를 어떤 병원에서 안 데려가겠어요?”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그쪽을 데려가면 병원에선 큰 이득이니까요.”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두 사람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온 두 사람은 현관에서 헤어졌다.집에 돌아온 서유정은 오후에 산 옷을 현관에 두고 신발을 갈아신은 뒤 냉장고에서 물 한 병을 꺼내 거실 소파에 앉았다.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낸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양주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유정아... 네가 다시 연락할 줄은 몰랐는데...”양주원의 목소리에는 기쁨과 조심스러움이 섞여 있었고 마치 예전에 서유정을 쫓아다니던 시절로 돌아간 듯 그녀의 눈빛 한번, 한마디 말에도 보물을 얻은 것처럼 기뻐했다.“양주원, 아직도 박수환 씨를 노리는 거야?”전화 너머로 침묵이 흘렀고 잠시 후 다시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전보다 훨씬 잠겨 있었다.“그것 때문에 나한테 전화한 거야?”“응.”양주원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정아, 이건 나와 그 남자 사이의 일이야.”“지난번 파티에서 나 때문에 그 사람과 벌어진 갈등으로 이러는 거잖아. 나 때문이니까 화낼 거면 차라리 나한테 화내. 애꿎은 사람한테 화풀이하지 말고.”“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에게 불순한 마음을 품은 남자잖아.”서유정과 헤어졌어도 그녀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남자를 만나야 마음을 접을 수 있었고 자신보다 훨씬 평범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서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나한테 불순한 마음을 품었든 말든 너랑 상관없잖아.”“왜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 혹시 그 남자를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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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그래, 난 너와 만난 그 8년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사람을 잘못 봤어도 받아들일 거야. 하지만 네가 계속 이런 말과 행동으로 나를 역겹게 한다면 머지않아 내가 널 사랑한 것도, 너에게 8년을 낭비한 것도 후회할 거야!”양주원에게 더 말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서유정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다그치듯 들리는 신호음에 양주원은 쓴웃음을 짓더니 휴대폰을 옆으로 내던진 뒤 술병을 집어 들고 그대로 술을 들이켰다.그 역시 지금의 자신이 역겹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수면제를 먹든, 술에 취해 완전히 의식을 잃든 서유정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가 완전히 떠났을 때야 비로소 깨달았다. 서유정이 없는 인생은 시체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갑자기 문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양주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문 쪽을 바라보다가 한진숙임을 확인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엄마, 여긴 왜 오셨어요?”바닥에 널브러진 술병들과 집안에 진하게 배인 술 냄새를 맡은 한진숙은 눈살을 찌푸렸다.“이게 뭐야? 회사도 내팽개치고 술만 마시는 거니?”정지석이 전화로 양주원이 요즘 매일 술에 취해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들이 이렇게까지 망가졌는지 몰랐을 거다.양주원은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며 말했다.“어머니, 전 괜찮으니까 돌아가세요.”“이게 괜찮은 꼴이니?”한진숙이 거실로 들어가서 더듬거리며 불을 켜자 순간 거실이 환해졌다.양주원은 불편한 듯 눈을 가늘게 뜨다가 손을 들어 눈을 가린 채 소파에 누워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아직도 낮에 입었던 양복을 입고 있었지만 옷은 잔뜩 구겨지고 넥타이는 비뚤어진 채 목에 걸려 있었으며 흰 셔츠에는 술 얼룩이 가득했다.그의 모습을 보며 한진숙은 눈살을 찌푸렸다. 욕을 하려다가도 그렇게 망가진 모습에 마음이 아파졌다.‘자업자득이지!’그녀는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들이닥치자 실내의 술 냄새가 빠르게 사라졌다.다시 거실로 돌아와 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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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테이블 위의 국수는 아직도 뜨거운 김을 내뿜고 있었고 위에는 싱그러운 파채와 계란 프라이가 올려져 있어 매우 맛있어 보였다.예전 창업 초창기에 자주 접대를 나가며 매번 빈속으로 술을 많이 마셨다.서유정은 그가 회식 자리에서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걸 알고 한진숙에게 그가 가장 좋아하는 국수를 배워서 집에 돌아올 때마다 한 그릇씩 끓여주곤 했다.그때가 아마도 그들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매일 회식으로 지치기는 했지만 회사가 한 걸음 한 걸음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둘 다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당시 양주원은 회사가 자리를 잡기만 하면 결혼할 거라고 했는데 엇갈린 갈림길에서 서유정을 놓치고 말았다.눈앞의 맑은 국물 국수를 바라보며 양주원의 눈이 저절로 붉어졌다.그는 이내 그릇을 들고 기계적으로 면을 입에 집어넣었다.예전과 같은 맛이었지만 매일 밤 집에서 그를 기다리며 국수를 끓여주던 사람은 이미 떠나버렸다.먹다 보니 양주원의 눈앞이 점점 흐려졌다.이젠 정말로 서유정의 삶에 다시 나타나서는 안 될 것 같았다.멀리서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그는 휴대폰을 들어 정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부터는 박수환 내버려둬.”그동안 정지석에게 시켜서 연화의 주요 병원들에 연락해 박수환을 고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에어 테크가 60, 70억 정도의 금액을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돈으로 넘어오지 않으면 상대를 협박했기에 그동안 박수환은 줄곧 일자리를 찾고 있었지만 계속 벽에 부딪혔다.서유정이 박수환을 더 이상 괴롭히길 원치 않으니 그녀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그녀만 기쁘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었다.“네, 대표님.”전화를 끊은 뒤 양주원은 서유정에게 문자를 보냈다.[걱정하지 마. 난 더 이상 박수환을 난처하게 만들지도, 너한테 매달리지도 않을 테니까.]상대는 답장이 없었다. 보지 못한 건지, 답장하기 싫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양주원은 대화창을 닫고 휴대폰을 옆으로 내던진 뒤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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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한편, 서유정은 양주원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입술을 꽉 다문 채 답장하지 않았다.이번에는 정말로 완전히 선을 그은 것 같았다.양주원이 보낸 문자를 삭제한 서유정은 자신과 송지헌의 대화창을 열었다.[오빠, 부탁할 게 있어요.]십여 분 후, 송지헌은 박수환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떻게 된 거야? 원장님 말로는 휴가 중이라던데 유정이가 문자로 네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게 원장님과 얘기해 보래. 대체 유정이한테 뭐라고 했길래 걔는 원장님이 널 해고했다고 생각하는 거야?”병원장은 본인이 병원장 자리를 내놓을지언정 박수환을 해고할 리가 없을 정도로 그를 아꼈다.박수환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이었다.“네게 도움을 청할 줄은 몰랐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대체 서유정에게 뭐라고 한 거야? 말실수할 뻔했다가 마지막에 겨우 둘러댔어.”“그냥 양주원이 날 해고할 목적으로 병원에 수십억을 기부했다고 했어.”“...”‘불쌍한 척은 잘해.’서유정은 박수환의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그렇게 거짓말하다가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 후에 널 무시하면?”박수환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야. 양주원은 정말로 병원에 기부했어.”“...”“그래, 방금 내가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말했으니까 너도 알아서 얘기 잘해. 참, 휴가는 언제 끝나는 거야?”박수환이 없는 동안 송지헌의 업무량은 두 배로 늘었고 때로는 하루에 배정받는 수술 건수가 이전의 두 배에 달했다.이대로 가다간 젊은 나이에 과로로 죽을 것 같았다.“곧 끝나. 이번 달 말이면 돌아갈 거야.”“알겠어. 내일 아침에 수술이 있어서 통화는 이쯤 하자.”전화를 끊고 박수환이 휴대폰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수환 오빠, 왜 날 차단했어? 나 며칠 뒤에 연화로 갈 건데 박현우도 불러서 같이 밥이나 먹는 게 어때?]박수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그 번호를 차단했다.다음 날 아침, 서유정은 막 집을 나서자마자 박수환을 만났다.“좋은 아침이에요.”박수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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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로펌에 들어서자마자 박현우가 서유정 앞으로 걸어왔다. “유정 누나, 옛 동창이 찾아왔어요.”서유정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옛 동창?”“지난번 식당에서 동창회 갈 거냐고 물어봤던 그 사람이요.”그 말을 듣고서야 서유정은 이내 알아차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 그 사람은 어디 있어요?”“응접실에 있는데 어떤 여자와 함께 왔어요.”“알았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서유정이 응접실 문 앞에 다가가 문을 열자마자 응접실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옆에 있는 여자가 전가인임을 확인한 서유정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쳤다.“성우현, 전가인, 너희들이 여긴 갑자기 왜 왔어? 게다가 어떻게 알고 온 거야?”전가인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사건이 하나 있는데 널 변호사로 선임하고 싶어서.”서유정이 들어온 순간부터 성우현의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된 채 조금도 떠나지 않았다.한 달 가까이 보지 못한 그녀는 지난 동창회 때나 말디부에서 만났을 때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당시 서유정은 늘 어딘가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며 생기가 없어 보이는 게 한눈에 봐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정장 차림에 정교한 화장을 하고 밝은 미소에 자신감이 묻어 나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이 모습이야말로 그가 예전부터 남몰래 좋아했던 그 서유정이었다.아무리 힘들어도 그녀는 다시 일어나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서유정이 그들 맞은편에 앉으며 전가인을 향해 말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사건인데?”“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웠어. 내가 헤어지자고 했더니... 갑자기 청구서를 내밀면서 1억을 갚으래...”붉게 충혈된 그녀의 눈가를 보며 서유정은 미간을 찌푸린 채 천천히 말했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봐.”서유정의 위로가 담긴 시선 속에서 전가인은 자신과 남자 친구가 만났던 과정을 털어놓았다.이야기하는 동안 전가인은 여러 번 감정이 북받쳐 올랐고 성우현과 서유정의 위로로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야 말을 이어갔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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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다른 건 괜찮은데 지금 무엇보다 너한테 넘겨준 6천만원이 문제야. 현금으로 그 사람에게 줬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지 모르겠어.”증명하지 못하거나 전가인의 남자 친구가 그 6천만원을 어디에 숨겼는지 찾지 못하면 이 사건은 전가인에게 매우 불리했다.전가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증명할 방법이 없어... 그때 월세방에서 돈을 건넸는데 우리 둘뿐이었고 영상 같은 걸 찍을 생각도 못 했으니까... 결혼을 준비 중이라 그 사람이 나를 속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지금 생각해 보니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서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재빨리 판단을 내렸다.이 사건은 싸우기 힘들었다.전가인이 남자 친구에게 현금 6천만원을 건넸다는 걸 증명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지금 그 돈이 어디 있는지 아는 건 당사자뿐인데 그가 입을 열 리도 없었다.결국 그도 전가인에게 6천만원을 건넸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전가인을 고소한 거니까.서유정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전가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한 채 불안함만 밀려왔다.“유정아, 이 사건이 어렵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변호사는 너뿐이고 게다가 넌 연화에서 유명한 이혼 전문 변호사잖아... 비록 우리 둘이 혼인신고는 안 했지만 이건 이혼이나 다름없어...”그들은 이미 결혼식을 올렸고 다음 주에 혼인신고를 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저께 밤 전가인은 진승현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자리에서 헤어지자고 했고 한바탕 싸운 뒤 진승현은 바로 변호사를 찾아 그녀를 고소하며 1억을 갚든지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혼인신고를 하자고 했다.그렇게 역겨운 남자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원래대로 혼인신고를 할 수는 없었다.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음, 대충 알겠어. 네 사건을 맡을 수는 있지만 이길 거라고 장담은 못해. 네가 그 사람에게 6천만원을 줬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면 이 사건은 질 가능성이 커.”전가인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흐느끼며 말했다.“알았어. 설령 결과가 뜻대로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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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성우현의 눈에 실망이 스쳤지만 곧 다시 미소를 지었다.“알겠어. 일이 우선이지. 시간 날 때 다시 얘기하자.”“음, 그럼 난 먼저 가볼게.”전가인은 계약서에 서명하고 응접실에서 나온 뒤 멀지 않은 소파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는 성우현을 발견하고는 다가가며 말했다.“성우현, 오늘 같이 와줘서 고마워. 내가 점심 살게.”인기척을 들은 성우현이 고개를 들어 전가인을 바라보며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아. 동창끼리 뭘. 일 다 끝났으면 이만 가자.”“그래.”박현우는 두 사람을 엘리베이터 복도까지 배웅하며 전가인에게 말했다.“전가인 씨, 추후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휴대폰은 항상 켜두는 게 좋을 겁니다.”“네, 박 보조님. 수고하셨어요.”“당연한 겁니다.”엘리베이터가 금방 도착했고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섰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하강하기 시작한 뒤에야 전가인이 성우현을 향해 말했다.“내가 보기엔 유정이 보조도 유정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 힘내. 바로 옆에 있는데 그쪽에서 먼저 기회를 가로채면 넌 억울함 호소하지도 못해.”성우현과 서유정은 오래된 동창이라 둘이 만난다면 무척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것이었다.“인연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는 거지.”아까 서유정이 그를 거절했을 때 그녀가 자신에게 전혀 마음이 없다는 걸 은근히 눈치챘다. 그렇지 않았다면 조금의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매몰차게 거절할 리가 없었다.전가인이 성우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렇게 자신이 없어? 내가 봤을 땐 유정이 보조가 더 잘생겼다는 것 말고 다른 부분에서는 너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성우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현우와 비교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서유정이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가 아무리 뛰어나고 노력해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그 후 며칠 동안 서유정은 일 때문에 바빠서 매일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왔다.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출퇴근길, 특히 지하실에 있을 때면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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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서유정은 깜짝 놀라 즉시 휴대폰 불빛을 켜서 문 쪽을 비췄다. “거기 누구예요?”상대방은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깜짝 놀라 급히 말했다.“서유정 씨, 저는 건물 경비원입니다. 마침 순찰하다가 이 층에 왔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가서 확인하러 왔습니다. 괜찮으신가요?”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경비복을 입은 채 손에 환한 손전등을 들고 있었다.서유정은 그를 알아봤다. 상대방은 이전에 그녀에게 지하 주차장 문을 여러 번 열어준 적이 있었다.그러나 서유정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휴대폰을 든 채 언제든 신고할 준비를 했다.“왜 갑자기 제 사무실 문 앞으로 온 거죠?”“순찰하다가 회사 앞에 올 때쯤 이 층 전체에 전기가 끊겼더군요. 그래도 엘리베이터는 정상 가동 중인데 지하 주차장까지 모셔다드릴까요?”서유정은 입술을 꽉 다물고 입구를 향해 말했다.“괜찮아요. 먼저 왜 정전이 됐는지 확인하고 최대한 빨리 복구해 주세요.”“네, 서유정 씨.”발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서유정은 안도의 숨을 내쉰 뒤 자기 손바닥이 이미 땀으로 젖어 있음을 깨달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휴대폰 불빛을 비추며 책상 위 서류를 정리했다.막 떠나려던 찰나 사무실 불이 켜졌다.방금 경비원 때문에 깜짝 놀란 서유정은 더 이상 일할 생각이 없어 가방을 들고 불을 끄고 나갔다.엘리베이터 앞에 막 도착했을 때 경비원을 만났다.“서유정 씨, 방금 동료에게 전화했더니 이 층의 전원 차단기가 내려갔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복구됐어요.”서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데 갑자기 차단기가 내려간 이유가 뭘까요? 게다가 제가 있는 층만 그러네요.”“현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서 구체적인 건 아직 모르겠습니다.”서유정은 더 묻지 않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화면을 바라보았다.지금은 저녁 8시가 넘었고 건물 안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야근 중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가방을 멘 채 캐주얼한 복장을 한두 남자가 막 퇴근하는 모습이 보였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선 서유정은 지하 1층 버튼을 눌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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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서씨 가문은 원래도 다른 세 가문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었는데 최근 몇 년간 수많은 기업이 생겨나면서 이대로 가다간 완전히 뒤떨어질 위기에 처했다.이혜숙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참 똑똑하구나.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내다니. 이렇게 하면 내가 앞날을 위해 걔가 회사에 들어가는 걸 허락할 거라고 생각했겠지.”서민형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머니, 민아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걔도 회사를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회사를 위해서? 회사를 위해 한신 그룹이 걔랑만 계약하고 앞으로도 걔하고만 일하게 해? 날 바보로 아는 거냐!”이혜숙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서민아의 야심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지금은 회사에 들어오는 게 목적이지만 그다음엔 지분을 요구하지 않겠나.“어머니, 민아는 원래 처남 회사에 입사하기로 계약까지 했는데 갑자기 한신 그룹 측에서 민아와 일하겠다고 제안한 거예요. 민아를 믿지 못하겠으면 아무 직책이나 주고 협업이 끝난 뒤에 그만두라고 하면 되잖아요.”서민형이 말하는 사이 서유정이 거실로 들어왔고 그녀를 본 서민형의 눈빛에 불쾌함이 스쳤다.서유정이 양주원의 청혼을 거절한 일로 그는 지금 그녀에게 매우 불만이 가득했다.서씨 가문의 딸로서 서씨 가문에 조금도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오로지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이제 양주원이 비서와 결혼하게 되었으니 아마도 이후 서씨 가문과 에어 테크의 협력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이러한 생각에 서민형은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넌 여기 왜 왔어!”이혜숙이 차갑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부른 건데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네가 언제부터 본가에서 결정권을 행사했어?”말문이 막힌 서민형의 얼굴이 한층 더 일그러졌다.“됐어, 이만 가봐. 이번 일은 좀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면 전화하마.”이혜숙이 한발 물러서자 서민형도 그쯤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네, 하지만 한신 그룹 사람들이 연화에 며칠밖에 머물지 않으니까 빨리 결정하시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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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이혜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요즘 일은 어때?”“괜찮아요.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말을 하는 사이 서유정이 이혜숙 옆에 앉았다.“그렇다면 다행이네.”서유정은 저택에서 하루 종일 머물다가 저녁을 먹고 나서 이혜숙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떠났다.오은화가 서유정을 문 앞까지 배웅하며 오후에 준비해 둔 음식을 건넸다.“아가씨, 이것 다 아가씨가 좋아하시는 음식이에요. 가져가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이틀은 드실 수 있어요.”“네, 아주머니. 감사해요.”오은화는 다정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연한 걸요. 너무 무리해서 일하지 말아요. 많이 야윈 걸 보니 밥도 제대로 안 챙겨 먹는 것 같네요.”“네, 알겠어요. 밖이 쌀쌀한데 이만 들어가세요.”“가는 것 보고요.”서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음식을 뒷좌석에 놓고 오은화에게 손을 흔든 뒤 차를 타고 떠났다.서씨 가문 저택은 연화 외곽에 자리 잡고 있었고 시내로 돌아가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었다.서유정이 떠날 때쯤 이미 밤 9시가 넘었고 길에는 드문드문 차 몇 대만 지나갈 뿐이었다.운전하던 중 서유정은 갑자기 이상함을 느꼈다. 뒤에서 검은색 차 한 대가 계속 따라오는 것 같았다.핸들을 잡은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가며 백미러로 뒤를 살피고는 가속 페달을 밟자 뒤따르던 차도 속도를 높였다.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자 뒤따르던 차도 속도를 줄였다.곧 서유정은 뒤따르는 차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최근 며칠간 출퇴근할 때 느꼈던 그 감시당하는 느낌을 떠올리자 서유정의 심장이 저절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조수석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경찰에 신고하려는데 두 자릿수를 입력하자마자 뒤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쾅!서유정의 차를 들이받자 원래도 가벼운 차라 격렬한 충돌에 옆으로 뒤집어질 뻔했다.관성으로 인해 그녀의 몸이 앞으로 쏠리며 휴대폰은 운전석 아래로 떨어졌다.서유정은 휴대폰을 주울 겨를도 없이 급히 핸들을 잡아 도로변 가드레일에 부딪히지 않도록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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