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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결혼의 불청객: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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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서유정의 조건은 그게 뭐든 들어줄 생각이었다.장권우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양주원은 장권우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회사로 가죠.”차가 출발하기 전, 양주원의 휴대폰이 울렸다.신나경의 전화라는 것을 확인한 양주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차가운 얼굴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뭐야?”“주원 씨. 어떻게 됐어?”“얘기 끝났어. 합의서에 사인했어.”“정말? 너무 다행이야.”어두워진 얼굴을 따라 얼음처럼 차가운 양주원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다행? 네가 사람을 사주해 유정이를 납치하려고 했던 일이 이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양주원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는 10초가 넘게 말이 없었다. 그리고 곧 울먹이는 신나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원 씨, 나... 나 진짜 반성하고 있어. 그땐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 봐.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창밖을 보는 양주원의 옆모습이 유난히 냉담했다.“반성하면 유정에게 공개 사과해. 저녁에 사과 영상 촬영할 사람 보낼 거야. 영상은 내일부터 연화시의 모든 전광판에 올라갈 거고.”순간 멍한 표정을 짓던 신나경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뭐? 연화시의 모든 전광판에 내 사과 영상을 재생된다는 거야?”“왜? 싫어?”싸늘한 양주원의 목소리에 신나경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당연한 거 아니야?’신나경은 그저 괜히 마음이 약해져 육진호에게 서유정을 죽여버리라고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될 뿐이었다. ‘만약 육진호에게 서유정을 죽어버리라고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주원 씨, 그게 아니라. 나는...”양주원이 단호하게 신나경의 말을 잘랐다.“그게 아니면 됐어. 저녁에 촬영할 준비나 하고 있어.”신나경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양주원은 뚝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책상에 내동댕이친 신나경의 눈빛이 음산하게 빛났다.연화시의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서유정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사실에 신나경은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하기만 했다.하지만 애초부터 신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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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하지만 서유정의 행동이 너무 컸던 탓에 사진첩에서 사진 한 장이 툭 떨어졌다.바로 핑크색 원피스를 입은 서유정이 브이를 하는 사진이었다.고개를 숙여 사진을 확인한 서유정이 손을 내밀던 그 순간, 길쭉한 손이 먼저 다가와 바닥에 있는 사진을 주워갔다.“...”서유정이 손을 내밀고 박수환의 손에서 사진을 가로채려 했지만 박수환이 손을 뒤로 숨겼다. “수환 씨, 돌려줘요!”‘이렇게 못생긴 사진을 수환 씨에게 들키다니... 창피해 죽을 것 같아.’박수환이 고개를 숙이고 씩 웃으며 말했다.”귀여운데 왜 안 보여줘요?”“귀엽다고요?”서유정은 믿기지 않는 얼굴로 박수환을 바라보았다.‘수환 씨는 혹시 귀여운 게 어떤 건지 모르는 거 아니야?’‘그 사진은 정말 내 인생 흑역사 중의 흑역사라고.’“네. 귀엽잖아요.”고개를 숙인 박수환이 한쪽 슬리퍼만 신고 온 서유정을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박수환이 몸을 일으켜 서유정 앞으로 다가가 그녀에게 사진을 건넸다.사진을 받은 서유정이 닥치는 대로 사진을 구겨 넣었다. 박수환이 돌아가면 자신의 흑역사가 담긴 사진첩을 아무도 찾지 못하게 꼭꼭 숨겨버릴 것이라고 서유정은 생각했다.서유정을 지나쳐 현관으로 걸어간 박수환은 그녀가 미처 신지 못한 슬리퍼 한 쪽을 들고 옆에 섰다.“다음엔 이렇게 허둥지둥 오지 마요. 바닥이 찬데.”몸을 숙여 앉은 박수환이 서유정의 허전한 발에 슬리퍼를 신겨주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서유정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괜... 괜찮아요. 제가 신으면 돼요.”그 말에 박수환은 그저 조용히 슬리퍼를 서유정의 발 옆에 내려두고 몸을 일으켜 다시 자리에 앉았다.고개를 숙인 서유정이 슬리퍼를 신었다.“고마워요.”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혜숙은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유정아, 손님 손에서 사진첩을 뺏어가는 게 어디 있어. 게다가 그건 네가 어렸을 때 사진이잖아. 얼마나 귀여워. 나도 가끔은 꺼내서 한 번씩 보고는 하는 건데.”“...”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서유정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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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저도 모르게 호흡이 거칠어진 박수환이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아, 그랜드 코트에는 언제 돌아올 거예요?”서유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모르겠어요. 할머니께서 최소 1달 정도는 쉬어야 한다고 해서 이번 달에는 본가에서 지내라고 하셔서요. 셰프님께서 해주시는 몸에 좋은 음식들을 먹여야 한다고.”“...”제 발등을 제가 찍는다는 말이 어떤 건지 박수환은 오늘에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서유정이 본가에서 지낸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박수환은 허전한 앞집이 벌써 어색하기만 했다.만약 서유정이 정말 본가에서 1달 동안 지낸다면 박수환은 참지 못하고 매일 같이 그녀를 보러 올 것이 분명했다.“매일 그렇게 먹는 것도 안 좋아요.”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니면 수환 씨가 할머니께 말 좀 해줄래요? 수환 씨는 의사잖아요. 수환 씨 말이라면 할머니께서도 믿으실 거예요.”서유정도 계속 사무실과 본가를 오가고 싶지는 않았다. 출퇴근 시간만 2시간은 더 걸렸다.“...”침묵하는 박수환을 본 서유정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왜요? 설마 얘기 못 하겠어요?”시선을 내려 서유정을 쳐다본 박수환이 입꼬리를 올렸다.“그래요. 좀 이따 할머니께 말씀드릴게요.”“진짜죠? 수환 씨가 할머니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제가 밥 살게요.”“밥 말고 다른 보상으로 해줘요.”“어떤 보상을 원해요?”몸을 숙여 서유정에게 바짝 다가간 박수환이 나지막이 말했다.그 말에 멍해진 서유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어때요? 유정 씨만 동의하면 유정 씨가 그랜드 코트로 돌아가 지낼 수 있게 할머님께 얘기해 줄게요.”시선을 올려 웃음기 가득한 박수환의 두 눈을 마주한 서유정이 곧바로 그의 눈을 피했다.“그... 그럼 일단 수환 씨가 할머니를 설득하고 나면 다시 얘기해요.”‘아직 할머니가 허락하실지는 모르는 일이니까.’“그래요.”정원을 거닐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오은화가 다가왔다.“아가씨, 식사 준비가 다 됐어요. 여사님께서 두 분 모시고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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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박수환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부탁이 있어요.”수박을 잘라 주방에서 나온 서유정은 거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이혜숙과 박수환을 볼 수 있었다.수박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서유정이 박수환을 향해 말했다.“수환 씨, 수박 먹어요.”“네.”과일을 다 먹은 박수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할머니, 시간도 늦었는데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오늘은 실례가 많았어요.”이혜숙이 웃으며 대답했다.“실례는. 앞으로 시간 있을 때면 자주 들러요.”“네.”“유정아, 박 선생님 배웅해 드려.”“네. 할머니는 들어가서 쉬세요.”서유정이 박수환의 뒤를 따르며 말없이 문 앞에 도착했다.박수환이 차에 오르려던 그때, 서유정이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수환 씨, 할머니께 제가 그랜드 코트로 돌아갈 수 있게 말씀드린다면서요. 왜 저녁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예요?”이혜숙이 박수환을 봐서라도 그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젠 가망도 없는 일인 것 같았다.박수환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조금 전 유정 씨가 수박 가지러 갔을 때 이미 할머님께 말씀드렸어요. 동의도 하셨고요.”멍한 표정의 서유정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박수환을 쳐다보았다.“정말이에요?”“네. 그나저나 유정 씨는 제 소원은 언제 들어주실 거예요?”아랫입술을 꾹 깨문 서유정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뜨거워졌다.“요즘은 바쁘고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박수환이 눈을 가늘게 떴다.“혹시 모른 척할 생각인 거예요?”“누가 모른 척한대요? 전 그저... 그저 요즘 정말 바빠서 그래요. 일 마무리 되면 소원 들어줄게요.”“1달이면 돼요?”시선을 내린 서유정이 한참 만에야 대답했다.“그 정도면 될 것 같아요.”“1달은 제 인내심의 한계에요.”그윽한 박수환의 두 눈을 마주한 서유정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알겠어요. 여기서 그랜드 코트로 돌아가려면 1시간은 걸려요. 얼른 가요.”“네. 유정 씨, 잘 자요.”박수환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던 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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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이혜숙이 거실을 벗어나자 서유정도 방으로 돌아갔다.일을 시작하기 위해 컴퓨터를 켠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저장되지 않은 번호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서유정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누구시죠?”“유정아, 나 주원이야.”서유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짜증 섞인 서유정의 말투에 양주원의 마음은 씁쓸함이 감돌았다.“유정아, 나경이 사과 영상 촬영 마쳤어. 내일 광고 회사에 연락해 연화시의 모든 전광판에 영상 올릴 거야.”“그런 건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돼.”“알아.”양주원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난 그냥... 네 목소리가 듣고 싶었을 뿐이야.”서유정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양주원, 나랑 만날 때는 신나경과 바람피우더니 이젠 신나경과 결혼하니까 또 나한테 찝쩍거리는 거야? 너는 영원히 네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야. 넌 날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신나경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야.”“네가 사랑하는 건 언제나 너 자신이었어.”“그리고 네가 하는 그런 말, 난 듣기만 해도 짜증 나니까 다신 이런 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말을 마친 서유정이 뚝 전화를 끊었다.의뢰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니었다면 서유정은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는 절대 받지 않았을 것이다.휴대폰을 내려놓은 서유정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문서를 열어 일을 시작했다.11시가 넘어서야 컴퓨터를 닫은 서유정이 샤워를 하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다음 날 아침. 서유정이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박현우가 노크하고 들어왔다.“유정 누나, 오늘 출근하면서 신나경 씨 사과 영상을 봤어요. 이젠 아마 연화시의 모든 사람이 신나경을 알아볼 거예요.”하지만 신나경 같은 악독한 인간을 고작 사과 영상 정도로 용서하는 것은 너무 가벼운 처벌이었다.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봤어요. 아, 그리고 어제 현우 씨가 만난 의뢰인 자료 저에게 보내줘요.”“네. 그리고 오늘 오후에는 전가인 씨와의 미팅이 예약되어 있어요. 새로운 증거가 있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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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만약 전가인의 전 남자친구가 그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아내지 못한다면 이 사건은 승소하기가 어려웠다.몇 시간 동안 사건 자료를 보던 서유정이 이젠 잠시 쉬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송지민의 전화였다. 서유정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지민아, 무슨 일이야?”“유정아, 나 방금 쇼핑하다가 신나경 사과 영상 봤어. 너무 속 시원한 거 있지.”서유정이 시선을 내렸다.“응. 내가 요구한 거야.”“신나경이 그런 조건에 동의했다고?”송지민이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물었다.“감옥에 가는 것보다는 사과하는 걸 택한 거겠지.”“하긴. 하지만 그 X이 곧 양주원과 결혼한다고 생각하면 여전히 열 받아.”다른 사람의 생활을 파탄 낸 불륜녀가 감히 뱃속의 아이를 빌미로 안방을 차지하다니. 송지민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특히 송지헌에게서 최근 몇 년 양주원의 회사가 빠르게 발전하며 곧 회사 주식도 몇 배로 오를 것이라는 말을 들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서유정의 3년이 부질없게 느껴져 더 분노가 끓었다.서유정이 태연한 말투로 대답했다.“잘 됐지, 뭐. 그 두 사람이 결혼하면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을 거니까.”“그래, 네 말이 맞아. 양주원은 요즘 매일 술독에 빠져 산대. 술만 마시면 네 이름을 부른다고 하더라니까. 정말 미친 X이잖아.”“신경 쓰지 마. 모르는 척하면 돼.”“응. 일하는 중이었을 텐데, 이만 끊을게.”전화를 끊은 송지민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송지민이 서유정에게 알려주지 않은 사실이 있었다. 어제 병문안하러 병원에 갔던 송지민은 그곳에서 한진숙과 산부인과로 들어가는 신나경을 마주쳤다.한진숙이 서유정에게 얼마나 잘해줬었는지 송지민도 알고 있었다.양주원이 신나경과 바람 피운 후 한진숙은 서유정 편을 드느라 회사로 가 소란을 피운 적도 있었다. 한진숙은 심지어 양주원 앞에서 신나경의 뺨을 때리기도 했었다.그렇게 서유정을 아꼈던 사람이 신나경이 임신하자 함께 산부인과에 가다니...하지만 어쩌면 그게 당연한 일인 걸지도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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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저 알아요?”“서유정 씨. 사모님께서 뵙고 싶어 하세요.”서유정이 남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길가에 주차된 롤스로이를 본 서유정이 미간을 찌푸렸다.“그쪽 사모님이 누군지 전 몰라요. 그리고 그쪽을 따라가지도 않을 거고요. 지금 당장 안 비키면 신고할 거예요.”서유정이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며 당장이라도 신고할 듯 굴어도 남자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서유정 씨. 박현우 씨 아시죠?”“알아요. 왜요?”“그분이 저희 사모님 아들이세요.”“...”남자와 몇 초간 마주 보던 서유정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죠? 박현우 씨가 우리 사무실 직원이긴 하지만 제가 직원 어머니까지 만날 의무는 없잖아요. 그리고 그쪽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못 믿으시겠으면 지금 도련님께 전화하셔도 돼요.”5분 후.박현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유정 곁으로 달려왔다.“유정 누나, 미안해요. 엄마가 오신 줄 몰랐어요. 정말 죄송해요. 놀라셨죠?”남자가 말한 사모님이 정말 박현우의 어머니였을 줄은 몰랐던 서유정이 조금은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서유정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자들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괜찮아요. 전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네. 미안해요.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안 그래요.”서유정이 로비를 나서려는 검은 옷의 남자가 그녀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도련님, 사모님께서 서유정 씨를 만나고 싶어 하세요.”박현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비켜요. 엄마한테는 제가 가서 말씀드릴 거예요. 두 분 난처하게 안 해요.”뼈를 에일 듯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하는 박현우의 모습에 남자가 뻗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박현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서유정이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서유정이 운전한 차가 사라지자 박현우는 그제야 몸을 돌려 길 건너편에 주차된 롤스로이로 향했다.뒷좌석 문을 연 박현우가 일그러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엄마. 연화시에는 왜 갑자기 오신 거예요?”뒷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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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유지수가 기가 막힌다는 듯 박현우를 쳐다보았다.“내가 이제 막 만나보려고 하는데 네가 끼어들었잖아. 준비해 둔 20억도 못 주고 아쉽네.”“... 엄마. 삼류 소설은 그만 좀 보세요. 심심하면 출근이라도 해요.”“난 출근할 필요 없어. 네 아빠가 먹여 살릴 테니까. 네가 오늘은 날 막아도 나한테는 얼마든지 기회가 있어. 네가 한 번은 막아줄 수 있겠지만 매일 그 여자 곁을 지킬 수는 없잖아.”유지수가 연화시에 온 제일 중요한 이유가 바로 서유정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렇게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갈 리가 없었다.박현우가 체념한 듯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누나는 정말 저한테 그런 마음 없으니까요.”지난번 박수환과 서유정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박현우는 알 수 있었다. 올곧게 박수환에게로 향한 서유정의 눈에는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설렘으로 가득했다.박수환과 눈이 마주치는 시간이 길어지면 서유정이 먼저 상대방의 시선을 피하기도 했다.하지만 박현우를 보는 서유정은 단 한 번도 그의 시선을 피한 적이 없었다.“왜 그렇게 자신이 없어? 나와 네 아빠가 널 얼마나 예쁘게 낳았는데. 얼굴이 아까워, 정말.”“...”말이 없는 박현우의 모습에 유지수가 입을 삐죽였다.“됐어. 엄마 배고프니까 얼른 타. 밥 먹으러 가자. 연화시에 온 지도 몇 개월이 되었고 이젠 돈도 벌었을 텐데 오늘은 네가 사.”...한 편.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 과일 가게에서 딸기를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서유정이 갓길에 차를 세우고 딸기 두 광주리를 샀다.결제를 마치고 차에 타려는데 옆에서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유정?”고개를 돌려 성우현을 본 서유정 역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성우현. 네가 왜 여기 있어?”“나 여기 근처 살아.”손에 들린 주머니를 보니 근처에서 장을 본 모양이었다.“그렇구나.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그러니까 말이야. 아, 가은이 사건은 어떻게 됐어?”입술을 짓이긴 서유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조금 어려운 사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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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제가 들게요.”서유정이 자연스럽게 딸기를 건네며 말했다.“하나는 수환 씨 거예요. 왜 여기서 기다린 거예요?”“마침 식사 준비도 다 돼서 내려왔어요. 일찍 보고 싶어서.”그 말에 서유정이 가방을 더 꽉 잡았다. 마치 전기가 통한 듯 찌릿한 느낌이 심장에 사지로 빠르게 퍼져나갔다.서유정이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주차장에서 집까지 1분밖에 안 걸리잖아요.”“그 1분이 저한테는 너무 소중해서요.”두 사람은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지나쳤다. 지금 서유정 곁에 있는 1분 1초도 박수환은 소중하기만 했다.“말을 왜 이렇게 예쁘게 해요. 연애를 많이 해봤다고 오해하겠어요.”시선을 내린 박수환이 또박또박 대답했다.“저 연애 안 해봤어요. 그리고 제 말은 다 진심이에요. 잘 보이려고 일부러 하는 말이 아니에요.”진지한 박수환의 두 눈에 서유정의 심장이 저도 모르게 빨리 뛰기 시작했다. 얼굴도 점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서유정이 얼른 시선을 올려 눈을 피했다.“그럼 혼자 도가 튼 모양이네요.”‘심지어 수환 씨는 외모도 하나 같이 너무 내 스타일이잖아.’그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서유정의 심장은 저도 모르게 속도를 가했고 또 저도 모르는 사이 박수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두 사람이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먼저 안으로 들어간 서유정이 층수를 누르고 박수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아, 오늘 퇴근할 때 현우 씨 어머니께서 갑자기 저를 찾아오셔서 깜짝 놀랐어요.”순간 위험을 감지한 박수환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뭐라고 하셨어요?”“만나지는 못했어요. 처음엔 사기꾼인 줄 알고 현우 씨를 불렀는데 현우 씨가 먼저 가라고 했어요. 아, 수환 씨는 현우 씨 작은아버지니까 그럼 현우 씨 어머니는... 수환 씨 형수님이네요?”박수환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면 현우 씨 어머니가 연화시에 오셨으니까 만나겠네요?”“모르겠어요. 그다지 좋은 사이가 아니라.”어두운 박수환의 얼굴을 본 서유정이 더는 묻지 않았다. 지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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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네.”나중에라는 단어가 너무 아름다워서, 상상만으로도 이미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두 사람이 한창 밥을 먹던 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박수환이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열자 웃음기 섞인 황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집 찾기가 왜 이렇게 어려워? 골목을 몇 번이나 잘못 들어갔다가 나왔는지 몰라. 엄청 헤매다 겨우 찾았잖아.”젓가락을 쥔 서유정의 손가락에 점점 힘이 실렸다. 지난번 레스토랑에서 나란히 앉아 미소 짓던 두 사람의 모습이나 지금처럼 황수연의 말투에 묻어나는 지극한 자연스러움 모두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이성 친구가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서유정도 알고 있었다.게다가 박수환과 황수연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 사이라는 것을 박현우에게 들은 적도 있었다.세 사람이 나이도 비슷한 또래니 얼마든지 친구로 지낼 수 있었다.시선을 내린 서유정은 또다시 설명할 수 없는 실망감에 사로잡혔다.문 앞.박수환이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여긴 왜 와?”황수연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아무 일도 없는 척 태연하게 말했다.“당연히 오빠 보러 왔지. 내가 연화시에 갈 거라는 얘기를 듣고 오기 전부터 아주머니께서 오빠가 잘 지내고 있는지 와 보라고 했단 말이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잠깐만. 집밥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나 마침 밥도 안 먹고 왔어.”황수연이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박수환이 손을 뻗어 황수연을 막았다.“오늘은 안 돼. 나중에 내가 밥 살게.”“왜 안 돼. 설마 집에 보물이라도 숨겼어?”말하던 황수연이 박수환의 손을 밀치며 안으로 들어갔다.거실로 들어선 황수연이 식탁에 앉아 있는 서유정을 발견했다.황수연이 더욱 옅어진 미소를 지으며 서유정을 쳐다보았다.“유정 씨, 또 이렇게 만나네요. 유정 씨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제가 두 사람 방해한 건 아니죠?”서유정이 막 대답하려는데 황수연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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