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이 거실을 벗어나자 서유정도 방으로 돌아갔다.일을 시작하기 위해 컴퓨터를 켠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저장되지 않은 번호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서유정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누구시죠?”“유정아, 나 주원이야.”서유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짜증 섞인 서유정의 말투에 양주원의 마음은 씁쓸함이 감돌았다.“유정아, 나경이 사과 영상 촬영 마쳤어. 내일 광고 회사에 연락해 연화시의 모든 전광판에 영상 올릴 거야.”“그런 건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돼.”“알아.”양주원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난 그냥... 네 목소리가 듣고 싶었을 뿐이야.”서유정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양주원, 나랑 만날 때는 신나경과 바람피우더니 이젠 신나경과 결혼하니까 또 나한테 찝쩍거리는 거야? 너는 영원히 네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야. 넌 날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신나경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야.”“네가 사랑하는 건 언제나 너 자신이었어.”“그리고 네가 하는 그런 말, 난 듣기만 해도 짜증 나니까 다신 이런 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말을 마친 서유정이 뚝 전화를 끊었다.의뢰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니었다면 서유정은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는 절대 받지 않았을 것이다.휴대폰을 내려놓은 서유정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문서를 열어 일을 시작했다.11시가 넘어서야 컴퓨터를 닫은 서유정이 샤워를 하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다음 날 아침. 서유정이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박현우가 노크하고 들어왔다.“유정 누나, 오늘 출근하면서 신나경 씨 사과 영상을 봤어요. 이젠 아마 연화시의 모든 사람이 신나경을 알아볼 거예요.”하지만 신나경 같은 악독한 인간을 고작 사과 영상 정도로 용서하는 것은 너무 가벼운 처벌이었다.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봤어요. 아, 그리고 어제 현우 씨가 만난 의뢰인 자료 저에게 보내줘요.”“네. 그리고 오늘 오후에는 전가인 씨와의 미팅이 예약되어 있어요. 새로운 증거가 있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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