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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결혼의 불청객: Chapter 281 - Chapter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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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서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소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렸다.“여사님, 무슨 일 있으시면 여기서 바로 말씀하세요. 아니면 남들이 들으면 안 되는 말이라 사람 없는 곳으로 가야 하는 건가요?”그녀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아 주변에 있던 네다섯 사람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순간 그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주희정과 서유정에게 쏠렸다.주희정의 얼굴에 당황함이 스쳤고 억지로 분노를 억누르며 미소를 지었다.“얘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사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지. 네 개인적인 일인데 어떻게 많은 사람 앞에서 얘기해?”주희정이 일부러 난처한 척하는 모습에 서유정은 웃음이 났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주희정이 서유정을 많이 생각해 주는 줄 알겠다.“제 일이라면 여기서 말씀하세요. 남들 앞에서 못할 게 뭐 있겠어요?”지금 주희정을 따라가면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무슨 소문을 퍼뜨릴지 몰랐다.주희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유정, 너를 위해 그러는 건데 주제넘게 굴지 마.”서유정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여사님, 하실 말씀이 있으면 여기서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 주세요.”그러면서 서유정은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주희정과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주희정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리며 그녀를 한참 바라보더니 차갑게 돌아섰다.드디어 주위가 조용해졌다.서유정이 소파에 기대어 휴대폰을 꺼내 보니 밤 9시였다.할 말은 다 했으니 조금 더 있다가 돌아가야겠다.서민아는 방금 한 친구를 배웅하고 돌아선 뒤 멀지 않은 곳에 주희정이 차가운 얼굴로 서 있는 것을 보았다.서민아는 급히 주희정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왜 그래요? 표정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 언니가 또 화나게 했어요?”주희정은 퉁명스럽게 콧방귀를 뀌었다.“걔 말고 또 누가 있어? 아까 내가 걔를 따로 불러서 혼내려고 했는데 따라오지도 않고 손님들 앞에서 내 체면을 깎아 먹었어. 생각만 해도 화가 나네!”‘어쩌다 이런 망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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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투명한 유리창 앞에서 두 개의 흐릿한 실루엣이 꼭 붙은 채 마치 어둠 속의 덩굴처럼 서로 얽히고설켜 있었다.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떨어졌다.서민아는 옷을 입으며 말했다. “무슨 일로 갑자기 왔어? 아무도 못 봤지?”“내가 부끄러워?”남자의 차가운 목소리는 숨 막히는 위압감을 띠고 있었다.“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서씨 가문을 차지하기 전까진 서로 모르는 척하기로 약속했잖아.”“방금 조홍우랑 얘기하는 거 봤어. 그 남자가 널 보는 눈빛이 마음에 안들어. 그 눈알을 파내고 싶어.”서민아는 가볍게 웃으며 손을 뻗어 남자의 목을 감싸고 발끝을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걱정하지 마. 곧 내일의 태양을 보지 못할 사람이니까.”조홍우는 자신이 사냥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본인이 사냥감이라는 걸 몰랐다.“응, 넌 내 거야. 평생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생각은 하지 마.”서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는 너만의 거야.”옷을 차려입은 서민아가 의자 위에 놓인 가방을 집어 들며 남자에게 말했다.“나 먼저 갈게. 넌 30분 기다렸다가 나가.”말을 마친 그녀가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이내 남자에게 손목이 잡혀 한순간에 품속으로 끌어당겨졌다.“나한테 명령하는 거야?”그의 목소리에서 불쾌함을 느낀 서민아는 손을 뻗어 남자의 목을 감싸며 말했다.“내가 어떻게 감히 명령하겠어? 부탁하는 거야. 제발, 안 될까?”의도적으로 부드럽게 말하는 여자의 목소리에 남자는 조금 전 자기 몸에 바짝 붙어 있었던 여자의 나른한 몸이 떠올라 눈빛이 저절로 부드러워졌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역시 네가 최고야.”그의 얼굴에 입을 맞춘 서민아가 말했다.“정말 가봐야겠어. 나온 지 오래돼서 더 늦게 가면 엄마가 분명히 사람을 보내서 나를 찾을 거야.”남자는 벌주듯 그녀의 어깨를 한 번 깨물고서야 비로소 그녀를 놓아주었다.“가 봐.”룸을 나선 서민아는 먼저 화장실에 들러 몸에 남은 키스 마크가 보이는지 확인한 뒤 비로소 파티 홀 쪽으로 걸음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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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신나경에게 인사하고 연락처를 추가한 뒤 서민아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하러 갔다.한편 송지민은 주희정이 신나경을 서민아에게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개졌다.“네 엄마 머리가 이상한 거 아니야? 신나경이 양주원과 네 사이를 방해한 내연녀라는 걸 알면서 왜 서민아에게 소개해 주는 거야?”서유정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사람에게 신나경은 양주원에게 접근하고 에어 테크와 협력할 수 있는 연줄일 뿐, 신나경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아무리 서민아에게 인맥을 소개해 주고 싶어도 상대를 골라야지. 쓰레기까지 다 받아들이네.”신나경 그것이 지금 당당히 양주원과 함께 파티에 참석하고 상류층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됐다는 생각에 송지민은 화가 치밀었다.다른 사람 관계를 파탄 내는 내연녀는 단두대에 올려 처형해도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서민아에게 도움이 된다면 상대가 쓰레기인지 아닌지 신경도 안 쓸 거야.”서민아를 돕기 위해 그녀를 희생해야 한다면 주희정은 주저 없이 서유정에게 손을 뻗을 것이다.지금은 서민아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소개해 주기 바쁜데 상대가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 신경이나 쓰겠나.송지민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볼수록 화가 나네. 세상에 네 엄마처럼 차별하는 엄마가 어디 있어?”상식적으로 친딸이 밖에서 그렇게 오랜 세월 고생하고 돌아왔으면 배로 보상해 줘야 하는 게 당연한데, 주희정은 서유정에게 보상해 주기는커녕 서민아만 편애했다.서유정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어떤 엄마들은 자기 아들을 위해 친딸을 팔아넘기는 경우도 있어. 말 그대로 팔아넘긴다고.”예전엔 서유정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주희정이 자신을 싫어하는지.하지만 변호사로 일한 몇 년 동안 온갖 사람들을 보며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남의 사랑을 갈구하기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어휴... 차라리 할머니 말씀대로 집에 가서 재산 물려받는 게 어때? 신나경과 서민아 그 두 여우가 잘난 척하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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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서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지금은 일단 잘난척하게 놔둬.”“하하하, 지금 저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좀 웃기네.”이혜숙이 모든 지분을 서유정에게 넘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서민아의 표정이 얼마나 다채로울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이제 시간도 늦었는데 돌아가자.”송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어차피 손님들도 많이 떠났으니 계속 여기 있어봤자 재미없어.”두 사람은 잔을 내려놓고 이혜숙에게 인사한 뒤 호텔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주희정은 서유정이 자신들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떠나려 하자 화가 나서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여보, 잘난 우리 딸 좀 봐요. 부모인 우리를 전혀 존중하지 않아요. 세상에 이런 딸이 어디 있어요?”남들이 듣고 웃을까 봐 주희정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지만 말투에 가득 담긴 분노는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서민형은 미간을 찌푸린 채 서유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민아가 서경 그룹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거야. 서유정은 원래 저런 애니까 아무리 화를 내봤자 소용없어.”그는 이미 마음을 비우고 저런 딸은 없는 셈 치기로 했다.어차피 서유정의 말도 맞았다. 서유정을 키우지 않았으니 그녀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었다.주희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날 망신 주는 것 말고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저런 불효녀를 낳았는지!”“됐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 시간에 차라리 민아 데리고 사람들에게 인사나 해.”...호텔을 떠나 돌아가는 길에 서유정은 박수환의 메시지를 받았다.[집에 왔어요?]서유정은 입술을 달싹이며 답장을 입력했다.[네, 가는 중이에요. 지민이가 데려다주니까 걱정하지 마요.][알겠어요.]마침 신호등 앞에서 차를 세운 송지민이 고개를 돌리니 서유정이 살짝 입꼬리를 올린 채 진지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게 보였다.“누구랑 채팅 중이야?”서유정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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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송지민이 참지 못하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너도 그 사람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관계를 진전시켜 볼 생각은 없어?”“바쁜 일 끝나고 다시 얘기하자. 지금은 이런 생각할 여유가 없어.”게다가 아직은 박수환과 황수연의 관계를 좀 더 지켜볼 생각이었다.박수환이 황수연과 거리를 두려는 생각이 없다면 서유정도 그와 시작할 마음이 없었다.“그래.”서유정은 막 지난 관계에서 벗어난 참이라 이렇게 빨리 다음 연애를 시작하는 건 확실히 성급한 감이 있었다.곧 송지민의 차가 그랜드 코트 근처에 도착했다.그랜드 코트까지 신호등 하나 남았을 때 송지민이 갑자기 앞을 보며 말했다.“아파트 입구에 서 있는 사람 박수환 아니야?”서유정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상대의 얼굴은 선명히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직감적으로 그 사람이 박수환이라고 생각했다.“음... 그 사람 같아.”“네가 걱정돼서 입구까지 나와 기다리는 거야?”“그럴지도...”서유정도 박수환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곧 차가 단지 입구에 멈추자 서유정은 안전벨트를 풀고 송지민을 바라보며 말했다.“갈 때 조심하고 집에 도착하면 나한테 문자 보내.”송지민이 그녀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알았어, 빨리 내려. 박수환 씨 기다리다 지치겠다.”“...”서유정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수환 쪽으로 걸어갔다.박수환은 회색 패딩 안에 흰색 V넥 티셔츠와 흰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바지의 소재는 알 수 없지만 한눈에 봐도 품질이 매우 좋아 보였다.가로등 아래에 서 있던 그는 이목구비가 정교하고 예뻐서 마치 만화에서 걸어 나온 소년처럼 잘생겼다.서유정이 천천히 그 앞에 다가가며 말했다. “박수환 씨, 날 기다리고 있었어요?”박수환은 고개를 숙여 녹아내릴 듯 부드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네, 늦은 시간이 혼자 오는 게 마음이 안 놓여서요.”“이제 겨우 10시에요.”“알아요. 하지만 네가 무사한 걸 확인해야 마음이 놓여서요.”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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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문을 열자 박수환이 문 앞에 서서 웃으며 말했다. “쉬는 데 방해한 거예요?”“아니요. 방금 씻고 나왔어요.”“전에 나한테 상 주기로 했던 거 기억해요? 이제 줄 때 되지 않았나?”서유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오늘이 벌써 반나절이나 지났는데 지금 그러면 조금 손해 보는 것 아닌가요?”박수환은 그녀에게 하루 동안 데이트를 해주면 이혜숙을 설득해 그랜드 코트로 이사 올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박수환이 약속을 지켰으니 서유정도 약속을 지켜야 했다.“괜찮아요. 우리에겐 아직 저녁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그가 고집을 부리자 서유정이 말했다. “그래요. 그럼... 데이트 계획은 생각해 봤어?”데이트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 서유정의 가슴이 두근거렸고 얼굴이 저절로 달아올랐다.“생각했죠. 같이 마트 가서 장 보고 저녁에 돌아와서 같이 저녁 먹어요.”“그게 다예요?” 서유정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그녀는 박수환이 무리한 조건을 내세울 거라 생각하며 어떻게 거절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단지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같이 요리한 다음 저녁을 먹는 거라니.‘내가 괜한 걱정을 한 건가...’박수환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실망한 것 같은데요?”“누... 누가요? 아주 기뻐요... 그렇게 해요.”“네, 그럼 준비하고 11시에 출발하는 게 어때요?”“그래요.”박수환이 떠나고 서유정은 냉장고를 열어 미리 사둔 빵과 우유를 꺼내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뒤 휴대폰과 몇 가지 소지품을 챙겨 외출 준비를 마쳤다.11시, 두 사람은 정시에 출발했다.서유정은 지난번 교통사고 이후 차가 증거물로 압수된 상태였고 설령 돌려받는다 해도 아마 못 탈 테니 오늘은 박수환이 운전했다.두 사람은 연화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향했다. 안에는 대형 마트뿐 아니라 옷, 자동차 등 각종 브랜드가 입점되어 있었다.백화점에 들어서서 자동차 판매점을 지나칠 때 서유정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차가 없어서 최근 그녀는 출퇴근할 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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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서유정은 고개를 저었다.“고맙다는 의미로 저녁을 준비할 수는 있지만 개조한 돈은 줘야죠.”박수환이 거절하려는 걸 보고 서유정이 덧붙였다.“그 돈이 수환 씨에게는 별것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너무 많이 빚지고 싶지 않아요.”박수환이 운전하는 차, 황수연과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걸 봤을 때 서유정은 그가 평범한 의사 그 이상일 거라고 생각했다.황씨 집안은 한성에서 누구나 아는 큰 재벌인데 그런 집 딸과 함께 자란 사람이 평범한 사람일 리가.서유정이 유일하게 떠올릴 수 있는 건 한성 제일의 재벌 박씨 가문뿐이었다.박수환은 아마 한성 박씨 가문의 사람일 것이다.박씨 가문을 잘 알지 못했지만 서민형이 언급한 바에 따르면 한성의 재벌로 연화의 모든 재벌을 합쳐도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이것이 그와 만나는 걸 망설이는 이유이기도 했다.서씨 가문이 양주원을 얕보는 것처럼 박씨 가문 같은 재벌도 분명 서씨 가문을 무시할 것이다.박수환과 만나면 양주원을 만났을 때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어려움을 마주할 수도 있었다.서유정의 진지한 눈빛을 마주한 박수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아무 숫자나 불렀다.“그 정도면 충분해요.”서유정도 차를 개조해 본 적이 없어서 박수환이 말한 금액이 적당하다고 생각해 그에게 돈을 송금했다.두 사람은 계속 안으로 걸어가다 보석 가게에 이르렀을 때 안에서 나오는 신나경과 양주원을 보았다.서유정을 본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양주원은 온몸이 경직되며 서유정을 본 순간 이유 모를 불안감이 밀려왔다.신나경과 함께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러 온 사실을 서유정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신나경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굳어지더니 양주원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서유정 씨,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우연이네요.”양주원의 팔짱을 낀 채 그녀는 두 사람이 방금 산 결혼반지를 일부러 드러냈다.이렇게 큰 다이아몬드 반지인데 서유정의 눈이 멀지 않은 이상 분명히 볼 수 있을 것이다.서유정도 확실히 반지를 보았지만 곧 무표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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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양주원은 무표정하게 신나경을 슬쩍 보았다.“신나경, 나는 이미 너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고 서유정과의 관계도 끝냈어. 그러니까 수작 부리는 건 그만둬. 그러면 너만 우스워질 뿐이야.”신나경의 표정이 확 굳어지며 무의식적으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알았어.”양주원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곧장 돌아서서 떠났다.신나경이 따라가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가 엄마 민지선이라는 걸 본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엄마, 무슨 일이야?”“나경아, 요즘 연화에서 어떻게 지내?”신나경은 아직 집에 임신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양주원과 결혼식을 올릴 때 알릴 생각이었다. “괜찮게 지내. 엄마는? 아빠 아픈 건 괜찮아?”“괜찮아.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전화했어.”신나경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무슨 일인데?”“네 동생이 졸업한 지 벌써 일 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일자리를 못 찾고 있어. 계속 집에만 있는 것도 문제라 연화로 보내면 네가 일자리 좀 찾아줄 수 있을까?”이 말을 듣자 신나경의 눈썹이 찌푸려졌다.“엄마는 내가 연화에서 사장 노릇이나 하는 줄 알아? 일자리가 그렇게 쉽게 구해져?”게다가 게으르고 무책임한 신철호를 어느 회사에서 받아주겠나.삼류 대학을 나왔으면서 매일 상장 기업에만 이력서를 보내고 다른 작은 회사들은 아예 보지도 않았다. 눈만 높아서 노력은 하지 않는데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리가.신나경의 말에 민지선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지며 말투도 전처럼 살갑지 않았다.“그래, 이젠 잘났다고 우릴 무시하는 거지? 잊지 마. 네 아빠가 네 대학 진학을 반대했을 때 네 동생이 대신 맞지 않았으면 넌 대학 가고 연화에서 일할 기회도 없었어.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를 무시해?”이 일은 신나경의 약점이었다. 당시 신철호는 신병준에게 맞아 뼈가 부러져서 석 달 넘게 입원했었다.잠시 침묵한 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한발 물러섰다.“그럼 걔한테 연화로 오라고 해. 일단 내 집에서 머물 수는 있지만 일자리를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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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서유정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꺼내 이 모습을 찍은 다음 서둘러 SNS에 올렸다.[진지하게 고기 고르는 박수환 씨, 너무 귀여운 것 아닌가요?]게시물을 올리기 무섭게 송지민이 즉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다.[어머, 아직 사귀지도 않았는데 벌써 애정을 과시하는 거야?]서유정의 눈가에 미소가 스치며 답글을 달았다.[이건 그냥 일상 공유야.][그래, 박수환 씨와 마트 장 보는 거 알겠으니까 이만 물러가.][네, 마마.]두 사람이 SNS에서 답글을 주고받던 중 갑자기 조민재가 서유정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서유정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가 아직 자기 친구 목록에 있다는 걸 떠올리고 바로 차단해 버렸다.양주원이 변심했을 때 조민재는 은근슬쩍 포기하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비아냥거린 적이 많았다.비록 양주원 쓰레기에게 3년을 낭비할 가치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조민재는 그녀가 아닌 양주원을 위해서 그런 것이기에 딱히 그에게 호감을 가질 수가 없었다.한편, 조민재는 서유정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사진을 캡처해 양주원에게 보낸 뒤 다시 확인해 보니 게시물이 사라진 상태였다.‘어떻게 된 거지? 서유정이 게시물을 삭제했나?’검색창에 서유정을 검색해 메인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흰색 공백만 남아 있었다.조민재는 즉시 깨달았다. 서유정이 그를 차단했다는 걸....차 안.양주원은 조민재가 보내온 서유정의 SNS 사진을 보며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예전에 서유정과 만날 때 그도 자주 함께 장을 보러 다녔다.처음엔 창업 때문에 돈을 아끼려고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장을 보러 갔다.그때 남은 건 신선하지 않은 채소들이라 가격이 비교적 저렴했다.하지만 가격이 아무리 평소보다 싸더라도 서유정은 한두 푼을 더 아끼려고 주인과 흥정했다.그녀가 흥정할 때마다 양주원은 옆에서 동조하며 불쌍한 척했고 값을 깎는 동시에 주인이 파 같은 걸 서비스로 더 주기까지 했다.당시 힘들었지만 양주원은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었고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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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서유정과 박수환은 두 시간 넘게 마트를 돌아다니다가 두 손 가득 장을 보고 돌아왔다.집에 돌아와 물건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박수환 집 문 앞에 가냘픈 실루엣이 서 있었다.황수연임을 알아본 후 서유정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옅어졌다.박수환이 눈썹을 찌푸렸다.“여긴 왜 왔어?”그의 불쾌함을 감지하고 황수연의 웃는 얼굴이 순간 굳어졌지만 다시 원래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아주머니가 물건 좀 전해달라고 해서.”“무슨 물건?”“이거.”그녀는 가방에서 검은색에 금색 테두리가 둘린 은행 카드를 꺼내 박수환에게 건네며 말했다.“오기 전부터 가져다주라고 했는데 지난번에 깜빡했어.”박수환은 고개를 숙여 그 카드를 바라보더니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가서 전해. 난 필요 없다고.”황수연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눈빛으로 서유정을 살짝 훑어본 뒤 입가에 차오른 말을 삼켰다.“오늘은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나중에 다시 병원에서 얘기해.”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두 사람을 지나쳐 그냥 떠났다.박수환은 붙잡지 않았고 고개를 돌려 서유정을 바라보는 얼굴엔 이미 미소가 담겨 있었다.“우리도 들어가요.”그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눈치챈 서유정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황수연이 다녀간 이후로 서유정은 박수환의 기분이 매우 나빠진 것을 눈치챘다.둘이 함께 부엌에서 재료를 준비할 때 여전히 그녀에게 말을 걸긴 해도 전보다 말수가 훨씬 줄어들었다.지금 둘 사이에선 딱히 물어볼 수가 없어서 자잘한 이야기만 나누었다.저녁을 먹고 서유정은 그와 함께 정리까지 마친 뒤 돌아가려고 했다.박수환이 그녀를 문 앞까지 배웅하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일찍 쉬어요. 잘 자요.”서유정은 그를 바라보며 잠깐 침묵하다가 갑자기 손을 뻗어 남자를 껴안았다.박수환의 몸이 순간 굳어졌고 온몸의 근육이 팽팽해졌다. 그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과 놀라움이 가득했다.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등을 토닥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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