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습니다.”임명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주민혁을 끌어내리고 주민혁이 목숨처럼 붙들고 있는 07전투기 프로젝트까지 완전히 끝장낼 수만 있다면... 내가 두 사람한테 큰 빚 하나 지는 셈이죠. 앞으로 내 권한 안에서는, 뭐든 얘기하면 됩니다.”임하은은 한쪽에 서서 아버지와 심종연의 대화를 듣다가 마음이 흔들렸다.주민혁을 끌어내린다니.한때 그녀가 그렇게 사랑했던 남자가, 이제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적이 된다는 것 아닌가.이토록 임하은이 망설이는 것을 꿰뚫어 본 듯, 심종연이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부드럽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투로 말을 이어갔다.“하은 씨, 쉽지 않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감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요. 주 대표님은 하은 씨에게 냉정했고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섰죠. 그런데 하은 씨가 굳이 주 대표님에게 의리를 지킬 이유가 있나요? 사랑이 전부는 아닙니다. 특히 가문의 생존과 본인의 앞날이 걸린 문제 앞에서는요. 어떤 순간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결국, 큰 판을 봐야 하니까요.”임하은은 모든 걸 꿰뚫어 보는 것 같은 심종연의 눈을 마주했다. 그러다 주민혁의 차갑고 매정했던 태도가 떠올랐고, 지금 임씨 가문이 처한 벼랑 끝의 현실도 함께 떠올랐다.그래서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한참 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작게 끄덕였다.“좋아요. 동의할게요.”...그 무렵, 막 치료를 마친 주민혁이 강지안의 병원에서 나오고 있었다.며칠을 제대로 못 잔 사람처럼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에는 실핏줄이 가득했으며 얼굴 전체에 피로가 그대로 드러났다.그는 차 문에 몸을 기댄 채로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머릿속을 채우는 건 회사 일만이 아니었다.창백했던 최수빈의 얼굴, 그리고 끝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아이...그 모든 게 무거운 돌처럼 가슴을 짓눌렀다.“주 대표님.”낮고 묵직하면서도 울림 있는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주민혁이 고개를 들자 다른 차에 기대선 장성훈이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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