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Kabanata 1071 - Kabanata 1080

1160 Kabanata

제1071화

아버지 임명규 건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고 회사는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거기에 주민혁의 차갑기만 한 태도까지 겹치자 임하은은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임하은이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번져 흐릿한 시야 너머로 옅은 미소를 띤 얼굴 하나가 들어왔다.남자는 몸에 딱 맞게 재단된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자세가 반듯했고 인상도 온화했지만 어딘가 속을 가늠할 수 없는 날카로운 분위기가 스쳐 지나갔다.임하은은 그를 알고 있었다. 바로 심종연, 플라잉 테크의 수장에 주민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재계의 젊은 거물이자 심씨 가문의 후계자였다.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고 완전히 혼자가 된 듯한 순간, 뼈마디가 도드라진 길고 단단한 손이 그녀의 앞으로 내밀어졌다.“하은 씨, 바닥 차가워요.”심종연의 목소리는 다정했다.“이 세상에 넘지 못할 일은 없어요.”그는 임하은을 가볍게 잡아끌어 일으켜 세웠다.임하은은 그 힘을 빌려 몸을 똑바로 세웠지만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간 듯해 겨우 서 있는 자세만 유지할 뿐이었다.심종연은 깨끗한 손수건을 내밀며 붉게 부은 그녀의 눈가를 스윽 훑었다. 그리고 담담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임 선생님 일은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높은 자리에 계셨고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우신 분이잖아요. 조직에서도 반드시 누명을 벗겨줄 겁니다. 아무 일 없을 거예요.”그 말이 묘하게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어주며 임하은의 불안함을 잠시나마 해소시켜주었다.임하은은 손수건을 받아 눈물을 닦고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심종연을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심 대표님... 감사합니다.”심종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소는 여전히 온화했다.“별일 아닙니다.”“하은 씨, 가능하시다면... 선생님을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제가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임하은의 마음이 흔들렸다.심씨 가문의 힘은 막강했고 심종연 본인도 수완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었다. 때문에 그가 손을 보태준다면 임명규의 일도 정말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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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좋습니다.”임명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주민혁을 끌어내리고 주민혁이 목숨처럼 붙들고 있는 07전투기 프로젝트까지 완전히 끝장낼 수만 있다면... 내가 두 사람한테 큰 빚 하나 지는 셈이죠. 앞으로 내 권한 안에서는, 뭐든 얘기하면 됩니다.”임하은은 한쪽에 서서 아버지와 심종연의 대화를 듣다가 마음이 흔들렸다.주민혁을 끌어내린다니.한때 그녀가 그렇게 사랑했던 남자가, 이제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적이 된다는 것 아닌가.이토록 임하은이 망설이는 것을 꿰뚫어 본 듯, 심종연이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부드럽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투로 말을 이어갔다.“하은 씨, 쉽지 않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감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요. 주 대표님은 하은 씨에게 냉정했고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섰죠. 그런데 하은 씨가 굳이 주 대표님에게 의리를 지킬 이유가 있나요? 사랑이 전부는 아닙니다. 특히 가문의 생존과 본인의 앞날이 걸린 문제 앞에서는요. 어떤 순간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결국, 큰 판을 봐야 하니까요.”임하은은 모든 걸 꿰뚫어 보는 것 같은 심종연의 눈을 마주했다. 그러다 주민혁의 차갑고 매정했던 태도가 떠올랐고, 지금 임씨 가문이 처한 벼랑 끝의 현실도 함께 떠올랐다.그래서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한참 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작게 끄덕였다.“좋아요. 동의할게요.”...그 무렵, 막 치료를 마친 주민혁이 강지안의 병원에서 나오고 있었다.며칠을 제대로 못 잔 사람처럼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에는 실핏줄이 가득했으며 얼굴 전체에 피로가 그대로 드러났다.그는 차 문에 몸을 기댄 채로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머릿속을 채우는 건 회사 일만이 아니었다.창백했던 최수빈의 얼굴, 그리고 끝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아이...그 모든 게 무거운 돌처럼 가슴을 짓눌렀다.“주 대표님.”낮고 묵직하면서도 울림 있는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주민혁이 고개를 들자 다른 차에 기대선 장성훈이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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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화

며칠 뒤, 제노 테크.최수빈은 퇴원하자마자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병색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더 차분하고, 더 집중하는 듯한 기색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녀는 가진 힘을 모조리 일에 쏟아부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불쾌했던 기억들을 잠시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점심시간, 화장실에 가려고 복도를 지나던 최수빈은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익숙한 실루엣이 걸어 나왔기 때문이었다.서로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 자리에서 시간이 멈춘 듯했다.주민혁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다림질로 구김 하나 없는 흰 셔츠에,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매고 있었지만 눈가에 내려앉은 피로와 수척함은 감출 수 없었다. 어두운 그의 눈빛에는 끝없이 많은 감정이 잠겨 있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최수빈은 담담하게 그를 한번 흘겨볼 뿐 멈추지도, 망설이지도 않으며 안정된 걸음으로 화장실 쪽을 향해 걸어갔다. 마치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본 것처럼 말이다.주민혁은 그 자리에 서서 최수빈의 뒷모습이 복도 끝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눈으로 따라갔다.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이내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몸을 돌려 임시로 쓰는 본인의 사무실로 향했다.얼마 후, 자리로 돌아온 최수빈은 육민성의 전화를 받았다.“수빈아, 좋은 소식이야. 코너 그룹 대표가 국내에 도착했대.”최수빈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코너 그룹은 해외에서 뿌리 깊은 영향력과 거대한 시장을 쥐고 있는 곳이었다. 때문에 그들과 손만 잡아도 천공연구원에는 곧바로 국제 시장으로 나갈 길이 열리는 것이었다.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였다.“이번에는 무조건 잡아야 해.”“당연하죠.”최수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천공에 너무 중요한 일이니까 바로 들어가서 준비할게요.”최수빈은 제노 테크에 상주하는 엔지니어였지만 필요하면 천공으로 잠시 복귀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천공으로 돌아온 그녀는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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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최수빈은 흔들리는 마음을 꾹 눌러 담고 끝까지 차분한 표정을 했다.“네, 문제없습니다.”주민혁은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바라보다가 말을 이어갔다.“자료는 려 비서가 이미 정리해뒀어. 먼저 가져가서 익혀. 특히 국제 협력 모듈 쪽 기술 파라미터를 집중해서 봐. 코너 그룹 팀이 그걸 제일 중요하게 보더라.”“알겠습니다.”최수빈은 려운이 건넨 자료를 받아 들고 사무실을 나왔다. 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곧바로 자료를 빠르게 훑어보기 시작했다.이건 제노 테크만의 기회가 아니었다. 천공에게도 똑같이 중요한 기회였다.코너 그룹과 인연만 닿으면 이번에 제노 테크 쪽 협상이 뜻대로 안 되더라도 천공은 이후 협업 가능성을 계속 밀어붙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오전 열 시, 코너 그룹 측 대표단이 정확히 시간 맞춰 도착했다.선두에 선 사람은 코너 그룹의 최고기술책임자 데이비스였다. 그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중년 남자였는데 매우 신사적인 태도를 갖추고 있었다.최수빈은 주민혁의 뒤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간 뒤,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마자 데이비스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게 느껴졌다.주민혁이 먼저 소개했다. 자연스러운 말투는 마치 최수빈이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듯했다.“이쪽은 천공연구원의 최수빈 씨입니다. 07전투기 프로젝트 시스템 연동 쪽 핵심 책임자고 항공 시스템 아키텍처 분야에서도 전문성이 깊어요.”데이비스는 잠시 놀란 눈빛을 하다가 곧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수빈 씨, 오래전부터 이름은 들었습니다. 전에 수빈 씨가 발표한 항공기 지능 제어 시스템 관련 논문도 읽어봤는데 통찰력이 아주 좋더군요.”상대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기에 최수빈은 잠깐 얼어붙었다.그녀는 서둘러 데이비스의 손을 잡고 예의를 갖춰 답했다.“과찬이십니다, 데이비스 씨. 연구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이후 회의는 뜻밖에도 매끄럽게 흘러갔다.데이비스는 07전투기 프로젝트의 시스템 아키텍처에 강한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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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두 사람은 나란히 제노 테크 미래를 나와 주민혁의 차에 올랐다.차 안은 묘하게 조용했다. 차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만 부드럽게 공간을 채웠고 분위기는 미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최수빈은 조수석에 기대 창밖을 바라봤다. 빠르게 뒤로 밀려나는 거리 풍경을 보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주민혁과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지난날의 앙금도, 끝내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아쉬움도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주민혁은 운전에 집중하면서도 가끔 곁눈질로 최수빈을 힐끗 보곤 했다.옆모습은 여전히 단정하고 맑았지만 얼굴빛이 예전보다 더 창백했고 턱선도 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최근 제대로 쉬지 못한 게 분명했다.차가 금세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하자 최수빈은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주 대표님.”이 말만 남긴 채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장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발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끝내 뒤돌아보지도 않았다.주민혁은 차 안에 앉아 그녀의 뒷모습이 출입구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그러다 이유 모를 씁쓸함이 가슴 한쪽에 슬며시 번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최수빈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육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선배, 오늘 민혁 씨랑 같이 코너 그룹 쪽 대표 데이비스 씨를 응대했어요.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협업은 성사 못 했고요.”최수빈이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데이비스 씨가 제 논문을 알고 있더라고요. 제 인상도 꽤 좋았던 것 같아요. 우리가 먼저 연락해서 코너 그룹 쪽이랑 직접 만날 기회를 잡아보면 좋겠어요.”육민성이 바로 답했다.“좋아. 내가 영업팀에 자료 준비시킬 테니까 너는 데이비스 씨 쪽 비서랑 연락해. 최대한 빨리 약속 잡아보자.”“네, 바로 할게요.”최수빈은 전화를 끊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천공의 자료를 정리해 데이비스의 비서에게 보낼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이건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었기에 이번에 반드시 잡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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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뭘 그렇게 보고 있어?”육민성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멀리서 흐릿한 뒷모습 하나만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최수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저으며 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방금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아서요.”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어제 갑자기 나한테 콜브리지 대표를 함께 맞이하자고 했던 거, 혹시 내가 콜브리지와 협력하려 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제노 테크는 07전투기 프로젝트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국가 핵심 프로젝트인 만큼 협력사 선정에도 여러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콜브리지는 해외 기업으로서 자금력과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국가 핵심 기술이 얽힌 프로젝트에서는 협력할 수 있는 범위가 사실상 그리 넓지 않다.‘날 회의에 참여시켜주고 데이비스 씨랑 대화하는 것도 묵인했던 건... 혹시 콜브리지라는 자원을 일부러 나한테 넘겨주려는 거였나?’천공은 독립된 기술 기업이다. 정부와 협력 관계는 있지만 직접 산하에 속한 조직은 아니기 때문에 해외 기업과 협력할 때 제약이 훨씬 적고 움직임도 더 유연하다.게다가 콜브리지가 국내 시장을 개척하려 한다면 천공은 분명 좋은 진입로가 될 수 있다.그 생각에 최수빈의 마음이 복잡하게 흔들렸다. 주민혁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미안해서? 아니면 보상으로? 아니면 또 다른 속셈이 있는 건가...’하지만 어떤 이유든, 결과적으로 그는 천공에게 쉽게 얻기 힘든 기회를 하나 준 셈이었다.그때, 데이비스가 콜브리지 팀을 이끌고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최수빈은 곧바로 생각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육민성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맞이했다.“데이비스 씨,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수빈 씨, 육 대표님. 좋은 오후입니다.”데이비스는 웃으며 두 사람과 악수했다.“이렇게 빨리 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자리에 앉자 육민성이 먼저 천공의 자료를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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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제노 테크의 연구개발 센터.거대한 홀로그램 투영 스크린 위에서 코드명 ‘07’인 스텔스 전투기의 3D 모델이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최수빈은 스크린 앞에 서서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가상 제어 패널을 빠르게 조작하며 기체 날개 끝부분의 미세한 공기역학 배치 값을 조정하고 있었다.그녀는 이 프로젝트의 핵심 엔지니어 중 한 명이었다. 오랜 시간 이 일을 맡아온 만큼, 기체의 모든 부품과 모든 코드가 손바닥 들여다보듯 익숙했다.이 일은 그녀가 가진 열정의 전부였고,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은 그녀의 전장이기도 했다.“수빈 씨, 데이터 검증 통과했습니다.”젊은 엔지니어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존경심이 묻어 있었다.“네. 풍동 실험실에 연락해서 새로 가상 풍동 테스트를 한 번 더 진행하라고 전해주세요.”최수빈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냉정한 것이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이 분야가 남성 중심의 세계라는 사실을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받아들였다. 그래서 늘 흠잡을 데 없는 실력으로 스스로의 자리를 증명해 왔다.그때, 총괄 책임자인 주민혁이 누군가를 데리고 다가왔다. 최수빈은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순간 얼어붙었다. 바로 임하은이었다.그녀는 새로 지급받은 듯한 제노 테크 작업복을 입고 있었지만 몸에 맞지 않아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얼굴에는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뿌듯함과 긴장한 기색이 엿보였다.설마 했는데 임하은이 제노 테크에 들어온 것이었다. 게다가 주민혁의 태도를 보니 꽤 신경을 쓰고 있는 듯했다.“수빈 씨, 인사하세요. 이쪽은 임하은 씨라고 이번에 새로 영입한 수석 엔지니어예요. 전문 능력이 아주 뛰어납니다.”주민혁은 미소를 띤 채 소개했다. 임하은이 손을 내밀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수빈 씨, 또 뵙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최수빈은 아무런 표정 없이 가볍게 손을 맞잡았다가 차갑게 식은 손끝이 스치는 순간 바로 손을 놓았다.“환영합니다.”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지만 더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회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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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8화

‘임하은에게 양보하라고? 인맥으로 들어와 프로젝트 기본 구조조차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 임하은에게?’최수빈은 몇 초가 지나서야 자신이 들은 말이 황당한 농담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였다.억누르기 힘든 분노가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치솟았다. 목이 바짝 조여들고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뒤이어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자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으며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최수빈은 주민혁을 똑바로 바라봤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시선이었다.그러나 애써 분노를 누르고 있어 목소리는 오히려 지나치게 차분했다.“주 대표님, 하나만 묻겠습니다. 제노 테크의 연구개발이 장난입니까?”목소리는 높지 않았으나 유난히 차가웠다.“진정해요.”주민혁이 말했다.“이건 어디까지나 임시 조정일 뿐이에요.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이해요?”최수빈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에는 노골적인 조롱과 실망이 담겨 있었다.“기본 테스트 절차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에게 국가 안보와 회사 명예가 걸린 07전투기 핵심 알고리즘을 맡기라고요? 그게 제가 이해해야 할 일입니까? 누구에게 길을 터주든 저는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07 프로젝트는 장난이 아니에요. 주 대표님, 지금 이걸 정말 장난처럼 처리하고 있는 겁니까?”사무실 내부의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었다.최수빈은 알고 있었다. 지금 이 말을 내뱉는 순간, 제노 테크에서의 자신의 커리어는 사실상 끝났을지도 모른다는 걸.그래도 후회는 없었다.지켜야 할 선이 있고 지켜야 할 원칙이 있는 법이니 말이다.연구개발의 엄정함과 책임은, 누군가의 사적인 이익이나 인맥 인사에 희생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키며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던 분노를 억지로 눌러 담았다. 그러고는 단호하게 결심하고 차갑게 말했다.“주 대표님, 회사 규정에 따라 업무 인수인계는 진행하겠습니다. 하지만 제 의견은 분명히 남길게요.”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창밖으로 펼쳐진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한 번 바라보고 또박또박 말했다.“그리고 상위 경영진과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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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화

임하은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짧은 시간 안에 그녀가 데이터 속에 촘촘히 심어 둔 분석 논리까지 완전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대표님, 저는 임하은 씨의 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닙니다.”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목소리를 최대한 가라앉혔다.“다만 날개 보 하중 계산은 기체 전체의 하중 구조와 연결된 작업이에요. 인수인계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사흘만 주세요. 데이터 분석 논리와 파라미터 출처, 주의해야 할 부분들을 문서로 정리해서 임하은에게 전부 설명하겠습니다. 완전히 기술 인계를 마친 뒤에 맡겨야 문제가 없어요.”주민혁은 굳게 굳은 그녀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손끝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나 바로 답하지는 않았다.“그렇게까지 번거롭게 할 필요는 없어요. 하은 씨는 이미 수빈 씨가 공유해 둔 작업 문서를 다 읽었거든요. 이해력도 좋아서 핵심 포인트도 정확히 짚고 있더군요.”최수빈의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이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정’이라는 말이 애초에 자신의 몸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임하은이 입사했을 때, 인사팀에서 은근히 언급한 적이 있었다. 최수빈은 본사에서 중점적으로 키우는 기술 인재이며 07전투기 프로젝트는 올해 회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연구개발 과제라고.고로, 이 프로젝트에서 핵심 성과를 내는 사람이 연말 승진 심사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그제야 이해가 됐다.여태껏 최수빈이 쥐고 있던 일들이, 이미 누군가에게는 발판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저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었을 뿐이었다.문득 최수빈은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연구개발 분야는 실력으로 모든 게 좌지우지된다고 믿어왔으나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어떤 결정들은 처음부터 전문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말이다.최수빈이 더 말을 하지 않자 주민혁은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이르러 잠시 멈춘 그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수빈 씨, 너무 깊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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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최수빈이 아파트에 돌아왔을 때였다. 신발을 갈아 신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육민성이었다.전화를 받고 그녀가 말을 꺼내기 전부터 휴대폰 너머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솔직히 말해. 민혁 씨가 네가 맡고 있던 일을 다른 사람한테 넘긴 거지?”최수빈은 현관 벽에 기대서서 무심코 휴대폰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말했다.“네. 당분간은 임하은 씨가 맡게 됐어요. 내 업무 부담을 줄여주려는 조정이라네요.”“업무 부담은 무슨! 그냥 네 공헌 다 가로채고 사람은 내치는 거잖아!”육민성이 분을 삭이지 못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람은 안 변한다더니, 역시나야. 그 사람은 프로젝트를 제대로 된 일로 본 적이 없어.”그의 분노 섞인 말을 듣고 있었지만 최수빈의 마음은 오히려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머릿속에는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조정일 뿐’ 이라고 말하던 주민혁의 얼굴과, 기술 회의에서 막힘없이 발표하던 임하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선배, 화내지 마요. 제노 테크랑 우리는 결국 협력 관계일 뿐이에요. 나는 거기에 파견된 상주 엔지니어지, 그 회사 직원도 아니잖아요. 프로젝트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그쪽이 정하는 거고요. 내가 너무 내 일인 것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그래도 그건 네가 다 만들어 놓은 성과잖아.”육민성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날개 보 응력 분석... 그거 네가 얼마나 고생해서 만든 건지 내가 다 아는데. 지난주에 임신중절수술까지 하고도 프로젝트 일정 늦어질까 봐 바로 일하러 나갔잖아. 그렇게 만든 결과가 지금은 죽 쒀서 개밥 준 꼴이 된 거야.”수술 이야기가 나오자 최수빈은 아랫배가 은근히 당겨졌다. 그래서 소파에 앉아 탁자 위에 놓인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목소리도 조금 부드러워졌다.“내가 공들인 건 맞죠. 그래도 이건 국가급 프로젝트잖아요. 마지막에 프로젝트가 제대로 굴러가기만 하면 핵심 작업을 누가 맡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닐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된 것도 나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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