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투는 차갑지도, 그렇다고 상처받은 기색도 없었다.마치 임하은의 말이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인 것처럼 담담했다.하지만 바로 그 담담함이 바늘처럼 임하은의 자존심을 찔렀다.그녀는 최수빈이 화를 내거나, 변명하거나, 심지어 말다툼이라도 벌이길 기대했다.그런데 돌아온 건 무심할 만큼 차분한 반응이었다. 그 순간, 임하은은 괜히 혼자 소란을 피우는 사람처럼 느껴졌다.“순진한 척하지 마요!”한층 높아진 임하은의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환자 몇 명이 고개를 돌렸다.“내가 수빈 씨의 속을 모를 것 같아요? 나랑 민혁 씨가 틀어지길 바랐잖아요. 우리 아이가 없어지길 기다렸다가 그 틈에 끼어들 생각이었잖아요!”최수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뜨개바늘을 정리했다. 말투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임하은 씨, 나랑 민혁 씨는 이생에 다시 엮일 일 없어요. 그러니 나를 상대로 상상 속의 경쟁 구도도 만들지 마요. 그럴 필요 없으니까.”잠시 숨을 고른 뒤, 들뜬 임하은을 바라보며 덧붙였다.“난 지금 몸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율이 돌보고 천공 일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요. 하은 씨랑 민혁 씨의 문제는 나랑 상관없어요. 솔직히,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도 없고...”그렇게 최수빈이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순간, 임하은이 거칠게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멈춰요! 말 똑바로 해요! 상관없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애초에 수빈 씨가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나랑 민혁 씨는 진작 결혼했어요. 지금도 또 판을 흔들고 있잖아요. 대체 무슨 생각인데요?”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힘을 주어 빼냈다.“임하은 씨, 진정해요. 우린 이미 이혼했고 끝난 관계예요. 정말로 민혁 씨가 중요하다면, 나한테 화풀이할 게 아니라 그 사람이랑 얘기해요.”이 말을 끝으로 더는 돌아보지 않고 입원동 쪽으로 걸어갔다.임하은은 알고 있었다. 최수빈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그런데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최수빈을 걱정하는 주민혁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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